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샤를르 구노의 '피묻은 수녀' - 39

정준극 2013. 8. 29. 10:49

피묻은 수녀(La nonne sanglante) -  The Bloody Nun

샤를르 구노의 5막 오페라

파리 오페라가 '불결하고 추잡하다'고  하여 공연 중지한 오페라

 

샤를르 구노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는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등 세기적 걸작 오페라들을 남겨 누구나 기억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의 '피묻은 수녀'는 비록 5막의 대작이며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놓아져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오페라는 1854년 10월 18일에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되고 이어 계속 공연되는 중에 새로 임명된 프랑수아 크로스니에(Francois Crosnier)라는 파리 오페라의 감독이 이 오페라의 스토리에 대하여 느닷없이 '불결하고 추잡한'(pareilles ordures) 작품이라고 비난하며 공연을 금지하는 바람에 더 이상 공연되지 못하고 중도하차 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로 이 오페라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21세기에 들어와서 다시 조명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서 이제는 상당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전 5막의 '피묻은 수녀'의 대본은 유명한 외진 스크리브(Eugene Scribe)가 제르맹 들라비뉴(Germain Delavigne)와 공동으로 썼다. '피묻은 수녀'는 1854년 10월에 파리 오페라의 살르 르 플르티에(Salle Le Peletier)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파리 오페라의 감독은 네스토 로케플랑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구노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얼마후에 로케플랑과 사이가 나쁜 크로스니에가 감독으로 임명되자 당장 '피묻은 수녀'의 공연을 금지하라고 지시함으로서 막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오페라에는 불결하고 추잡하다고 비난 받을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파리 오페라의 살 르 플르티에에서의 공연장면

                                

'피묻은 수녀'의 스토리는 대체로 영국의 극작가인 매튜 그레고리 루이스(Matthew Gregory Lewis: 1775-1818)의 소설인 The Monk(수도승)를 바탕으로 했다. 매튜 그레고리 루이스는 1796년에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푸친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괴기소설인 The Monk를 발표하여 큰 인기를 끈 작가이다. The Monk가 유명해지자 사람들은 그를 Monk Lewis라고 불렀다. The Monk 는 영화로도 여러편 제작되었다. 이렇듯 유명한 소설이기 때문에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고자 시도했다. 그 중에는 베르디와 베를리오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처음의 몇 장면에 대한 스케치만 해 놓고 포기하였다. 그것을 구노가 집어들어서 오페라로 만들었다. 오페라 '피묻은 수녀'의 등장인물들은 뤼도르프 백작(Le comte Ludorf: B), 몰더 남작(Le baron Moldaw: B), 뤼도르프 백작의 아들인 로돌프(Rodolphe: T), 몰다브 남작의 딸인 아네스(Agnes: S), 은둔자 피에르(Pierre l'ermite: B), 아네스가 변장한 피묻은 수녀(la nonne sanglante: MS), 로돌프의 종자인 아서(Arthur: S) 등이다. 이밖에 뤼도르프 백작의 큰 아들인 테오발드(Theobald)는 실제로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어 대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프랑스 스타일이다.

 

The Monk(수도승)의 저자인 영국의 매튜 그레고리 루이스

                    

'피묻은 수녀'의 시대적 배경은 11세기이며 장소는 보헤미아 지방으로 되어 있다. 1막은 몰더 남작의 성이 무대이다. 막이 오르면 몰더 남작의 가신들과 뤼도르프 백작의 가신들이 서로 엉켜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집안은 대대로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다. 그때 갑자기 은둔자 피에르가 나타나서 두 집안 사람들의 싸움을 말린다. 그러면서 십자군 전쟁에 나갈 사람들을 모집하러 왔으므로 제발 두 집안이 싸우지 말고 이방인들을 몰아내는 전투에 참가해 달라고 당부한다. 은둔자 피에르의 아리아가 Dieu puissant(하나님의 권능으로)이다. 피에르는 두 집안의 증오관계를 끝내기 위해서 몰더 남작의 딸인 아그네스와 뤼도르프 백작의 아들인 테오발드가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몰더와 뤼도르프는 그같은 제안을 신의 이름으로 받아 들이고 서로 신뢰로서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그런데 실상 아그네스는 뤼도르프 백작의 작은 아들인 로돌프를 사랑하고 있다. 이어 몰더는 뤼도르프와 그의 가신들을 자기의 성으로 초청한다. 뤼도르프 백작의 작은 아들인 로돌프는 사랑하는 아그네스가 형인 테오발드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분노한다. 로돌프와 피에르의 듀엣이 En vain la discorde inhmaine(어찌 사람으로서 이런 일을 할수 있는가)이다. 피에르는 로돌프를 진정시키고 위로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피에르가 다른 지역에서 십자군을 모집하러 떠난다. 로돌프를 만난 아그네스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수 없다고 잘라서 말한다. 아그네스와 로돌프의 듀엣이 Mon pere d'un ton inflexible(나의 아버지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이다.

