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믈린(Emmeline)
토비아스 피커의 2막 오페라
미국판 외디푸스 신화
토비아스 피커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신화에 외디푸스(Oedipus) 이야기가 나온다. 외디푸스는 테베의 왕인 라이우스와 조카스타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다. 외디푸스 왕자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예언을 받는다. 결국 예언을 이루어지고 자책감에 휩싸인 외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멀게 하고 멀리 떠나 쓸쓸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외디푸스와 어머니 조카스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안티고네이다. 여러 작곡가들이 외디푸스와 안티고네의 신화를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외디푸스 렉스', 펠릭스 멘델스존의 '콜로누스의 외디푸스', 헬무트 에더의 '외디푸스'(1960 린츠), 게오르게 에네스쿠의 '외디프', 칼 오르프의 '안티고네', 토마스 트라예타의 '안티고네', 마크 안소니 터니지의 '그리크', 아서 오네거의 '안티고네' 등이다. 그런중에 미국의 중견 작곡가인 토비아스 피커(Tobias Picker: 1954-)가 외디푸스 이야기를 고대의 테베가 아니라 19세기의 메인주로 옮겨 놓았다. 오페라 '엠믈린'(Emmeline)이다. 오페라 '엠믈린'은 토비아스 피커의 첫번째 오페라이다. 생계를 위해 공장의 여공으로 들어간 엠믈린은 공장감독의 유혹을 받아 임신하게 된다. 어쩔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엠믈린은 아들을 낳는다. 엠믈린의 아들은 태어나자 마자 다른 사람들이 데려가서 기른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다. 엠믈린은 자기 아들인지 모르고 그와 결혼한다. 얼마후 사실이 밝혀지자 엠믈린은 사람들로부터 추방되어 어느 외딴 곳에서 목숨을 연명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나약한 인간으로서는 어찌할수 없는 운명적인 비극이었다.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외디푸스 렉스'의 한 장면. 외디푸스와 조카스타. 그리고 눈먼 예언자인 티에레시아스
원작은 뉴욕 출신의 여류작가인 주디스 로스너(Judith Rossner: 11935-2005)의 1980년도 동명 소설이다. 이를 바탕으로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인 시인 제이디 디 맥클라치(JD McClatchy: 1945-)가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다. 2막의 '엠믈린'(혹은 엠마린이라고 발음함)은 1996년 산타페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 주인공인 엠믈린은 소프라노 패트리시아 라세트(Patricia Racette)가 맡아서 관심을 끌었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엠믈린 모셔(Emmeline Mosher: S), 엠믈린의 아버지인 헨리 모셔(Henry Mosher: B), 엠믈린의 고모, 즉 헨리 모셔의 여동생인 한나 왓킨스(Hannah Watkins: Dramatic Cont), 공장 감독인 미스터 메이과이어(Maguire: Bar), 철도 노동자인 매튜 거니(Matthew Gurney: T), 공장 여공들의 전세방 주인인 미세스 베스(Mrs Bass: MS), 공장의 나이 많은 여공인 소피(Sophie: S), 메인주 화예트의 목사인 에이브리(Pastor Avery: B), 공장의 조장인 후커(Hooker: T), 엠믈린의 여동생인 해리엣 모셔(Harriet Mosher: S), 엠믈린에게 청혼한 청년인 사이몬 펜톰(Simon Fentom: Bar) 등이다.
원작자인 주디스 로스너
'엠믈린'의 음악은 마치 벤자민 브리튼의 음악을 생각케 한다. 장대한 면이 보이는가 하면 혹독한 인상도 지울수 없다. 전체적으로 비극적인 뉘앙스가 넘쳐 있는 음악이다. 그러면서도 짧은 순간이지만 유머가 나타나보인다. 예를 들면 엠믈린이 처음으로 거울을 보고 자기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을 때, 그리고 몇 년후 엠믈린이 실의와 절망에 빠져 지내고 있을 때에 어떤 젊은이가 하모니카를 부는 것을 듣고 미소를 지을 때이다. 미국적인 노래가 엿보이는 장면도 여러 곳이나 된다. 예를 들면 Sing, damn you, sing 과 같은 노래이다. 엠믈린이라는 이름은 '근면하다'는 뜻이다. 라이발이라는 뜻도 있다. 뉴욕 출신의 주디스 로스너는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Looking for Mr Goodbar)라는 소설로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엠믈린의 이야기는 메인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엠믈린의 이야기는 '에므린 배철더 거니'(Emeline Bachelder Gurney)라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니라는 남자와 에므린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증거는 여러 곳에 남아 있다.
