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궁전/호프부르크

질버캄머(Silberkammer)

정준극 2013. 9. 19. 04:57

질버캄머(Silberkammer)

황실식탁용품 전시장

 

호프부르크의 자랑 중의 하나가 질버캄머이다. 질버캄머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질버는 은(銀)이고 캄머는 방(房)이므로 '은방'이라고 할수 있어서 혹시 은제품을 만들거나 그런 제품만을 전시해 놓은 곳이라고 생각할수 있으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호프부르크에서 사용하던 식기류, 촛대나 꽃꽂이 등 식탁 장식 용품, 주방기구, 각종 그룻 등을 전시해 놓은 방이다. 그러므로 질버캄머라고 하면 억지로 번역해서 황실식탁용품 전시장이라고 할수 있다. 식탁용품이라고 하면 너무 범위가 넓지만 아무튼 질버캄머의 주요 전시품목은 식기류이다. 별별 물건들이 다 있다.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씨씨) 황비는 어떤 식기로 식사를 했을까? '라고 말하면 '그게 무엇이 렇게 궁금하냐?'라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질버캄머를 일단 한번 보고나면 '참...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것을 금치 못한다. 그러므로 그런 전시장이어서 입장료가 절대로 아깝지 않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질버캄머는 호프부르크의 라이히스칸츨라이트락트(현재는 일부를 분데스칸츨러암트로 사용)에 있다. 비교적 근자인 1995년 4월 1일에 오픈했다. 전시면적은 1천 300 평방미터이며 전시품은 총 7천 종에 15만 점이나 된다. 대단한 전시이긴하다. 하지만 전시품의 주종을 이루는 것이 접시와 잔들이기 때문에 약간 지루할수도 있으나 '아하, 옛날에 황제와 황비는 이런 그릇에다가 밥을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며 더구나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황실의 공식만찬 식탁 세팅을 보면 '대단하기는 대단하다. 하지만 아니, 이렇게 먹으면 더 맛이 있나?'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질머캄머가 있는 호프부르크의 라이히스칸츨라이트락트(제국수상동)

                    

질버캄머는 전에는 호프질버 운트 타펠캄머(Hofsilber- und Tafelkammer)라고 불렀다. 질버는 나이프, 포크, 스푼과 같은 도구를 말하며 타펠은 식탁 위에 차려 놓는 식기 등을 의미했다. 아마 이런 종류를 수집해서 전시해 놓은 경우는 비엔나의 호프부르크가 세계에서도 유일할 것이다. 옛날부터 궁전의 식기류를 책임맡는 사람이 있었다. 그를 질버캐머러(Silberkämmerer)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궁중식기관리책임자이다. 기록에 의하면 일찍이 15세기에 이미 합스부르크 황실에 궁중식기관리책임자가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질버캐머러는 식기를 관리하는 책임과 함께 야채, 빵, 식기류, 식탁 용품 일체를 관리하는 책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궁중주방업무(Hofküche), 궁중제과제빵업무(Hofzuckerbäckerei), 궁중세탁업무(Hofwäschekammer), 궁중연료업무(Hofholz- und Kohlenmagazin), 궁중포도주창고업무(Hofkeller), 궁중조명업무(Hoflichtkammer) 등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하기야 세탁업무라고 해서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밥먹고 나서 설거지도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였다.

 

황실에서 사용하던 식탁촛대들

 

1918년 합스부르크 황실이 종말을 고하게 된 것과 함께 황실의 모든 사람들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질수 밖에 없었고  그동안 질버캐머러가 책임 맡고 있었던 용품들은 신생 공화국의 관리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공화국은 재정 보충을 위해 황실 용품들의 일부를 일반에게 매각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그나마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따로 모아 두었다. 그리하여 별도의 부서를 두어 여러 물품 들을 관장하도록 했으나 정치적 소용돌이와 2차 대전이라는 대사건을 치루면서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에 일부 용품들은 누가 집어 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스트리아가 중립국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자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다른 일도 급하지만 구황실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일부 용품들은 호프부르크의 황실아파트 공개와 함께 일반들에게 전시되었지만 정식으로 전시장소를 마련하여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1995년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일찍이 1700년대 초반에 카를 알렉산더 폰 로트링겐(Karl Alexander von Lothringen: 1712-1780) 대공이 궁중에서 사용하는 도자기에 관심이 있어서 도자기들만 제대로 수집하고 정리하여 사람들이 감상할수 있게 한 때로부터 거의 3백년이 지난 시점에서 공식적인 질버캄머박물관이 생기게 되었으니 실은 카를 알렉산더 대공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카를 알렉산더 대공은 마리아 테레지아와 결혼한 프란시스 1세(1708-1765)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동생으로서 형이 황제로 있는 비엔나에 와서 상당기간 지내면서 도자기에 특별한 취미가 있어서 주로 식기류의 도자기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였던 것이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시동생인 카를 알렉산더 폰 로트링겐 대공. 비엔나에 와서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궁중의 식기류, 특히 도자기류를 정리하여 전시하였다. 오늘날 호프부르크 질버캄머의 선조이다.

