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아돌프 아당의 '르 샬레' - 116

정준극 2014. 6. 22. 06:48

르 샬레(Le chalet) - 스위스의 농가

아돌프 아당의 단막 코믹 오페라

괴테 원작의 징슈필이 바탕

 

아돌프 아당

 

프랑스의 아돌프 아당(Adolphe Adam: 1803-1856)이 만든 '르 샬레'라는 단막의 코믹 오페라가 최근 대단한 인기를 다시 끌면서 주로 프랑스와 독일에서 공연되고 있다. 인기를 다시 끌고 있다는 말은 다름아니라 이 오페라가 1834년에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공연되었을 때에는 어찌나 인기를 끌었던지 극장 측이 이제 그만 공연하겠다고 하자 사람들이 안된다고 우기는 바람에 무작정 계속 공연할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 또다시 독일과 일부 프랑스 극장에서 '르 샬레'가 공연되자 계속 공연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아당의 '르 샬레'는 1834년 초연 이래 1851년까지 오페라 코미크에서 연 5백회의 공연을 가졌고 1873년에는 통산 1천회의 공연을 가졌는가 하면 1922년에는 무려 통산 1천 5백회의 공연을 기록하기에 이르렀으니 그정도면 대단한 인기가 아닐수 없다. 더구나 1922년의 공연에는 스페인 출신의 유명한 테너인 미구엘 빌라벨라가 다니엘의 역할을 맡아서 말할수 없는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잘 아는대로 아당의 '르 샬레'는 단막이다. 그래서 다른 짧은 오페라와 2본 동시공연을 하던지 또는 다른 중요한 오페라가 공연될 때에 막간의 양념으로 살짝 공연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아돌프 아당이라고 하면 공연히 생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맂 모르지만 그는 오페라를 여러 편이나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발레곡으로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아당의 대표적인 발레곡은 프랑스 발레의 고전이라고 하는 '지젤'이다. 오페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테터 아리아가 들어 있는 '롱주모의 마부'(Le postillon de Lonjumeau)가 아당의 작품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널리 불려지는 '거룩한 밤'(영어로는 O Holy Night)도 실은 아당의 작품이다. 아당이 작곡한 크리스마스 캐롤인 Muniot\, chretiens!(1844)를 영국 사람들이 아주 좋은 곡이라고 생각해서 영어 제목을 붙이고 영어 가사를 붙인 것이 바로 '오 홀리 나이트'이다.

 

'르 샬레'의 원작은 괴테의 '예리와 배틀리'(Jery und Bätely)이다. 괴테가 1779년에 쓴 징슈필이다. 징슈필은 독일에서 유행한 노래가 나오는 연극을 말한다. '예리와 배틀리'는 어찌나 재미가 있었던지 주로 독일의 작곡가들이 너도 나도 오페라로 만들었다. 독일 작곡가로서는 1790년에 페터 빈터가 '예리와 배텔리'(Jery und Bäteli)라는 제목으로, 1801년에는 요한 프리드리히 라이하르트가 '예리와 배텔리'(Jery und Bätely)라는 제목으로 , 1839년에는 율리우스 리츠(Julius Rietz)가 역시 '예리와 배텔리'(Jery und Bätely)라는 타이틀로, 그리고 1867년에는 하인리히 슈틸(Heinrich Stihl)이라는 사람이 역시 '예리와 배텔리'라는 제목의 징슈필로 만든 것이 있다. 독일 사람들도 젊은 남녀간의 티격태격하는 얘기가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다른 나라의 작곡가로서는 독일계 스웨덴의 여류 작곡가인 잉게보리 브론사르트(Ingeborg Bronsart)가 '예리와 배텔리'를 작곡한 것이 있고 그리고 마침내 도니체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1810년에 그의 첫 오페라로서 '베틀리'(Betly)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작곡했고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836년에는 수정본을 내놓았다. 도니체티의 '베틀리'는 또 다른 제목으로 La capanna svizzera(스위스 오두막집)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만하면 이 오페라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를 짐작할수 있는 노릇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아돌프 아당이 도니체티가 수정본을 내놓기 전인 1834년에 '르 샬레'를 만들었다. 1834년 9월 25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1834년이면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순조의 시대였다. 아당의 '르 샬레'의 대본은 당대의 대본가인 외진 스크리브(Eugene Scribe)와 필명을 멜레스빌(Melesville)이라고 하는 안느 오노레 조셉 뒤베이리에 남작이 공동으로 썼다. 아당의 음악은 그가 1825년에 파리음악원에서 프리 드 롬(Prix de Rome) 대상을 받은 '낙소스의 아리아느'(Ariane a Naxos)의 음악을 상당부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등장인물은 간단하다. 다니엘(Daniel: T)과 베틀리(Bettly: S)와 막스(Max: B) 세사람이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 군인들이 합창단으로 출연한다. 시기는 18세기이며 장소는 스위스의 아펜젤(Appenzell) 산정이 보이는 산간마을이다. 사실 내용은 지금 보면 별것도 아니다. 젊은 남자가 어떤 아가씨를 무척 좋아해서 결혼하고 싶은데 아가씨는 별로 마음에 없는 모양이다. 아가씨의 오빠가 두 사람의 사정을 알고서는 두 사람을 엮어주기 위해 몇가지 트릭을 쓴다는 것이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얘기이다.