한나에 의해 엠믈린과 매튜의 비밀이 밝혀진다.
[1막] 가난에 짓눌린 삶이다. 헨리 모셔는 방금 또 하나의 어린 아이를 땅에 묻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엠믈린의 고모인 한나는 엠믈린의 아버지인 헨리에게 엠믈린을 공장에 보내서 돈을 벌게 하라고 주장한다. 엠믈린은 공장에 취직을 한다. 숙소는 여러 여공들이 묵고 있는 기숙사이다. 미세스 베스가 여공들이 혹시나 탈선을 할것 같아서 그들의 생활을 감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믈린은 공장감독인 메이과이어의 유혹을 받는다. 얼마후 메이과이어는 공장주인의 딸과 결혼하고 엠믈린을 언제 보았냐는 듯이 대한다. 엠믈린은 임신한 것을 알게 된다. 엠믈린은 공장에서 내쫓겨 어쩔수 없이 고모네 집에 가서 지낸다. 엠믈린의 고모는 엠믈린이 임신한 사실을 엠믈린의 부모에게 숨긴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돈을 받고 양자로 데려갈 집을 비밀리에 주선한다. 마침내 엠믈린이 아이를 낳는다. 고모는 엠믈린에게 태어난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조차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엠믈린에게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어서 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엠믈린(패트리시아 라세트)과 매튜.
[2막] 그로부터 20년이 지난다. 엠믈린은 그동안 결혼하자는 사람이 한두명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고 혼자서 지낸다. 수치스러운 과거 때문이다. 그럴 때에 엠믈린의 집에 어떤 청년이 새로 하숙을 하게 된다. 철도에서 일하고 있는 매튜 거니이다. 매튜와 엠믈린은 무언지 서로 끌려서 친하게 지내게 된다. 엠믈린은 매튜에게 글을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 몇달후 매튜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그러자 매튜는 엠믈린에게 결혼하자고 하면서 이곳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엠믈린의 아버지인 늙은 헨리는 아무래도 매튜가 너무 젊은 것 같아서 반대했지만 엠믈린은 이제는 과거에만 집착하여 살 필요가 없고 자기의 감정을 숨길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매튜의 청혼을 받아 들인다. 매튜와 엠믈린은 결혼을 하고 집도 새로 짓기 시작한다. 그러는 중에 엠믈린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멀리 살고 있던 고모 한나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다. 장례식에서 엠믈린이 한나를 처음으로 소개하자 한나는 그가 20년 전에 다른 사람의 집에 양자로 들여보낸 엠믈린의 아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 차린다. 이처럼 기막힌 비밀이 비로소 밝혀지자 매튜는 도저히 참을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가 어디론가 떠난다. 소문은 금방 퍼져서 동네 사람들이 엠믈린을 보고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노골적으로 엠믈린에게 더럽다고 하면서 마을에서 떠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엠믈린은 집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는 자기 아들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해서이다. 엠믈린은 매튜가 짓다가 만 집에 홀로 남아 지낸다.
마을 댄스 파티에서 매튜와 에믈린. 세인트 루이스 오페라
이제 원작 소설의 스토리는 어떠한지 소개한다. 오페라의 줄거리와 거의 차이가 없다. 1839년이다. 13세의 엠믈린 모셔는 식구들과 함께 메인주의 화예트(Fayette)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 엠믈린의 고모인 한나는 엠믈린을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로웰에 보내어 공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엠믈린은 의무감에 젖어서 집을 떠난다. 로웰에 도착한 엠믈린은 공장의 젊은 여공들을 위한 합숙소에서 지내게 된다. 엠믈린은 공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직공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여공들과 잘 지내지는 못한다. 다른 여공들은 엠믈린이 촌스럽다고 놀리며 더구나 너무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비웃는다. 그래서인지 엠믈린은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시간이 많다. 그런 엠믈린을 공장장의 딸과 결혼한 아일랜드 이민자인 공장감독이 유혹한다. 아직도 어린 엠믈린은 임신을 한다. 엠믈린은 처음에는 임신한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엠믈린이 임신한 사실이 기숙사에 알려진다. 기숙사 감독인 미세스 베스는 엠믈린의 고모에게 연락해서 엠믈린을 데려 가라고 말한다. 엠믈린의 고모는 공장이 있는 로웰에서 멀지 않은 매사추세츠주의 린(Lynn)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었다.
