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로버트 앨드릿지의 '엘머 갠트리' - 38

정준극 2013. 8. 1. 20:22

엘머 갠트리(Elmer Gantry)

로버트 앨드릿지(Robert Aldridge)의 2막 오페라

 

'엘머 갠트리'의 원작자인 신클레어 루이스

             

1960년대에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헐리우드 영화인 '엘머 갠트리'를 기억할 것이다. 버트 랭카스터, 진 시몬즈, 셜리 존스가  주연한 영화이다. 감독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1958), '폭력교실'(Blackboard Jungle: 1955) 등을 감독한 거장 리챠드 브룩스였다. 영화 '엘머 갠트리'는 미국의 유명한 가수인 패티 페이지가 직접 출연하여 부드러운 음성으로 성가를 불러서 더욱 감동을 준 작품이었다. '엘머 갠트리'는 미네소타주 출신의 해리 신클레어 루이스(Harry Sinclair Lewis: 1885-1951)의 1926년도 소설이다. 그 '엘머 갠트리'를 미국의 중견 작곡가인 로버트 앨드릿지(Robert Aldridge: 1954-)가 2막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오페라의 대본은 허셸 가페인(Herschel Garfein: 1958-)이 썼다. 허셸 가페인의 어머니는 '기적' '자이안트' 등에 출연했던 뛰어난 미모의 영화배우 캐롤 베이커(Carroll Baker: 1931-)이며 아버지는 영화감독인 잭 가페인(Jack Garfein: 1930-)이다. 여담이지만 그렇게 예쁘던 캐롤 베이커도 2013년으로 어느덧 82세의 노파이니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잭 가페인은 유태계 체코인으로서 2차 대전중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끌려 갔다가 홀로코스트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람이다. 오페라 '엘머 갠트리'는 2007년 11월에 테네시주의 내쉬빌 오페라가 초연했다. 대성공을 거둔 공연이었다. 그후 2008년에는 뉴저지주 몽클레어주립대학교에서 공연되었고 2010년에는 위스칸신주 밀워키에 있는 플로렌타인 오페라가 공연을 했다. 이 2010년 3월의 공연실황이 낙소스 레벨로 취입되어 CD로 나왔으며 이것이 2012년 제 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기술 앨범 상(Best Engineered Album, Classical)을 받았다. 최우수 기술 앨범상은 한국인인 황병준과 존 뉴턴(엔지니어), 제시 루이스(마스터 엔지니어)가 공동으로 받았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페라 '엘머 갠트리'는 54회 그래미시상식에서 최우수클래식작곡상(Best Contemporary Classical Composition)도 받았다. 작곡자인 로버트 앨드릿지와 대본가인 허셸 가페인이 공동으로 받았다.

 

엘머와 샤론

 

오페라 '엘머 갠트리'는 장기간의 산고 끝에 태어난 작품이다. 처음 기획된 후 초연되기 까지는 거의 2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보스턴 리릭 오페라였다. 1992년 보스턴 음악 프로젝트가 주관한 워크샵에서 1막만이 제작되어 선을 보였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보스턴 리릭 오페라가 나중에 제작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그후 '엘머 갠트리'는 빛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2003년에 내쉬빌 오페라가 제작하겠다고 나섬으로서 생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에 내쉬빌 오페라가 초연을 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오페라의 시놉시스는 영화와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인 줄거리는 같다.

 

성전에서의 엘머와 샤론. 샤론은 엘머가 청혼하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그 사역이 우선이라면서 청혼을 거절한다.

