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궁전/슐로스 쇤브룬

쇤브룬 동물원(Tiergarten)

정준극 2013. 9. 17. 15:35

쇤브룬 동물원(Tiergarten)

1752년에 프란시스 1세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설립

 

쇤브룬 동물원 입구

                     

쇤브룬의 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부터 260여년 전인 1752년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프란시스 1세가 현재의 동물원을 시작했다. 1752년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이 산 정조가 임금이 막 되었던 시절이다. 프란시스 1세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부군이다. 국내외 정치는 와이프인 마리아 테레지아가 다 알아서 하므로 프란시스 1세는 명색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지만 별로 하는 일이 없어서 여자들과 데이트나 하던지 그것도 심심하면 이것저것 취미생활을 하는 중에 동물에도 관심이 있어서 동물원을 만들었던 것이다. 쇤브룬 동물원은 아드리안 반 스테크호벤(Adrian van Stekhoven)이라는 사람이 설계를 했다. 이름을 보니까 네덜란드 사람인듯 싶다. 당시에는 오늘날 처럼 일반대중들이 유원지처럼 드나드는 동물원이 아니라 황실 전용의 동물원(Menagerie)이었다. 동물원이라는 영어 단어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Zoo 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금 쇤브룬의 경우에서 표현된 Menagerie 이다. Zoo는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동물원을 말하며 Menagerie는 가족이나 어떤 특수 집단을 위해 만든 동물원을 말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쇤브룬의 동물원은 1752년에 우선 Menagerie로서 설립되었다가 프란시스 1세의 아들인 요셉 2세 황제 때에 일반에게 공개되어 Zoo가 되었다.

 

한 여름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요셉 2세는 쇤브룬동물원에 대하여 '아니,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만들어 놓았는데 우리 식구들만 보면 되느냐? 다른 사람들도 구경할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1779년이었다. 요셉 2세는 한 술 더 떠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탐험대를 보내어 쇤브룬의 동물원에 입주시킬 동물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몇년후 탐험대는 여러 동물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래도 너무 키가 큰 기린은 데리고 오지 못했다. 기린이 천신만고 끝에 쇤브룬 동물원의 식구가 된것은 1828년이었다.  기린이 비엔나에 도착하자 참으로 그 우아하고 고고한 모습과 몸을 감싸고 있는 잔잔한 무늬 때문에 비엔나에서는 너도나도 기린 패션이 대유행이 되었다. 코트도 기린 스타일이고 가방도 기린 스타일이었으며 치마도 기린 스탈일이었다. 아돌프 보이에를(Adolf Bäuerle)라는 작가는 비엔나의 기린 열풍을 주제로 삼아서 연극을 만들었다. Giraffen in Wien(비엔나의 기린)이라는 제목이었다. 연극도 대인기를 끌었다. 그러므로 쇤브룬의 동물원이 시민들로부터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시골에서 쇤브룬의 동물들을 보러 일부러 수학여행을 오거나 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경노관광을 오는 경우도 많았다. 요셉 2세는 황실의 동물원을 일반에게 개방하면서 입장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요셉 2세는 모차르트에게 독일어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고 부탁하여 모차르트가 '후궁에서의 도주'를 작곡했던 바로 그 황제였다.

 

겨울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쇤브룬 동물원은 세상의 모든 다른 동물원에 비하여 대단히 과학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물원이다. 과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동물원이 지닌 세가지 목적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뜻과 같다. 첫째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동물들을 가능한한 많이 확보하여 종(種)의 보존을 기하도록 한다는 목적이다. 둘째는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하고 후손을 잘 낳도록 하여 자연보존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동물애호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 철학은 오늘날 세계 모든 동물원들이 귀감으로 삼고 있는 내용이다. 현재의 시설들은 바로크 양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베르사이유의 건물들을 모델로 하였다. 쇤브룬 동물원은 그동안 여러번 보수와 증축을 경험하였으나 처음 생길 때인 18세기의 모습을 상당히 보존하고 있어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개 분수. 바로크 스타일이다.

                          

