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 바디스(Quo vadis) - 어디로 가시나이까
장 누게(Jean Nouguès)의 5막 그랜드 오페라
장 누게
'쿼 바디스'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왕년의 명우 로버트 테일러와 지성의 미녀 데보라 커가 주연한 1951년도 헐리우드 영화 '쿼 바디스'를 생각할지 모른다. 좀 더 유식한 사람들은 '폴랜드의 헨리크 셴키비치(Henryk Sienkiewicz)의 소설이지. 그 사람 1905년에 그 소설로 아마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쿼 바디스'라는 오페라가 있다는 것은 오페라 애호가들도 잘 알지 못하는 일이다. 더구나 프랑스의 장 누게(Jean Nougués: 1875-1932)라는 사람이 작곡한 오페라라고 말하면 '장 누구?'라고 되묻기가 일수이다. '쿼 바디스'는 라틴어로 Quo vadis?라고 쓴다.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뜻이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일부러 인용하여 소설의 제목으로 삼았고 이어 영화의 제목이 된 것이다. 요한복음 13장 36절에 나오는 말씀이다. 기록된바, '시몬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후에는 따라오리라'이다. 바로 이 때에 베드로가 했던 질문이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이며 이를 라틴어로 번역하면 Quo vadis, Domine(쿼 바디스 도미네)가 된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베드로의 질문을 간단히 그냥 '쿼 바디스'라고 말하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와 베드로의 이 대화는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가지신 때에 나온 것이다. 조금 더 소개하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너희는 내가 가는 곳에 올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이 지금 너희에게도 이르노라'라고 하시며 다시 한번 고난의 길을 걸어가실 것을 비유하여 말씀하시자 제자들 중에서 베드로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대표로 '주여 자꾸 어디로 가신다고 말씀하시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신다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던 것이다.
1951년도 헐리우드 영화인 '쿼 바디스'. 리지아 역의 데보라 커, 마르쿠스 역의 로버트 테일러. 1951년의 영화가 나오기 전에 1925년에 이탈리아에서 무성영화가 제작된바 있으며 2001년에는 예르치 카발레로비츠의 의한 '쿼 바디스' 영화가 새롭게 제작된바 있다.
신약성경에는 베드로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상당히 많이 나온다. 공관복음서에는 물론이고 사도행전과 베드로의 서신에도 나와 있다. 심지어 복음서에는 베드로의 장모가 아프다는 얘기까지 기록되어 있다. 소설과 영화 '쿼 바디스'에 나오는 베드로의 행적은 성경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픽션이라고 할수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후 사흘만에 죽은자 가운데서 살아나시어 40여일을 세상에서 더 머무시다가 홀연히 하늘 높이 올라가시면서 '곧 다시 오리라'라고 말씀하신 사실은 성경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후 제자들과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들이 모여 예수께서 곧 오시겠다고 하셨으니 기다려보자며 기도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지냈다. 나중에 학자들은 그렇게 모여 예수님을 생각하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자고 하는 사람들을 크리스챤 또는 기독교인이라고 불렀다. 아무튼 예수께서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어 승천하신 때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시기에 기독교는 로마까지 번지게 되었으며 우상을 숭배하던 로마 제국은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네로 황제 때에 더욱 그러했다. 베드로는 로마의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신앙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자 로마를 찾아와서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심어 주었다. 로마 당국은 베드로가 로마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베드로를 체포코자 했다. 베드로를 아끼는 사람들은 베드로에게 박해를 피래서 어서 로마를 떠나라고 간청했다. 이에 베드로는 동자 하나를 데리고 로마를 떠나고자 아피아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하늘로부터 '베드로야 베드로야'라며 베드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이었다.
