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풍운아 바그너

오페라 '바그너의 꿈'(Wagner Dream)

정준극 2013. 7. 31. 12:59

오페라 '바그너의 꿈'(Wagner Dream)

영국의 작곡가 조나단 하베이의 오페라

 

조나단 하베이

 

바그너가 43세 때인 1856년에 작곡을 시도했으나 2년이 지나도록 완성을 하지 못한 Die Sieger(승리자)라는 미완성의 작품이 있다. 바그너가 불교에 심취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영국의 조나단 하베이(Jonathan Harvey: 1939-2012)라는 작곡가가 '승리자'에 대한 바그너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해서 '바그너의 꿈'(Wagner Dream)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네덜란드 오페라단(De Nederlandse Opera)이 위촉한 것이었다. '바그너의 꿈'은 네덜랜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초연을 가지기 전에 우선 2007년 4월에 룩셈부르크의 그랑 테아트르(Grand Theatre de Luxembourg)에서 초연을 가졌다. 미안하지만 그저 그런 반응을 받았다. 심지어는 '원, 별 오페라도 다 있네. 바그너라고 해서 기대를 했었는데...'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후에 비로소 암스테르담의 베스터가스화브리크(Westergasfabriek)에서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그후 몇년 동안 잠잠히 있다가 2012년 1월 29일에 런던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er)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었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첫 무대 공연은 2013년 6월 6일 웰쉬 내셔널 오페라에 의해 카디프에 있는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에서였다. 룩셈부르크 공연을 제작했던 피에르 아우디(Pierre Audi)가 제작을 맡은 공연이었다. 이번에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바그너의 꿈' 포스터

 

바그너는 이미 40대 초반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불교에 대단한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바그너가 영향을 받은 책은 외진 부르누(Eugene Burnouf)의 1844년 저서인 '불교역사 입문서'(Introduction to the History of Buddhism)라는 책으로서 특별히 그 책에 포함되어 있는 아난다와 프라크리티의 전설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석가모니 부처의 수제자 중의 하나인 아난나(Ananda)와 프라크리티(Prakriti)와의 사랑에 대한 전설이다. 프라크리티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찬달라(chandala)라는 천민계급이었다. 프라크리티는 찬달라 계급의 불가촉천민 중에서도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시체처리하는 사람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처는 두 사람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프라크리티가 비록 천민이지만 아난다와의 정신적인 사랑의 결합을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프라크리티는 비구니가 되어 평생을 불도를 터득하는데 정진하였다. 바그너는 아난다와 프라크리티의 전설에 깊이 감동하여 그 전설을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했다. 바그너는 아난다와 프라크리티야 말로 진정한 사랑의 승리자라고 믿었다. 바그너는 오페라 '승리자'를 1870년에 바바리아의 루드비히 2세 왕을 위해 공연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완성하지 못했다. 다만, '승리자'의 스토리 중에서 일부가 나중에 완성한 '파르지팔'에 남아 있을 뿐이다.

 

바그너와 바이로차나

                                

조나단 하베이는 아난다/프라크리티의 스토리를 바그너가 이 오페라를 완성하려고 애쓰던 말년의 사정과 혼합하여 하나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두 상황의 혼합이기 때문에 '바그너의 꿈'에는 인도 사람들이 나오는가 하면 바그너의 마지막 날들에 함께 있었던 바그너의 부인 코지마, 바그너의 애인 캐리 프링글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 바그너의 부인인 코지마에 대하여는 누구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캐리 프링글에 대하여는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캐리 프링글은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겸 배우로서 1882년 7월에 바이로이트에서 '파르치팔'이 역사적인 초연을 가질 때에 여섯 꽃 처녀 중의 한 사람으로 선발되어 출연했던 실존여인이었다. 그는 '파르치팔' 출연을 계기로 바그너의 끔찍한 사랑을 받았다. 전생애를 통해서 연애관계가 복잡하고 대단했던 바그너로서 캐리 프링글과의 연애사건은 바그너 생애의 마지막 연애사건일 것이다. '바그너의 꿈'에서 인도 사람들은 모두 노래를 부르지만 바그너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대사만을 말하는 역할이다. 인도 사람들은 6명이 나온다. 아난다(T), 프라크리티(파카티: S), 나이 많은 브라만 사제(B), 석가모니 부처(Bar) 프라크리티의 어머니(MS), 바그너의 가이드 부처인 바이로차나(B)이다. 한편, 실존 인물들로서는 바그너, 코지마, 캐리 프링글, 의사 케플러(Dr Keppler), 하녀 베티(Betty)의 다섯 명이다.

