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르의 신부(The Tsar's Bride) - 짜르스카야 네베스타(Tsarskaya nevesta)
La núvia del Tsar - La fiancée du Tsar - La Hija del Zar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4막 오페라
짜르 이반의 신부로 선정되기 위해 준비중인 처녀들
'짜르의 신부'(The Tsar's Bride: Tsarskaya nevesta 또는 황제의 신부)는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열번째 오페라로서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명의 원작은 러시아의 극작가이며 시인인 레이 메이(Ley Mey: 1822-1862)가 썼으며 이를 바탕으로 극작가인 일리아 티우메네프(Ilia Tyumenev)가 오페라 대본을 썼다. 레이 메이의 극본은 알렉산더 보로딘이 오페라로 만들어 볼 생각을 했으나 아이디어로만 그쳤다. 그후 1868년에는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밀리 발라키레프(Mily Balakirev: 1837-1910)에게 오페라로 만들어 볼것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관심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성사가 되지 않았다. 실은 아마 능력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 제시되었다. 러시아의 역사물과 전래 민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레이 메이의 오페라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그러나 그가 '짜르의 신부'를 완성한 것은 처음 얘기가 나온 때로부터 30년이 지난 1898년이었다. 초연은 이듬해인 1899년 마몬토프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모스크바의 개인극장에서였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01년에 생페터스부르크의 마리인스키에서 공식적인 초연이 있었으며 이어 모스크바의 볼쇼이에서 공연되었다. 1966년에는 영화버전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고리커(Vladimir Gorikker)가 감독한 영화이다. 오페라이든 영화이든 '짜르의 신부'는 화려한 세트와 찬란한 의상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갖게 해준다. 그 즐거움이란 것은 제정러시아에 대한 아려한 향수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민속과 문화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즐거움이다.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림스키 코르사코프 자신은 '짜르의 신부'를 바그너에 대한 반발심리로서 작곡했다고 말했다. 1800년대 후반에 바그너의 오페라들은 유럽에서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그 여파가 제정러시아에 까지 도달하였다. 그래서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러시아적인 오페라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바그너로부터 돌려보고자했다. 그러한 그의 의도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짜르의 신부'가 무대에 올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고 러시아 국민오페라를 지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짜르의 신부'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서구 스타일을 반영한 오페라이다. '짜르의 신부'는 기본적으로 사랑의 이야기이다. 순수하고 애틋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의 이야기이다. '짜르의 신부'는 러시아인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인은 언제나 순수하고 서정적이며 자기를 부인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그리고 자비의 마음을 가지는 사랑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의 감정이 참을수 없는 고난을 받는다. 러시아가 무법의 잔혹한 시대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도 재산도 없는 일반 백성들을 마치 노리개처럼 여기면서 자기들의 욕심대로 백성들의 순결함을 짓밟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짜르에게 있어서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백성들의 죽고 사는 문제가 짜르의 말 한마디에 달리던 때였다. '짜르의 신부'는 순수한 사랑이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박해를 받는지를 설명해 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참담함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그래서 림스키 코르사코프도 "'짜르의 신부'는 우리 조국의 이야기이다. 우리 조국의 하늘은 커다란 천막으로 덮여 있서서 다른 나라의 하늘도 우리의 하늘과 같은지 궁금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 오페라에는 그러한 비현실적이고 비참한 주제가 라이트모티프로서 등장한다. 오늘날 '짜르의 신부'는 러시아에서 레퍼토리 오페라가 되어 있다. 자주 공연되지는 않지만 언제라도 공연될수 있는 오페라이다.
마르파의 아버지인 바실리 소바킨
'짜르의 신부'는 R-K(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중에서 비교적 고전에 속하는 작품이다. 극적인 분위기와 오케스트라보다는 아름다운 노래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음악은 아리아, 앙상블, 합창 등으로 분명히 구분해 놓았다. 이 오페라보다 2년후에 발표한 카슈체이(Kashchey)가 마치 전기에 충격을 받은 것과 같다고 한다면 ‘황제의 신부’는 따듯한 물에 천천히 목욕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충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스토리는 동화가 아니다. 물론 상당히 미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를 둔것이다. R-K는 열편이 넘는 장편 오페라를 남겼다. 대부분 러시아의 향취가 짙게 풍기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극장에서 세월을 초월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별로 공연되고 있지 않다. 오페라 '짜르의 신부'에 나오는 음악 중에서는 서곡과 1막에서 그리고리의 레시타티브와 아리아, 역시 1막에서 류바샤의 아리아, 그리고 4막에서 마르파의 아리아가 유명하다.
