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이해하기

오페라에 대한 열가지 오해

정준극 2015. 9. 18. 08:32

오페라에 대한 열가지 오해


지금까지 우리는 오페라의 발달 과정, 즉 연혁을 살펴보았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들에 대하여 일고해 보았다. 이제 오페라는 따분한 과거의 유물이며 일반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불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오페라에 대하여 편견 내지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 잘못된 생각들을 바로 잡아 보도록 한다. 인류 문화의 유산인 오페라를 위하여!

 

베르디의 '나부코'. 테아트로 아르젠티나


1. 오페라는 유명인사, 상류층 사람, 유식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어느 예술 분야든지 자기가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많이 안다고 해서 잘난 체하고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른바 오페라 애호가라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용어를 쓰며(그것도 외국어로) 아주 흡족해한다. 마치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이 오페라 애호가 전용의 VIP클럽에 들어 갈수 있는 패스워드처럼! 그건 아니다. 거의 모든 오페라 작곡가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페라를 특권층이 아닌 일반 대중, 즉 서민을 위해 썼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오페라가 영화였다. 그러므로 오페라가 특출한 사람, 상류층 사람, 많이 배운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는 마치 영화가 특출한 사람, 상류층 사람, 많이 배운 사람만이 보는 것이라는 견해와 같다. 그런 사람만 입장토록 하는 영화관은 없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디토리엄

    

2. 오페라 주인공은 거구의 성악가가 대부분이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전편의 음악을 마스터해야 하고 가사를 암기해야 하며 연기에 재능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페라 주인공을 맡아 하려면 성량이 풍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깡마른 소프라노보다 든든한 체력의 소프라노가 더 기운차게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TV와 영화의 영향이 무척 컸다. 여성으로서 체구가 우람하다는 것은 별로 반가운 평가가 아니다. 기왕이면 날씬해야 인기가 있다. TV가 나오자 오페라 여주인공들은 둔둔한 자기의 모습이 TV에 비쳐지는데 대하여 무척 신경 썼다. TV에서도 ‘제발 살 좀 빼셔요!’라고 노래를 불렀다. 혼자서 TV스크린이 꽉 차게 자리 잡게 되면 다른 사람의 얼굴은 비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날씬해져서 다른 사람들도 배려함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에서 조피

   

전설적인 레나타 스코토(Renata Scotto)는 자기가 출연한 ‘라 보엠’을 TV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뚱뚱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즉각 노력한 결과 40파운드를 감량할수 있었다. 거구의 제시 노만(Jessye Norman)은 100 파운드를 뺐다. 데보라 보이그트(Deborah Voigt)도 70 파운드를 줄였다. TV와 영화는 넉넉한 체구의 소프라노를 우선적으로 캐스팅한다는 종전의 규칙을 깨트렸다. 오늘날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다섯 명 정도의 오페라 성악가가 그대로의 체격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소프라노들은 모두 날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인 이글렌(Jane Eaglen), 샤론 스위트(Sharon Sweet), 알렉산드라 마르크(Alexandea Marc), 벤 헤프너(Ben Heppner), 그리고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는 우람한 체격으로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이들은 거구이지만 놀라운 재능 때문에 거구가 문제되지 않고 있다.


오늘날에는 배우 같은 성악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또는 키리 테 카나와에 이어 안젤라 게오르기유(Angela Georghiu), 카티아 마틸라(Kathia Mattila), 발트라우트 마이어(Waltraud Meier),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algna), 그리고 인기 상승의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 안나 네트레브코(Anna Netrebko), 엘리나 가란차(lina Garanca)등이다. 의심할 나위도 없이 허리둘레의 시대는 지나갔다. 194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를 주름잡았던 데아나 더빈(Deanna Durbin)과 그보다 조금 후의 마리오 란자(Mario Lanza)를 보라! 대단한 배우들이다.


