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장미의 기사 슈트라우스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

정준극 2014. 2. 22. 09:59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

Tanz der sieben Schleier - Dance of the Seven Veils

아수르와 바벨론에서 유래한 춤

 

조르즈 로셰그로스 작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춤은 어떤 것일까? 모르긴 해도 오페라 '살로메'에 나오는 '일곱 베일의 춤'일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를 통해서 크게 유명해진 춤이다. 오페라 '살로메'는 잘 알다시피 성경에 나오는 갈릴리의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가 불륜으로 결혼한 부인 헤로디아스의 부탁을 받고 세례 요한을 죽인데 대한 이야기이다. 이에 대한 스토리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시와 소설로서, 그림으로서, 음악으로서, 무용으로서 그렸거니와 그 중에서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는 단연 백미로 인정받고 있다. 살로메와 세례 요한에 대한 소설적인 이야기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이외에도 그 전에 나온 쥘르 마스네의 '에로디아스'라는 오페라에도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앙투안 마리오트(Antoine Mariotte: 1875-1944)이 작곡하여 1908년에 리옹에서 초연된 '살로메'도 마찬가지의 스토리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유명하기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따라 갈수 없다. 그 이유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에 나오는 '일곱 베일의 춤'이 너무나 관능적이고 섹시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마스네의 '에로디아스'에는 에로디아스의 딸인 살로메가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실은 성경에도 헤로디아스의 딸이 헤롯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춤을 추었지만 그 춤의 제목이 '일곱 베일의 '춤'이라는 설명은 없다. 그리고 물론 살로메가 세례 요한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거부 당하자 분풀이로 헤롯 안티파스에게 부탁해서 세례 요한을 죽였다는 얘기도 성경에는 없다. 다만, 춤을 추는 장면에 대하여는 성경에 한두마디 설명이 되어있다. 마태복음 14장 6절을 보면 '마침 헤롯의 생일이 되어 헤로디아의 딸이 연석 가운데서 춤을 추어 헤롯을 기쁘게 하니'라고만 되어 있다. 마가복음 6장 22절에도 춤을 추었다는 내용이 있지만 다. 어떤 춤을 추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즉, '헤로디아의 딸이 친히 들어와 춤을 추어 헤롯과 그와 함께 앉은 자들을 기쁘게 한지라...'라고만 되어 있다.

 

소프라노 드보라 보이그트가 살로메를 맡은 무대

 

'일곱 베일의 춤'이라는 명칭이 어떻게 유래 되었는지를 추적하기 전에 반복되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살로메라는 이름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하자. 잘 아는대로 헤롯 안티파스를 위해 춤을 춘 헤로디아스의 딸의 이름이 무엇이라는 것은 성경에 일언반구 없다. 그저 헤로디아스(헤로디아)의 딸이라고만 되어 있다. 헤로디아스의 딸의 이름이 살로메라고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91년 아일랜드의 극작가로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살로메'라는 극본을 발표하고서 부터이다. 사실 그때에도 살로메라는 이름은 아는 사람이나 아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살로메라는 이름이 정작 널리 알려진 것은 1905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단막의 오페라 '살로메'를 내놓고서부터였다. 사실 그 전에도 살로메라는 이름이 나온 오페라가 있었다. 마스네의 '에로디아드'(Hérodiade)이다. 1881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 '에로디아드'의 대본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77년에 내놓은 소설을 바탕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플로베르가 오스카 와일드보다 훨씬 먼저 살로메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면 과연 플로베르가 살로메라는 이름을 제일 먼저 사용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주후 1세기 경에 살았던 로마 계통의 유대인 역사학자인 티투그 플라비우스 요세푸스(Titus Flavius Josephus: 37-c 100)가 살로메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사용했다는 것이다. 요세푸스는 유태민족의 고대생활과 문화를 기술한 '유태 고대사'(Antiquities of the Jews 또는 Jewish Antiquities)를 저술한 사람이다.

 

1953년도 영화 '살로메'에서. 리타 헤이워스.

 

요세푸스의 '유태 고대사'에는 살로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헤로디아스는 헤롯대왕의 아들 헤롯과 결혼하였다. 헤로디아스는 대제사장 시몬의 딸인 마리암느에게서 태어났다. 헤로디아스는 살로메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헤로디아스는 딸을 낳은 후 남편과 사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하고 헤롯과 재혼하였다. 그리고 당시 유태인의 관습과는 달리 딸 살로메를 떠맡아 살았다. 새로 결혼한 남편 헤롯은 남편의 형이었다. 새로운 남편 헤롯 안티파스는 그의 아버지 헤롯 대왕의 뒤를 이어 갈릴리의 분봉왕이 되었다. 살로메는 헤롯 대왕의 아들로서 트라초니티스(Trachonitis)의 분봉왕인 필립과 결혼하였다. 필립이 후사가 없이 세상을 떠나자 살로메는 헤롯 대왕의 다른 아들인 아리스토불루스(Aristobulus)와 재혼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로메가 세례 요한을 사모하였으나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그를 죽이기까지 하였다는 얘기, 또는 살로메가 쟁반에 담아 온 세례 요한의 머리를 끌어 안고서 입맞춤을 하였다는 얘기, 또는 헤롯이 그런 살로메의 모습을 보고 역겨움을 참지 못해서 병사들에게 살로메를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얘기 등은 무대 위에서나 볼수 있는 것이고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볼수 있다. 살로메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일곱 베일의 춤' 얘기로 돌아가자.