 

[1막] 어떤 주점이다. 엘머 갠트리는 터윌링거대학 축구팀의 주장이다. 이 학교는 신학대학으로서도 유명하다. 엘머 갠트리(Elmer Gantry: Bar)는 주점에서 룸메이트인 프랭크 샬라드(Frank Shallard: T)를 비롯해서 친구들에게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여 모두를 웃기고 있다. 어떤 젊은이가 다가와서 엘머에게 '계집애같은 성경학교에 다니는 주제에 축구라니 웃긴다'라며 조롱한다. 엘머가 그 젊은이에게 다른 것은 참아도 예수 그리스도를 모욕한 것은 참을수 없다고 하며 주먹을 날린다. 이어 다른 학생들이 싸움에 가담하여 주점 안은 당장 난장판이 된다. 다음날, 트윌링거대학의 학장인 베인스 목사님(Rev. Baines: B)이 엘머를 기도회에 나오도록 한다. 베인스 학장은 엘머가 그 전날 밤에 어떤 젊은이가 예수 그리스도를 모욕한데 대하여 당당히 맞선 것을 치하하며 신학교에 다니겠다면 풀 스칼라쉽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때 베인스 학장의 딸 룰루(Lulu Baines: S)가 무슨 일이 있어서 아버지인 베인스 학장을 만나러 들어온다. 엘머는 예쁜 룰루를 보자마자 당장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엘머는 룰루와 가깝게 지내려면 베인스 학장의 신임을 얻고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학교로 전과하고 또한 세례를 받아 나중에 성직자가 되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룰루는 교내 YMCA 회장인 에디 휘슬링거(Eddie Fislinger: T)와 이미 약혼한 사이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휘슬링거는 학교에서 축구팀장으로 알려진 엘머가 신학교에 들어가고 또한 성직자가 되는 것은 선교사업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여 엘머에게 신학교의 풀 스칼라쉽을 받아 들이라고 권고한다. 휘슬링거는 엘머가 룰루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부흥집회의 장면. 엘머는 뛰어난 언변으로 부흥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헌금을 더 내도록 한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다. 엘머는 신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다. 어느날 엘머는 농기구 몇개를 몰래 가지고 나와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마련한 후에 룰루를 데리고 인근 마을에 나가서 결국 룰루와 섹스를 나눈다. 엘머는 약혼까지 한 룰루를 범한 것을 마음 속으로 후회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마을에 부흥전도단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엘머는  마음을 정리할 계기를 갖기 위해 부흥회에 참석키로 한다. 부흥회에 참석한 엘머는 부흥사인 샤론 활코너(Sharon Falconer: MS)를 보고 그만 말할수 없이 황홀한 매력을 느낀다. 그때 룰루가 엘머의 친구인 프랭크와 함께 부흥회에 참석한 엘머를 찾아온다. 룰루는 엘머에게 자기와 가졌던 섹스가 사랑해서 그랬다는 고백을 확인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할것인지를 따지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러나 부흥사인 샤론에게 마음을 빼앗긴 엘머는 더 이상 룰루에게 관심이 없다. 엘머는 룰루를 모욕을 주어 쫓아낸다. 룰루가 절망 가운데 떠나자 엘머는 부흥사인 샤론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샤론은 엘머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엘머는 샤론이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가버리자 분노한다.

 

엘머와 샤론. 엘머는 버트 랭카스터처럼 좀 뻔뻔하고 야비하게 생겨야 하는데 오페라의 엘머는 너무 착하게 생겼다.

 

그로부터 또 얼마의 세월이 흘렀다. 엘머는 미주리주의 제니스에서 사업을 하여 크게 성공한다. 그러던 어느날 샤론이 제니스를 찾아온다. 성전건축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사회봉사 자선단체인 엘크회의 모임에 온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엘머는 성전건축의 필요성에 대하여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하여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샤론도 엘머의 연설에 감동하여 엘머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로부터 또 반년이 지난다. 룰루와 에디는 마침내 결혼하여 미주리주의 케이토에 신혼살림을 차린다. 에디는 엘머가 샤론과 함께 성전건축 사업을 정신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떻게 저런 야비한 인간이 그런 사업을 할수 있느냐고 생각하여 엘머에 대한 증오심과 질투심을 갖는다.