오페라의 여주인공은 당연히 바이킹 스타일의 뿔 달린 투구를 쓰고 거창한 가슴받이를 했으며 창과 방패를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바그너의 오페라 ‘링 사이클’의 경우뿐이다. 정확이 말하자면 발퀴에(Walküre)에서이다. 발퀴리는 전쟁터에서 죽은 영웅들의 영혼을 발할라로 인도하는 역할의 여신이다. 그러므로 바이킹식으로 뿔 달린 투구를 쓰고 있고 가슴받이 갑옷을 입고 있으며 창과 발패를 들고 있는 것이다. 발퀴리 여신은 바그너 이외의 다른 오페라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 오페라 발퀴레는 그다지 자주 공연되지도 않는다.


[발퀴리(Valkyrie)]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 오딘신의 12신녀의 하나. 전사한 영웅들의 영혼을 발할라(Valhalla)에 안내하여 시중든다고 함. ‘발할라’는 오딘 신의 전당. 전사한 영웅들의 영혼이 향연을 받는 장소. 일반적으로는 그리스 신화의 ‘판테온’과 같은 영웅의 전당을 말함. 최근의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할리우드의 영화 아마겟돈에서 우주선의 이름이 발할라인 것은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바그너의 '발퀴레'. 이 정도는 되어야...

    

3. 오페라는 길다?


이 문제 역시 바그너 오페라 때문에 생긴 오해인 것 같다. 몇 몇 바그너 오페라는 공연 시간이 길다. 4-5시간이나 걸리는 것도 있다. 저녁에 시작한다면 어떤 경우에는 자정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가므로 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모든 오페라는 길어야 세 시간이다. 보통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두어 시간 걸린다. 실제로 세 시간이 훨씬 넘는 영화도 상당히 많다. 쉰들러 리스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 허는 세 시간이 넘는 영화이다.


어떤 오페라는 생각보다 너무 짧아서 보통 두 편을 연속해서 공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는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에 함께 공연한다. 한 편만 가지고는 저녁 공연시간을 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푸치니는 어느 때 세 편의 짧은 오페라를 작곡한 일이 있다. 외투(Il Taborro), 수녀 안젤리카(Sour Angelica), 자니 스키키(Gianni Schicci)이다. 세 편을 하루 저녁에 공연토록 하기 위해 짧게 작곡했다.


기네스북 세계기록편 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오페라는 다리우스 미요(Darius Milhaud)가 작곡한 ‘테세우스 구출’(Deliverance of Theseus)이라고 한다. 공연 시간이 7분 37초이다. 어떤 현대 작곡가가 이 기록을 깨기 위해 한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하는데 아직 기네스북의 공인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누가 오페라가 길다고만 말하겠는가?

 

치니의 '자니 스키키'의 한 장면. 단막의 코믹 오페라이다.


4. 오페라 주인공은 죽을 때 시간을 오래 끌면서 죽는다?


어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이다. 주인공 테너가 칼에 찔려 쓰러진다. 가쁜 숨을 내쉰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슨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보지만 이내 떨군다. 이제 거의 목숨을 다 한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아리아를 부른다. 처음에는 여리고 조용하게 시작되던 아리아가 점점 활기를 찾는듯 고조된다. 이윽고 테너는 그 어려운 하이C음을 길게 뽑으며 아리아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는 완전히 쓰러지며 숨을 거둔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칼에 찔리면 아무 말도 못하고 금방 죽는데, 이 테너는 칼에 깊숙이 찔리고 나서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중에도 무슨 기운이 있는지 10분이나 아리아를 부른 후에야 드디어 죽는다. 대단하다!’라고 말한다. 오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참 많다. 오텔로의 데스데모나와 오텔로, 가면무도회의 구스타프 왕(리카르도 백작), 운명의 힘의 레오노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 보엠의 미미, 그리고 나비부인 등등. 모두 죽음을 앞에 두었는데도 기막힌 아리아를 부른다. 아무튼 오페라의 주인공은 진짜로 죽기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을 정리해보자.