절망중에 있는 엠믈린
엠믈린의 고모는 엠믈린의 부모가 엠믈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 두려워서 멤믈린의 임신사실을 당분간 숨기기로 한다. 엠믈린의 고모는 메인주의 화예트에 살고 있는 엠믈린의 부모에게 마치 엠믈린이 공장에 계속 다니는 것처럼 편지를 보내고 월급으로 받았다는 돈을 부쳐준다. 그러면서 엠믈린의 고모는 한편으로 엠믈린이 아이를 낳으면 양자로 보낸 집을 물색한다. 마침내 엠믈린이 아이를 낳는다. 엠믈린은 딸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엠믈린의 고모는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아이를 데려간다. 그리고는 엠믈린에게 아이는 잊어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야 모든 생활이 순조롭게 된다는 얘기다. 얼마후 엠믈린은 메인주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공장에서 임신한 에믈린이 쇠약해져서 쓰러진 장면
소설의 파트 2는 그로부터 20년 후의 일을 적고 있다. 엠믈린은 이제 중년에 접어 든다. 그동안 엠믈린에게 청혼했던 사람들도 여러명이나 있었지만 그때마다 거절하고 혼자서 지냈다. 엠믈린은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밖으로 외출한번 변변하 하지 않고 지낸다. 엠믈린의 아버지는 그런 엠믈린이 싫고 속상하다. 엠믈린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다. 있다면 어떤 홀아비가 된 사람의 두 딸들이 있을 뿐아다. 그 두 딸들은 엠믈린에게 은근히 자기 아버지와 결혼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비추지만 엠믈린으로서는 관심이 없다. 어느날 철도 노동을 하는 매튜 거니라는 젊은이가 마을에 들어온다. 매튜는 엠믈린의 집에 하숙을 정한다. 매튜와 엠믈린은 어느새 서로 호감을 가지고 가까워진다. 얼마후 매튜가 엠믈린에게 청혼을 한다. 엠믈린의 아버지는 반대를 하지만 엠믈린은 과감히 매튜의 청혼을 받아 들인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매튜가 그동안 지은 집으로 들어간다. 엠믈린이 입은 웨딩 드레스는 엠믈린의 올캐가 입었던 것이다. 얼마후 엠믈린의 고모가 찾아온다. 고모는 매튜가 아무래도 낯이 익다고 하면서 매튜에게 몇살이냐고 묻는다. 매튜는 스믈 여섯 살이라고 대답한다. 고모는 그렇지 않고 스믈 한살이 맞지 않느냐고 다그친다. 그러는 순간에 엠믈린은 그 옛날 자기가 딸이 아니라 아들을 낳았으며 그 아들이 바로 매튜 거니인 것을 알게 되고 말할수 없는 충격에 빠진다. 고모는 엠믈린의 아버지에게 매튜가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놀란 엠믈린의 아버지는 엠믈린을 더 이상 딸 자식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순식간에 엠믈린의 아들이 매튜라는 소문이 마을에 퍼진다. 매튜는 엠믈린을 버려두고 정처없이 사라진다. 마을 교회의 목사님은 엘믈린은 교회에서 쫓아낸다. 말하자면 파문이다. 그후 엠믈린은 마을의 한 쪽 구석에서 혼자서 지내며 여생을 보낸다. 누구도 엠믈린에게 아는체를 하지 않는다. 엠믈린이 먹고 사는 것은 그저 조그만 땅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곡식 뿐이다. 어떤 추운 겨울날, 이제는 나이가 많아 노파가 된 엠믈린이 혼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행복한 순간의 엠믈린과 매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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