 

'피묻은 수녀' 음반 커버

 

로돌프는 아그네스에게 그날밤 성의 북쪽 망루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로돌프는 한밤 중에 아그네스가 망루로 나오면 사람들이 보는데서 아그네스를 납치한 것처럼 보여서 두 사람이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이다. 그러나 아그네스는 밤중에 망루에 가기를 꺼려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날 밤이 전설적인 '피묻은 수녀'가 나타나는 날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피묻은 수녀의 혼령이 1년에 한번씩 나타나서 몰더성의 이곳저곳을 배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만은 성안의 모든 문을 열어 놓고 수녀의 혼령이 마음대로 다닐수 있도록 해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아그네스가 꺼려하자 로돌프는 그런 전설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피묻은 수녀의 혼령이 성안을 돌아다니면 두려워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잘되었다고 말한다. 로돌프는 아그네스에게 아그네스가 '피묻은 수녀'처럼 변장하면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성 밖으로 무사히 빠져 나갈수 있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들은 아그네스는 두려워한다. 그때 갑자기 뤼도르프 백작과 몰더 남작을 비롯하여 이들의 가신들이 쏟아져 나타난다. 이들의 합창이 Que vois-je 이다. 로돌프가 아버지 뤼도르프 백작에게 아그네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수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뤼도르프 백작은 비록 아들이지만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로돌프를 추방한다. 모두들 로돌프로 인하여 가문의 명예가 더럽혀 졌다며 한탄한다. 아그네스는 그러한 혼란한 틈을 이용해서 로돌프에게 작은 소리로 오늘 밤에 망루로 나가겠다고 말한다.

 

'피묻은 수녀'

 

2막은 몰더 성문으로 향하는 길이 무대이다. 농부들이 즐거운 모임을 갖고 있다가 밤이 되자 흩어진다. 로돌프의 몸종인 아서가 나타나서 '피묻은 수녀'에 대한 전설을 얘기하며 자기의 주인이 어떤 귀부인과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을 덧 붙인다. 아서의 노래가 L'espoir et l'amour(희망과 사랑)이다. 로돌프는 아서에게 귀부인을 만난 후에는 당장 떠나야 하니 준비를 단단히 해 놓으라고 지시한다. 아서를 보내고 난후 로돌프는 자정의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자정의 종이 울리자 로돌프는 공연히 심란하여서 오히려 침착하지 못한다. 잠시후 아래 계단을 통해 어떤 여인이 걸어오는 것을 본 로돌프는 그 여인이 아그네스인 것으로 믿고 얼굴을 가린 그 여인에게 다가가서 영원히 성실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여인은 아그네스가 아니라 바로 전설적인 '피묻은 수녀'였다. 로돌프는 아그네스가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피묻은 수녀'의 존재를 더 이상 부인할수는 없었다. '피묻은 수녀'은 로돌프에게 근처에 있는 폐허가 된 고성으로 함께 가자고 말한다. 로돌프가 '피묻은 수녀'와 함께 자기 선조들이 사용했던 폐허의 고성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고성은 마법에 걸린것 처럼 옛날의 화려함을 찾는다. 넓은 홀에는 샹들리에가 빛을 반짝이며 가운데의 커다란 식탁에는 진귀하고 화려한 음식들이 놓여 있다. 어디선가 고통받고 억압받는 백성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로돌프는 그런 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우가 없다. 갑자기 대연회장으로 통하는 문들로부터 로돌프의 선조들의 혼령들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피묻은 수녀'는 로돌프에게 로돌프의 선조들이 나타난 것은 자기들 두사람의 결혼을 축복해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혼령들이 떠나자 '피묻은 수녀'는 이제 로돌프가 자기의 영원한 사람이 되었다고 만족한 듯이 히죽 웃으면서 말한다.