첫째,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는 아리아이다. 아리아는 자기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표현하는 노래이다. 아리아를 부르는 것은 스토리의 진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주인공이 중요한 아리아를 부르는 몇 분 동안에는 무대 위에서 다른 어떤 액션도 진행되지 않는다. 시간이 멈추어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주인공이 죽기 전에 10분에 걸친 아리아를 불렀다고 해도 이것은 전체 스토리에서 아주 짧은 순간밖에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더라도 어느 장면에서는 순간에 불과한 씬을 슬로 모션으로 몇 분이나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죽기전에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영화에서의 슬로우 모션으로 생각하면 된다.


둘째, 그렇게 죽기 전에 있는 힘을 다하여 아리아를 부르고 나서야 숨을 거두는 식의 오페라는 불과 몇 편 밖에 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죽어야 하는 다른 모든 오페라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용감하게 그저 비명이나 한번 크게 지른 후 쓰러져 죽는다. 아리아 사절이다. 카르멘이 그렇고 토스카의 스카르피아가 그렇다.

 

베르디의 '오텔로'.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나서 후회하고 있다.


5. 오페라를 보려면 외국어를 알아야 한다?


오페라는 거의 알아듣기 힘들고 읽기도 어려운 외국어로 써있다.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불러야 제격이다.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부른다면 우선 번역이 제대로 안되어 뜻이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보다도 원어가 지니는 뉘앙스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멋이 없다. 외국어로 된 오페라를 보러 가려면 가기 전에 스토리를 확실하게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아리아의 가사는 달달 외울 정도가 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대사를 번역한 책자를 가지고 가서 공연 도중 계속 스토리를 추적하면서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이 경우, 작은 손 전등하나는 필히 가져가야 한다. 옆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던지 말던지 대사 책자를 계속 읽으면서 본다면 그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아이디어 모두 어려운 주문이다. 요즘에는 이를 간파한 극장 측은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좀 투자를 했다. 누구나 볼수 있도록 무대 위편에 전광판을 설치하고 여기에 번역 대사를 실어 주도록 했다. 어떤 극장에서는 좌석마다 작은 개인용 전광판을 설치하여 놓기도 했다. 마치 비행기 좌석에 작은 개인용 화면을 마련해 놓은 것처럼 설치해 놓았다. 그러므로 요즘에는 대사를 미리 바삭하게 알아야 한다든지, 작은 손전등을 가지고 가서 어두운 가운데 줄곧 대사 책을 읽는다든지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배경은 중국이지만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6. 오페라는 지겹고 재미없다?


오페라를 볼때 주인공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면 재미없다. 극장에 설치되어 있는 서브타이틀이 도움을 주겠지만 무대를 지켜보면서 동시에 서브타이틀에 집중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내용을 알아차린다고 해도 어떤 장면은 지루하게 생각되어 결과적으로 재미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특히 그럴 것이다. 바사모(바그너를 사랑하는 모임)특별 회원이라고 해도 으스스한 장면이 나오면 눈을 돌리고 지겨워 할 것이다. 아주 지루하게 생각되는 장면이 계속되더라도 오페라를 재미없는 것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오페라는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예술형태이다. 푸치니의 토스카 마지막 장면을 보라! 음악은 열정적이고 강렬하다. 멜로디는 찬란하여서 자기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싶어진다. 스토리는 비극적이며 인간적이다. 분위기는 긴장감에 고조되어 있고 격앙되어있다. 만일 그 장면을 보는 당시에 맥박, 혈압을 재어 본다면 틀림없이 평상시보다 다른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오페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페라가 재미없고 지겹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관에 불과하다. 오페라는 재미있다. 영화, 미술, 연극, 무용....어느 것보다 재미있다. 오페라는 종합 예술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오페라는 현실적이 아니라는 말도 한다.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우선 오페라의 무대를 보자. 거의 모두 고대 아니면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국의 정취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출연자들은 어떠한가? 모두들 분장을 하고 나온다. 누가 누구인지 알수 없을 정도이다. 독창회, 합창 발표회, 실내악 연주회, 협주곡 연주회, 교향곡 연주회에서는 자기와는 다른 사람으로 완전히 분장하는 일이 없다.


