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장미의 기사 슈트라우스

탄생 150 주년 기념 - 2014년

정준극 2014. 1. 3. 21:26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 주년

2014년에 펼쳐지는 R. 슈트라우스 오페라의 향연

새로운 제작의 ‘장미의 기사’, ‘살로메’, ‘그림자 없는 부인’ 등 각광

말년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2014년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의 탄생 150 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다. 후기 낭만주의와 초기 현대주의 작곡가인 R. 슈트라우스는 1864년에 뮌헨에서 태어났다. 2013년은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의 탄생 200 주년을 기념하는 해였고 동시에 오페라의 혁명아 바그너의 탄생 200 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베르디와 바그너를 기념하는 행사와 공연들이 화려하게 펼쳐졌었다. 특히 바그너가 태어난 라이프치히와 바그너가 중점적으로 활동했던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하여서는 바그너 200 주년 기념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그 여파가 2014년에도 이어지게 되었다. R. 슈트라우스의 탄생 150 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독일의 여러 곳에서 찬란하게 열리기 때문이다. R. 슈트라우스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적 혁명을 이어 받은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그러므로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이 2013년의 바그너에 이어 2014년에 R. 슈트라우스에 최대한의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부인 파울리네 데 아나, 아들 프란츠

 

R. 슈트라우스는 모두 18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 중에서 우리의 귀에 익은 ‘장미의 기사’, ‘살로메’, ‘아라벨라’,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말없는 부인’, ‘그림자 없는 여인’ 등이 2014년 전반기에만 세계 각지의 80개 극장에서 제작될 계획이며 공연회수로는 350여회에 이를 예정이다.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공연은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름 페스티발에서 피크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오페라 공연은 2015년 시즌에도 2014년 시즌과 연계하여 계속될 것이므로 실제로 R.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공연회수는 5백회를 넘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매일 한 편 이상의 R. 슈트라우스 오페라가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공연된다는 계산이다.

 

R. 슈트라우스가 활동할 당시의 드레스덴 호프오퍼(젬퍼오퍼). 1900년대 초반

 

R. 슈트라우스가 태어난 뮌헨에서의 기념 콘서트와 오페라 공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면서 진행된다.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슈타츠오퍼)는 2014년에 특별히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 초점을 두어 공연할 계획한다. 그런가하면 특별히 2014년 6월 9일 R. 슈트라우스 150 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R. 슈트라우스는 6월 11일에 태어났지만 그보다 이틀 앞서서 전야제 형식으로 콘서트를 갖는 것이다. 콘서트는 러시아 출신인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죽음과 환생’등 관현악곡이 연주된다. 뮌헨의 오페라 페스티발에는 ‘장미의 기사’(3월과 7월), ‘살로메’(3월), ‘낙소스의 아리아드네’(5월과 7월), ‘그림자 없는 부인’(Die Frau ohne Schatten: 6월과 7월) 등이 포함된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비엔나 슈타츠오퍼

 

드레스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드레스덴은 R. 슈트라우스 오페라들이 여러 편이나 세계 초연되었던 곳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두고 있다. R. 슈트라우스의 18편 오페라 중에서 그중에서 반이나 되는 9편이 드레스덴의 오페라극장(젬퍼오퍼)에서 초연되었다.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오페라들은 ‘불기근’(Die Feuersnot: 1901), ‘살로메’(Salome: 1905), ‘엘렉트라’(Elektra: 1909),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 1911), ‘인터메쪼’(Intermezzo: 1924), ‘이집트의 헬레네’(Die ägyptische Helena: 1928), ‘아라벨라’(Arabella: 1933), ‘말없는 부인’(Die schweigsame Frau: 1935), ‘다프네’(Daphne: 1938)이다. 드레스덴의 젬퍼오퍼는 2014년에 ‘장미의 기사’,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엘렉트라’를 무대에 올린 예정이다. ‘엘렉트라’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로 이미 2014년 1월에 공연하였다. 틸레만 지휘의 ‘엘렉트라’는 새로운 연출이어서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불기근’은 6월에 드레스덴의 레지덴츠슐로스에서 야외공연된다. 드레스덴의 슈타츠카펠레는 ‘아라벨라’를 4월의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발에서 공연한다.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인 르네 플레밍과 바리톤 토마스 햄슨이 출연한다. R. 슈트라우스의 생일인 6월 11일에는 젬퍼오퍼에서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틸레만 지휘의 갈라 콘서트에서는 R. 슈트라우스의 10개 오페라 중에서 아리아와 듀엣이 연주된다.

