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 왕(Ubu Rex) - 우부 렉스 - King Ubu - König Ubu
폴란드의 크르지츠토프 펜데레키(Krzysztof Penderecki)의 오페라 부파
원작은 프랑스의 알프레드 재리(Alfred Jarry)의 Ubu Roi(우부 왕)
크르지츠토프 펜데레키
크르지츠토프 펜데레키(Krzysztof Penderecki: 1933-)는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아방 갸르드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들, 특히 오페라들은 전세계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많은 충격을 준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니, 폴란드에서 이런 훌륭한 음악가가 나오다니...역시 폴란드는 폴란드야!'라면서 찬사를 보냈다. 그는 2013년으로 80세를 기록했다. 폴란드에는 의외로 훌륭한 오페라단들이 많이 있다. 훌륭한 오페라극장들도 많이 있다. 바르샤바 국립오페라극장은 규모에 있어서 세계 최대이다. 바르샤바 국립오페라, 그단스크의 발틱 오페라, 크라코우의 크라코우 오페라는 모두 세계적인 명성의 오페라단들이다. 크라코우 오페라는 2013년에 펜데레키의 80회 탄생을 축하하여서 세 편의 펜데레키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로우둔의 악마'(Die Teufel von Loudun)는 크라코우 오페라가, '우부 렉스'(Ubu Rex: 우부 왕)는 그단스크의 발틱 오페라가, '실낙원'(Paradise Lost)은 브로클라브 오페라가 공연했다. 이 정도면 폴란드가 펜데레키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알만하다.
'우부 왕'이 초연된 바바리아 슈타츠오퍼
'우부 왕'은 오페라의 장르로 보면 오페라 부파에 속한다. 그리고 전위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바바리아 슈타츠오퍼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1991년 7월 8일 뮌헨오페라페스티발의 오프닝인 토요일 밤을 장식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난 후의 반응은 찬반이 나뉘어진 것이었다. 비판적인 면이 강했던 반응이었다. '뛰어난 성악가들의 시간만 낭비한 공연이었다. 찬란한 디자인을 의미없게 만든 공연이었다. 바바리아 지방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한 공연이었다'라는 말을 들었다. 펜데레키가 자꾸만 뒤쳐져가는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아방 갸르드적인 작품들이 희귀한 때에 제대로의 작품을 보여주어서 많은 젊은 작곡가들에게 격려와 자극을 준것이었다는 얘기였다.
펜데레키의 오페라 '우부 왕'(우부 렉스)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상징주의 작가인 알프레드 재리(Alfred Jarry: 1873-1907)의 '1896년도 프로토-초현실주의 희곡인 우부 왕'(Ubu Roi)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오페라의 대본은 폴란드의 극작가인 예르치 야로키(Jerzy Jarocki)와 작곡자 자신인 펜데레키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오페라 '우부 왕'은 프롤로그와 2막,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펜데레키는 알프레드 재리의 이 극본이 등장하자 그때부터 이것을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결국 거의 20년이 지난 1990년대 초에 오페라로서 완성을 본 것이다. 오리지널 극본 '우부 왕'이 나온지 거의 1세기만에 오페라로 만들어진 것이다. 돌이켜 보면, 펜데레키는 '우부 왕'을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부담이 되고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몇 번이나 작곡을 취소했었다. 무엇보다도 초현실주의적인 스토리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펜데레키가 작곡을 주저한 또 다른 이유는 원작에 무대를 폴란드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폴란드는 아직도 소련의 강압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고 소련 당국의 비위를 건드리게 되면 폴란드내에서의 다른 오페라 창작 활동까지 영향을 받을것 같아서 주저했던 것이다. 펜데레키는 타협안으로서 배경을 폴란드 대신에 이국적인 네버 네버 랜드로 설정키로 했다. 네버 랜드(never land)는 피터 팬에 나오는 상상 속의 나라오서 아이들이 언제나 아이들로 머물러 있는 마법의 나라를 말하는데 펜데레키는 여기에 네버를 하나 더 붙여서 네버 네버 랜드라고 불렀다.
알프레드 재리
알프레드 재리의 희곡 '우부 왕'은 독재와 정치적 기회주의에 대한 가장 뛰어난 풍자 작품이다. 그러나 펜데레키는 '우부 왕'을 오페라로 만들면서 원작자의 야만적인 저속한 풍자와 비유를 권력과 선전에 대한 온화한 멜로드라마처럼 축소하였다. 대본을 맡은 펜데레키와 야로키는 다른 모든 오페라에서도 그렇지만 원작의 내용을 오페라에 맞게 줄이고 또 줄여야 했다. 그렇지만 원작이 지니고 있는 활기에 넘쳐 있는 저속한 비전은 최대한 반영하는 것으로 했다. 그 비전이란 것은 이 세상이 브루조아적인 천박한 탐욕에 의해서 장악되는 것을 말한다. 머리 모양이 계란처럼 타원형으로 생긴 우부와 그의 괴이하게 생긴 수하들이 폴란드의 왕을 살해하고 귀족들과 지식인들을 도륙한다. 우부와 그의 수하들은 자기들의 동지까지도 배반한다. 그리고 뻔히 지는 줄 알면서도 제정 러시아의 짜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전쟁에서 패배한 우부와 수하들을 범선 한 척을 마련해서 새로운 나라로 도망한다. 원작 희곡에는 그 새로운 나라가 프랑스로 되어 있다. 하지만 펜데레키는 '자기들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를 막론하고'라고 변경했다. 한편, 펜데레키는 기자들로부터 '어찌하여 원작의 타이틀이 우부 루아(Ubu Roi)인데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굳이 우부 렉스(Ubu Rex)라고 라틴어 제목으로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폴란드는 옛날부터 라틴어를 사용해 왔다'고 대답했다.