 

엘머가 부흥회에 오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있다.

                           

[2막]이제 엘머는 샤론이 주도하는 대성전 건축사업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활동한다. 엘머는 부흥단의 2인자가 된다. 엘머는 드디어 샤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샤론은 엘머에게 성전건축을 위해 헌신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언젠가는 하늘의 보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이므로 사랑을 할 입장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엘머는 다시 상당한 갈등에 빠진다. 성전건축 사업은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제니스의 사업가인 T.J. 릭(Rigg: B-Bar)이라는 사람이 재정적으로 크게 도와주어서이다. 에디와 룰루와 베인스 목사님이 성전건축 현장을 찾아온다. 에디와 베인스 목사님은 성전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 같아서 실망한다. 한편, 룰루는 엘머가 정열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다시금 엘머에 대한 로맨틱한 감정이 솟아 오른다. 엘머의 친구인 프랭크가 엘머를 찾아온다. 프랭크는 엘머에게 성공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이며 그 댓가는 클 것이라면서 걱정한다. 엘머와 프랭크는 교회에서의 신앙생활도 새로운 추세에 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청교도적인 전통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사항을 두고 격론을 벌인다. 이제 엘머는 부흥사인 샤론 보다도 더 인기가 높은 부흥사의 역할을 한다.

 

부흥집회의 장면

                        

1년이란 세월이 지난다. 그동안 엘머와 룰루는 다시금 불륜의 불을 지피며 지낸다. 그런 사실을 에디는 일부러 모른척 한다. 그러면서 때가 되면 엘머의 부도덕한 생활과 사기행각을 폭로할 작정이다. 그날도 엘머는 룰루와 거의 완공된 대성전의 한 구석에서 밀회를 한다. 그 장면을 에디가 숨어서 지켜본다. 그러나 엘머가 룰루와 밀회를 갖는 것은 어디까지나 섹스를 위해서이다. 야심이 있는 엘머는 샤론과 결혼할 생각이다. 드디어 엘머가 샤론에게 정식으로 청혼한다. 샤론은 엘머의 과실을 알고 있지만 엘머같은 열정적인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부흥사업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청혼을 받아 들인다. 마침내 대성전이 완공되어 봉헌의 날이 다가온다. 무대에는 대형 십자가가 전기불을 밝히여 세워진다. 대성전의 봉헌일은 마치 축제의 날과 같다. 모두들 기분이 들떠서 소리 높여 찬양을 한다. 그때 에디와 룰루가 사람들의 앞에 나서서 엘머의 사기행각을 폭로한다. 성전안은 당장 소란해 진다. 엘머는 샤론에게 자기의 죄과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샤론은 기독교는 용서의 종교라는 것을 얼핏 생각한다. 그때 대형 십자가에 설치한 전기가 합선을 일으켜 불길이 치솟는다. 샤론은 엘머가 지금까지 자기를 속여 온것을 드디어 알고는 놀람과 함께 두려워한다. 샤론은 엘머가 어서 자리를 피하라는 말을 거절하고 불길 속에 남는다. 엘머는 불길을 피하여 도망하지만 샤론과 샤론을 따르는 몇몇 사람들은 결국 불길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다. 엘머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행상을 한다. 엘머는 자기가 파는 물건이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이라고 선전하지만 속으로는 따분하게 생각한다. 그러던 중에 닥터 빈치(Dr Binch)라는 사람을 만난다. 닥터 빈치는 엘머가 팔러 다니는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했다는 사람이다. 빈치는 엘머에게 고통과 괴로움이 있다고 해도 먼 앞날의 영광을 위해 낙심하지 말라고 하면서 위로한다. 엘머가 과거에 써먹었던 구절이다. 하지만 엘머는 후회와 낙심 속에서 살지 않을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의 비극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엘머 갠트리' 포스터. 샤론역의 진 시몬즈, 엘머 역의 버트 랜카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