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벤자민 브리튼의 3막 오페라
셰익스피어의 가장 대표적인 코미디
벤자민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이다. 실제로 연극을 본 사람들은 연극을 보면서 웃으워서 죽을 뻔했다고들 말한다. 그런 '한여름 밤의 꿈'을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이 3막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다룬 오페라여서 역시 아주 재미있다. 음악도 그런대로 호감이 가는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과 음악이라고 하면 우선 멘델스존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멘델스존은 10대의 청소년 시절에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또 읽어서 아주 대사까지도 환하게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멘델스존은 '한여름 밤의 꿈'의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내용을 상상하여서 17세 때인 1826년에 이 연극의 내용을 암시하는 서곡을 작곡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1843년, 프러시아의 빌헬름 4세가 자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여름 밤의 꿈'이 연극으로 공연하게 되자 멘델스존에게 극음악 몇 곡을 작곡해 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멘델스존은 기왕에 서곡도 작곡해 놓은 것이 있으므로 여기에 추가하여 여러 극음악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지금도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스케르쪼, 간주곡, 야상곡, 그리고 결혼행진곡이다. 결혼행진곡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큰 딸인 빅토리아 공주가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왕자(나중에 프리드리히 3세)와 결혼할 때 신랑신부의 퇴장행진 음악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수많은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부부선언을 한 후에 함께 행진할 때에 연주되는 곡으로 활용되고 있는 유명한 곡이 되었다. 멘델스존이 작곡한 극음악은 전체적으로 완벽한 한편의 발레음악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극에서 결혼행진곡은 극중에 나오는 아테네의 테세우스왕과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의 결혼식에서 사용되는 곡이다. 그런데 그 결혼식은 공교롭게도 숲속의 요정의 나라에서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는 중에 거행된다.
티타니아와 버텀
'한여름 밤의 꿈'에서 '한여름 밤'(Midsummer Night)이라는 것은 매년 6월 23일을 전후한 하지인 성요한축제의 바로 전날 밤을 말한다. 하지제의 전날밤은 원래 악마를 쫓아내기 위한 이교도의 의식이 행하여지는 밤이었다.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하지제의 전날밤에 괴이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 전설이 있었다. 특히 신들이 광적인 파티를 열고 짝을 찾는 일도 바로 이날 밤에 열렸다고 한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도 괴이한 사건들이 발생한다고 보면 틀림 없다.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을 1594년 또는 1595년에 완성했다. 그가 30세 쯤 되던 해였다. '한여름 밤의 꿈'의 간단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 연극은 범세계적인 주제인 사랑에 대한 것으로 특히 사랑으로 인한 복잡한 상황, 즉 욕망과 절망, 혼란, 그리고 결혼이라는 상황들을 그린 것이다. 줄거리는 세가지 스토리를 동시에 진행시킨 것이다. 하나는 마법의 숲에 캠핑한 두 커플의 연인들이 겪어야 하는 사랑의 시련과 경험에 대한 것이다. 또 하나는 요정의 나라 왕 오베론과 왕비 타티아나,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정령들과 요정들의 만들어 내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일단의 배우들이 아테네 공작의 결혼을 위해 '피라무스와 타스비'에 대한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연극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말해주지만 출연자의 하나인 퍼크가 말한대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오베론과 퍼그. 시카고 리릭 오페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하두 유명해서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려는 생각은 했지만 감히 시도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여름 밤의 꿈'을 오페라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영국인의 자존심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던지 1692년에 헨리 퍼셀이 '요정 여왕'(The Fairy Queen)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도 실은 '한여름 밤의 꿈'에서 일부 내용만을 추려서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마침내 1960년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이 뜻한바 있어서 전편의 내용을 압축하여 3막의 오페라로 만들고 6월 11일 알드버러 페스티발(Aldeburgh Festival)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대본은 브리튼 자신과 브리튼의 40년 파트너인 테너 피터 피어스(Peter Pears: 1910-1986)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피터 피어스는 브리튼과 개인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오랜 파트너였다. 브리튼은 피터 피어스를 위해 오페라들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피터 피어스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기지 않았다. 다만, 플류트/티스베라는 단역을 맡도록 했을 뿐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인 요정의 나라 오베론 왕은 카운터테너로 유명한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를 위해 작곡되었다. 알드버러 페스티벌의 초연에서는 브리튼 자신이 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안무가로 유명한 존 크란코(John Cranko)가 무대감독을 맡았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초연 이래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에 영국에서 작곡된 오페라로러는 가장 자주 공연되는 제느럴 레퍼토리가 되었다. 초연이 있은 이듬해인 1961년에는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었다. 조지 솔티 경(Sir Georg Solti)이 지휘를 맡았다.