 

'장미의 기사'를 지휘하는 R. 슈트라우스

               

뮌헨과 드레스덴이야 R. 슈트라우스와 여러 면에서 인연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축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다른 도시들도 성의를 다하여 축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독일이 그만큼 R. 슈트라우스의 위대성을 자랑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R. 슈트라우스가 세상을 떠난 가르미슈(Garmisch)에서의 행사는 의미가 있다. 그는 1908년에 가르미슈에 집을 짓고 194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다. 가르미슈에서는 6월 11일부터 19일까지 특별 슈트라우스 페스티발로서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슈트라우스’를 개최한다. 예술감독은 유명한 메조소프라노 브리기트 파스밴더이다. 6월 11일의 오프닝 나이트에서는 세바스티안 봐이글레(Sebastian Weigle)의 지휘로 ‘다나에의 사랑’(Die Liebe der Danae)이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된다.

 

R.슈트라우스가 말년을 보낸 독일 남부의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헤의 설경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 즉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 2014년도 R. 슈트라우스 15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아마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인 해리 쿠퍼에 의한 ‘장미의 기사’의 새로운 제작일 것이다. 새로운 제작의 ‘장미의 기사’는 8월 1일부터 시작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 무대에 올려진다. 라이프치히 오페라도 6월 14일에 새로운 제작의 ‘그림자 없는 부인’을 무대에 올린다. 라이프치히에서는 4월부터 7월까지 라이프치히 게봔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일련의 R. 슈트라우스 작품들을 연주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노장 로린 마젤의 지휘로 6월 4-7일 ‘올 슈트라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므로 2014년에 독일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R. 슈트라우스와 관련된 기념 콘서트, 또는 오페라 공연을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독일정부는 2014년에 10유로 짜리 R.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기념주화를 발행한다.


'그림자 없는 부인'의 무대. 메트로폴리탄

 

영국의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R. 슈트라우스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50년에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푸르트 뱅글러의 지휘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를 세계 초연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소프라노 솔로이스트는 노르웨이 출신의 키르스텐 플라그스타트(Kirsten Flagstad)였다. 그런 연고로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2014년 6월에 ‘슈트라우스 150 주년 2014’(Strauss 150th Anniversary 2014)라는 특별 콘서트를 갖는다. 지휘는 R. 슈트라우스 음악해석의 권위자인 베를린 출신의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Christoph von Dohnanyi)와 미국의 로린 마젤이 맡는다.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는 2014년으로 85세이며 로린 마젤은 84세이다.

 

영국에서는 R.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라 반주에 의한 가곡 연주회가 시리즈로 열린다. 우선은 만체스터의 브릿지워터 홀에서 14회의 이벤트가 마련된다. R. 슈트라우스 가곡을 연주하는 영광은 BBC 필하모닉과 할레 오케스트라, 그리고 만체스터 카메라타가 함께 나눈다. 이미 1월에 시작하였으며 3월 초에 마지막 연주회를 갖는다. ‘슈트라우스의 음성’(Strauss's Voice)이라는 타이틀의 이들 연주회에서는 ‘네개의 마지막 노래’ 이외에도 브렌타노, 데멜, 횔덜린의 시에 의한 가곡들이 소개된다. 런던의 로열 오페라는 클라우스 구트의 뛰어난 제작으로 ‘그림자 없는 부인’을 3월 중순에 무대에 올린다. 지휘는 세미욘 비츠코프가 맡는다. 이어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도 크리스토프 로이의 제작으로 리바이발한다. 8월에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의 지휘로 전국 순회 연주회를 떠나며 해협 건너서 잘츠부르크 여름 페스티발에서 마지막을 장식한다. 글린드본 페스티발은 리챠드 존스의 새로운 제작으로 ‘장미의 기사’를 5월 중순에 공연한다. 5월 하순, 버밍햄에서의 ‘장미의 기사’에는 소일레 이소코스키가 타이틀 롤로 나온다.