쇤브룬 동물원은 세상에서 팬다 곰(자이안트 팬다)을 잘 기르고 있는 몇 안되는 동물원 중의 하나이다. 최근에 태어난 팬다(푸 롱)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수정에 의해 탄생한 주인공이다. 쇤브룬 동물원에서 볼만한 꺼리 중의 하나는 열대우림관이다. 관객들은 터널식의 수족관을 통과하면서 홍수가 난듯한 아마존 우림지대를 실감있게 구경할수 있다. 아마존에 서식하는 여러 수중동물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볼수 있다. 북극곰을 위한 특별 시설도 최근에 마련된 것이다. 동물원의 중심지에는 과거에 황실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즐기던 정자가 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둘레에 있는 동물들도 아침 밥이나 제대로 먹었는지, 혹시 어디 아픈데나 없는지 등 애정어린 관심을 두었던 정자였다. 이 정자를 중심으로 13개의 동물 우리들이 마치 피짜를 슬라이스로 잘라 놓듯 나뉘어져 있다. 돌이켜보면, 현재의 쇤브룬 동물원이 있는 곳에는 동물원이 정식으로 생기기 전부터 비록 작은 규모지만 동물원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1540년부터 몇몇 동물들을 우리에 잘 모셔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프란시스 1세 황제가 본격 동물원을 조성한 때로부터 200여년전의 일이다. 1차 대전이 시작된 1914년 경에는 쇤브룬 동물원에 정확히 714종류의 동물 3천 5백 마리가 입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중에 먹을 것이 부족해서 3천 5백마리의 원생들이 9백마리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대부분 기아선상에서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났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1918년 전쟁이 끝나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새로 오스트리아 공화국이 선포되자 쇤브룬 동물원도 새로운 공화국의 책임 아래에 들어가게 되었다.

 

새끼 기린이 태어났다. 부모의 사랑.

                    

공화국 시대의 동물원은 없는 살림에서도 그럭저럭 유지는 되고 있었다. 쇤브룬 동물원은 1938년 나치와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합병을 지켜보아야 했고 1940년대에 들어서서는 전쟁의 포화를 견디어야 했다. 그러나 견디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1945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때인 2월 21일에 쇤브룬의 동물원도 연합군의 폭격을 경험해야 했다. 동물원의 여러 시설들이 파괴되었다. 폭격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불쌍하게도 죽임을 당해야만 했다. 전체 동물들의 수는 400 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쇤브룬 동물원은 국가경제의 위기와 함께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어야 했다. 1992년에 민영화 방침이 결정되었다. 쇤브룬 동물원의 발전과정에 있어서 독토르 헬무트 페흘라너(Dr Helmut Pechlaner)라는 분의 이름을 잊을수는 없다. 그는 민영화된 동물원의 부흥발전을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스폰서들을 끌어 들였다. 그리고 입장료도 받기로 했다. 그가 동물원의 매니저로 있는 동안 여러 건물들이 새로 들어섰다. 열대우림관, 사막관(뷔스텐하우스), 티롤의 농장도 그때 만들어진 건물이다. 새롭고 진기한 동물들의 입주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자이안트 팬다가 들어왔고 코알라가 새식구가 되었다. 쇤브룬 동물원은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귀중한 동물원이 되었다.

 

자이안트 팬다를 모델로 삼은 동물원 포스터. 건물은 동물원 카페

                   

여담이지만, 동물원에서는 사고도 여러번 일어났다. 2002년에는 재규어가 여자 사육사를 공격하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여자 사육사를 죽였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관장이 급히 나서서 제지하려 했으나 오히려 자기도 팔에 심한 상처만 입었을 뿐이었다. 2005년 2월에는 아부라는 이름의 어린 코끼리가 사육사를 밀쳐서 치명상을 입힌 일도 있었다. 언론에서 어찌 그런 사고가 생길수가 있느냐면서 공격하자 관장인 헬무트 페흘라너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표를 냈다.

 

물개 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푸롱과 모친인 양양

무얼 생각할까요? 귀여운 새끼 호랑이

별로 할 일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구경온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세상 편한 사자들.

원숭이 가족. 엄마에게 꼭 붙어 있는 새끼

새끼 늑대. 엄마 말만 듣고 다른 사람들의 말은 잘 듣지 않는다. 한 고집!

동물원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가족. 걸음마 시키는 엄마.

카타 모자. 경계 태세 1호

못 말리는 망구스 형제

아마존 열대우림 터널

플라멩고

 

쇤브룬동물원은 넓이가 160 헥타르나 된다. 대단히 넓다. 그래서 꼬마 기차를 운영하고 있다. 파노라마 기차라는 이름이다. 9개 정류장을 거치며 가만히 타고 있으면 50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쇤브룬 동물원은 1년 365일 문을 연다. 축일이나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아침 9시에 문을 열지만 닫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1월에는 오후 4시 반, 2월에는 오후 5시, 3월에는 오후 5시 반, 4월부터 9월까지는 오후 6시 반, 10월에는 섬머타임 해제되는 날까지 오후 5시 반(2021년 4월부터 섬머타임 폐지), 11월과 12월에는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여러 시설들 중에서 새들의 집은 동물원 폐장시간 1시간 전에 문을 닫는다. 기타 모든 동물들의 우리는 폐장시간 30분 전에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어른이 16. 50 유로이며 10명 이상의 단체일 경우에는 1인당 14. 50 유로이다. 6세 이하의 어린이는 무료이다.

 

쇤브룬 동물원의 파노라마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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