그후 '한여름 밤의 꿈'은 세계 각지에서 여러 형태의 연출로 공연되어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여름철 하지에 즈음해서는 야외극장에서 공연되어 한껏 웃고 즐기는 이벤트로서 인기를 끌었다. 현대적 감각의 연출도 시도되었다. 예를 들면 2011년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의 공연이다. 무대를 20세기 중반의 어떤 학교로 잡았다. 오베론과 타티아나는 선생님으로 나오며 퍼크와 요정들은 학생들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 연출에서는 오베론이 퍼크에 대하여 분명히 섹스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오베론이 티타니아가 바꿔친 소년에 대하여 새로운 흥미를 갖자 퍼크는 분노와 절망을 번갈아 표출한다. 1막과 2막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노인이 등장해서 사건의 진행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테세우스였다. 테세우스도 한때 오베론의 흥미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튼 관중들은 뒤죽박죽의 사건들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지만 기둥 줄거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관람하였다.
타티아나와 인도 소년과 요정들. 캐나다 오페라단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오베론(Oberon: Countertenor) - 요정나라 왕
- 티타니아(Tytania: S) - 요정나라 왕비
- 퍼크(Pug: 대사역할) - 장난꾸러기 요정
- 코브웨브(거미집: Cobweb: treble)
- 겨자씨(Mustadseed: treble)
- 나방이(Moth: treble)
- 완두콩 꽃(Peaseblosson: treble)
- 리산더(라이산더: Lysander: T)
- 헤르미아(Hermia: MS) - 라이산더를 사랑하는 아가씨
- 드미트리우스(Demitrius: Bar)
- 헬레나(Helena: S) -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아가씨
- 테세우스(Theseus: B) - 아테네 공작
- 히폴리타(Hyppolyta: Cont) - 아마존의 여왕
- 바텀(Botton: B-Bar) - 옷감장이. 연극에서 피라무스의 역할을 맡음
- 퀸스(Quince: B) - 목수
- 플루트(Flute: T) - 풀무장이. 연극에서 티스베의 역할을 맡음
- 스넉(Snug: B) - 소목장이
- 스나우트(Snout: T) - 땜장이
- 스타블링리(Starveling: Bar) - 양복장이
요정의 나라 왕비인 티타니아와 당나귀로 변한 버텀
[1막] 아테네 교외의 숲에 밤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요정의 나라 왕인 오베론은 왕비인 티타니아와 다투고 있다. 티타니아가 데리고 있는 심부름 소년을 오베론에 데려가려고 하자 안된다는 다툼이다. 티타니아는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년을 데려가려는 것을 반대한다. 오베론은 마침내 한가지 계략을 꾸민다. 시종인 퍼크에게 마법의 꽃을 따오라고 지시한다. 그 꽃에서 뽑아낸 사랑의 묘약을 티타니아의 눈에 뿌리면 깊은 잠에 빠지게 되며 잠에서 깨어나면 처음 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베론은 티타니아가 잠든 사이에 티타니아가 데리고 있는 심부름 소년을 몰래 데려올 생각이다.
