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오펜바흐의 '지하세계의 오르페' - 27

정준극 2013. 6. 5. 10:14

지하세계의 오르페(Orphée aux enfers) - Orpheus in the Underworld

자크 오펜바흐의 2막의 오페라 부퐁(Opéra buffon)

처음 선보이는 장편의 프랑스 클래시컬 오페레타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지만 파리에서 활동한 자크 오펜바흐

 

오펜바흐의 '지하세계의 오르페'를 새삼 소개하는 것은 근자에 파리를 비롯해서 몇 군데에서 이 오페라에 대한 품위여부가 재삼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일부 극장에서는 연출에 대하여 '이런 저속한 연출은 공연할수 없다'고 버티기까지 했기 때문에 도대체 그 내용이 어떠해서인지를 되새겨보기 위해서이다. 하기야 다른 오페라들도 그렇지만 이 오페라는 연출에 따라서 고상할수도 있고 저질일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전에 리옹에서 공연한 것은 지나치게 저속하고 외설적이지 않느냐는 논란이 있어서 구설수에 올랐던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남자 무용수들이 여자 무용수들로 분장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도 그렇고 노골적인 섹스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렇다는 것이다. 하기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내용으로 삼은 오페라에서도 노골적인 장면들이 나오므로 공연히 '지하세계의 오르페'만을 탓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공연에서 유리디스역은 세계적 소프라노 나탈리 드사이가 맡았다. 그의 노래와 연기는 가히 정상급이었다. 하기야 나탈리 드사이는 리옹 출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므로 고향에서의 노래와 연기이니 최고일수 밖에 없다.

 

각설하고, '지하세계의 오르페'(Orphée aux enfers: 또는 지옥의 오르페오)는 프랑스의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오페레타)이다. 오페라의 장르로 보면 오페라 부퐁(Opéra bouffon)에 속한다. 지금부터 155년전인 1858년에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클래시컬 오페레타로서는 첫번째로 선보인 장편 작품이다. 2막에 불과한 오페레타를 장편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작 스토리를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펜바흐가 종전에 작곡한 오페라들은 대체로 소규모의 단막이었다. 그것에 비해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서곡과 전2막으로 구성되었으며 규모가 웅장한 편이다. 왜 소규모의 단막들이었느냐 하면 당시 프랑스 제3제국은 장편 오페라의 공연을 거의 허용하지 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하세계의 오르페'도 오늘날의 수준으로 보면 장편이라고 말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펜바흐의 과거 작품에 비하여 음악적으로 보다 대담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프랑스어 대본은 당대의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 1834-1908)가 작성했다. 나중에 수정본의 대본은 엑토르 조나단 크레뮤(Hector-Jonathan Crémieux: 1828-1892)가 완성했다.

 

1998년 리옹 무대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오페라의 장르로 보면 오페라 부퐁에 속한다고 했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오페라 부퐁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오페라 보퐁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Opera buffa)의 프랑스식 표현이라고 보면 마음 편하다. 오페라 부파는 18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오페라 형식으로서 익살과 풍자를 주내용으로 하는 간단한 오페라이다. 원래 부파(buffa)라는 말은 라틴어의 부파레(buffare)에서 나온 것으로 그 뜻은 양볼을 잔뜩 부풀려서 나오는 배우들을 말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 배우의 부푼 볼을 툭툭 치면 소리사 푸푸나기 때문에 그것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웃기는 오페라를 오페라 부파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말이 프랑스로 건너가서 오페라 부퐁이 되었는데 특별히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중에서 몇 편을 오페라 부퐁으로 분류하였다. 즉,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중에서는 '지하세계의 오르페', '로망 코미크'(Le roman comique), '듀라낭씨 부자의 여행'Le voyage de MM Duranan pére et fils)만을 오페라 부퐁으로 분류한다. 프랑스에서 오페라 부퐁은 간혹 오페라 코미크와 혼동해서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들을 오페라 코미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코믹한 오페라들은 아니다. 개중에는 비극적인 내용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제의 '카르멘'이다. 카르멘은 오페라의 장르에서 오페라 코미크로 분류되지만 코믹한 내용은 아니다.

