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유네스코 세계유산

페르퇴/노이지들러제 문화 지대

정준극 2013. 9. 24. 21:24

페르퇴/노이지들러제 문화 지대(Fertö/Neusiedlersee Cultural Landscape)

귀중한 생태계의 보고

 

노이지들러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국경에 걸쳐 있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노이지들러제(Neusiedlersee)라고 부르고 헝가리에서는 페르퇴 토(Fertö tó)라고 부르는 호수이다. (독일어에서 see 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는 뜻이며 헝가리어에서는 호수를 tó라고 부른다) 호수가 두 나라에 걸쳐 있어서 두 나라가 호수를 반반씩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스트리아가 전체 호수면적의 3분 2를 차지하고 있고 헝가리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체 면적 315 km² 중에서 오스트리아의 것이 140 km² 이며 헝가리 쪽은 75 km² 이다. 이처럼 오스트리아의 점유분이 지배적이므로 혹자는 이 호수를 '비엔나의 바다'라고 부른다. 비엔나 사람들이 바다가 보고 싶으면 노이지들러제에 와서 구경하러 오기 때문인것 같다. 하기야 비엔나에서 별로 멀지도 않다. 자동차로 빨리가면 1시간이면 닿는다. '비엔나의 바다' 역할이므로 여름에는 먼 곳에 있는 바다로 가는 대신에 가까운 곳의 노이지들/페르퇴 호수를 찾아와서 놀다가 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나저나 호수에서 배를 타고 다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경우도 많을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기야 철의 장막이 아직 걷히지 않고 있던 때에 노이지들/페르퇴 호수를 살며시 건너서 공산 헝가리에서 중립국 오스트리아로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도상에나 표시되어 있는 호수의 국경선에 철조망을 칠수도 없고 베를린 장벽과 같은 담장을 두를수도 없는 노릇이니 관원들이 밤낮으로 입국자를 감시하느라고 밤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같다.

 

호수에 국경을 설치하기가 어려워서 잘만 하면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로 건너가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노이지들러제는 상당히 큰 호수이다. 중부 유럽에서는 두번째로 큰 호수이다. 길이는 남북이 36 km이며 동서는 6-12 km이다. 호수의 깊이는 평균 1.8 m이다. 호수의 면적이 대강 315 km² 된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설명한바 있다. 넓기는 무척 넓지만 그다지 깊지는 않은 호수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이지들러제/페르테 토가 육지에 둘러 싸인 내륙호(Endorheic lake)라는 것이다. 호수에 흘러 들어온 물이 다른 데로 빠져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는 아예 너무 멀리 있으므로 그리로 빠져 나갈 일은 없다. 그렇다고 강이 연결되어 있어서 강으로 물이 빠져 나가는 것도 아니다. 일단 호수에 들어온 추가 물은 자연증발되거나 드넓은 습지에 흡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튼 호수 주변에 대단히 넓은 습지대가 조성되었고 그로 인해서 놀랄만큼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유네스코는 일찍부터 노이지들러제/페르테 토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중 2000년에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네스코는 그러지 않아도 두 나라 중에서 한나라만이 지정 요청을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약간 걱정을 하던 차에 소유권이 있는 두 나라가 동시에 요청하자 그것도 다행으로 여기고 곧이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노이지들러제/페르페 토의 넴체티 공원을 선전하는 포스트 카드이다. 별별 활동을 다 할수 있다.

               