청년 리산더와 처녀 헤르미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헤르미아의 아버지가 헤르미아를 드미트리우스와 결혼시키려고 하자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결국 둘이서 멀리 도망가기로 결정했다. 고대 아테네에는 딸의 결혼을 아버지가 결정하는 법이 있다. 아무튼 리산더와 헤르미아는 아테네를 빠져나와 숲으로 도망간다. 헤르미아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드미트리우스는 헤르미아가 숲으로 도망가자 쫓아간다. 그런 드미트리우스를 헬레나가 쫓아간다. 헬레나는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고 있다.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가 쫓아오자 오히려 비웃으며 따라 오지 말라고 말한다. 이 두 커플의 사랑 문제를 지켜보던 오베론은 헬레나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래서 시종인 퍼크에게 러브 주스를 이용해서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오베론이 퍼크에게 러브 주스를 만들어서 데미트리우스에게 사용하라고 지시한다. 월프 트랩 오페라
아테네에 살고 있는 여섯 명의 장인들이 아테네 공작인 테세우스와 아마존 여왕인 히폴리타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연극준비를 하러 아테네 시내를 빠져 나간다. 그런데 옷감장이인 바텀과 풀무장이인 플루트 사이에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를 두고 다툼이 일어난다. 결국 이들은 연극의 주인공들로서 불운의 연인들인 피라무스(Pyramus)와 티스베(Thisbe)를 맡기로 한다. 이 연극의 작가이며 감독인 목수 퀸스는 각자에게 대본을 나누어 준다. 모두들 그날 밤 리허설을 위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숲으로 도망 온 리산더와 헤르미아는 너무 지치고 피곤하여서 어떤 나무 아래에서 잠이 든다. 오베론의 지시를 받은 퍼크는 잠들어 있는 리산더를 보고 그가 드미트리우스인줄로 생각하여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뿌린다. 이때 진짜 드미트리우스가 나타난다. 물론 아직도 헬레나가 드미트리우스를 쫓아 다니는 사정이다.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에게 화를 내며 더 이상 따라 다니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헬레나가 따라오지 못하게 혼자서 어디론가 간다. 절망에 빠진 헬레나는 마침 나무 아래에서 잠들어 있는 청년 리산더를 보고 그가 혹시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깨운다. 리산더는 눈을 뜨자 마법의 힘 때문에, 즉 러브 주스 때문에 헬레나를 보자 당장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사랑을 고백한다. 리산더가 갑자기 자기를 보고 사랑한다고 하자 헬레나는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당황하고 화가 치밀어서 말도 하지 않고 떠난다. 그런 헬레나를 리산더가 쫓아간다. 잠시후 헤르미아가 잠에서 깨어난다. 헤르미아는 사랑하는 리산더가 자기를 버리고 떠나는 꿈을 꾸어서 몹시 속상해 있다. 그런데 깨어보니까 정말로 리산더가 어디론가 사라져서 없다. 헤르미아는 리산더가 분명히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쫓아서 갔다고 믿는다. 한편, 깊은 숲 속에서는 요정들이 자기들의 주인인 티타니아가 피곤할 것으로 생각해서 잠들어 쉬도록 한다. 이때 오베론이 몰래 스며 들어와서 잠들어 있는 티타니아의 눈에 러브 주스를 뿌린다. 오베론은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데 티타니아가 잠에서 깨어나면 제발 어떤 나쁜 일이 생기기를 바란다.
오베론과 티타니아, 그리고 요정들. 새들러스 웰스 극장
[2막] 그날 밤, 예정대로 퀸스를 비롯해서 장인들이 연극 리허설을 위해 모인다. 퍼크가 우연히 이들의 연극 리허설을 지켜 본다. 퍼크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옷감장이인 버텀을 당나귀로 만든다. 연극 리허설을 하던 다른 사람들은 퀸스가 갑자기 당나귀의 모습으로 변하자 놀라서 뿔뿔이 도망간다. 그런 줄도 모르고 버텀은 기운을 차리기 위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 소리에 잠들어 있던 티타니아가 깬다. 티타니아는 사랑의 묘약의 힘 때문에 처음 눈에 보이는 버텀, 즉 당나귀를 사랑하게 된다. 티타니아는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서 당나귀 모습의 버텀을 침대까지 끌어 들이는데 성공한다.
당나귀 모습의 버텀을 사랑하게 된 티타니아. 시카고 리릭 오페라
오베론은 항상 잔소리만 퍼붓고 자기가 하는 일마다 훼방이나 하는 티타니아가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당나귀를 사랑하게 되자 은근히 기분이 좋아서 '어디 골탕 좀 먹어봐라'라는 심정이다. 그때 아직도 헤르미아를 사랑하여서 찾아 다니는 드미트리우스가 나타난다. 오베론은 즉각적으로 퍼크가 일을 잘 못해서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가 서로 사랑하지 않게 되었으며 오히려 드미트리우스가 아직도 헤르미아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아 차린다. 헬레나에게 쫓겨 달아나던 드미트리우스가 너무 지쳐서 그만 나무 아래에서 잠이 든다. 오베론이 이 때다 싶어서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러브 주스를 뿌린다. 이때 드미트리우스를 쫓아 온 헬레나가 나타나며 이어 눈에 뿌린 약 때문에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 리산더가 나타나서 한바탕 소란을 떤다. 