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동유럽의 오페라

헝가리의 오페라

정준극 2014. 4. 4. 20:16

헝가리의 오페라

 

에르켈 페렌츠의 '후냐디 라츨로'에서 궁정무도회의 한 장면

 

헝가리에서 오페라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18세기에 이탈리아 또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로부터 수입한 오페라들이었다. 수입오페라는 부다페스트(Budapest)를 비롯해서 포초니(Pozsony: 현재의 브라티슬라바), 키스마르톤(Kismarton), 나지체벤(Nygyszeben) 등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공연되었다. 헝가리 스타일이라고 말할수 있는 오페라들은 18세기 말에 학교에서 학생들이 드라마에 음악을 붙여서 공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예를 들면 추르고의 칼빈학교, 베츠테르체의 피아리스트학교 등이다. 그러다가 포초니에서 전문 작곡가들이 좀 더 본격적인 헝가리 스타일의 오페라를 시도하였다. 요체프 추디(Jozsef Chudy)가 1793년에 완성한 '피코 왕자와 유트카 페르치'(Prince Pikko and Jutka Perzsi)는 일반적으로 최초의 헝가리 오페라로 간주되고 있는 오페라이다. 하지만 이 오페라도 스토리를 독일의 필립 하프너라는 사람이 쓴 '슈누디 왕자와 에바카텔 공주'(Prinz Schnudi und Prinzessin Evakathel)라는 소설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순전히 메이드 인 헝가리 오페라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더구나 이 오페라의 스타일은 당시 비엔나에서 유행하던 차우버포쎄(Zauberposse)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었다. 차우버포쎄는 동화적인, 또는 마술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코믹한 음악드라마를 말한다.

 

벨라 바르토크의 '푸른수염의 성'에서 공작과 유디트. 뉴욕 시티 오페라

 

차우버포쎄 스타일의 오페라는 비록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이고 전원적이며 영웅적인 부분에서는 헝가리의 춤과 음악인 페어분코스(vebunkos)스타일이 들어가는 것이어서 헝가리 오페라라고 말할수 있었다. 페어분코스는 18세기 헝가리의 춤과 음악의 한 장르로서 어원은 독일어의 Werbung에서 나온 것으로 병사들을 모집한다거나 배우자를 구한다는 뜻이다. 어원은 독일어라고 해도 음악스타일은 헝가리 스타일이며 특히 집시의 음악이 많이 반영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의 오페라는 19세기까지 헝가리에서 인기를 끌며 공연되었다. 19세기에는 비엔나 오페레타 스타일의 작품도 헝가리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들어서서 헝가리 시인들의 시에 의한 오페라가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1905년에 벨라 바르토크가 엔드레 애디(Endre Ady)의 시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든 것이 첫 케이스였다. 한편, 졸탄 코다이(Zoltan Kodaly)는 헝가리 민속음악을 수집하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헝가리 국민 오페라가 나오게 만든 발판이었다.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코다이는 집시 음악과 헝가리 민족의 음악, 즉 마쟈르 음악을 한데 섞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세기 중반에 에르켈 페렌츠(Erkel Ferenc)가 등장하여 헝가리어의 대본에 헝가리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한 오페라를 만들어 냈다. 에르켈의 오페라는 음악을 프랑스적인 감미로움과 이탈리아의 서정성이 포함되어 있지만 헝가리 국민 오페라의 발판을 마련해 준 작품들이었다.


'방크 반'의 무대

 

헝가리어 대본을 사용한 대표적인 오페라들은 다음과 같다. 헝가리 출신의 유명 오페레타 작곡가들이 더러 있지만 이들은 주로 독일어 대본을 사용하였다.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깊이 받아서였다. 예를 들면 페렌츠 레하르(Ferenc Lehár)의 오페레타들이다.

 

○ 방크 반(Bánk bán). 에르켈 페렌츠. 1861. 3막. 1213년 엔드레 2세의 부인 게르트루트 암살사건 관련, 방크 반의 애국적인 이야기

○ 바토리 마리아(Bátori Mária). 에르켈 페렌츠. 1840. 포르투갈의 페터 1세의 부인 카스트로의 이네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 푸른수염의 성(A kékszakállú herceg vára: Bluebeard's Castle). 벨라 바로토크. 1918. 단막. 동화

○ 기외르기 브란코비츠(György Brankovics). 에르켈 페렌츠. 1874. 15세기 세르비아의 군주 기외르기 브란코비츠의 애국적 생애

○ 기외르기 도차(György Dozsa). 에르켈 페렌츠. 1867. 16세기 헝가리의 영웅 기외르기 도차의 이야기

○ 하리 야노스(Háry János). 졸탄 코다이. 1926. 징슈필 스타일의 민속 오페라. 평범한 하리 냐노스가 전공을 세워서 축복을 받는 다는 스토리

○ 후냐디 라츨로(Hunyadi László). 에르켈 페렌츠. 1884. 헝가리의 영웅 후냐디 라츨로의 생애

○ 이스트반 키라이(István király). 에르켈 페렌츠. 1886. 헝가리의 스테판 1세의 생애

○ 네브텔렌 회쇠크(Névtelen hösök). 에르켈 페렌츠. 1880. 4막의 무명용사에 대한 이야기

○ 사롤타(Sarolta). 에르켈 페렌츠. 1862. 3막의 코믹 오페라

 

졸탄 코다이의 오페라 '하리 야노스'의 무대. 헝가리 민속 오페라이다. 마쟈르 알라미 오페라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