 

리제 린드스토름의 살로메

                      

'일곱 베일의 춤'은 아마도 고대 아시리아(앗수르)와 바빌로니아(바벨론)에서 숭앙하고 있는 다산의 여신 이쉬타르(Ishtar 또는 Astarte)에 대한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신화에 의하면 이쉬타르는 지하 세계에 있는 언니 에레쉬키갈(Ereshkigal)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이쉬타르가 지옥의 문에 도착하자 문직이는 이쉬타르에게 일곱 문을 지나야만 언니를 만날수 있다고 말한다. 문직이는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이쉬타르에게 걸치고 있는 옷을 하나씩 벗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쉬타르가 마침내 마지막 문을 통과하자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본 언니 에레쉬키갈은 화를 내고 동생 이쉬타르를 감옥에 가둔다. 그후 이쉬타르는 그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구출되어 다시 지상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쉬타르는 일곱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옷을 한가지씩 더 입어서 마지막 문을 나올 때에는 처름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옷을 모두 입고 있게 된다.

 

'일곱 베일의 춤'을 추고 있는 살로메(리타 헤이워스)

 

살로메가 헤롯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그렇게 해서 헤로디아스의 요구사항인 세례 요한을 죽이기 위해서 살로메가 춤을 추었다는 내용은 오스카 와일드의 극본에도 나오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도 나오지만 그 춤의 이름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두 군데에 모두 없다. 다만, 오페라 '살로메'의 스코어에 이 부분은 '일곱 베일의 춤'이라고 연기 노트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원래 그 춤을 추게 된 의도는 살로메가 세례 요한을 섹시한 춤으로서 완전히 매혹시키고자 해서였지만 그런 원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대신 헤롯을 즐겁게 하기 위해  춘 것으로 되어 있다. '일곱 베일의 춤'은 표준 템포로 연주했을 때 약 7분이 걸린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춤의 내용은 무대 감독, 안무가, 그리고 당사자인 소프라노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라노의 무용 실력과 신체적 조건일 것이다. 오페라는 아니지만 1953년에 나온 헐리우드 영화 '살로메'에서 리타 헤이워스가 스트립 댄스를 춘 것은 가장 대표적인 '일곱 베일의 춤'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1961년에 나온 '왕 중 왕'(King of Kings)라는 영화에서 브리지드 바즐렌(Brigid Bazlen)도 대단한 춤을 추었다. 술에 취해 있는 탐욕스런 헤롯을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춤으로서 영화계에서는 리타 헤이워스에 버금가게 가장 뛰어난 춤을 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헤롯의 앞에서 춤을 추는 살로메(브리지드 바즐렌)

 

이탈리아의 여류 영화감독인 릴리아나 카바니(Liliana Cavani: 1933-)가 1974년에 감독한 '나이트 포터'(Il Portiere di notte: The Night Porter)에서는 샬로테 램플링(Charlotte Rampling)이 강제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루치아 아테로톤의 역할을 맡아 했다. 대단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루치아가 '릴리 말렌'(Lili Marlene)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말레느 디트리히의 흉내를 내서 나치 SS 유니폼을 입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춤과 노래가 끝나자 나치 책임자인 막스는 루치아에게 수고했다면서 수용소에서 다른 죄수들의 미움을 받던 어떤 남자 죄수의 머리를 잘라 주었다. 이외에도 소설, 팝 송, 방송극에서도 '일곱 베일의 춤'이 간간히 토픽의 대상이 되어 왔다. 예를 들면 가수 칼 샌더슨(Carl Sanderson)은 그의 1990년도 앨범인 Pieces of a Heart 에 Dance of the Seven Veils 라는 곡을 포함하여 음반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네 편이 있다. 무성영화 시대에 우크라이나 출신의 알라 나지모바가 주연한 1923년의 '살로메', 이탈리아-프랑스 합작의 영화로서 조 참파(Jo Champa)가 주연한 1986년의 '살로메', 영국의 이모젠 밀레 스코트(Imogen Millais-Scott)가 주연한 1988년의 '살로메의 마지막 춤'(Salome's Last Dance), 미국의 다큐 드라마로서 알 파치노가 감독하고 출연하였으며 제시카 체이스틴(Jessica Chastain)이 타이틀 롤을 맡은 2011년의 '와일드 살로메'(Wild Salome)이다. 이상은 오스카 와일드의 극본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이며 성경에 기본을 두고 만든 영화로서는 1918년 테다 바라(Theda Bara)가 주연한 '살로메', 1953년 리타 헤이워스가 주연한 '살로메', 그리고 2002년 스페인의 플라멘코무용단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다 고메즈(Aida Gomez) 주연의 '살로메'가 있다.

 

1918년도 무성영화인 테다 바라 주연의 '살로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