헬레나는 평소에 헤르미아를 사랑하던 리산더가 갑자기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며 쫓아 오니 기가 막혀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야단을 친다. 그 소리에 드미트리우스가 깨어난다. 잠에서 깨어난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가 있는 것을 보고 당장 헬레나를 사랑한다고 선언한다. 헬레나로서는 놀랍기는 하지만 기쁜 일이었다. 잠시후 이번에는 헤르미아가 나타난다. 헤르미아는 자기와 사랑하는 사이인 리산더가 자기를 무시하고 엉뚱하게 헬레나를 사랑하느니 어쩌니 하자 화도 나고 속이 상한다. 그런가 하면 헬레나는 이 모든 소동이 결국을 남자들이 자기를 놀리기 위해서 벌인 것으로 생각해서 역시 속이 상하고 화가 나 있다. 결국 두 남자와 두 여자는 서로 격렬하게 말다툼을 벌인다. 이 모습을 본 오베론은 하여튼 퍼크 때문에 이런 소동이 일어난 것으로 믿어서 퍼크를 불러 야단을 치고 어서 해독제를 리산더에게 주어서 모든 일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도록 지시한다. 퍼크는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커플을 이끌고 숲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므로서 이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결국 잠들게 만든다. 퍼크는 잠들어 있는 리산더의 눈에 해독제를 뿌린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시종 퍼크
[3막] 새벽이 가까워 오자 오베론은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해서 티타니아를 마법으로부터 풀어 준다. 해가 뜨기 시작하자 잠들어 있던 두 커플도 깨어난다. 두 커플은 마침내 서로 화해를 한다. 리산더는 헤르미아와 화해하고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와 화해한다. 당나귀로 변했던 버텀도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 버텀은 어제 밤에 있었던 기괴한 일들이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이 되자 버텀의 친구들이 버텀을 찾아 헤맨다. 버텀을 찾지 못한 이들은 낙심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때 이들이 준비한 연극이 아테네 공작과 히폴리타 여왕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공연으로 마침내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한편, 아테네로 돌아온 두 커플은 테세우스 공작에게 자기들이 아테네의 법을 무시하고 숲 속으로 도망갔던 일들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테세우스는 자기와 히폴리타의 결혼을 더욱 축하하는 의미에서 두 커플에게 기왕에 차려놓은 음식도 있으니 함께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한다. 이윽고 퀸스를 비롯한 장인들이 마침내 '피라무스와 티스베' 연극을 공연한다. 그리고 세 신혼부부들은 각각 침실로 사라진다. 오베론과 티타니아 그리고 요정들은 이들 신혼부부에게 축복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퍼크가 역시 축복의 말을 한 마디 하는 가운데 막이 내려진다. 이 오페라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치지 않고서는사랑을 할수 없다는 전제이다. 그러면서 과연 사랑이 결국은 모든 것을 극복할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준다.
두 커플과 퍼크, 그리고 요정들. 피츠버그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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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은 세 부류의 인물들을 각각 특징있는 음악으로 묘사하였다. 두 커플의 연인들과 오베론-티타니아 커플은 로맨틱한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장인들은 민요풍의 간단하고 소박한 음악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요정들은 마치 이 세상의 음악이 아닌 하늘을 떠 다니는 듯한 음악으로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요정들의 위상을 크게 부각하였다. 왜냐하면 전체 무대가 아테네 주변의 숲 속이며 이곳에서 살고 있는 요정들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3막 마지막 파트에서 평범한 장인들이 결혼식에서 '피라무스와 티스베'에 대한 코미디 연극을 공연하는 것은 마치 이탈리아 오페라를 모방한 것과 같다. 오페라 부파를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오페라 속의 이 연극에서 티스베의 탄식은 플루트의 오블리가토가 따르는 것이다. 이것은 도니체티의 '광란의 장면'(럼메무어의 루치아)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종래의 고전적이 오페라에 비해서 몇가지 혁신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1960년대 당시로서는 대단히 드믄 작곡이지만 카운터테너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첫째이다. 주역인 오베론을 카운터테너인 알프레드 델러가 맡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브리튼은 알프레드 델러를 염두에 두고 오베론의 음악을 작곡했다. 알프레드 델러는 과거의 카운터테너 또는 카스트라토와는 달리 고음에서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브리튼은 그 점을 감안하여서 오베론의 노래가 지나치게 고음이 아니도록 신경을 썼다. 그리고 포르테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작곡했다.