바르샤바 국립극장의 무대
시기는 현대의 아무 때나이며 장소는 폴란드이다. 일견 바보처럼 보이는 우부(파 우부)가 자기의 추종자들과 함께 피에 젖은 쿠테타를 일으켜 벤체슬라스 왕을 죽이고 귀족들과 지식인들도 모조리 잡아서 닥치는대로 살륙한다. 권력을 잡은 우부는 공포정치를 하여 백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우부는 나라를 파산지경에 빠트린다. 우부는 엄청난 국가적 혼란에서 벗어나려고 제정러시아의 짜르를 상대로 무모하고도 참혹한 전쟁을 벌여 패배한다. 이같은 모든 처사에 우부의 부인이 한몫을 한다. 우부의 부인(마 우부)은 음모가이다. 마치 레이디 맥베스와 같다. 펜데레키는 원작에도 없는 대사로서 이 오페라를 마무리한다. 짧은 농담과 같은 대사이다. '우리는 모두 자유시장 경제를 기다려 왔다'이다. 이 말은 우부가 왕으로서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서 탄식하듯 선언한 것이다. 폴란드의 공산주의가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암축한 대사이다. 이밖에도 여러 번의 풍자적인 대사들이 나온다. 그래서 당시로서는 '저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정작 풍자에 넘쳐 있는 것은 대사도 대사지만 음악이다. 신고전주의적 패러디이다. 스코어는 모차르트로부터 무소르그스키까지 누구나 참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죽어있는 듯한 회색으로 남아 있다. 떨떠름하고 신랄하게 생각되기까지 하는 판파레는 우부의 권력에 대한 꿈이 공허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 공허함은 계속되는 반복으로 마치 얼이 빠진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우부가 아주 체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때의 음악도 더 이상 충격적이지 못하다. 살인의 장면은 블랙 유머에 넘쳐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상징적이다. 예를 들어서 러시아군과 폴란드군이 전투를 벌이는 것도 한 무리의 기계체조 선수들이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 무대 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바르샤바 국립극장 무대. 모든 것이 상징적이다.
오페라 '우부 왕'은 다른 두 편의 오페라의 요소들을 복합한 것같은 인상을 준다. 하나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세 개의 오렌지 사랑'(The Love of Three Oranges)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의 작곡가인 하베르갈 브라이언(Havergal Brian: 1876-1972)의 반전 오페라인 '호랑이들'(The Tigers)이다. '호랑이들'은 하베르갈 브라이언이 2차 대전에 직접 참전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것을 반영한 작품이다. 그런가하면 '우부 왕'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크의 무용조곡 '봄의 제전'의 음악이 에코처럼 들리며 무소르그스키의 장대한 합창곡이 들리기도 한다. 특히 무소르그스키의 '호반시치나'(Khovanshchina)의 음악을 엿들을수 있다.
