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궁전/호프부르크

씨씨박물관(Sisi Museum)

정준극 2013. 9. 18. 08:26

씨씨박물관(Sisi Museum)

영욕의 세월을 보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엘리자베트 황비

씨씨가 없는 비엔나는 비엔나일수가 없다

 

호브부르크 궁전의 미하엘러토르(미하엘문)을 지나면 높고 웅장한 쿠폴라(돔)가 나오며 그곳 아랫층에 씨씨 박물관의 입구가 있다. 부채를 든 씨씨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씨씨가 없는 비엔나는 비엔나가 아니다. 비엔나는 씨씨라는 애칭의 엘리자베트 황비를 떠나서 생각할수 없다. 씨씨는 비엔나와 영원히 함께하고 있다. 호프부르크 궁전의 씨씨 박물관은 영광과 비운을 삶을 살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처음에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엘리자베트 황비를 기념하는 박물관이다. 아마 세계에서 황비(또는 왕비)만을 위한 박물관은 비엔나의 씨씨 박물관이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박물관의 명칭을 본명이 아니라 애칭으로 삼은 경우도 극히 드믄 일이다. 모차르트의 애칭이 볼피라고 해서 비엔나와 잘츠부르크에 있는 모차르트 박물관의 명칭을 볼피 박물관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애칭이 샤니라고 해서 비엔나의 요한 슈트라우스 박물관을 샤니 박물관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엘리자베트 황비의 경우에는 제국의 황비라는 지체 높은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본명보다 애칭인 씨씨를 선호하여 씨씨 박물관이라고 했다. 짐작컨데 씨씨야말로 그만큼 모든 사람들의 한없는 존경과 사랑을 받아서일 것이다. 아무튼 씨씨 박물관은 호프부르크의 다른 두 개 박물관과 함께 비엔나에서 필견의 장소이다. 비엔나를 알려면 합스부르크를 알아야 하고 합스부르크를 알려면 씨씨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비엔나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씨씨 박물관을 한번 가보아야 할 것이다.

 

씨씨가 결혼식을 위해 비엔나 처음 왔을 때 입었던 드레스

                               

씨씨 박물관(실은 씨씨 기념관)은 비엔나 1구의 호프부르크 건물 안에 있다. 호프부르크에는 씨씨 박물관 이외에도 황실 아파트(Kaiserappartements), 황실용품박물관(Silberkammer)이 있다. 황실용품박물관의 공식 명칭은 '은제품실'이다. 각종 식기류의 대부분이 은제품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아무튼 이름은 '은제품실'이지만  황실에서 사용하던 식기류, 주방용품류, 식탁 장식용품류 등 각종 용품들이 찬란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주방용품 전시실이라고도 부른다. 호프부르크에 있는 각각의 박물관을 따로따로 표를 사서 관람할수도 있지만 대체로 통합표 한장을 디스카운트해서 사면 세 박물관은 모두 관람할수 있다. 관람시간은 7월과 8월에만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다른 달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이다. 입장마감은 문을 닫기 한 시간 전까지이다. 호프부르크에 가는 길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설명하자면 지하철(우반)로 간다면 1호선 슈테판스플라츠(Stephansplatz)에서 내려서 걸어가던지 3호선 헤렌가쎄(Herrengasse)에서 내려서 걸어갈수 있다. 걸어서 약 10-15분 정도 걸린다. 전차는 1번, 2번, D번, J 번을 타고 가다가 부르크링(Burgring) 정류장에서 내려 헬덴플라츠를 거쳐 가면 된다.