브리튼의 오페라는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을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몇가지 변경사항도 있다. 우선 원작에서 제1막은 오페라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제1막의 내용을 몇 줄의 대사로 대신하였다. 즉, '데미투리우스와 결혼함을 강요 받았도다'라는 대사이다. 그것으로 1막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말해 주었다. 반면에 브리튼은 숲과 요정들에게 많은 비중을 두었다. 오프닝에서부터 나오는 숲 속에서 바람이 부는듯한 음악이나 요정들이 날아 다니듯한 음악은 바로 그러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악기만으로 그러한 분위기를 표현한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그리고 이어 역시 공중에서 맴도는 것과 같은 바람소리 스타일의 카운터테너의 음성이 나온다. 오베론이다. 오베론의 노래가 하프와 첼레스트로서 반주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분위기를 말해 준다. 반면에 퍼크의 등장은 트럼펫과 사이드 드럼(snare drum)으로 표현되고 있다. 브리튼의 오페라는 베르디 스타일 처럼 합창으로 시작한다. 타티아나와 함께 등장하는 요정들의 합창이다. Over hill, over dale(산넘어 골짜기 지나서)이다. 이 합창은 대체로 보이스 소프라노들이 부른다. 보이스 소프라노로 하여금 유니송의 합창을 하도록 한 것은 이 오페라의 주제인 순결을 나타내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요정들의 역할은 흥분해 있고 화가 나 있는 연인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합창은 때묻지 않은 순결한 것이어야 했다. 그런 점이 일반 오페라의 오프닝 합창과는차이가 난다. 요정들의 합창이 끝나면 프리마 돈나인 티타니아와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면 혹시 바그너의 헬덴테너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18세기 헨델의 오페라에 나오는 카스트라티와 같다고 생각하면 거의 정답이다. 한편, 일반적인 오페라에서는 남자 주인공인 테너를 바리톤이 보조하는 것이 통상이다. 그런데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청소년이 남자 주인공인 오베론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대사만 얘기하는 역할이다.
티타니아와 버텀. 시카고 리릭 오페라
또 한가지 특별한 것은 오베론의 아리아인 I know a bank 이다. 이 노래는 마치 물이 흐르듯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실은 헨리 퍼셀이 작곡한 Sweeter than roses(장미보다 더 달콤한)을 브리튼이 40년 파트너인 테너 피터 피어스이 부르도록 편곡해 놓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중심되는 모티프는 '사랑의 광란'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미칠 지경이 된다는 것이다. 브리튼은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오리지널 모티프를 되도록이면 살리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모두 미칠지경이 되도록까지 발전시키지는 않았고 티타니아와 버텀의 관계만을 그로테스크하게 처리했다. 2막의 중간부분이다. 브리튼의 오페라에서 여인들은 극단으로 달리려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먹히느냐 먹느냐의 입장에 있다. 그런데 브리튼은 '한여름 밤의 꿈'에서 티타니아를 희생자이면서도 약탈자로 설정했다. 티타니아는 버텀을 장악하면서도 자신은 오베론과 퍼크에게 장악을 당한다.
요정들. 보스턴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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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의 줄거리
브리튼의 줄거리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그래도 약간은 다르므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소개한다.
헤르미아는 아버지 에게우스가 데메트리우스와 결혼하라고 강요하자 이를 거절한다. 에게우스는 헤르미아가 그렇게 나오자 화도 나고 걱정이 태산 같다. 아테네의 공작인 테세우스가 에게우스에게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묻자 에게우스는 딸 헤르미아가 그가 선택한 신랑감인 데메트리우스와 결혼하기를 거부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테네의 고대법에는 딸은 아버지가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며 만일 이를 거부한다면 죽음을 맞이하거나 또는 평생을 여사제로서 신전에서 보내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헤르미아가 사랑하는 사람은 리산더이다. 헤르미아와 리산더는 절대로 헤어질수 없다고 하며 아무도 몰래 아테네 성밖의 숲 속으로 도망가서 살기로 결정한다. 헤르미아는 가장 친한 친구인 헬레나에게 어쩔수 없이 그럴 계획임을 얘기해 준다. 그런데 헬레나는 데미트리우스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헬레나가 데미트리우스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데메트리우스는 헬레나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데미트리우스는 헤르미아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메트리우스가 숲으로 떠난 헤르미아를 쫓아가고 그런 데메트리우스를 헬레나가 쫓아가며 헬레나는 먼저 떠난 리산더를 찾기 위해 쫓아간다.