오페라에서는 성악가들이 연주복을 입고 노래하지 않는다. 누더기를 걸치고 노래 부를 경우가 있고 화려한 여왕의 복장으로 무대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오랜 시간 힘들게 노래해야한다. 연기를 겸해야 하기 때문에 노래 부르기가 더욱 힘들다. 휴식할 여유가 없다. 독창회의 경우처럼 두 세 곡을 부른 후에 잠시 들어가 쉬고 나와 다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막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바그너의 링 싸이클(Ring Cycle)에서는 무려 5시간 이상을 무대에 서야한다. 대체로 오페라의 공연시간은 일반 연주회보다 길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페라 주인공들에 대하여 존경과 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 긴 멜로디와 가사를 어떻게 전부 암기해서 노래를 부르는지 놀라울 정도가 아닌가? 여기에 감정을 넣은 연기를 해야 하고 춤이면 춤, 칼싸움이면 칼싸움을 능숙하게 해야 한다. 어찌했던지 출연자들은 그 긴 대사와 음표를 전부 암기해야하고 여기에 연기를 충실히 해야만 한다.


오페라의 가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오페라의 대사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면 외국어에 대한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로 되어 있는 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부르면 언어의 뉘앙스에 따른 음악적 표현과 감정 표현을 정확하게 하기 어렵다. 하기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 자신들도 가사가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모르면서 출연할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가고 하더라도 오리지널 언어로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오페라 무대에서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은-’이라고 아리아를 부른다면 아마 야유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라는 ‘라 돈나 에 모빌레’라면서 원어로 불러야 제맛이 난다.


오페라에서는 여자가 남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남자가 여자 역할을 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40대 중반의 여자가 10대의 소녀 역할을 맡아서 노래 부를 경우가 있는가 하면 20대의 젊은 여자가 노파의 역할을 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푸치니는 자기의 몇몇 오페라에 출연진의 나이를 확실히 표기하여 놓기도 했다. 비록 나이 들어 보이는 성악가가 나오더라도 극중에서 그의 나이는 이러이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오페라의 또 다른 특징은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 주인공이 나중에는 죽는다는 것이다. 칼에 찔려 죽을 경우도 있고(카르멘) 총살당할 경우도 있으며(토스카) 자살 할 수도 있고(나비부인) 독약을 먹고 죽는 경우도 있다(일 트로바토레). 또 불치의 병에 걸려 허약해질 대로 허약한 몸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라 트라비아타와 라 보엠). 그러면서도 참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것은 기운이 하나도 없이 죽어야 하는 때에도 힘든 아리아를 오래 동안 격정적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쓰러져서 당장 목숨이 끊어지는 입장인데도 소프라노와 테너는 마치 그 어느 때보다도 최상의 콘디션에 있는 듯 가장 높은 음을 내며 아리아를 부른다. 이것이 오페라이다.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호수무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오페라를 감상하는 기쁨이 배가된다.


7. 오페라에 가려면 정장을 입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잘못된 선입관이다. 물론 정장을 하고 가는 것이 남들 보기에도 좋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입고 갈만한 옷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아무튼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오페라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이런 선입관을 버려야 할 것이다. 오페라를 보려면 반드시 정장을 해야 한다는 법칙은 아무데도 없다. 다만, 몇 가지 금지 조항이 있기는 하다. 세계 공통적으로 일곱 살 미만 아이들은 되도록 데리고 오지 말 것, 공연 도중 음식을 먹지 말 것, 사진 찍지 말 것, 술 마시고 들어오지 말 것 등등이다. 요즘엔 핸드폰 전원 끄기가 필수 준수사항으로 되어 있다. 이런 조항들은 어느 공연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옷이야 입고 싶은 대로 아무거나 입으면 된다. 청바지를 입던 티셔츠를 입던 자기가 편하고 좋으면 그 뿐이다. 오페라에 정장을 차려입고 오면 분위기가 좋게 될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걸치고 온다든지, 아무 신발이나 찍찍 끌고서 온다든지 하는 것은 위대한 작곡자와 그의 위대한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저 남이 보기에 너무 흉하지 않은 의상을 입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없는 살림에 드레스 빌려서 입고 올 필요까지는 없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나의 국립오페라극장(비너 슈타츠오퍼)의 경우를 보자. 신사들은 검은 양복, 흰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온다. 숙녀들은 밍크코트에 다이아몬드(대체로 인조이겠지만) 또는 진주 목걸이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온다. 보기에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를 신은 젊은이들도 많다. 이런 캐주얼에 대하여 무어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각각 자기들 멋이니까! 다만, 아직도 관례적으로 정장을 입는 경우가 있다. 세계 초연의 오페라일 경우에는 예의상 남자는 턱시도를 입고 나비 넥타이를 매며, 여자는 가운이나 드레스를 입는다. 작곡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다. 물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8. 오페라 내용은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오페라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실생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거의 모든 오페라의 내용은 바로 우리의 일상과 한 치의 차이도 없는 똑 같은 것이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스토리는 바로 오 제이 심슨(O J Simpson)케이스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유명한 메네데즈 형제(The Menedez Brothers)의 살인사건은 어떠한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와 다를 바가 없다. 남매가 합작하여 부모를 살인하지 않았던가?