 

'피묻은 수녀'가 말을 타고 달리는 로돌프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

 

3막은 어떤 농가의 넓은 방이 무대이다. 로돌프의 하인인 아서가 주인을 찾아서 이곳까지 온다. 마을 사람들은 아서에게 로돌프가 이곳에서 벌써 몇달 째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드디어 로돌프를 만난 아서는 로돌프에게 형인 테오발드가 전투에서 죽었다고 전하고 그러면 이제 아그네스와 테오발드의 결혼은 없던 일이 되므로 로돌프가 아그네스와 결혼할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로돌프는 난처한 기색이다. 왜냐하면 거의 밤마다 '피묻은 수녀'가 나타나서 로돌프에게 자기와 결혼서약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로돌프와 아서의 듀엣이 Au milieu de l'orage 이다. 아서는 '피묻은 수녀'는 유령일 뿐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로돌프를심시키고자 한. 그러자 돌프는 마음의 평안을 찾은 듯하다. 로돌프의 아리아가 Un jour plus pur 이다. 그런데 '피묻은 수녀'는 마치 매일의 일과를 잊으면 안된다는 듯이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로돌프에게 나타난다. 로돌프와 '피묻은 수녀'의 듀엣이 Mem voice 이다. 로돌프는 '피묻은 수녀'에게 제발 전에 했던 약속을 이제 없던 것으로 해 달라고 간구한다. 그러자 '피묻은 수녀'는 로돌프와의 계약을 파기할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자기를 죽인 사람을 찾아서 복수를 해주면 결혼의 약속에서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로돌프가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피묻은 수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힐수 없다고 말한다. 로돌프는 아그네스와 결혼할수 있다는 생각에 '피묻은 수녀'가 요구하는 대로 하겠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약속한다.

 

4막은 뤼도르프 남작 저택의 정원이 무대이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로돌프는 형인 테오발트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그네스와 결혼할수 있게 된다. 결혼식의 잔치가 열린다. 로돌프의 아버지인 뤼도르프 남작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많이들 드시라고 인사를 나누기에 바쁘다. 뤼도르프 남작의 노래가 Bons chevaliers 이다. 발레 팀이 등장하여 하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멋있는 발레를 공연한다. 오페라의 중간에 발레가 나오는 것은 프랑스 오페라의 오랜 관습이다. 발레가 끝나자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들린다. 이와 함께 '피묻은 수녀'가 나타난다. 그러나 '피묻은 수녀'는 로돌프의 눈에만 보인다. '피묻은 수녀'는 자기를 죽인 문제의 그 남자로서 로돌프의 아버지인 뤼도르프 남작을 손으로 가르킨다. 로돌프는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머지 도저히 결혼식을 마칠수가 없게 된다. 결국 두 집안간의 해묵은 알륵과 증오가 다시 폭발한다.

 

5막은 몰다브성 부근의 황량한 지역이 무대이다. '피묻은 수녀'의 무덤이 보이고 뒤편으로는 은둔자 피에르의 예배처가 보인다. 뤼도르프 남작이 피곤에 지친듯 나타난다. 뤼도르프 남작의 아리아가 Mon fils me fuit 이다. 남작은 아들 로돌프가 벌써부터 자기를 만나주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낙심하고 있다. 뤼도르프 남작은 지난날 자기가 저질렀던 죄에 대하여 응징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한가지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죽기 전에 아들 로돌프를 단 한번 만이라도 만나는 것이다.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뤼도르프 남작은 수풀 속에 숨어서 이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들은 원수의 가문인 몰다브 남작에게 속한 가신들이다. 몰다브 남작의 가신들은 피에르의 예배처에 숨어 있는 로돌프를 급습하여 암살한다는 계획을 얘기한다. 이들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로돌프가 아그네스를 끌고 나타난다. 로돌프와 아그네스의 듀엣이 Toi Rodolphe, parjure et traitre 이다. 로돌프는 아그네스에게 '피묻은 수녀'의 저주를 비로소 밝힌다. 그러면서 로돌프는 차마 자기의 아버지를 죽일 수가 없으므로 멀리 다른 나라로 도망가서 살려고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밤마다 '피묻은 수녀'가 나타나서 결혼서약에 대한 다짐을 하므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아그네스와는 결혼할수 없다고 말한다. 수풀 속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뤼도르프 남작은 아들의 마음에 너무나 감동하여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아들을 살리려는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뤼도르프 남작은 얼른 피에르의 예배처로 들어가서 로돌프 대신에 몰다브 가신들에게 스스로 납치되기를 기다린다. 잠시후 뤼도르프 남작은 몰다브 남작의 가신들이 납치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뤼도르프 남작은 가까스로 납치자들의 손에서 빠져 나와 한쪽에 있는 '피묻은 수녀'의 무덤에 몸을 던진다. 뤼도르프 남작은 아들 로돌프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마침내 복수를 이룬 '피묻은 수녀'는 하늘로 올라가며 자기의 영혼과 뤼도르프 남작의 영혼을 긍휼이 여겨 받아 달라고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