요정의 나라 왕인 오베론과 왕비 티타니아는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테네 교외의 숲에 도착한다. 리산더-헤르미아 커플, 데메트리우스-헬레나 커플이 와 있는 숲이다. 오베론은 티타니아가 데리고 있는 인도 시동을 자기가 데리고 있고 싶어한다. 검으틱틱한 피부의 이국적인 소년을 시동으로 데리고 있으면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타니아는 인도 소년을 절대로 놓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도 소년의 어머니가 티타니아를 숭배자였기 때문이다. 오베론은 명색이 요정의 나라 왕인데 아무리 왕비이지만 티타니아가 자기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이 속이 상해서 벌을 주기로 결심한다. 오베론은 시종인 퍼크를 부른다. 퍼크는 못된 짓을 잘하는 인물이다. 퍼크의 또 다른 이름은 로빈 굿펠로우(Robin Goodfello)이다. 오베론은 퍼크에게 들에 나가서 팬지(love-in-idleness) 꽃을 따서 그것으로부터 마법의 주스를 만들도록 한다. 그 마법의 주스를 잠들어 있는 사람의 눈에 뿌리면 깨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을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오베론은 퍼크로 하여금 러브 주스를 티타니아의 눈에 뿌려서 깨어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어서 정신을 그 쪽으로만 향하도록 하는 일대 혼란을 일읰도록 하며 그 통에 인도 소년을 데려올 생각이다.
일이 복잡하게 되느라고 오베론은 숲 속에서 아테네의 두 커플을 본다. 오베론은 이들의 처한 사정을 파악하고는 리산더-헤르미아, 데메트리우스-헬레나의 두 커플이 잘 맺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퍼크를 불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데메트리우스의 눈에 러브 주스를 뿌려서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도록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퍼크가 그만 러브 주스를 뿌리는 바람에 헤르미아를 사랑하는 두 사람, 즉 리산더와 데메트리우스는 잠에서 깨어나자 처음으로 헬레나를 보고는 헤르미아는 잊고 헬레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게해서 네 사람은 난리도 아니게 서로 다투며 소란을 핀다.
한편, 아테네의 장인들(rude mechanicals)은 자기들의 군주인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피라무스와 티스베'라는 연극을 공연키로 하고 준비중에 있다. 이들은 연극을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교외의 숲으로 가서 연습키로 한다. 옷감장이인 니크 버텀(Nick Bottom)은 무대 생활을 동경하며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마침 숲 속을 지니던 퍼크가 우연히 버텀을 발견한다. 퍼크는 버텀의 머리를 당나귀로 변환한다. 티타니아는 버텀이 부르는 노래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티타니아는 앞에 보이는 버텀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티타니아는 당나귀 머리의 버텀을 마치 귀족인듯 대우하며 그에게 애정을 표시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티타니아는 오베론을 만나며 오베론에 대한 감정을 잊고서 그와 함께 기쁘게 춤을 춘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기가 데리고 있던 인도 소년을 오베론에게 넘긴다.
오베론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퍼크에게 티타니아를 마법에서 그만 풀어주라고 말하며 아울러 버텀의 당나귀 머리도 벗겨 주라고 지시한다. 리산더에게 씌어졌던 마법도 풀어준다. 다만, 데미트리우스에 대한 마법은 그대로 남아 있게 한다. 헬레나에 대한 사랑을 보답토록 하려는 생각에서이다. 요정들이 사라진후에 테세우스와 히폴리타가 아침 사냥을 나왔다가 숲에 도착한다. 이들은 숲에서 리산더-헤르미아와 데메트리우스-헬레나 커플들을 만난다. 테세우스는 데메트리우스가 더 이상 헤르미아를 사랑하지 않고 대신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고는 왕의 권한으로서 에게우스의 요구를 들어주어 데메트리우스에게 헬레나와 결혼하도록 허락한다. 두 커플들은 어제 밤의 일들을 한낱 한여름 밤의 꿈으로 여긴다. 이들이 퇴장하자 버텀이 깨어난다. 그도 역시 지난 밤의 일들이 꿈이라고 믿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테네의 유적지이다. 테세우스와 히폴리타는 자기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하는 장인들의 연극을 보고 있다. 사랑하는 커플들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장인들의 연극인 '피라무스와 티스베'는 극본도 형편 없이 써졌지만 출연자들의 연기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만족해서 관람한다. 연극이 끝날 때 쯤해서 장인들이 베르고마스크(Bergomask)라는 농부들의 춤을 추자 모두들 흥겨워 한다. 그 후에 모두들 자기들의 침실로 발길을 옮긴다. 밤이 깊어지자 오베론과 티타니아는 이들의 가정과 이들이 하는 일들과 앞으로 많이 태어날 아이들을 축복한다. 퍼크가 에필로그로서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쳐 달라고 부탁한다.
티타니아(안나 크리스티)와 버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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