 

냉냉한 오르페와 유리디스

                            

얘기가 자꾸 옆길로 빠져 갔음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다시 '지하세계의 오르페'로 돌아가면,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오펜바흐가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오페라 부퐁으로 만든 첫번째 작품이다. 오펜바흐가 '지하세계의 오르페'를 만든 배경은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풍자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글룩이던 몬테베르디던 '오르페오'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는 일종의 순애보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보라! 오펜바흐의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그런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어찌보면 저속하고 뻔뻔스러운 내용이다. 그런 저속함과 외설스러음은 '지옥의 갈롭'(Galop infernal)이라는 음악과 춤으로 극치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초연에서 '지옥의 갈롭' 장면을 보고 기절초풍한 경우가 많았으며 더러는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여자들이 발을 번쩍번쩍 들었다가 내렸다가를 하지 않나, 뒤로 돌아서서 치마를 들치고 히프를 들어내보이지를 않나, 하여튼 야한 춤이기 때문이었다. 2막 2장에 나오는 '지옥의 갈롭'은 '캉캉'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하다. 프렌치 캉캉이다. 하지만 그 춤의 제목은 원래 캉캉이 아니라 '지옥의 갈롭'이다. 갈롭(Gallop)은  말이 빠르게 뛰는 것을 말하는데 춤에서도 그런 스타일로 빨리 추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지옥의 갈롭' 곡은 콘서트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150년전의 당시에는 사회도덕적인 입장에서 대단히 외설스러운 장면이었다. 이밖에도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코미디 프랑세 극장의 클래시컬한 드라마 공연을 풍자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프랑스 제2제국의 사회적, 정치적 스캔들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오르페와 유리디스. 에리크 빅스트롬과 엘리자베스 쇠더스트롬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1858년 10월 21일 파리의 부퐁극장(Théâtre des Bouffes Parisiens)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의 반응은 열광적이어서 초연 이후 연속 228회의 공연을 가졌다. 잠시 공연을 중단했던 것은 출연자들이 매일의 연속공연에 지쳐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비엔나 초연은 파리 초연이 있은지 2년 후인 1860년이었다. 비엔나 공연에서는 칼 빈더(Carl Binder)가 팡파레로 시작하는 서곡을 만들어 넣었다. 서곡은 부드러운 러브 송이 뒤따르고 이어 드라마틱한 소절이 나오는가하면 복잡한 양식의 왈츠가 나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펜바흐가 2막 2장에서 사용했던 유명한 캉캉인 '지옥의 갈롭'을 가져온 것이다. 미국에서는 1861년 브로드웨이에서였다. 이때에는 독일어 대본이 사용되었다. 런던 공연은 1865년에 이루어졌다. 점잖은 영국사람들이기에 소문을 듣고 공연을 주저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런던 공연은 예상 밖으로 환영을 받았다. 점잖은 체면이고 무어고 생각하지 않은 열광이었다. 여왕폐하극장에서 연속 76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파리에서는 1858년 초연이 있은지 16년 만인 1874년에 오펜바흐가 무슨 생각을 했던지 2막의 오페라 부퐁을 4막의 오페라 페리(Opéra féerie)로 변경하여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이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사람들은 역시 1858년도의 저속하고 외설적인 오리지널 버전을 더 좋아하였다.

 

광란의 지하세계 장면. 파리들은 붕붕. 로잔느 공연.