 

바그너와 코지마

                          

오페라 '바그너의 꿈'의 음악은 주로 전자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24명의 앙상블도 마련되어 있다. 베니스의 대운하에서 들리는 보트의 사이렌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프렌치 혼과 트롬본을 사용했다. 또한 바그너와 코지마의 부부싸움 장면에 나오는 음향을 위해서는 작곡자가 직접 알프스의 샤모니에 가서 천둥소리를 취입했다. 2013년 웰쉬 내셔널 오페라의 공연에서는 인도 사람들은 인도-아리안어인 팔리어(Pali)를 사용했으며 바그너를 비롯한 실존 인물들은 독일어 대본을 사용했다. 원래 대본은 프랑스의 극작가 겸 배우인 장 클로드 캐리에르(Jean-Claude Carriere: 1931-)가 영어로 썼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베니스에 왔다. 바그너는 베니스에서 지난 28년동안 숙제로 남겨 두었던 부처에 대한 오페라를 어떻게  해서든지 완성하고 싶은 생각이다. 바그너와 코지마는 소프라노 캐리 프링글이 베니스에 오는 것을 두고 말다툼을 벌인다. 바그너는 심장마비를 일으켜 더 이상 작곡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바그너는 이제 생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불교의 가르침은 죽음에 임박하여서 마음의 평정을 갖는 것이 장래의 윤회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교는 또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운명적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계속될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로차나는 부처 중의 하나로서 바그너의 가이드이다. 바그너는 생전에 완성하지 못한 오페라 '승리자'를 죽기 전에 완성코자 결심한다. 마침내 오페라가 완성된다. 하지만 코지마, 하녀 베티, 의사 케플러, 그리고 바그너의 마지막 연인인 캐리는 바그너가 어떻게 '승리자'를 완성했는지 알지 못하여 혼란스러워 한다. 바그너만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아난다와 파카티

                             

파카티(Pakati)는 여인숙에서 일하는 여자이다. 아난다가 여인숙을 찾아와서 파카티에게 물 한잔을 청한다. 아난다는 부처의 제자이지만 실은 부처의 사촌이기도 하다. 파카티는 아난다에게 이 여인숙은 천민들이 사용하는 허술한 곳이기 때문에 아난다와 같은 귀하신 분이 묵을 곳이 안된다고 말한다. 아난다는 어떤 곳이든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어느덧 사랑에 빠진다. 파카티의 어머니가 아난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부처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알고는 아난다에게 파카티의 참 모습을 환상으로 보여준다. 파카티는 아름답지만 두렵기도 한 여신 바즈라요기니의 모습이다. 파카티의 모습에 압도 당한 아난다는 여신인 파카티를 사랑하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여 파카티를 떠난다. 파카티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파카티는 제자들과 함께 있는 부처에게 달려가서 아난다와 함께 있을 수 없다면 죽음을 택하겠다고 하소연한다. 부처는 파카티에게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준다. 늙은 브라만 승려로부터 신분이 다른데 어떻게 사랑을 하느냐며 조롱을 받은 파카티는 아난다를 찾아서 함께 멀리 도망가려는 생각을 갖는다.

 

바그너와 코지마

                        

부처는 제자들에게 파카티에 전생에 대하여 얘기해 준다. 파카티는 전생에 왕궁의 어떤 사제의 아름다운 딸이었다. 어느날 어떤 가난한 젊은이가 파카티를 보고 마음속으로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파카니는 그 젊은이의 사랑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젊은이는 파카티와 결혼하고 싶은 심정에 자기 아버지에게 간청하여 파카티를 설득해 달라고 한다. 젊은이의 아버지는 모든 수치를 무릅쓰고 파카티에게 아들과 결혼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파카티는 오히려 젊은이의 아버지를 조롱하고 비난한다. 젊은이는 첫 사랑을 잊지 못하여 평생을 결혼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그 젊은이는 전생에 아난다였다는 것이다. 파카티는 아난다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한다. 아난다는 부처에게 파카티를 비구니의 반열에 들어오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브라만 승려는 그런 천민이 비구니가 된다니 말도 안된다고 비난하지만 부처는 만일 파카티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승락한다. 파카티는 아난다와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부처님을 따르는 비구니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난다와 석가모니 부처가 비구니가 된 파카티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바그너는 육신이 점점 쇠약해 진다. 바그너는 그가 '승리자' 오페라를 완성하는 것이 정말로 자기가 선택하는 길인지 의구심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지마에게 용서를 구하고 코지마와 화해한다. 바그너는 바이로차나의 가이드를 받으며 평화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바그너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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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꿈'(Wagner's Dream)은 2012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편을 모두 공연한 것을 영화와 DVD로 제작한 것이다. 여류 감독인 수잰 프룀케(Susan Froemke)가 감독했고 소프라노 데보르 보이그크(Deborah Voigt)가 브륀힐데의 역을 맡은 대작이다. 특별이 이번 공연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첨단적인 스테이지 머신을 최대로 활용한 환상적인 것이어서 찬사를 받았다. DVD를 구해서 꼭 한번 보아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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