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 - 인스부르크-노르드케테-카르벤델

정준극 2013. 10. 3. 08:51

인스부르크(Innsbruck)-노르드케테(Nordkette)-카르벤델(Karwendel)

알프스의 백년설과 검은 숲과 아름다운 도시가 어우러진 중세의 고도

 

마리아탑이 우뚝 서 있는 인스부르크 구시가지 중심과 장관의 노르드케테 산맥

                      

오스트리아 정부는 2002년에 알프스의 노르드케테(Nordkette) 산맥과 카르벤델(Karwendel) 산맥의 끝자락, 비프탈(Wipptal: 비프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인스부르크와 주변일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검토 중이다. 인스부르크의 뒷쪽에는 노르드케테(2,334m) 산맥이 버티고 있고 남쪽에는 파체르코펠(Patscherkofel: 2,246m)산맥과 제를레스(Serles: 2,718m)산맥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산맥의 사이에 비프 계곡(Wipptal)이 있고 그 사이로 질(Sill) 강이 흐르고 있다. 유럽의 도시 중에서 자연적으로 이렇게 알프스의 품 안에 안겨 아늑하고 평화스럽세 자리잡고 있는 도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스부르크는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주도이다. 독일의 뮌헨과 이탈리아의 베로나 중간지점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인스부르크가 자리잡고 있는 계곡은 인(Inn)계곡이라고 부른다. 인스부르크라는 말은 인 계곡에 걸쳐 있는 다리라는 뜻이다. 다리라는 것은 아마도 주변의 높은 산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노르드케테는 북쪽에 있는 체인(사슬: kette)이라는 뜻이다. 인스부르크의 북쪽에 높은 봉우리의 산들이 마치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인스부르크의 스키 산장

                        

인스부르크라고 하면 언뜻 동계올림픽을 생각할 정도로 인스부르크는 스키장으로 유명하다. 하기야 사방이 알프스의 만년설 봉우리들로 연결되어 있으니 스키장이 발달하지 않을수 없다. 인스부르크는 경치도 뛰어나고 스키장도 훌륭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이다. 중세 이후로부터 오스트리아의 전신인 오스트마르크 공작들의 궁전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는 독일 왕들,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의 궁전들이 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인스부르크에는 화려하고 장엄한 궁전들이 여럿이나 있다. 인스부르크의 구시가지의 중심지역은 헤르초그 프리드리히 슈트라쎄(Herzog-Friedrich-Strasse)이다. 이곳에 있는 어떤 집의 화려한 발코니에 황금 타일로 만든 작은 지붕이 있다. 오스트리아어로 '골데네 다흘'(Goldene Dachl: 황금지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름은 황금지붕이지만 실은 도금한 구리로 만든 지붕이다. 막시밀리안 황제 때인 1500년경에 만든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황금지붕'은 사실 별것도 아닌데 세계적으로 인스부르크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햇빛에 반사될 때에는 아름답기는 하다.

 

황금지붕의 집과 그 앞 광장의 모습. 어떤 여인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마임을 하고 있다. 좁은 광장이지만 볼 것이 많다.

                 

인스부르크의 또 하나 자랑은 슈봐르체 만더(Schwarze Mander)이다. 인스부르크 중심가에 있는 궁정교회(호프키르헤: Hofkirche)에 있다. 슈봐르체 만더는 교회 내에 설치되어 있는 28개의 검은색 청동인물상을 의미한다. 막시밀리안 1세의 선조들, 가족들을 모습을 거의 실물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만들어 놓은 조각작품들이다. 그래서 호프키르헤를 슈봐르체 만더 키르헤라고 부르기도 한다. 슈봐르체는 검다는 뜻이며 만더는 티롤 방언으로서 맨너(Manner), 즉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검다는 것은 청동조각상들이 검은 색이기 때문에 붙인 명칭이다. 유명한 화가인 알프레드 뒤러 등의 모델 작품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기념상들이다. 인스부르크의 궁정교회(호프키르헤)와 검은 청동색 조각상들에 대하여는 별도로 설명코자 한다. 다만, 원래 호프키르헤는 막시밀리안 1세 황제의 영묘로서 건설을 시작한 교회이다. 이와 함께 지하에 황실 납골당을 두어 막시밀리안 1세의 선조들과 후손들을 안치코자 했다. 그러나 교회를 건설 중에 막시밀리안 1세 황제가 세상을 떠났다. 막시밀리안 1세 황제는 잠시 비너 노이슈타트의 궁성에 안치되었다가 인스부르크의 호프키르헤가 완성되자 부랴부랴 이곳으로 옮겨와서 교회의 중앙 제단 앞에 거대한 묘소를 만들어 안치하였다. 그 일을 모두 막시밀리안 1세 황제의 손자인 페르디난트 1세가 완성했다. 페르디난트 1세는 기왕에 황실 납골당 내지 영묘로 만들었으므로 조상님들의 청동기념상을 만들어 영원히 기념키로 했다. 그리하여 28개의 청동상을 만들어서 본당의 가운데 복도 양쪽에 세워놓았다.

 

인스부르크 호프키르헤의 막시밀리안 1세 묘소와 29개의 청동상들

 

인스부르크의 구시가지에는 비단 호프키르헤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교회들과 수도원들이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인스부르크가 얼마나 종교적인 도시인지를 짐작할수 있다. 호프키르헤 옆에는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있다. 현재 수도원 건물은 티롤민속예술박물관(Tiroler Volkskunstmuseum)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 유럽 전역을 통하여 이만큼 민속자료들을 소장하고 전시해 놓은 곳도 없을 것이다. 비엔나에만 호프부르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스부르크에도 호프부르크가 있다. 인스부르크의 호프부르크는 중세로부터 합스부르크 군주들이 거처하던 궁전이다. 현재의 화려한 바로크 건물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리모델링하라고 해서 완성된 것이다.

 

호프키르헤(또는 슈봐르체 만더 키르헤)의 청동 인물상들. 막시밀리안 1세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무어라해도 인스부르크의 자랑은 알프스이다. 인스부르크는 유럽에도서 몇 안되는 알프스 도시이다. 일년 사시사철 눈 덮힌 산봉우리를 볼수 있는 곳이다. 골데네 다흘 바로 뒤편에 노르드케테의 웅장한 만년설 산봉우리가 보이는 곳이다. 인스부르크는 카르벤델 알프스 공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카르벤델 알프스 공원은 알프스 전역에서 그래도 가장 때묻지 않은 청정구역이다. 카르벤델 지역에는 모두 11곳의 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각 지역의 보호 기준은 형편에 맞게 차이가 있다. 카르벤델 알프스 공원은 15세기부터 인스부르크에 식수를 제공해 왔다. 그리고 산록에는 농장이나 목장들이 있어서 식량을 준비해 주고 있다. 인스부르크를 감싸고 있는 산들은 관광객들의 매력지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인스부르크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스부르크에 살고 있으면 행복하다. 도시의 각종 문화생활도 훌륭하며 환경오염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알프스의 장관은 돈주고도 사지 못하는 것이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장엄한 경치이다. 인스부르크에서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과 눈과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