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메조소프라노

케르스틴 마이어(Kerstin Meyer)

정준극 2013. 9. 7. 07:03

케르스틴 마이어(Kerstin Meyer)

스웨덴의 카르멘

 

 

케르스틴 마이어가 1959년에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카르멘으로 등장하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카르멘의 야성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역할을 충분히 소화한 것도 박수를 받았지만 무엇보다 노래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의 케르스틴 마이어는 실은 아주체나로 유명했다. 1952년 스톡홀름의 왕립오페라극장에서 데뷔했던 역할이 아주체나였고 그후에도 몇차례 아주체나를 맡아서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아무튼 케르스틴 마이어는 아주체나가 되었건 카르멘이 되었건 집시 여인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였다. 세계의 오페라계는 스웨덴에서 또 한 사람의 스타가 태어났다고 하면서 찬사를 보냈다. 하기야 돌이켜 보면 스웨덴에서는 인구도 별로 많지 않은데(전체 인구가 서울의 인구보다도 훨씬 적음) 역사적으로 위대한 성악가들이 참으로 여러 명이나 태어났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스웨덴 출신의 위대한 성악가들을 몇 분만 소개하면, 우선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고 하는 제니 린드(Jenny Lind: 1820-1887)가 있고 이어 세기의 미성 유시 비욜링(Jussie Bjorling: 1911-1960), 역사상 최고의 바그너 소프라노인 비르기트 닐슨(Birgit Nilsson: 1918-2005), 다재다능한 소프라노 엘리사벳 쇠더스트룀(Elisabeth Soderstrom: 1927-2009), 배우겸 소프라노인 이사 퀜셀(Isa Quensel: 1905-1981), 역시 배우를 겸한 소프라노인 로아 활크만(Loa Falkman: 1947-), 지성의 메조소프라노 안느 소피 폰 오터(Anne Sophie von Otter: 1955-), 세계의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 말레나 에만(Malena Emman: 1970-),  그리고 케르스틴 마이어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근년의 모습

 

케르스틴 마르가레타 마이어(Kerstin Margareta Meyer)는 1928년에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스톡홀름에서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이어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이탈리아의 시에나와 로마, 그리고 비엔나에서 오페라 성악가가 되기 위해 계속 공부하였고 1952년 24세 때에 스톡홀름의 왕립오페라하우스(쿵글리가 오페란)에서 아주체나로 데뷔하였다. 그후 그는 오페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출연하였지만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도 자주 출연하였다. 그는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카르멘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이어 귄터 슐러(Gunther Schuller)의 '방문'(The Visitation: 1966)에서 미세스 클레본(Mrs Claiborne)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창조하여 오페라 메조소프라노로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어 알렉산더 괴르(Alexander Goehr)의 '아덴은 죽어야 한닫'(Arden Must Die: 1967)에서 앨리스 아덴, 험프리 설(Humphrey Searle)의 '햄릿'(Hamlet: 1968)에서 거트루드를 맡아 고전에서부터 현대까지 어떤 역할이라도 소화할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1960년에는 코벤트 가든에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Les Troyens)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주역인 디돈을 맡아 찬사를 받았고 이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역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에서 클리템네스트라를 맡아 다시 한번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1978년에는 기요르기 리게티의 '르 그랑 마카브르'에서 아만도/스페르만도의 역할을 창조하였다.

 

케르스틴 마이어는 유럽의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러번 오페라에 출연하였다. 중후하면서도 북구의 삽쾌한 공기처럼 맑은 음색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미주지역은 물론 아시아와 호주를 순방하며 콘서트 연주회를 가져 북구 메조소프라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1974년에 글린드본에서 영국 초연인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의 '노부인의 방문'(The Visit of the Old Lady)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고 이어 이듬해에는 뮌헨 초연에 출연하여 중후함을 여실이 보여주었다. 현재는 은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