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오페라와 영화

오페라에서의 하룻 밤

정준극 2013. 7. 7. 08:36

오페라에서의 하룻밤(A Night at the Opera)

 

오티스가 클레이풀 여사에게 고틀리브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라는 기관이 있다. 몇년에 한번씩 미국의 100대 영화를 선정하여 발표한다. 1935년도 영화인 '오페라에서의 하룻밤'(A Night at the Opera)이 AFI가 선정한 미국의 100대 영화에 포함되었다. 랭킹은 85위였다. AFI는 미국의 영화 중에서 코믹한 내용의 100대 영화를 선정한바 있다. '오페라에서의 하룻밤'은 12위를 차지하였다. 세계적인 미국 의회도서관은 미국의 영화 중에서 필름을 영구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선정하여 의회도서관의 견고한 창고에 보관한다. '오페라에서의 하룻밤'도 그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현재 필름이 영구보존되어 있다.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막스라는 이름은 오래 기억되고 있다. 그라우초 막스(Groucho Marx), 치코 막스(Chico Marx), 하포 막스(Harpo Marx)의 세 사람이 영화배우로서도 활약했지만 영화 제작에도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막스 브라더스라고 부른다. 막스 브라더스가 MGM을 위해 만든 두번째 영화가 '오페라에서의 하룻밤'이다. 첫번째 것은 '제포'(Zeppo)라는 것이었다. '오페라에서의 하룻밤'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제임스 케빈 맥기네스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감독은 샘 우드(Sam Wood: 1884-1949)였다. 샘 우드는 '오페라에서의 하룻밤'도 물론 감독했지만 '굿바이 미스터 칩스'(Goodbye Mr Chips), '경마장에서의 하루'(A Day at the Races), '양키의 프라이드'(The Pride of Yankees)와 같은 고전을 감독한 것으로 기억되고 있는 사람이다. '오페라에서의 하룻밤'에는 앞에서 거명한 그라우초, 치코, 하포 막스가 모두 출연하며 이밖에도 키티 칼라일(Kitty Carlisle), 알란 존스(Alan Jones: 1907-1992), 월터 울프 킹(Walter Woolf King)과 같은 거물급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다.

 

  

키티 칼라일(1910-2007). 영화 To Tell the Truth 등에 출연했다.

 

'오페라에서의 하룻밤'에는 '일 트로바토레'(베르디)의 음악이 여러 곡 나온다. '일 트로바토레'의 서곡을 위시하여 '대장간의 합창'(Anvil Chorus), '불꽃은 타오르고(Stride la vampa), '타오르는 불길을 보라'(Di quella pira), '미제레레'(Miserere)가 나온다. 또한 '팔리아치'(레온카발로)에서 '새의 노래'(Stridono lassu)도 나온다. 이밖에도 증기선이 떠날 때에 부르는 '나 홀로'(Alone), '산타 루치아', 이탈리아 식당에서 춤을 출 때 나오는 코시 코사(Cosi-Cosa)도 널리 알려진 곡이다. 주역을 맡은 키티 칼리슬과 알란 존스는 모두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한 배우들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오페라의 노래를 부르는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월터 울프 킹은 바리톤이었다. 그도 역시 전문적인 성악공부를 했다. 그런데 바리톤이 '일 트로바토레'에서의 '디 켈라 피라'(Di quella pira: 타오르는 불길을 보라)를 부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메트로폴리탄의 테너 탠디 맥켄지(Tandy MacKenzie)가 대신 노래를 불렀다.

 

오페라 흥행가임을 자처하는 오티스 드리프트우드(Otis Driftwood: 그라우초)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후원자인 부유한 클레이풀(Claypool) 여사를 만나기로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레스토랑에서 어떤 그럴듯한 여자를 만나 시시덕거리느라고 시간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옆의 테이블을 보니 클레이풀 여사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오티스는 클레이풀 여사의 테이블에 합석한다. 그때 마침 평소에 어느정도 알고 지내던 뉴욕오페라단장인 허만 고틀리브(Herman Gottlieb)가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오티스는 마치 그를 기다렸었다는 듯이 반색을 한 후에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는 고틀리브를 클레이풀 여사에게 소개한다. 고틀리브는 오티스와 클레이풀 여사에게 뉴욕오페라단의 단장으로서 세계적인 테너인 로돌포 라스파리(Rodolfo Lassparri)와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말을 들은 오티스는 슬며시 라스파리에게 연락하여 그날 밤에 그가 출연하는 오페라 극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오티스는 자기가 고틀리브보다 먼저 계약을 맺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오티스는 또 시간을 어겨서 라스파리를 만나지 못한다.