 

다니엘과 베틀리. 괴테의 원작 징슈필 대본에는 다니엘이 아니라 예리라고 되어 있다.

 

베틀리는 매력있는 아가씨이다. 뭇 청년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아가씨이다. 그런데 좀 수다스럽고 고집도 세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남자들과 시시덕거리기도 좋아한다. 그런가하면 영리해서 가끔 남을 놀리거나 골탕 먹이면서 좋아하기도 많다. 그래서 베틀리를 좋아하는 청년들은 몇 명이나 있지만 감히 어떻게 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 다니엘이라는 청년은 사뭇 자신만만해서 베틀리에게 솔직하게 결혼하자고 접근한다. 다니엘은 마을에서 가장 잘 생긴 청년이다. 성격도 관찮아서 그만하면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신랑감이다. 그런 다니엘이 베틀리에 대하여 참으로 열정적인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마침내 베틀리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베틀리가 어떤 베틀리인가? 다니엘의 청혼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회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니 다니엘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막이 열리면 아펜젤 마을의 젊은이들이 다니엘에게 베틀리의 편지를 전한다. 마을 젊은이들은 사람들이 그러면 안되는데 짖궂은 장난하기를 좋아한다. 아마 아펜젤 마을의 전통인듯 싶다. 그런데 다니엘에게 전한 베틀리의 편지는 가짜이다. 베틀리가 다니엘의 청혼을 기꺼이 받아 들이겠다는 내용의 편지이다. 베틀리의 서명까지 멋있게 되어 있는 편지이다. 베틀리가 쓴 것이 아니다. 누가 일부러 적어서 다니엘에게 전한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베틀리는 글을 쓸 줄을 모른다. 산간시골에서 그저 마음 편하게 지냈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다니엘은 베틀리로부터 청혼을 받아 들이겠다는 편지를 받고 나서 너무나 감격하고 기뻐서 마을 사람들에게 어서 결혼식 준비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다니엘은 마을 사람들에게 당장 그날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고 이어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춤추는 파티를 가지고 싶으니 그렇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한다. 마을 사람들은 장난이 지나쳐서 공연히 문제가 커지는 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이실직고할 형편도 아니어서 그저 다니엘이 부탁한대로 결혼식 준비를 한다.