오페라에는 사랑, 우정, 욕망, 질투, 탐욕, 헌신, 배반, 정의, 불의, 행복, 고통, 환락, 도덕 등 인간 생활의 모든 사정이 다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오페라인지 뭔지는 비현실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라는 주장은 지나친 생각이다. 그 오페라가 작곡되었던 시대와 오늘날의 시대를 비교해 보면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1백년전에 작곡된 오페라라고 해도 그 상황은 오늘날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피리미드 안에도 ‘요즘 젊은 아이들, 버릇없다’라는 뜻의 글이 적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오페라가 현실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못 마땅한 생각으로 감상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페라는 현실적으로 가장 훌륭한 예술분야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을 가장 즐겁게 해주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아무리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제작되었다고 해도 평면스크린에 펼쳐질 뿐이다. 발레가 훌륭하다고 해도 대사가 없으므로 무언극을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독창이나 합창이 아무리 훌륭하고 그 나름대로 예술적 향기가 있다고 해도 오페라의 종합적 예술 세계는 따라 갈 수 없다.


9. 오페라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구미에 있는 유명한 오페라 극장의 웬만한 좌석은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훨씬 넘는다. 어떤 공연에는 입장료가 수십만원 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비싸!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대답은 ‘그렇다!’ 일수도 있고 ‘아니올시다!’ 일수도 있다.


오페라 공연에는 엄청난 제작비가 든다. 무대 장치, 의상, 오케스트라, 높은 출연료를 지불해야 하는 정상급의 성악가들, 선전,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 누가 돈을 내는가? 후원회가 있어서 재정지원을 한다지만 제작자의 말에 의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장권 판매로 부족한 재정을 어느 정도 충당해야 한다.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느 오페라 공연이든지 티켓 판매만으로는 절대로 제작비를 뽑아내고 이익을 남길 수 없다. 따라서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입장료를 좀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돈을 좀 비싸게 내고 오페라 공연을 보았다고 하자! 손해 봤다는 생각은 절대로 할 필요가 없다. 손해가 아니라 얻는 것이 더 많다. 우선, 평소에는 만나지도 못하는 유명 성악가들의 연주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해도 대단한 이득이다. 세계 유명 성악가는(예를 들어 루치아노 파바로티, 미렐라 프레니 또는 키리 테 카나와 등) 한번 공연에 수천만원까지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런 성악가들의 연주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입장료가 조금 비싸다고 해서 걱정하는 것은 쪼잔한 일이다.


무대 장치는 어떠한가? 스테이지를 파리로 만들기도 하고 이집트로 만들기도 한다. 얼마나 멋있는가? 환상적인 조명, 상상을 초월하는 특수 효과, 세계적 명성의 대규모 합창단과 교향악단, 그리고 발레단, 여기에 수백명에 달하는 백스테이지 스태프(Back stage staff)! 실제의 무대는 어떠한가?  코끼리들의 행진, 말을 타고 하늘을 나는 발퀴리 여신, 창과 방패를 든 로마 군인들, 중국의 황제, 페르시아 공주, 스페인의 공작, 일본의 게이샤, 서부의 아가씨, 파리 사교계의 화려한 파티, 왕궁의 무도회....우리를 역사의 한 순간으로 안내하며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치도록 해준다. 그러므로 입장료가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만일 공연이 지겨웠다면 입장료는 비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재미를 느끼지 못했으니 돈이 아까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그 많은 고생과 수고 끝에 무대에 올린 오페라가 아니던가? 오페라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수고하신 분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조금 비싸게 돈을 주고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해서 억울해 할 일이 무엇 있겠는가?