 

영국에서 영어로 된 버전이 처음 공연된 것은 다 늦은 1960년이었다. 새들러스 웨스 오페라단이 공연했다. 1800년대에는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가 영어로 새롭게 번역한 대본을 가지고 공연을 했다. 이번에는 원래의 프랑스어 대본을 영어로 충실하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영어 대본이긴 하지만 오리지널 대본과는 거리가 먼 자유스타일의 대본이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영어 대본에는 마가렛 대처 수상을 여론(Public Opinion: L'Opinion Publique)으로 바꾸어 등장토록 했다. 1990년대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오페레타(사보이 오페라) 단체인 도일리 카르트 오페라단이 '지하세계의 오르페'를 자주 공연하였다. 그러면 초연 이후 '지하세계의 오르페'에 대한 평은 어떠했는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une parodie grotesque et grossiere(비열하고 괴기한 패로디)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 작품이 저속하고 품위가 없는 장면으로 넘쳐 있어서 une odeur mmalsaine(건전치 못한 냄새를 풍기는)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쥘르 자냉(Jules Janin)과 같은 사람은 '성스러움에 대한 모독이며 영광스러움을 저버린 작품'으로 사람들의 호기심만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었다.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오펜바흐의 대부분 오페레타와 마찬가지로 '보석과 같은'작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사인체 하는 속물들로서는 제대로 진가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오르페가 바이올린으로 유리드스의 입을 잠잠케 한다.

 

이제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일반적인 단순한 오페라타에 비하여 대단히 복잡한 구성이다.

- 퀴패동(Cupidon: Cupid: S 또는 en travesti). 사랑의 신

- 디아느(Diane: Diana: S). 정절의 여신

- 유리디스(Eurydice: S). 오르페의 부인

- 존 스타익스(John Styx: Bar 또는 T). 플루통(플루토)의 하인. 과거에 뵈도티아의 왕이었다.

- 주농(Junon: Juno: MS). 주피터의 부인

- 주피터(Jupiter: Bar). 제신의 왕

- 오피니옹 푸블리크(L'Opinion Publique: Public Opinion: MS). 여론

- 마르스(Mars: B): 전쟁의 신

- 므르퀴르(Mercure: Mercury: T). 신들이 메신저

- 미느르브(Minerve: Minerva: S). 지혜의 여신

- 모르페(Morphée: Morpheus: T). 잠의 신

- 오르페(Orphée: Orpheus: T). 음악가

- 플루통(Pluton: Pluto: T). 지하세계의 신, 농부/목동인 아리스테(Aristée: Aristaeus)로 변장함

- 클로에(Chloe). 양치기 소녀

- 베뉘(Vénus: Venus: Cont). 미의 여신

- 아모르(Amour: MS)

- 바쿠스(Bacchus: Spoken). 주신(酒神)

- 스르베르(Cerbére: Cerberus: Spoken). 지하세계를 지키는 3두의 인물

- 미노스(Minos: Bar/T)

- 이크(Eaque: Aeacus: T)

- 라다망트(Rhadamante: Rhadamanthus: B)

기타 남신들, 여신들, 남녀 목동들, 지하세계의 정령들과 죄인을 잡으러 다니는 관리들.

 

오르페가 조롱을 받고 있다.

 

우리가 대강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줄거리는 노래를 기가막히게 잘 불러서 산천초목까지도 감동시킨다는 오르페오가 아름다운 에우리디체와 결혼하여 모두의 축하를 받았는데 잠시후 에우리디체가 들에서 뱀에게 물려 죽게 되어 지하세계(지옥과 같은 개념)로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르페오는 슬픔을 참지 못하여 지하세계로 가서 에우리디체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오르페오틑 스페란차(희망)의 안내로 자히세계로 들어가는 문까지 온다. 문을 지나니 스타익스 강이 있는데 캬론테가 강을 건네어 주지 않자 오르페오는 노래를 불러 캬론테를 감동시켜 잠이 들게 하고 배를 훔쳐서 강을 건너간다. 그리고 지하세계의 왕인 플루토의 아내를 역시 노래로서 감동시켜서 에우리디체를 데리고 무사히 지상으로 나오는데 다만 오르페오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약속을 어기고 에우리디체가 제대로 따라 오는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에우리디체는 다시 지하세계로 갈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펜바흐의 '지하세계의 오르페'는 상당히 내용이 다르다. 그 점을 이해하고 '지하세계의 오르페'를 보아야 할 것이다.