마르파와 친구 두나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바실리 소바킨(Vasily Sobakin: B)은 노브고로드의 상인이다. 귀족은 아니지만 그나마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서 어렵지 않게 살고 있다. 1899년 초연에서는 베이스 니콜라이 무틴(Nikolay Mutin)이 바실리 소바킨의 역할을 맡았고 1901년 초연에서는 베이스 레브 시비랴코프(Lev Sibiryakov)가 바실리 소바킨을 맡았다. 바실리 소바킨의 아름다운 딸이 마르파 소바킨(Marfa Sobakin: S)이다. 1899년 초연에서는 소프라노 나데츠다 차벨라 브루벨(Nadezhda Zabela-Vrubel: 1868-1913)이 맡았고 1901년 초연에서는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아델라이다 볼스카(Adelaida Bolska: 1863-1930)이 마르파를 맡았다. 그리고리 그랴츠노이(Grigory Gryaznoy: Bar)는 마르파와 결혼할 사람이다. 그리고리는 짜르의 오프리츠니크(oprichnik)의 장교이다. 말하자면 짜르의 특별 근위대 장교 또는 비밀경찰의 간부이다. '폭군 이반 4세'가 설치한 오프리츠니크는 나치시대의 SS 또는 게슈타포, 스탈린 시대의 KGB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백성들이 짜르에 대하여 불평을 하거나 저항을 하면 가차없이 억압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반 4세가 죽고 난 후에는 러시아의 민병대로서 외적, 특히 폴란드나 리투아니아 군대의 침공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리 그랴츠노이는 바로 그러한 오프리츠니크의 대원이었다. 말류타 스쿠라토브(Malyuta Skuratov: B)도 역시 오프리츠니크의 멤버이다. 귀족(보야르)인 이반 세르게예비치 리코프(Boyar Ivan Sergeyevich Likov: T)는 마르파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류바샤(Lyubasha: MS)는 그리고리가 한때 애인으로 삼았던 여인이다. 그리고리가 자기를 버리자 복수를 생각한다. 옐리세이 보멜리우스(Yelisey Bomelius: T)는 짜르의 주치의이다. 공연히 이일 저일에 간섭하여 사람들이 싫어한다. 돔나 이바노브나 사부로바(Domna Ivanovna Saburova: S)는 노브고르드에서 장사를 하는 여인이다. 그의 딸이 두나샤(Dunyasha: MS)이다. 마르파의 친구이다. 페트로브나(Petrovna: MS)는 바실리 소바킨 집안의 가정부이다. 이밖에 마을 사람들, 짜르의 근위대원들, 댄서들, 귀족들과 귀부인들, 하녀와 시녀들, 기사들 등이 나온다.
'짜르의 신부' 초연에서 마르파를 맡았던 소프라노 나데츠다 차벨라 브루벨. 오른쪽은 1901년 초연에서 마르파를 맡았던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아델라이다 볼스카.
시기는 1572년 가을이며 장소는 모스크바 인근의 알렉산드로브스키 정착지이다. 1막은 큰잔치(The Carousal)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막이 열리면 짜르의 근위대(오프리츠니크)의 장교인 그리고리 그랴츠노이의 거실이다. 그리고리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부유한 상인 소바킨(Vasily Stepanovich Sobakin)의 딸인 아름답고 순진한 마르파(Marfa)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르파는 집안도 부유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워서 여러 청년들이 마르파의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번번히 헛수고였다. 마르파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귀족인 이반 세르게예비치 리코프(Ivan Sergeyevich Lykov)이다. 그리고리는 술파티를 열어서 사랑의 괴로움을 잊어보려고 한다. 사실은 마르파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음모를 꾸미려는 생각이다. 그리고리는 짜르의 주치의인 옐리세이 보멜리우스를 파티에 특별히 초청한다. 소문에 의하면 보멜리우스는 마법에도 능통하여서 사랑의 묘약도 만들수가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리는 보멜리우스를 통해서 사랑의 묘약을 얻어 마르파에게 마시게 하면 마르파가 자기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마르파와 리코프와 그리고리 그랴츠노이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리의 친구인 말류타 스쿠라토브가 한 무리의 근위대원들(오프리츠니크)을 데리고 도착한다. 이반 리코프도 도착한다. 그리고 기다리던 보멜리우스도 도착한다. 