메트로폴리탄의 '투란도트' 무대

 

10. 오페라 성악가들은 돈을 많이 번다?


‘무대에 몇 시간 등장한후 상당한 액수의 출연료를 챙겨서 집으로 간다? 와! 그거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무대에 촐연했다가 돈을 받고 집으로 가고 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다.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대에서 몇 시간 동안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절대로 아니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달이 걸리든지 죽을 힘을 다하여 연습해야 한다. 상당히 많은 액수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했지만 그런 성악가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일반 출연자들은 교통비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을 뿐이다. 그리고 분장! 특히 여성 출연자들은 미리 분장실에 나와서 두어시간이나 분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면 무대에 올라서기도 전에 진이 빠질수도 있다. 그걸 모두 참고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다.


모든 예술 중에서 공연예술만큼 힘들고 어려운 분야는 없다. 공연 예술의 정수라고 하는 오페라에 있어서는 말 할 필요도 없다. 당장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미술전람회를 보라! 작품을 전시하면 그것으로 한달이건 두달이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무대예술은 다르다.  평소에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대에 올라와서 그저 잠시 삐걱만하면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처럼 당장 평가를 받는다. 무서운 무대이다. 오페라 성악가들은 거의 초인과 같아야 한다. 공연에 즈음해서 건강에 조금이라고 이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연 도중,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있어도 용납이 안 된다. 만일 실황 중계되는 공연이라든지 또는 비디오를 위한 공연이라면 단 한 번의 실수를 한다면 명성에 손상을 입느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격이다. 성악가는 올림픽 출전 선수와 같다. 아무리 오랜 기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해도 실전에서 단 한 번의 실수를 하면 메달을 따지 못한다. 그러므로 오페라에 출연하는 정상의 성악가들이 출연료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못 마땅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만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주연급)은 최상의 콘디션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노래를 불러야 하며 여기에 수준 높은 연기까지 곁들여야 한다. 보통 두세 시간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 바그너의 어떤 오페라는 공연 시간이 다섯 시간이 넘는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마리아 칼라스는 파리에 오면 최고급 호텔인 리츠에만 묵는다. 그리고 비행기는 당연히 훠스트 클래스이다. 최고급 승용차에 밍크 코트.


● 그리고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다!


할리우드의 거장 영화감독이 출연진을 선정할 때에는 생김새를 우선 본다. 착하게 생긴 배우를 악당의 역할로 캐스팅해서 쓰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험악하게 생긴 배우를 순진하고 착한 배역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영화나 연극에서는 출연진들의 생김새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무리 연기력이 훌륭하다고 해도 줄리엣 역할의 배우를 정말이지 '아니올시다'로 생긴 여배우를 캐스팅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모습이 아니라 음성으로 출연자를 선정한다. 아무리 잘 생기고 젊다고 해도 음성이 좋지 않으면 캐스팅할 수 없다. 여주인공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줄리엣(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는 15세이다. 루치아(람메무어의 루치아)의 나이는 16세이다. 대부분 청순가련한 오페라 여주인공들의 스토리 속에서의 나이는 20대 남짓이다. 질다(리골레토), 조피(장미의 기사), 마농(마농 레스꼬), 타티아나(유진 오네긴), 엘자(로엔그린), 마리(연대의 딸) 등등은 모두 20대 안된 젊은 여인들이다. 오페라에서는 이런 역할들을 중후한 나이에 중후한 체구를 지닌 성악가들이 맡아서 한다. 그래야 두세 시간동안 그 어려운 노래를 부를수 있다. 그러므로 소설속의 청순한 주인공에 대한 이미지만을 생각하면 '이게 아닌데!'라는 억울한 생각이 들겠지만 오페라에서는 모든 것을 목소리가 말해주므로 먼저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으로 올리비아 핫쎄와 같은 아가씨를 연상했는데 듬직하고 선이 굵은 조안 서더랜드가 나왔다든지, ‘템플 기사와 유태 처녀’에서는 영화 흑기사를 연상하여서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생각했는데 대단한 체구의 몽세라 카바예가 나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불평을 발설한다는 것은 정말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천상의 소리와 같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무도 따를수 없는 테크닉의 성악가가 출연했다면 그것으로 올리비아 핫쎄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물이 좋으면 당연히 금상첨화겠지만...그건 그렇고 요즘에는 오페라 아티스트들, 특히 소프라노의 경우 아주 예쁜 여인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어서 감격을 안겨준다. 예를 들면 러시아 출신의 안나 네트레브코 등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안나 네트레브코도 이미 상당한 나이가 되었다. 