 

씨씨의 또 다른 모습

 

비엔나 중심가에서 황실 분위기를 경험하는 경우는 대체로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호프부르크 궁전을 관람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카이저아파트멘트(황실아파트), 씨씨 박물관, 질버캄머(주방용품 전시실)를 함께 볼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입장료는 어른이 11.50 유로, 어린이가 7 유로이다. 두번째는 이상 세 곳의 관람에 덧붙여서 6구의 노이바우가쎄에 별도로 있는 가구박물관(Mobel Museum Wien)과 호프모빌렌데포(Hofmobilendepot)를 추가하여 볼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그랜드 투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입장료는 어른이 25.50 유로, 어린이가 15 유로이다. 세번째는 카푸친 교회 지하실에 있는 황실납골실(카이저그루프트)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호푸부르크의 황실보물 전시실도 빼놓을 수 없는 필견의 관람장소이다. 물론 쇤브룬 궁전도 관람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쇤브룬 궁전은 교외에 있기 때문에 시내에서만 왔다갔다 한다면 어쩔수 없이 호푸브루크를 중심으로 해서 합스부르크를 대면해야 할 것이다. 쇤브룬에 간다면 그곳에서 하루 종일은 있어야 할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영화 '내사랑 영원히'에서 베니스를 방문한 프란츠 요셉 황제와 씨씨(로미 슈나이더)

                      

씨씨라는 애칭의 엘리자베트 황비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프란츠 요셉 1세 황제와 결혼하여 1854년부터 1898년 제네바에서 암살을 당할 때까지 44년간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비, 그리고 헝거리의 왕비로서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씨씨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다른 항목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므로 부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호프부르크의 씨씨 박물관은 모두 여섯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씨씨의 개인 물건들, 각종 초상화들, 각종 의상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씨씨와 관련된 물건이나 모습을 보고서 만일 씨씨에 대하여 오해하고 있던 점이 있으면 생각을 바로 잡는 기회가 될 것이다. 씨씨 박물관의 전시를 보고나면 한때 명랑하고 밝았던 소녀가 어떻게 해서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하고 멜랑콜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여인이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마음이 좀 착잡할 것이다. 여섯 개의 방에는 약 300 점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씨씨가 항상 가지고 있던 파라솔, 부채, 상자, 장갑 등도 전시되어 있다. 항상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했던 용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씨씨를 암살 할때 사용했던 흉기, 씨씨의 데드 마스크도 있다. 송곳처럼 생긴 암살 흉기는 상자 속에 넣어서 자물쇠로 잠가 놓아서 일반이 보기에는 어렵다. 여러 의상들도 복원되어 전시되어 있다. 16세의 씨씨가 결혼식을 치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 비엔나로 올때 입었던 드레스도 새로 만들어서 전시해 놓았다. 씨씨가 즐겨 타던 황실 기차의 한 부분도 복원하여 놓았다. 오스트리아 당국(SKB)은 2006년에 씨씨의 개인 물건으로서 어떤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240여 점을 구입했다. 클라우다 콜렉션이라는 물품이었다. 여기에는 씨씨의 약상자, 게임 상자, 화장품 상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씨씨가 아기일 때에 세례 받을 때에 입었던 세례복, 씨씨의 유치(乳齒) 등은 특별한 경우에만 꺼내서 전시한다. 별걸 다 간직하고 있다.

 

헝가리 왕비 대관식에서 입었던 드레스 마네킨

                     

씨씨 박물관은 2009년에 내부수리를 위해 잠시 문을 닫았다. 씨씨 박물관은 오픈한지 5년만에 3백만명 이상이라는 기록적인 관람객이 다녀갔다. 다시 오픈했을 때에는 몇가지의 새로운 전시품이 추가되었다. 헝가리 왕비로서 대관식을 치룰때 입었던 드레스를 복원해 놓았고 제네바에서 암살 당한 직후 씨씨의 시신을 덮었던 해오라기 깃털이 달린 검은 코트, 아들 루돌프의 장례 때에 사용했던 장례 장신구, 어린 씨씨가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 등도 추가되었다. 세상의 모든 왕비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씨씨는 오래동안 어찌보면 비밀에 쌓인 존재이기도 했다. 씨씨 박물관은 씨씨에 얽힌 신비한 비밀을 염두에 두고 사실을 비교할수 있는 장소이다. 씨씨의 사생활에 대한 것은 전시의 중심이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무의미한 궁정 의식에 대한 반항,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노력,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기계체조식의 운동,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하이네의 시에 몰두한 것 등 씨씨의 또 다른 면들을 조명할수 있는 장소이다.

 

씨씨 박물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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