 

올림푸스에서의 제신

 

[시놉시스]

(1막). 1장은 테베 부근이 무대이다. '멜로드라마'가 나와서 오페라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린다. '여론'은 자기가 도덕의 수호자인 것을 설명한다. '여론'의 노래가 Qui suis-je? du Theatre Antique(나는 누구인가? 그대 고대극장이여)이다. '여론'은 오르페(오르페우스)와 유리디스(에우리디체)의 이야기를 재구성한다고 말한다. '여론'의 설명에 따르면 두 사람, 즉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부부이지만 서로 미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래 오르페와 유리디스의 이야기는 도덕적인 내용이어서 세월이 흘러도 모범이 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서 얘기를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게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하세계의 오르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리디스는 오르페와 결혼하였지만 옆집에 사는 목동 아리스테를 사랑한다. 유리디스의 노래가 La femme dont le coeur reve이다. 그런데 오르페는 오르페데로 양치는 아가씨인 클로에를 사랑한다. 오르페가 유리디스를 클로에인줄 알고 실수하자 화가 난 유리디스는 결혼을 없던 일로 하자고 주장한다. 오르페도 이 참에 그렇게 하고 싶지만 '여론'의 눈총이 두려워서 어떻게 해서든지 유리디스의 입을 막고자 한다. 오르페는 유리디스가 가장 싫어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유리디스가 듣기 싫어서 어쩔줄 모르게 만든다. 유리디스는 오르페에게 제발 그만 두라고 하면서 대신 오르페의 스캔들에 대하여 아무 소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서부를 배경으로 한 무대

 

이제는 아리스테를 만나볼 차례이다. 아리스테는 실은 플루통(플루토)이다. 아리스테는 자기의 정체를 계속 감추기 위해 목가적인 노래를 부른다. 자기가 보살피고 있는 양떼들이 지겹도록 말을 듣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플루통의 노래가 Moi, je suis Aristée(나요? 아리스테입니다)이다. 그런데 관례적으로 플루통은 여자가 맡아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인지 비록 남자 모습이지만 고음의 활세토(가성) 음표가 여러번 나온다. 그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유리디스는 제 딴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오르페가 아리스테를 질투하여서 죽일 것만 같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라 플루통(아리스테)이 오르페와 은밀히 모의하여서 유리디스를 죽이고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리디스가 죽으면 플루통(아리스테)이 유리디스를 지하세계로 데려가서 그때로부터 유리디스를 독차지 할수 있기 때문이다. 플루통(아리스테)은 유리디스를 덫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서 유리디스에게 아무런 문제 없이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따라 오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리디스가 플루통을 따라 가다가 덫에 걸려 결국 죽는다. 그제서야 아리스테는 플루통이라는 제 모습으로 변한다. 이 장면이 유명한 '변화의 장면'이다. 지하세계에 가게된 유리디스가 죽는 것도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죽음의 신'이 자기에게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유리디스의 아리아가 Lamort m'apparait souriante 이다. 유리디스는 플루통과 함께 지하세계로 가면서 그래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은 있어서 남편 오르페에게 어쩔수 없이 잡혀서 지하세계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겨 놓는다. 유명한 지하세계로의 하강 장면이다. 오르페는 모든 일이 생각대로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은 것이다. '여론'은 오르페에게 만일 오르페가 지하세계로 가서 유리디스를 구출해 오지 않는다면 바이올린 레슨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위협한다. 오르페는 마지못해 승락한다.