 

핀랜드 출신의 리릭 소프라노 소일레 이소코스키

 

무어니 무어라 해도 오페라 ‘살로메’는 2014년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살로메’는 1905년 12월에 드레스덴에서 초연을 가졌다. 그후 ‘살로메’는 많은 논란 속에 그 잔혹성과 선정성 등으로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고 또는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을 받기도 했다.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경우는 특별하다. ‘살로메’가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1918년이다.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때로부터 무려 13년 후가 된다. 당시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은 구스타브 말러였다. 말러는 1906년 초에 슈타츠오퍼(당시에는 호프오퍼)에서 ‘살로메’를 공연코자 했으나 검열당국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에 ‘살로메’는 1906년에 그라츠에서 오스트리아 초연을 가졌다. 비엔나에서는 공연허가를 받지 못했던 ‘살로메’가 그라츠에서는 공연된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라츠를 찾아왔다. ‘살로메’의 그라츠 공연에는 이탈리아에서 푸치니가 왔고 오스트리아 작곡가로서는 구스타브 말러, 아놀드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 등이 참석했다. 비엔나 슈타츠오퍼는 2014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2014년 2월 7일에 ‘살로메’를 공연하였다. 타이틀 롤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프리마 돈나인 군 브리트 바르크민(Gun-Brit Barkmin)이 맡는다. 런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도 ‘살로메’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라비니아 페스티발에서 ‘살로메’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한다.

 

살로메 역의 소프라노 군 브리트 바르크민

 

지금은 고인이 된 패트리스 셰로(Patrice Chereau)가 제작한 ‘엘렉트라’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공연될 예정이며 부다페스트의 헝가리국립오페라는 5월 25일부터 6월 11일(R. 슈트라우스의 탄생일)까지 여섯 편의 슈트라우스 오페라를 공연한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네덜란드 오페라가 4월 11일에 크리스토프 로이가 제작하는 ‘아라벨라’를 공연한다. 슈트라우스의 희귀 오페라를 순례코자 하는 사람들은 팔레르모에서의 ‘불기근’(1월)으로부터 시작하여 헴니츠의 ‘말없는 부인’(4월), 프랑스 툴루스의 ‘다프네’(6월)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불기근’은 6월 14일에 비엔나 폭스오퍼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며 6월 15일에는 ‘다나에의 사랑’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된다. 호주와 극동에서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린다.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크리스틴 괴르케가 타이틀 롤을 맡는 ‘엘렉트라’의 콘서트 연주회가 열리며 토쿄에서는 5월 22일에 ‘아라벨라’가 공연된다. 서울 필하모닉과 타일랜드 필하모닉도 슈트라우스 콘서트 시리즈를 가질 예정이다.


드레스덴 오페라에서의 '아라벨라'의 한 장면

 

미국에서도 R.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기념행사가 넘치도록 계획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장미의 기사’와 ‘아라벨라’를 4월 초에 공연하는 것이다. 오토 셴크의 고전적인 제작으로 무대에 올려지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오페라는 핀랜드 출신의 카밀라 닐룬드(Camilla Nylund)를 타이틀 롤로 하여 5월에 ‘살로메’를 공연한다. 7월에 글리머글래스 페스티발에서 새로운 제작으로 공연하는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도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르네 플레밍과 사라 코놀리가 등장하는 ‘장미의 기사’가 세기의 공연으로서 예정되어 있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의 지휘이다.


소프라노 카밀라 닐룬드의 살로메. 로열 오페라 하우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 주년을 영화와 연관시켜 축하하는 행사도 관심을 끈다. 뉴욕 필하모닉은 이미 2013년 9월에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음악을 연주했다. 스탠리 쿠브릭의 이 영화에서는 R.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가 주제곡으로 사용되었다. R.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독일과 비엔나의 작곡가 대부분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독일과 비엔나에서 활동하던 작곡가들 중에서 상당수는 2차 대전 이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중에는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크게 성공한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도 포함되어 있다. 코른골트와 막스 슈타이너와 알프레드 뉴만이 스크린을 통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조시(톤디히퉁: tone poem)를 마치 메아리처럼 표현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에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 사항이다.

 

2001: A Space Odyssey의 한 장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연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