 

질버캄머의 전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마리 도자기(Imari-Porzellan): 18세기 초에 유럽에서는 일본의 도자기가 유행이었다. 일본의 도자기는 주로 사가껜 이마리 항구에서 선적되어 유럽으로 왔다. 그래서 이마리 도자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전시실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사용하던 간소한 식기류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18세기 중반에 제작한 금제 식기류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카를 알렉산더 폰 로트링겐 대공은 특히 아시아의 도자기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 영국 민튼 제조의 디저트 서브 그릇(Dessertservice der Manufaktur Minton):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출품되었던 민튼 회사의 식기류, 특히 디저트용 그릇들은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유럽의 왕실들에서 애용하였다.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민튼 식기를 중심으로 한 도자기들을 구입하여 특별히 프란츠 요셉 황제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것을 전시하였다.

○ 중세 프랑스 스타일의 식탁 중앙에 놓는 장식대(Altfranzosischer Tafelaufsatz): 1838년 페르디난트 황제가 밀라노-베니스 왕으로서 대관식을 가질 때에 사용되었던 장식품이다. 파리에서 주문하여 가져온 것이다. 도금한 물품들이 대부분이다.

○ 각종 식탁용 식기류(Diverse Tafelservice):

○ 세브르와 마이센 식탁 세트(Sevres und Meissner Service): 프랑스의 루이 15세가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에게 선물로 보낸 식탁 세트이다. 세브르와 마이센 도자기들이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망내딸인 마리아 안토니아(후에 마리 앙뚜아네트)와 프랑스의 도팽(왕세자: 훗날 루이 16세)과의 결혼을 축하하여서 선물로 보낸 것이다. 세계적인 도자기 제조사인 세브르와 마이스너의 제품이다. 1777년에 마리 앙뚜아네트의 큰오빠인 요셉 2세 황제가 마리 앙뚜아네트를 보기 위해 프랑스에 간 일이 있다. 요셉 2세는 파리에서 비엔나로 돌아올 때에 500 개에 이르는 고급 도자기들을 가져왔다. 주로 세브르 제품이었다. 그것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한편, 1814년에는 저 유명한 비엔나회의가 열렸다. 그때 주빈들을 위한 연회에서 사용되었던 도금 도자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비엔나에서 제작한 것이다. 독일 드레스덴 인근에 있는 마이센은 1710년에 처음으로 도자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급의 도자기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질버캄머에 있는 1775년도 제품인 화병과 꽃이 일품이다.

○ 밀라노 스타일의 식탁용 식기류(Mailander Tafelaufsatz): 페르디난트 황제가 1838년 롬바르디-베니스 군주로서 대관식을 가진 것을 기념하여 제작한 도자기 세트이다. 모두 펼처 놓은 것을 보면 대단히 화려한 것임을 알수 있다.

○ 화병류(Blumenteller): 합스부르크의 역대 군주들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화병들이다. 프란시스 1세(프란시스 2세)는 원예와 식물학에 대하여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그가 사용하던 화병에는 다양한 식물의 문양이 들어 있다.

○ 여행용 식기세트(Der Hof auf Reisen): 황실 사람들의 여행용 식기세트이다. 엘리자베트 황비(씨씨)의 세트에는 돌고래 문양이 들어 있다. 코르푸 해변의 빌라 아킬레이온을 생각해서 그런 문양을 넣었던 것 같다. 씨씨는 또한 영국의 민튼과 웻지우드 도자기류를 선호하였다. 모두 꽃무늬와 동물을 그린 아름다운 도자기들이다. 이들은 프란츠 요셉 황제가 씨씨를 위해 산 것들이다.

○ 중세 식기류(Alte Silberkammer): 호프부르크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식기류이다.

○ 세족례에 사용하던 대야류(Fusswaschungszereminiell): 호프부르크에서는 오래전부터 황제와 황비가 마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12명의 남자와 12명의 제자들의 성목요일(Grundonnerstag)에 발을 씻기는 전통이 있었다. 이때 사용한 대야들을 보존하여 전시했다.

○ 과자류 제조 도구(Hofkuche): 각종 케이크나 과자를 만들 때 사용했던 틀들을 전시했다.

 

은식기 전시실

마이쎈 도자기

마리아 테레지아 잔 

밀라노 도자기

양념그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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