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로마의 영향

비엔나의 성상(聖像)과 이탈리아 영향

정준극 2014. 3. 26. 06:06

비엔나의 성상(聖像)과 이탈리아 영향


투흐라우벤 5번지, 그리헨가쎄 7번지, 요한네스가쎄 15번지의 성상. 아기 예수는 안보이고 대신 성모가 지구를 밟고 있으며 뱀을 제압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원래의 오스트리아 스타일이다.

                       

성상들은 교회와 묘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건물이나 개인 저택에도 장식용으로 성상들을 만들어 놓았다. 신성로마제국은 기본적으로 로마 가톨릭을 근저로 삼고 있는 제국이다. 그런 제국에서 공공건물이나 개인저택에 기독교의 성상들을 설치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비엔나에서 교회나 수도원을 제외한 일반 건물에 성상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자기들의 신앙을 표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키 위한 목적도 있다. 짐작하는대로 성상 중에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것이 다른 어느것보다도 훨씬 많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 하나님께 간구한다는 사상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원래 오스트리아의 건물들을 장식하고 있는 성상은 마리아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신성로마제국 이후에는 로마 스타일로 건물 벽에 성모와 아기 예수의 성상을 만들어 설치하는 경향이었다. 건물 벽에 설치한 성모와 관련한 성상이나 그림을 마돈넬레(madonnelle)라고 부른다.

 

투흐라우벤 5번지와 존넨펠스가쎄 3번지의 성모와 아기 예수 성상. 이탈리아 스타일이 유입되었다.


 비엔나의 건물들에 설치되어 있는 성모상에서 가장 자주 볼수 있는 주제는 성모의 무오잉태이다. 성모가 지구 위에 서 있거나 또는 초승달 위에 서 있으며 한 발로는 뱀을 밟아 제압하는 모습도 자주 볼수 있다. 뱀은 원죄를 의미한다. 그러한 성모는 일반적으로 12개의 별로 구성된 면류관을 쓰고 있다. 부처상에서 볼수 있는 배광과 비슷한 모습이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구절에서 열두 별의 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있으므로 그것과 관련이 되기도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슈베르트가쎄 3번지의 피에타, 요한네스가쎄 8번지의 장크트 우르술라, 드라이활티히카이츠키르헤(삼위일체)의 성요한 네포무크 성상

 

성모 마리아 다음으로 인기있는 인물은 성요한 네포무크(St Johann Nepomuk)이다. 18세기의 성자인 성요한 네포무크는 사실상 프라하에서 더 중요하게 여긴다. 프라하의 보헤미아는 신성로마제국에 속한 영토였다. 슈티프트가쎄 10번지에 있는 성상 스투코 등은 로마의 팔라쪼 판필리오(Palazzo Panfilio)의 성상 스투코와 비슷하다. 스투코 기법은 비엔나에서도 대유행이었다. 성상이나 스투코 또는 성화(이콘)는 1구의 옛 건물들에나 남아 있을 뿐이면 새로 지은 건물에는 거의 없다. 교회를 가보더라도 신도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알테 바크슈투베(Alte Backstube)의 삼위일체 장식과 슈티프트가쎄 10번지의 성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