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이해하기

오페라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준극 2013. 9. 11. 03:50

오페라의 매력은 무엇인가?


오페라는 어렵기만 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오페라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고만 하는 오페라에 집중하는 것일까? ‘오페라는 인간의 폭 넓은 지혜와 찬란한 예지가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웅대하고 귀중한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좀 과장된 말이기는 하지만 이 말의 뜻을 살펴보자. 오페라는 다른 어느 예술 분야보다도 독특하고 화려한 예술 분야라는 뜻이다. 오페라는 영화나 연극, 발레나 일반 연주와는 비교될 수 없다. 오페라는 자체의 독특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예술 분야와 비교해 볼때 본질적으로 색다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쏠로, 앙상블, 합창, 조명, 무대 설계, 오케스트라,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지니는 연기, 현란한 무용, 이 모든 것이 협동하여 조화를 이룬 것이 오페라이다. 간단히 말해서 종합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는 다른 어느 공연 예술 분야보다도 사람들을 열광케 하고 감동을 제공한다.

 

글링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이러한 오페라를 마음 속 깊이 즐기자면 먼저 그 오페라가 과연 어떤 배경의 것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오페라에 대하여 어떤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을 모두 떨쳐 버려야 할 것이다. ‘오페라는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다, 재미없다, 귀찮다, 상류층이나 보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용이 현실적이 아니다, 경제적이 아니다, 비싸다, 시간 낭비다, 공연 시간이 너무 길다, 주인공의 이미지와 출연자가 맞지 않는다’ 등등. 이런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 모든 선입관을 백지로 돌리고 새롭게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핵심 되는 선입감, 즉 오페라를 ‘음악을 곁들인 연극’이라거나 또는 ‘연극을 곁들인 음악’ 이라는 선입감은 제발 과감히 버릴 떨쳐 필요가 있다. 오페라는 다른 어느 예술형태 보다도 중요하며 생명력 있는 독창적인 예술 형태이다. 오페라는 오페라일 뿐이다.

 

메트로폴리탄의 '리골레토'. 프렌치 캉캉도 등장하는 화려한 무대이다.

 

실상 오페라는 어려운 예술 형태가 아니다. 어느 예술보다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페라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종합된 예술 형태이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언어(대사), 사운드(음악), 시각예술(무대)이 종합된 예술이다. 가곡은 언어(가사)와 사운드(반주)가 있지만 시각적 연출이 없다. 교향곡이나 실내악곡은 사운드만 있을 뿐 언어와 시각적 무대가 없다. 그러나 오페라는 이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협동하며 진행된다. 언어(대사)와 연극(스토리)은 사운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게 해준다. 만일 무대에서 오페라 주인공이 ‘나는 너무나 마음이 괴로워 죽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한다면 오케스트라는 그런 분위기를 극적인 연주로서 이끌어 주며 심지어는 대사보다 더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조명까지 어둠침침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분위기가 훨씬 살아날 것이다. 현악곡, 교향곡, 소나타를 들을 때에는 그런 감정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결국 사운드(음악)가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듣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베르디의 나부코에서 아비가일 역의 데니사 하마로바(Denisa Hamarova)

                     

오페라에서는 대사가 음악의 의미를 보강해 준다. 마찬가지로 음악도 대사의 의미를 보완해 준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대단히 격분하여 있다면 음악도 격정적으로 커지고 화음도 혼란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마치 오케스트라 자체가 대사와 마찬가지로 격정적이 사운드가 되기 마련이다. 오페라에서 단골 메뉴중의 하나는 광란이다. 광란의 장면이 나올 때 오케스트라는 어떤 음악을 만들어 주는가? 부드럽게 연결되는 음악으로 뒷받침해 주지는 않는다. 격앙되고 혼돈스런 음악으로서 광란의 모습을 보다 실감 있게 해준다.

 

'돈 조반니'에서 돈나 엘비라, 돈 오타비오, 돈나 안나가 돈 조반니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엘비라는 조이스 디도나토. 어떤 스토리이든지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면 사랑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