리코프는 사람들에게 그가 다른 나라에서 지내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설명한다. 찰터리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노래하는 사람들이 손님들을 위해 노래와 춤을 춘다. 모두들 흥에 겨워 그들이 섬기는 짜르 이반을 찬양한다. 파티 중에 말류타가 우연히 류바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의사인 보멜리우스가 '류바샤가 누구냐?'고 묻는다. 말류타가 그리고리의 애인으로 바로 저기에 있는 아름답고 귀여운 처녀라고 대답한다. 보멜리우스는 류바샤를 보자 대단한 호감을 갖는다. 그리고리가 보멜리우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류바샤를 오라고 한다. 류바샤는 말류타의 요청에 의해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해야 하는 어느 비운의 처녀에 대한 노래이다. 얼마후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간다. 그리고리가 보멜리우스를 붙잡고 잠시 얘기 좀 나누자고 말한다. 류바샤는 무언가 불길한 예감으로 몰래 숨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리고리가 보멜리우스에게 사랑의 묘약을 달라고 말한다. 보멜리우스는 가루로 된 사랑의 묘약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가루약을 타서 마시면 여자의 마음에서 사랑이 솟아난다는 것이다. 보멜리우스가 떠나자 숨어 있던 류바샤가 나와서 그리고리에게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심하게 비난한다. 그리고리는 류바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리의 머리 속은 마르파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덧 새벽이 된다. 성당에서는 새벽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그리고리는 류바샤를 그대로 놓아두고 밖으로 나간다. 류바샤는 그리고리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류바샤는 자기의 사랑을 깨트린 그 여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서 복수하고자 한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마르파
2막은 사랑의 묘약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알렉산드로브 슬로보다의 어떤 거리이다. 마을 사람들이 수도원에서 저녁 미사를 드린 후에 밖으로 나온다. 한 무리의 근위병들이 수도원에서 나오는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귀족들에 대하여 어떤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피해서 서둘러 돌아간다. 백성들은 귀족들도 싫어하지만 포악한 짜르 이반에 무조건 충성하는 근위병들도 싫어한다. 마르파가 친구인 두냐샤와 가정부인 페트로브나와 함께 수도원에서 나온다. 집에 돌아온 마르파는 현관에서 사랑하는 리코프를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수도승의 검은 옷을 입고 후드를 쓴채 수도원에서 나와서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마르파가 그 수도승과 눈을 마주친다. 그 사람이 마르파를 뚫어지라고 쳐다본다. 그는 짜르 이반이었다. 그러나 마르파는 그가 짜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다만, 어쩐지 무언가 두렵다는 생각을 한다. 잠시후에 마르파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을 집으로 데려온다. 리킨(Lykin)이라는 사람으로 짜르의 시종장이다. 마르파는 한 구석에서 이제는 마음을 진정하고 앉아 있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려지고 있다. 짙은 그림자가 마르파의 집을 낚아 채듯이 감싸고 있다. 류바샤가 창문을 통해서 마르파의 집안을 몰래 살펴보고 있다. 류바샤는 여러 처녀들 중에서 누가 자기의 라이발인지 알고 싶다. 이때 마르파의 친구인 두냐샤의 음성이 들린다. '마르파야, 거기 있니? 이제 마음 놓아도 좋아. 그리고리는 곧 너를 싫증 낼거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냐샤는 창문 밖에 있는 류바샤를 마르파로 잘 못 알았던 것이다. 류바샤는 그제서야 마르파의 모습을 본다. 류바샤는 마르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고 놀란다. 류바샤는 '그리고리는 마르파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거야'라고 중얼거린다.