펜데레키가 연극 '우부 왕'을 처음 본 것은 1963년 스톡홀름 인형극장에서였다. 알프레드 재리의 오리지널 '우부 왕'은 사실상 1888년 인형극으로 처음 공연된 것이다. 미스터 우부(파 우부)와 미세스 우부(마 우부)는 벤첼슬라스 왕을 죽이고 절대권력을 잡는다. 이들은 권력을 남용하여 원성을 듣는다. 이들은 결국 권좌에서 쫒겨난다. 이는 마치 루마니아의 독재자인 니콜라에 차우세스쿠스(Nicolae Ceasusescus: - 1989), 필립핀의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 1989),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요소들을 모두 복합한 것과 같다. 우부 왕이 이들 독재자들과 다른 점은 마지막에 죽임을 당하지 않고 자기의 억제할수 없는 욕구를 받아 줄수 있는 새로운 영토를 찾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같은 설정은 하나의 경고이다. 다시 파멸할수 있다는 경고이다. 1막 4장은 펜데레키가 여러 오페라의 장면들을 빌려온 것을 볼수 있는 장면이다. 베토벤의 '휘델리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마술 피리', 그리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선율들, 그리고 헝가리의 졸탄 코다이의 멜로디와 러시아의 풍자작가인 미하일 스체드린(Mikhail Shcehdrin: 1826-11889))의 '딤셈브리스트'(The Decembrists)의 면모도 볼수 있다. 전체적으로 풍자와 블랙 유머가 넘치는 가운데 감동을 주는 장면도 있다. 벤체슬라우스 왕이 죽임을 당하기 전에 왕비에게 우부가 반역을 획책하고 있으며 왕족들을 모두 살해할 것이라고 슬픔에 젖어 말하는 장면이다. 그후 벤체슬라우스 왕은 우부가 이끄는 용병들의 손에 처절하게 죽임을 당한다.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많고 복잡하다. 주인공은 파 우부(아버지 우부: T)와 마 우부(어머니 우부: MS)이다. 폴란드의 왕족들로서는 벤체슬라우스 왕(B), 로자문데 왕비(S), 공주인 볼레슬라스(S), 왕자인 라디슬라스(S)와 보겔라스(T)이다. 희곡에서는 공주가 나오지만 오페라에서는 왕자들만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귀족들로서는 비테브스키 백작, 쿠어란트 공자, 포돌리아 공자, 토른의 영주 등이 나온다. 귀족들의 친구들로서는 숲속의 미녀, 코티스, 마담 지롱, 무어인, 군인, 귀부인이 나온다. 짜르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첫째 얼굴의 짜르와 다른 얼굴의 짜르가 나온다. 농부들로서는 스타니슬라스 에친스키, 범, 버텀, 림피가 나온다. 죽음으로서는 초록 죽음과 노란 죽음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사는 15년차, 25년차, 종신의 세명이다. 이밖에도 장군, 병사, 용병, 하인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폴란드의 귀족들
오리지널 희곡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하찮은 농담 따먹기 식의 얘기처럼 생각될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녀석들의 유치하고 저속한 넌센스 대화와 같다고 생각할수 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패러디(모방)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햄릿'과 '리어 왕'의 요소가 조금 섞여 있는 스토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알프레드 재리의 풍부한 상상력이 폭넓게 펄쳐져 있는 깊이 있는 작품임을 알수 있다. 이야기가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우부 왕'을 상징주의 작품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프레드 재리를 상징주의 작가의 리스트에 넣는 사람들도 있다. 막이 열리면 우부가 혁명(일종의 쿠테타)을 주도하여 폴란드의 왕을 살해하고 여러 명의 왕족들을 처참하게 죽이는 장면부터 나온다. 폴란드의 왕비도 따라서 죽는다. 살해 당한 벤체슬라스 왕의 혼백이 살아 있는 후손들에게 복수를 요구한다. 그런 내용을 알게 된 우부는 더욱 광분하여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는다. 우부는 가장 신임하던 신하까지도 믿지 못해서 그를 감옥에 가둔다. 우부의 신하는 가까스로 감옥을 탈출하여 러시아로 도망간다. 그는 러시아에서 짜르를 만나 우부의 포악함과 탐욕을 얘기한다. 러시아의 짜르는 우부에 대하여 전쟁을 선포한다. 우부는 폴란드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막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전선으로 향한다. 우부가 전선으로 나가자 우부의 부인은 우부가 감추어 놓은 돈을 훔치려고 한다.
우부 왕과 그의 추종자들
왕세자로 책봉되었던 부그렐라스 왕자는 백성들을 이끌고 우부를 몰아내기 위한 항쟁을 벌이기로 한다. 마침 그때에 우부의 부인이 우부의 돈을 훔치려하지만 벤체슬라스 왕의 아들인 부그렐라스에게 발각되어 결국 왕궁에서 쫒겨난다. 왕궁에서 쫒겨난 우부의 부인은 전쟁터에 있는 남편을 찾아간다. 그 사이에 우부는 다행하게도 러시아 군대와의 전투에서 이긴다. 그런데 숲에서 곰의 습격을 받는다. 우부가 기적적으로 곰을 죽인다. 그때에 우부의 부인이 이상한 형태로 갑자기 나타난다. 우부의 부인은 자기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자기가 천사장 가브리엘이라고 속인다. 그러면서 우부에게 그의 부인이 돈을 훔치려고 했지만 용서하라고 말한다. 가브리엘이라는 사람이 실은 자기 부인인 것을 알아차린 우부는 부인이 돈을 훔치려 한 것을 알고 부인과 크게 다툰다. 우부의 부인이 궁지에 몰려 있을 때 갑자기 부그렐라스 왕자가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나서 우부의 부인을 위기에서 건져 준다. 부그렐라스 왕자는 우부를 찾아서 이곳까지 온 것이다. 우부는 죽은 곰을 방패로 삼아서 부그렐라스가 데리고 온 병사들과 싸워서 병사들을 물리친다. 그후 우부와 우부의 부인은 프랑스로 도망간다. 이 이야기에서 셰익스피어적인 모티프를 찾아 본다면, 벤체슬라스 왕을 살해한 것은 '맥베스'의 모티프이며 혼령이 나타나서 복수를 요구하는 것과 왕자가 복수를 추진하는 것은 '햄릿'에서 가져온 모티브이고 곰과 싸우는 것은 '겨울 이야기'에 나오는 것이다.
달걀 모양의 머리 형태를 가진 우부 왕과 우부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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