베드로가 놀라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쿼 바디스 도미네)라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나는 네가 두려워서 피하려는 로마로 간다'라고 대답하시었다. 이에 베드로는 크게 뉘우치고 다시 로마로 돌아가서 체포되어 순교를 당하였다. 로마 병사들이 베드로를 십자가에 매달고자 하자 베드로는 '내가 어찌 감히 주께서 고난을 당하신 모습대로 죽을수가 있겠는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게 해 달라'고 하여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가 있다. 베드로가 순교를 당한 바로 그 자리가 오날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베드로의 순교에 대하여는 일찍이 예수께서 예언을 하셨는데 그 내용은 요한복음 21장 18절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기록된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이다. 베드로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임을 당할 것을 예언하신 말씀이라는 것이다. 베드로가 아피아 거리를 가다가 하늘로부터 주님의 음성을 듣고 화개하여 다시 로마로 돌아간 내용은 경외서인 '베드로 행전'(Acts of Peter)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베드로가 주님의 음성을 들은 바로 그 자리에는 오래전에 쿼바디스교회가 세워졌고 교회에 들어가면 입구에 예수님이 서 계셨던 발자국이라는 것이 네모난 돌 위에 커다란 두개의 발자국이 움푹 파져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장 누게는 프랑스의 보르도 출신으로 첫 오페라는 16세 때에 작곡한 Le Roi de Papagey(파파제이 왕)이었다. 다행히 나이도 어린 사람이 그런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놀랍다면서 관찮은 반응을 받았다. 여기에 용기를 얻은 그는 그후 계속해서 Yannha(야나)와 Thamyris(타미리스)를 내놓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아서 실패로 돌아갔다. 실의에 빠져 있던 누게가 재도전한 오페라가 '쿼 바디스'였다. 1909년에 니스에서 초연을 가졌다. 이번에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누게의 이름을 단번에 널리 알린 작품이었다. '쿼 바디스'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되어 호평을 받다가 1911년에는 드디어 미국에 상륙하여 메츠에서 공연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 여주인공인 리지아의 역은 소프라노 매기 타이트(Maggie Tyte)가 맡아서 호평을 받았다. 오페라 '쿼 바디스'은 5막 6장의 대작이다. 대본은 프랑스의 앙리 캥(Henri Cain: 1857-1937)이 헨리크 셴키비츠(Henryk Sienkiewicz: 1846-1916)의 원작인 '쿼 바디스'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소설에 따르면 '쿼 바디스' 사건은 AD 64년 경에 로마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소설은 포인트는 젊은 크리스챤 여인인 리지아와 로마의 귀족인 마르쿠스 비니치우스와의 사랑에 대한 것으로 삼았지만 역시 기독교 신앙의 위대함을 표현한 것이 아닐수 없다.
메츠 초연에서 리지아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매기 타이트
'쿼 바디스'의 줄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이기에 굳이 소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함으로서 줄거리의 소개에 대신코자 한다.
- 마르쿠스 비니치우스(Marcus Vinicius) - 역사적 인물인 마르쿠스 비치니우스의 아들로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다. 하지만 마르쿠스 비치니우스 장군에게 아들이 있다는 내용은 분명치 안낳다. 그러므로 마르쿠스는 소설이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마르쿠스 비치니우스는 로마군의 군단사령관 겸 호민관으로 귀족 집안 출신이다. 마르쿠스 사령관은 오랜 전쟁에서 승리하여 로마로 개선하여 온다. 로마로 돌아온 마르쿠스는 삼촌인 페트로니우스의 집에서 리지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르쿠스는 처음에 삼촌의 도움을 받아 리지아를 자기 소유로 차지하려다가 나중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리지아와 함께 기독교인이 되어 순교의 대열에 참여한다.
- 리지아(Ligia), 또는 칼리나(Calina)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사적인 인물은 아니며 소설에 나오는 가공 인물이다. 리지아는 별명이다. 로마가 볼때 야만족인 리지안족의 왕의 딸이다. 오래 전에 왕이 세상을 떠나자 로마로 끌려왔고 그런 그를 페트로니우스가 데려다가 수양딸로서 지낸다. 리지아는 엄밀히 말하면 로마 시민과 원로원의 볼모로 잡혀 있는 셈이다. 리지아가 로마에 온지도 오래되었으므로 리지아는 고국을 거의 잊고 살고 있다. 아름답고 지성적인 리지아는 로마에 와서 이교도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리지아가 기독교인인 것을 알지 못했다.
- 가이우스 페트로니우스(Gaius Petronius) - 역사적인 실존 인물이다. 전에 비시니아(Bithynia)의 총독을 지냈다. 페트로니우스는 네로 궁전의 요원으로 네로의 유치한 위트를 칭찬하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며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네로에 항거하는 로마의 반도들 조차 그의 자유스러운 행동 때문에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 성격은 비도덕적이기도 하며 나태하기도 하다. 그는 조카인 마르쿠스가 리지아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도와주려고 했으나 리지아의 기독교 친구들에 의해 무위로 돌아간다.