현대적 연출. 리코프와 마르파(포플라브스카야). 런던 로얄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리가 사랑하고 있는 여자가 아름다운 마르파인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은 류바샤는 무슨 생각을 했던지 곧바로 보멜리우스의 집을 찾아간다. 류바샤는 보멜리우스에게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없앨수 있는 약을 팔라고 간청한다. 보멜리우스는 류바샤에게 그런 약을 만들어 줄테니 대신에 사랑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 말에 당황한 류바샤가 잘 못 왔다고 생각하고 보멜리우스의 집을 떠나려하자 보멜리우스는 그리고리에게 이 모든 사실을 얘기하겠다고 위협한다. 소바킨의 집에서는 마르파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류바샤는 어떻게 해서든지 마르파를 파멸시키려는 생각이 굳어진다. 류바샤는 마침내 보멜리우스의 청을 들어주기로 작정한다. 보멜리우스가 약을 만들기 시작한다. 류바샤는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한편, 리코프는 마르파의 아버지와 얘기하는 중에 그리고리가 다음알 마르파를 만나러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말을 류바샤가 엿듣는다. 류바샤는 어서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약을 구해서 마르파의 아름다움을 빼앗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류바샤를 만난 보멜리우스는 어떻게 해서든지 류바샤를 자기 품에 안아 보려고 강제로 류바샤를 자기 집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때 저쪽에서 근위병들이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류바샤는 얼른 보멜리우스의 손에서 빠져나와 근위병들이 오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곳에 그리고리가 있을지도 모르며 없다고 해도 자기를 아는 근위병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이다. 그러다가 류바샤는 그리고리의 마음이 이미 자기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는 생각을 하고 중간에 멈추어 선다. 보멜리우스는 류바샤가 도망을 가자 약 때문에 자기 집을 다시 찾아 올 것으로 생각하여 현관에 숨어서 기다린다. 류바샤가 하는 수없이 보멜리우스의 집으로 향한다. 류바샤는 보멜리우스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근위병들이 거리에 나타난다. 그리고리의 친구인 말류타가 이끌고 있다. 근위병들은 귀족들의 일부가 짜르에 대하여 반항을 하므로 이들을 체포하여 처형하기 위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는 중에 보멜리우스의 집에서는 불빛이 꺼진다.
마르파. 노바야 오페라
3막은 드루츠카(Druzhka)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말한다. 들러리라고 했지만 미국에서 말하는 Best Man 과는 다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의 바로 그 장미의 기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근사하다. 무대는 마르파의 집이다. 마르파의 아버지인 바실리 소바킨은 딸 마르파가 사랑하는 이반 리코프와 딸 마르파를 사랑한다는 그리고리 그랴츠노이에게 마르파가 다른 귀족들의 미혼 여식들과 함께 짜르의 궁전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얼마전에 상처한 짜르 이반이 새로 부인을 맞이하기 위해 처녀들을 오라고 해서 그 중에서 간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르파도 신부 후보에 들어가서 친구 두냐샤와 함게 궁전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리코프와 그리고리는 모두
'그게 무슨 말이냐?'면서 크게 놀란다. 하지만 짜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무어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두 사람 중에서 리코프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소바킨이 리코프를 진정시키느라고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리는 속으로야 그렇지 않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 리코프와 소바킨에게 설마 마르파가 짜리짜(황비)가 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리코프와 마르파가 결혼하게 되면 자기가 신랑의 들러리를 맡아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리고리의 음성은 어딘가 리코프와 소바킨을 조롱하는 것처럼 들린다.
마르파와 두나샤
다음날이다. 모두들 짜르의 신부 선택이 어떻게 되었는기 궁금해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때에 마르파의 친구 두냐샤의 어머니인 돔마 사부로바가 들어와서 신부 선택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를 흥분해서 전해준다. 짜르는 마르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두냐샤에게 아주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냐샤와 농담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말을 들은 리코프는 크게 안심하는 한숨을 쉰다. 과연, 궁전에 들어갔던 처녀들이 일단은 집으로 돌아와서 하회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리는 마르파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고 말하면서 장차 신부와 신랑이 될 사람들에게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모두들 그러자고 응답한다. 그리고리는 마르파의 잔에 미리 준비해온 사랑의 묘약을 아무도 몰래 집어 넣는다. 아무 것도 모르는 마르파는 그리고리가 주는 술잔을 받아서 관례대로 잔을 비운다. 모두들 마르파와 리코프를 축하한다. 사부로바가 곧 신부가 될 마르파를 위해 축하의 노래를 부른다. 두냐샤를 비롯한 마르파의 다른 친구들도 함께 노래를 부른다. 그때 갑자기 가정부인 페트로브나가 뛰어 들어와서 소바킨의 발 아래에 몸을 던지며 '지금 궁전으로부터 귀족들이 짜르의 메시지를 가지고 이 집으로 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소바킨은 '아니, 우리 집으로 온다고? 여인이여, 그대는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라고 소리친다. 잠시후 근위대의 말류타가 귀족들과 함께 나타나서 마르파가 새로운 짜리짜로 선택되었다고 전한다.