 

오페라극장에서

 

잘생긴 젊은 테너인 리카르도 바로니(Ricardo Baroni: 알란 존스)는 당대 인기 테너인 라스파리처럼 되는 것이 소원이다. 그러자면 우선 좋은 매니저가 있어야 했다. 리카르도는 친한 친구인 피오렐로(Fiorello: 치코)를 매니저로 고용한다. 치코의 자문을 받아서 우선 리카르도가 한 일은 라스파리의 여자친구인 로사(Rosa: 키티 칼리슬)와 가깝게 지내서 로사와 라스파리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날 오티스는 라스파리가 토마소(Tomasso: 하포)를 무어라고 비난하며 몰아세우는 모습을 본다. 토마소는 전에 극장에서 라스파리의 의상담당을 했었다. 라스파리는 토마소가 팔리아치의 광대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형편없는 꼴이라고 하며 야단을 친 것이다. 사실 그 광대옷은 라스파리의 것이었다. 화가난 토마소가 라스파리를 단 한방의 주먹을 날려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만든다. 리카르도의 매니저가 된 피오렐로가 들어와서 오티스를 속여서 리카르도가 고틀리브의 계약서에 서명한 것처럼 만든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피오렐로가 글을 쓰지 못하고 읽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계약서는 무효가 된다(sanity clause).

 

식당에서 클레이풀 여사, 고틀리브, 오티스


이제 고틀리브는 증기선을 타고 뉴욕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리카르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고틀리브의 관심을 끌어야했다. 리카르도는 로사와 함께 부두에 나와서 사람들 앞에서 오페라 듀엣을 멋있게 부른다. 리카르도의 노래를 들은 고틀리브는 리카르도의 음성이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고틀리브는 리카르도에게 그가 유명해 질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리카르도, 피오엘로, 토마소는 당장 뉴욕으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세 사람은 오티스의 커다란 트렁크에 숨어 들어가서 배에 탄다. 오티스는 나름대로 클레이풀 여사와 함께 뉴욕으로 갈 예정이다. 문제는 특별실이라는 방이 너무 비좁다는 것이다. 방이 비좁기 때문에 별별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다 일어난다. 특별실은 작은 침대 하나와 여기에 오티스의 그 커다란 트렁크로서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 오티스는 자기의 커다란 트렁크에서 세 사람이 나오자 놀래 자빠질 지경이다. 잠시후부터 사람들이 오티스가 클레이풀 여사와 랑데부를 하기로 한 특별실로 몰려들기 시작하여 난리도 아닌 번잡함이 시작된다. 침대를 정리하러 온 청소부 아가씨, 매니큐어를 하는 여자, 배의 기관사와 조수,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터, 배의 스튜어드, 심지어는 숙모를 찾아 다니는 어떤 젊은 여자까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다. 청소아가씨가 '청소하러 왔어요'라고 말하니까 오티스가 '바닥에는 사람들이 많으니 천정부터 쓸어요'라고 말하는 것, 오티스가 스튜어드를 오라고 부르자 식당 종업원이 스튜를 가지고 온 것 등등이다.

 

비좁은 특별실의 모습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 도착한 세 사람의 밀항자들은 자기들의 신분이 들통나면 곤란하므로 러시아의 유명한 비행사들이라고 자처한다. 군중들은 유명한 비행사라고 하니까 연설을 해 달라고 소리친다. 군중들은 그중에서 가장 비행사처럼 생긴 하포에게 연설을 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하포는 원래 러시아어라고는 한마디도 할줄 모르기 때문에 벙어리 흉내를 낸다. 그래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자 군중들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세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정체가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토마소가 붙인 가짜 수염이 떨어지는 바람에 우선 토마소의 정체가 밝혀진다. 군중들이 야유를 보내는 가운데 세 사람은 죽어라고 도망을 쳐서 오티스가 마련해 놓은 아파트에 겨우 들어가 숨는다. 오티스는 신문을 보고 경찰이 밀항자 세명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티스는 그동안의 실수들과 또한 밀항자 사건에 연루되어 결국은 오페라에서 쫒겨난다. 오페라단에 소속되어 있던 로사도 리카르도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세 사람은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라고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수도 없어서 사보타쥬를 하기로 한다. 이들은 '일 트로바토레'의 오프닝 나잇 공연을 여러 방법으로 훼방한다. 결국 '일 트로바토레'는 대혼란 속에서 중단된다. 경찰들이 무대 뒤로 밀려들어와서 세 사람을 잡으려고 한다. 고틀리브도 화가나서 세 사람을 찾아나선다. 그러자 토마소가 극장의 불을 끈다. 토마소는 어둠을 틈차서 라스파리와 오티스를 커다란 상자 안에 집어 넣고 상자를 천정으로 끌어 올려 매달아 놓는다. 그런줄도 모르고 고틀리브는 라스파리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수 없게 되자 어쩔수 없이 대타로서 리카르도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하고 로사도 함께 출연토록 한다. 두 사람이 듀엣을 마치자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터진다. 박수소리를 신호로하여 하늘에서 커다란 상자가 무대 위로 떨어진다. 그 안에서 라스파리와 오티스가 나타난다. 라스파리가 '일 트로바토레'를 계속 노래부르려고 하자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져 나온다. 리카르도와 로사는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에서의 하룻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