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 - 하일리겐크로이츠(성십자)수도원

정준극 2013. 10. 2. 09:10

하일리겐크로이츠(성십자)수도원

12세기의 수도원 전통이 남아 있는 곳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과 호프의 페스트조일레(페스트탑)

 

비엔나에서 서남쪽으로 자동차로 한시간 남짓 가면 시토회 수도원인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Stift Heiligenkreuz)을 만난다. 유럽에서 중세 초기, 즉 12세기 경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도원의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건물들도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고 수도원으로서의 사명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건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로마네스크, 고틱, 바로크의 요소들이 골고루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스트리아 정부는 1994년에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현대 검토 중인데 금명간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 수도원은 일찌기 12세기 초에 오스트리아의 성레오폴드 3세(1073-1136)가 그의 아들 오토(Otto von Freising: 1114-1158)의 요청에 의해 설립한 것이다. 오토는 부르군디(현재는 프랑스 소속)에 있는 모리몽(Morimond) 시토회 수도원장으로 임명되었고 얼마후에는 프라이징의 주교가 된 사람이다. 오스트리아의 레오폴드 3세는 이 수도원을 건설하고 모리몽으로부터 12명의 수도사들을 데려와서 수도원을 운영토록 했다. 수도원의 봉헌일은 1133년 9월 11일로 되어 있다. 이 수도원의 이름은 처음부터 하일리겐크로이츠(성십자)가 아니었다. 이곳에 정착한 12명의 수도사들이 십자가의 구원을 믿는 상징으로서 성십자가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그로부터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의 도서실

 

그러던중 1188년 5월 31일에 오스트리아의 레오폴드 5세가 성지 예루살렘에서 가져왔다는 참 십자가의 조각을 이 수도원에 기증하였다. 레오폴드 5세는 이 십자가 조각을 1182년에 예루살렘 왕인 볼드윈 6세(Baldwin IV of Jerusalem)로부터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 갈보리 십자가의 조각은 1983년 이래 수도원 구내에 있는 성십자 교회에 전시되어 있어서 일반에게 공개되고 왔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설립 이래 설립자인 바벤버그의 레오폴드와 그의 가족들이 성심으로 후원하여 날로 발전하였다. 실제로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모체로 하여 다른 여러 수도원들이 설립된 것은 그러한 발전의 증거였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15세기와 16세기에 여러가지로 많은 난관을 겪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역병이었고 이어 홍수와 화재로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1529년과 1683년에는 터키와의 전쟁에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두번째의 전쟁에서는 터키군이 수도원 구내의 대부분 건물들을 불태워서 피해가 컸었다. 수도원의 구내 안뜰의 한가운데에는 역병에서 구원된 것을 감사하는 탑(조일레)이 있다. 페스트조일레이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건물이 웅장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이곳 수도사들의 경건한 신앙과 학문 연마때문에 유럽에서도 높은 명성을 지니고 있다. 요셉 2세 황제는 전국에 있는 수도원을 정리하고 상당수는 폐쇄하여 수도원의 권력화와 비대화를 방지코자 했다. 그러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나치의 제3제국도 오스트리아와 합병을 이룬 후에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폐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수도원 교회의 종탑과 교회묘지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지나간 8백여년 동안 오스트리아 종교음악의 센터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수도원의 도서실에는 중세로부터의 귀중한 교회음악 악보들이 보관되어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수도원에서 발견된 악보 중에서 아마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체코 계통의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알베리히 마차크(Alberich Mazak: 1609-1661)의 작품일 것이다. 한편,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그레고리안 성가의 보존센터로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08년에 이 수도원의 합창단이 취입한 그레고리안 성가 음반인 Chant: Music for Paradise는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의 위상을 크게 높여준 것이었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비엔나 근교의 바덴(Baden)에서 헬레넨(Helenen)계곡을 거쳐 쉽게 갈수있다. 비엔나에서 가려면 A60번 고속도로로 가면 된다. 이 수도원의 자랑은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2세의 묘소도 이곳에 있다. 특별히 귀중한 곳은 도서관이다. 종교서적의 보고이다. 일부는 비엔나 호프부르크의 도서관으로 이관되었지만 아직도 희귀본들이 많이 있다.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은 비엔나 근교에 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방문할 가치가 있다. 더구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이얼링 마을이 있다. 합스부르크의 루돌프 황태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이다. 그리고 하일리겐크로이츠 인 비너발트의 마을 밖에 있는 발트프리드호프(Waldfriedhof. 숲속공동묘지)에는 마리아 베체라(Maria Vetsera)남작부인의 묘지가 있다. 마리아는 1889년 1월 30 마이엘링(Meyerling)에서 루돌프 황태자와 동반자살한 여인이다.


 

수도원 교회의 콰이어 부분

발트프리드호프(숲묘지)에 있는 마리아 베체라의 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