마르파의 광란의 장면
4막은 신부(新婦)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궁전에 있는 짜리짜의 방이다. 이제 마르파는 결혼식 준비를 위해 궁전에 들어와서 지내고 있다. 그런 마르파에게 이유를 알수 없는 병이 생긴다. 짜르와의 결혼식을 앞둔 마르파가 병에 걸리자 아버지 소바킨의 걱정은 태산과 같다. 돔마 사부로바가 소바킨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고리가 나타나서 소바킨에게 '마르파를 저렇게 만든 사람이 자기의 죄과를 모조리 고백했다'고 말하면서 짜르의 주치의인 보멜리우스가 마르파의 병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누가 그랬는지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소바킨은 보멜리우스가 고쳐주겠다고 하는 얘기를 어서 마르파에게 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급히 발길을 재촉한다. 한편, 마르파는 자기에게 독약을 마시게 하여 병이 생기게 한 사람이 다름 아닌 사랑하는 리코프라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어쩔 줄을 몰라한다. 마르파는 리코프가 그럴리가 없다고 믿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리코프를 죽음에서 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아프지 않은 척을 한다. 마르파는 상당히 격앙된 음성으로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는 관찮아요'라고 소리친다. 그리고리는 리코프가 마르파에게 독약을 주어 마시게 했다고 고백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러면서 짜르가 자기에게 리코프를 직접 처형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방금 리코프를 처형했다고 덧붙인다. 그 말을 들은 마르파는 이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리와 마르파
마르파는 이제 정말로 정신이 이상해졌다.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다. 마르파는 그리고리를 리코프로 착각한다. 마르파는 그리고리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눈다. 둘이서 함께 한 행복했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마르파의 그런 행동과 말에 양심의 충격을 받은 그리고리는 리코프가 죽임을 당하도록 음로를 꾸민 것은 바로 자기이며 또한 마르파에게 이상한 약을 준 것도 자기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마르파는 그리고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고 오로지 지난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만을 생각한다. 마르파는 어린시절을 얘기하고 노브고로드에서 살던 것, 약혼을 했던 것을 회상한다. 그리고리는 더욱 절망에 빠진다. 그리고는 더욱 참회한다. 그리고리는 스스로 근위대에게 자기의 죄과를 고백하고 처벌 당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전에 몇가지 일을 바로 잡고자 한다. 우선 보멜리우스가 자기를 속인 것을 처벌키로 한다. 류바샤가 나타나서 모든 진상을 털어놓고 잘못한 사람들이 처벌을 받도록 하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나선다. 류바샤는 자기가 보멜리우스에게 부탁해서 독약을 만들도록 했고 그것을 그리고리의 사랑의 묘약과 바꿔치기 했다는 사실을 털어 놓는다. 그 말을 들은 그리고리는 칼을 빼어 들어 류바샤를 찔러 죽인다. 그리고리는 마르파에게 작별을 고한 후에 근위대와 친구인 말류타에게 자수한다. 그렇지만 마르파는 아무것도 모른다. 오직 리코프와의 지난 날만을 생각한다. 마르파는 리코프의 이름을 입술에 담으면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리 집에서의 파티 장면
[명음반] - 소바킨, 마르파, 그리고리, 리코프, 류바샤 - 지휘자, 오케스트라
- 1958년: 알렉산드르 베데르니코프(Alexandr Vedernikov), 옐리차베타 슘스카야(Yelizaveta Shumskaya), 알렉세이 이바노프(Alexey Ivanov), 안드레이 소콜로프(Andrey Sokolov), 베로니카 보리센코(Veronika Borisenko) - 예프게니 스베틀라노프,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 1975년: 블라디미르 발라이티스(Vladimir Valaitis), 갈리나 비슈네브스카야(Galina Vishnevskaya), 이리나 아르키포바(Irini Arkhipova), 예프게니 네스테렌코(Yevgeny Nesterenko), 안드레이 소콜로프 - 푸아트 만수로프,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 1991년: 아르카디 미센스킨(Arkady Mishenskin), 에카타리나 쿠드리아브첸코(Ekatarina Kudriavchenko), 니나 타렌티에바(Nina Terentieva), 블라디슬라브 세레스트니코프(Vladislav Veresinikov) - 안드레이 치스티아코프,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 1998년: 드미트리 스보로스토브스키(Dmitri Hvorostovsky), 미라나 샤구치(Marina Shaguch), 올가 보로디나(Olga Borodina), 에프게니 아키모프(Yegeny Akimov), 세르게이 알렉사슈킨(Sergei Alexashkin), 니콜라이 가시에프 - 발레리 게르기에프, 마리인스키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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