- 유니스(Eunice) - 가공인물이다. 페트로니우스의 집에 머물고 있는 노예이다. 유니스(에우니체)는 아름다운 그리스 여인이다. 노예로서 주인인 페트로니우스를 사랑한다. 하지만 페트로니우스는 처음에 유니스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알고 함께 자살한다.
- 칠론 칠로니데스(Chilon Chilonides) - 리지아가 행방을 감추가 리지아를 찾기 위해 마르쿠스에게 고용된 사람. 소설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1951년도 영화와 1985년도 미니 시리즈에서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칠론은 이중첩자의 본보기이다.
- 네로(Nero) - 악명 높은 로마의 황제이다. 성격이 변덕스럽게 소심한가하면 잔인하다. 그러면서 아첨을 좋아한다. 신하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 티겔리누스(Tigellinus) - 역사적 인물이다. 네로의 총애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경비대장이다. 페트로니우스의 라이발이다. 네로를 부추켜서 잔인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 로마제국의 장관 격이다.
- 포페아 사비나(Poppaea Sabina) - 역사적 인물이다. 네로의 부인이다. 포페아는 마르쿠스에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에 리지아를 증오하고 시기한다.
- 악테(Acte) -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왕궁의 노예로서 과거에 네로의 애인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네로는 악테에게 싫증이 나서 그를 무시한다. 하지만 악테는 아직도 네로를 사랑한다. 악테는 기독교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네로에 대한 연정으로 개종까지는 하지 않는다. 1951년도 영화에서는 네로가 자살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아울루스 플라우티우스(Aulus Plautius) - 역사적 인물이다. 과거에 영국의 침공을 막아낸 존경받는 로마의 원로 장군이다. 아울루스는 그의 부인인 폼포니아와 수양 딸 리지아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알고도 모른체 한다.
- 폼포니아 그리치나(Pomponia Graecina) - 아울루스 원로 장군의 부인으로 수양딸 리지아와 함께 기독교로 개종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정숙한 귀부인이다. 리지아를 수양딸 처럼 데리고 있지만 법적으로 입양하는 일은 난관으로 성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로마 법에 따르면 리지아는 아직도 로마의 볼모이기 때문이다.
- 우르수스(Ursus) - 가공의 인물이다. 리지아의 경호원이다. 리지안족으로 본국에 있을 때에는 리지아의 어머니를 섬겼다. 그런 인연으로 리지아와 함께 로마까지 와서 리지아를 보호해 준다. 우르수스는 리지아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로 개종한다. 힘이 장사인 그는 기독교의 가르침인 비폭력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번민한다. 충성의 모델이다.
- 베드로(St Peter) - 역사적 인물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이지만 나이가 들어 곤고하다. 베드로는 로마의 거창함에 놀라고 또한 네로의 포악함에 놀란다. 베드로는 네로를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부른다. 베드로는 간혹 과연 자기가 기독교의 '선한 씨앗'을 심고 잘 자라도록 보호해 줄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 바울(St Paul) - 역사적인 인물이다. 소설에서는 마르쿠스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관심을 갖는다.
리지아를 지키기 위해서 황소와 싸우는 우르수스. 그림
[뮤지컬 '쿼 바디스']
헨리크 시엔크비츠의 '쿼 바디스'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 있다. 1997년 스페인의 메리다(Merida)에 있는 로마시대의 야외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이후 50여회 공연을 가진후 기억에서 사라진 뮤지컬이다. 음악은 후안 카노바스(Juan Canovas)와 토니 카르모나(Tony Carmona)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뮤지컬 '쿼 바디스'에는 16편의 노래가 나온다. 대부분이 60년대와 70년대에 유행했던 팝송을 바탕으로 삼은 것들이다. 비틀스, 엘튼 존, 핑크 플로이드, 루 리드 등의 노래를 패로디로 삼았다. 가사는 배우 겸 가수인 자비에르 구루차가(Javier Gurruchaga), 그리고 자비에르 아메추아(Javier Amezua)가 썼다.
'쿼 봐디스' 뮤지컬 야외무대. 캐나다 위니펙 프린지 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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