 

유리디스의 나탈리 드사이. 리옹 오페라

                     

2장은 여러 신들이 심심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잠이나 자고 있는 올림푸스 산이다. 신들의 합창이 Dormons, dormons 이다. 신들이 겨우 잠에서 깨어난 것은 정절의 여신 디아느(다이아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디아느는 현재의 애인인 사냥꾼 악테옹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못됐다는 얘기를 한다. 디아느의 아리아가 Quand Diane descend dans la plaine 이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주피터는 정절의 여신이라는 디아느의 행동에 대하여 유감을 표시하고 디아느를 어쩌지는 못하므로 대신 악테옹을 사슴으로 만들어 버린다. 잠시후 플루통이 나타난다. 플루통은 심심해 하고 있는 다른 신들에게 지하세계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많으니 함께 가자고 권한다. 플루통은 올림푸스에 계속 있으면  고상한척 하는 음악을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며, 먹는 것도 매일 그게 그것이고 더구나 끔찍한 넥타 음료나 마셔야 하며 그리고 깍아 지른듯 높은 곳에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지겹지 않느냐고 말한다. 플루통의 아리아가 Aux armes, dieux et demi-dieux! 이다. 그러한 때에 주피터가 나타나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느냐면서 누가 설명해 보라고 요구한다. 신들이 현재의 상황을 장황스럽게 더러는 웃기기도 하면서 설명한다. 신들은 심심하던 판에 무언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이다. 그때 오르페가 올림푸스 산까지 찾아온다. 오르페가 찾아오자 신들은 자기들의 본분을 생각해서인지 점잖게 행동한다. 플루통은 오르페가 주피터에게 간청해서 지하세계에 있는 유리디스를 돌려 달라고 할 것같아서 걱정이다. 그러한 때에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 나오는 간절한 음악이 연주된다. 그 음악을 들은 신들은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마침내 주피터가 오르페에게 지하세계에 가서 모든 일을 정리하라고 허락한다. 다른 신들은 이 때다 싶어서 주피터에게 오르페와 함께 가겠다고 간청한다. 주피터는 그것도 허락한다. 신들은 마침내 오르페로 인하여 한번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지하세계에 가게 되어 기분들이 들떠 있다. 이어서 대축제가 벌어진다. 휴가를 축하하는 파티이다. 이때의 합창이 Glorie! glorie a Jupiter(주피터에게 영광을)이다.

 

로잔느 공연

 

(2막) 1장은 이미 지하세계이다. 유리디스는 플루통 때문에 꼼짝 못하고 마치 감옥에 갇힌 듯 지내고 있다. 더구나 존 스타익스라는 간수가 밤낮으로 지키고 있어서 나가지도 못한다. 존 스타익스는 사람이 좀 우둔하고 또한 날이면 날마다 술에 절어 지내고 있다. 존 스타익스는 그저 한다는 얘기가 과거에 자기가 뵈오티아(Boeotia)라는 나라의 왕이었지만 죽어서 어쩔수 없이 이곳까지 와서 간수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는 만일 죽지만 않았다면 아직도 왕이라는 얘기를 한다. 존 스타익스의 아리아가 Quand j'étais roi de Béotie이다. (뵈오티아는 그리스의 일부이다. 그리스의 시인인 아리스토파네스(BC 448-380)는 뵈오티아에 바보스런 시골뜨기들만 살고 있다고 표현하여 알려지게 된 명칭이다. 스타익스에게 어울리는 나라 이름이다.) 주피터는 주피터대로 도대체 유리디스가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플루통이 납치해 갔을까라고 궁금해서 저 높은 올림푸스 산에서 지하세계를 살펴보니 과연 유리디스가 갇혀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주피터는 잘 생긴 황금 파리로 변해서 감옥의 열쇠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유리디스를 만난 주피터는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서 유리디스와 함께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하지만 주피터의 노래는 파리처럼 즈즈즈즈 하는 것이 전부이다. 주피터와 유리디스의 듀엣이 Bel insecte a l'aile dorée 이다. 한참 후에 황금 파리였던 주피터는 본래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는 유리디스가 탈출할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유리디스를 독차지 하고 싶어서이다.