'마농'에서안나 네트레브코 


● 오페라 주인공들은 체격이 우람해야 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훌륭한 발성, 풍부한 음량, 뛰어나 기량만 있으면 날씬한 사람이거나 우람한 사람이거나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오페라의 출연자들이라면 우선 성량이 커야한는 것이다. 출연자들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케스트라의 거창한 음향을 뚫고 객석 저 끝까지 똑 같은 소리로 울려 퍼져야한다. 마이크를 입에 바짝 대고 노래 부르는 뽕짝 가수나 요즘의 립싱크 전문업체에 등록되어있는 나이 어린 가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체적으로 풍부한 성량은 든든한 체격에서 나온다. 합당한 예가 되지는 않겠지만, 독일의 세파트는 프랑스의 치와와보다 더 큰 소리를 낼수 있다. 스위스의 하이퍼와 같은 소는 동남아에서 날마다 힘들게 고생만 하고 일하는 소보다 더 우렁차고 맑은 소리를 낼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풍부한 성량은 반드시 우람한 체격에서만 나온다고 할수 없다. 중요한 것은 폐활량이며 발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주인공들을 보면 대체로 훌륭한 체격들을 갖추고 있다. 바그너 오페라 주역들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몇 시간에 걸친 무대 연주를 충분히 완수하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과학적 발성법이 체계를 잡기 이전에는 더구나 그러했다. 1900년대 초반으로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바그너 오페라에 출연했던 소프라노들을 보면 알수있다. 그러나 적당히 날씬하면 금상첨화!


로시니의 '세미라미데'에서 타이틀 롤의 안젤라 미드. 상당히 둔둔한 체격이다. 그래서인지 소리가 대단하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왜 어떤 오페라들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글룩의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베토벤의 ‘휘델리오’,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또는 ‘후궁에서의 도주’, 베버의 ‘오이리안테’...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자주 공연되어야 마땅한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나 보면 라 보엠, 나비부인, 토스카, 라 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이런 작품들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왜 그런가? 현대식 오페라극장은 너무 넓어서 문제이다. 이런 극장에서는 글룩이나 모차르트와 같은 섬세하고 세련된 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다른 이유도 있다. 현대 사람들은 고대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다. 오늘날의 스토리를 더 선호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나 ‘돈 조반니’는 공연하기에 매우 어려운 작품들이다. ‘돈 조반니’의 경우, 적어도 세명 이상의 정상급 프라마 돈나가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은 잘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렇다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마술피리’에 적합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찾는 일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옛날 오페라는 레시타티브 파트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관객들로서 음악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대사를 듣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번역한 대사를 듣는 것도 어색하며 이탈리아어로 된 대사를 듣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최근의 오페라들에는 음악 없이 건조하게 진행되는 대사 파트가 거의 없다. 휘델리오에서도 대화체의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대화를 들어야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속되면 싫증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그랜드 오페라에서 대화체의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면 심심한 일이다. 베버의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대화체 대사가 자주 등장하는 징슈필과 사촌간이다.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에카테리나 바카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