노이지들/페르퇴 호수는 무엇으로 유명한가? 물론 갈대가 우거져 있는 습지(소택지)로 유명하지만 그보다도 뫼르비슈의 오페라 페스티발로 유명하다. 뫼르비슈, 또는 정식으로 뫼르비슈 암 제(Mörbisch am See)라고 부르는 이 마을은 노이지들러제의 호반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매년 여름 호수 위에 인공무대를 만들고 주로 오페레타를 공연하는 축제를 열고 있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공연되는 오페레타는 주로 독일어 또는 헝가리어로 된 작품이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로서는 대체로 오페레타의 대사가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하기가 일수이다. 더구나 오페레타의 특성상 대화체의 대사가 많으므로, 그리고 어떤 오페레타는 지방 사투리를 상당히 사용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알아 듣기가 어렵다. 뫼르비슈에서는 간혹 오페라도 공연한다. '투란도트'와 같은 그랜드 스타일의 오페라도 공연하여 대인기를 끈 일이 있다. 노이지들러제의 또 다른 유명한 것은 습지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갈대이다. 이곳의 갈대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서 섬유소인 셀루로스를 만드는 원료로서 최적이다. 비엔나 인근의 셀루로스 생산공장들은 거의 모두 노이지들러제의 갈대를 가져다가 쓴다. 노이지들러제에는 새가 많기로 유명하다. 철새들이 고맙게도 잊지 않고 철따라 방문해 주고 있다. 물론 철새들은 자기들의 이름이 철새인지 모르고 있다. 아무튼 노이지들러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새관찰지가 되었다. 세계각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도 비싸게 보이는 망원경이나 카메라 등을 메고 와서 각종 새들을 흥미있다는 듯이 관찰한다. 호수이므로 당연히 낚시도 성황이다. 노이지들러제의 잉어낚시는 유명하다. 붕어도 잘 잡히고 메기도 있다. 먹을 것을 제대로 준비해 오지 않은 캠핑족들은 조금만 수고하면 저녁꺼리는 자연에서 해결할수 있다.

 

노이지들/페르퇴 호수의 광활한 늪지대

                                

노이지들/페르퇴 호수을 중심으로 인너 서클에는 16개나 되는 마을이 있고 아우터 서클에는 20개가 있다. 인너 서클을 코어 존(Core zone)이고 아우터 서클은 버퍼 존(Buffer zone)이라고 할수 있다. 이곳은 경치가 좋고 조용하므로 옛날부터 지체높은 귀족들이 호수 주변에 별장용 저택(또는 궁)을 짓고 지냈다. 대부분이 18세기와 19세기에 지은 것들이다. 호수의 남단에 있는 체체니(Szechenyi)궁전은 드넓은 자연공원의 한쪽에 마치 별궁처럼 자리잡고 있는 건축물이다. 원래는 농장의 장원이 있던 자리였다. 이 궁전의 바로크 정원은 17세기부터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영국식 정원은 18세기 말에 조성된 것이다. 페르퇴드 에스터하지(Fertöd Esterhazy) 궁전은 헝가리에서 가장 중요한 18세기의 건축물이다. 에스터하지 가문의 니콜라우스 공자가 건설했다. 1769년에서 1790년 기간에 이 궁전에서는 하이든의 작품들이 상당히 많이 초연되었다. 페르퇴드의 에스터하지 궁전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페르퇴드의 에스터하지 궁전을 '헝가리의 베르사이유'라고 부른다. 궁전 남쪽에는 광대한 프랑스 스타일의 바로크 정원이 있다. 페르퇴드 에스터하지 궁전이 건설되자 주변에 에스터하자 마을이 조성되었다. 마을의 광장 주변에 공공건물들이 들어섰고 주거지역들도 조성되었다. 오스트리아 쪽의 아이젠슈타트도 노이지들러제 영향권에 들어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도 에스터하지 궁전이 있다. 하이든이 주로 생활했던 곳이다. 아이젠슈타트의 갈보리언덕교회에는 하이든의 묘소가 있다.

 

페르퇴드의 에스터하지 궁전. 헝가리의 베르사이유라고 부르지만 쇤브룬과 거의 모습이 같다.

 

노이지들러제의 역사는 두 개의 커다란 시기로 구분할수 있다. 하나는 기원전 6천년 경부터 11세기에 헝가리가 국가로서 면모를 보인 시기까지이다. 로마 제국의 유적이 호수 주변에 산재하여 있는 것은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왕래가 많았다는 증거이다. 다른 하나는 11세기부터 현재까지이다. 현재 형태의 촌락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2세기와 13세기 때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277년 이후에 시장활동이 활발했었다. 특히 자유무역 정신에 입각하여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자 경제활동이 대단히 활발해졌다. 13세기에는 타타르족들이 이 일대를 침범해 왔지만 호수 주변지역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후 중세에도 자연이 손상되지 않은채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16세기에 터키가 침입하자 상당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그래서 요새들이 만들어졌고 그러다가 보니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믿어서 더 몰려와 살았다. 궁전들도 그런 맥락에서 세워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노이지들러제의 뫼르비슈 호수극장 무대. 요한 슈트라우스의 '베니스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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