 

지하세계의 난리

 

2장. 지하세계(지옥)에서 대규모 파티가 열린다. 올림푸스에서 볼수 있는 신들의 음식이나 넥타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 포도주가 넘쳐 흐른다. 모두의 합창이 Vive le vin! Vive Pluton!(포도주 만세, 플루통 만세)이다. 유리디스가 주신 바카스의 시녀처럼 변장하고 몰래 스며 들어온다. 유리디스의 노래가 J'ai v le dieu Bacchus 이다. 주피터가 유리디스를 몰래 데리고 나가려고 하지만 모두 춤을 추어야 한다는 소리 때문에 어쩔수 없이 춤 대열에 합류하고 빠져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주피터는 미누엣 밖에 출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주피터에 대하여 지루해하고 형편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의 노래가 La la la. Le menuet n'est vraiment si charmant 이다. 그러한 때에 돌연 '지하세계의 갈롭'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일순 격렬하게 변한다. 잘 알려진 캉캉이다. 모두들 난리도 아니게 춤을춘다. Ce bal est original(이 춤이 진짜다)이다.

 

그러한 때에 마치 불길한 전조인듯 바이올린 음악이 들리고 이윽고 오르페가 도착한다. 오르페와 '여론'의 입장 음악이다. 주피터는 오르페가 유리디스를 데려가도록 내버려 둘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가지 계략을 만들어 낸다. 오르페가 유리디스를 데리고 나갈 때에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생각해 낸 것이다. 만일 뒤를 돌아다 보면 유리디스를 영원히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의 노래가 Ne regarde pas en arriere! 이다. '여론'이 오르페의 뒤를 바짝 쫓으면서 지키기로 한다. 절대로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감시를 철저히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피터가 전용특허인 번개를 던진다. 그 바람에 오르페는 번개를 피하느라고 펄쩍 뛰다가 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된다. 주피터는 유리디스를 차지하게 되었고 오르페는 지긋지긋한 유리디스를 데리고 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쁨에 보답이라도 하듯 갈롭(캉캉)이 요란하게 울린다. 난리도 아니다.

 

유리디스와 주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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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바흐는 '지하세계의 오르페'(더 정확히 표현하면 '지하세계에 간 오르페')를 동화오페라(Opéra féerie: 오페라 페리)라고 불렀다. 동화오페라는 동화의 내용을 오페라에 담은 작품을 말한다. 대체로 발레가 포함된다. 동화이야기는 주로 마법적인 내용으로 구성된다. 18세기에 프랑스에서 유행했다. 장 필립 라모가 테이프를 끊었으며 미셀 카라파(Michele Carafa)의 La belle au bois dormant(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니콜라스 이수아르(Nicolas Isouard)의 Centrillon(신데렐라)로서 절정을 이루었다. 영국에서는 길버트-설리반의 Iolanthe(이오란테)가 프랑스 동화오페라와 사촌간이 된다. 독일의 Märchenoper(매르헨오퍼)는 내용상으로는 프랑스의 오페라 페리와 흡사하지만 뿌리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둔 것이다. 프랑스 오페라 페리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 Zémire et Azor: 안드레 그레트리(1771) ● Cendrillon(1810) 및 Aladin 또는 La Lampe merveilleuse(1822): 니콜라스 이수아르 ● Zirphile et fleur de myrte 또는 Cent ans en un jour: 샤를르 시몬 캬텔(1818) ● Le cheval de bronze: 다니엘 오버(1835) ● La fée aux roses: 프로멘탄 알레비(1849) ● La chatte blanche: 프레르 꼬니아르(1852) ● Les amours du diable: 알베르 그리사르(1853) ● Le roi Carotte(1872) 및 Le voyage dans la lune(1875): 자크 오펜바흐(달 여행은 빅토리앙 사르두와 협동)

 

유리디스와 오르페. 높은 곳에는 주피터와 주노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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