 

잠시후에 베틀리가 나타난다. 베틀리는 지금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듣고는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를 않고 오히려 잘 되었다고 하면서 다니엘을 더 놀려 먹을 생각을 한다. 베틀리는 다니엘을 만나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자기는 강한 여자이기 때문에 결혼해서 남편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말한다. 베틀리는 오빠 막스가 군대에 나가서 지금 집에 없지만 그도 자기의 생각을 존중해 주어서 누구하고의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막스는 군대에 나간지가 벌써 15년이나 된다. 막스는 가장이기 때문에 동생 베틀린의 결혼계약서에 막스의 서명이 없으면 결혼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니엘은 베틀리가 보냈다는 편지가 실은 베틀리가 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니엘은 혼자서 김치국부터 마신 격이 되는 것 같아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된다. 화도나고 창피하기도 하고 슬프고 낙심하고 절망한 다니엘은 정신없이 걸어다니다가 한 무리의 스위스 병사들을 만난다. 다니엘은 모든 것을 잊기 위해 군대에나 들어갈 생각을 한다.

 

병사들과 베틀리

 

다니엘른 막스 슈타르너 하사에게 자기의 심정을 털어 놓으며 군대에 들어가고자 하니 받아 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슈타르너 하사는 실은 오래전에 군대에 갔던 베틀리의 오빠 막스이다. 너무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서 있었기 때문에 다니엘은 막스 하사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막스는 고향 마을로 잠시 돌아오면서 마을 사람들, 특히 베틀리를 놀라게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자기의 고향방문 소식을 알리지 않고 오고 있던 터였다. 다니엘의 사정얘기를 들은 막스는 순진한 막스에게 한 수 가르쳐 주고 또한 고집장이 베틀리도 이번 기회에 단단히 고집을 꺽어 놓을 심산으로 한가지 계략을 꾸민다. 막스는 얼굴을 약간 변장하여 병사들을 이끌고 아펜젤 마을로 들어온다. 막스는 베틀리를 만나지만 자기가 오빠라는 사실을 감춘다. 베틀리도 막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일부러 술에 취한척 하는 막스는 베틀리에게 이제부터 자기의 병사들이 베틀리의 집에서 며칠이고 지낼테니 식사대접은 물론 잠자리까지 준비할 것이며 또한 병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술을 대접하고 노래와 춤으로 위로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명령한다. 생전에 남의 명령을 들어본 적도 없는 베틀리는 이거 사태가 곤란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저런 술꾼 병사들을 어떻게 상대하란 말인가? 베틀리는 궁리 끝에 다니엘에게 부탁하기로 한다. 베틀리는 다니엘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저 병사들을 베틀리의 집(샬레)에서 나가게 만들어 달라도 간청한다.

 

베틀리의 모처럼 부탁을 들은 다니엘은 막스 하사를 찾아가서 당장 베틀리의 집에서 나가라고 말한다. 다니엘은 아직도 막스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막스 하사는 웬 촌놈이 스위스 군대를 얕잡아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하면서 당장 꺼지지 않으면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다니엘을 처형하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자기의 사랑을 지키고 또한 사랑하는 베틀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막스 하사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다니엘이 막스 하사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은 참으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형국이나 마찬가지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다니엘은 베틀리를 위해서 죽음까지 불사하고 나섰던 것이다. 베틀리는 다니엘의 그런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감동하여서 왜 자기가 다니엘의 저런 마음을 일찍이 알아보지 못했을까 하면서 마음 한 쪽으로 다니엘을 동정하고 자기의 건방진 것을 후회하는 생각을 한다. 베틀리는 당장 저 결투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틀리는 막스 하사에게 '저 다니엘은 나와 결혼할 사람이예요. 결투를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친다. 그러면서 집안으로 급히 들어가서 결혼서류를 들고 나와 그 자리에서 이것보라는 듯이 서명을 한다. 하지만 결혼증명서에는 가장인 오빠 막스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베틀리의 그런 모습을 본 막스는 그제서야 자기가 실은 막스라고 밝히고 베틀리의 손에서 결혼증명서를 받아서 그 자리에서 서명을 한다. 모두들 일이 너무나 갑자기 진행되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다. 베틀리는 다니엘을 남편이라고 부르면서 어서 파티를 열자고 말한다. 파티야 마을 사람들이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모두들 해피엔딩이 되어서 기쁜다. 막스는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더욱 기쁜다.

 

다니엘이 막스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있다.

 

[주요 음악]

 

  • 1. 인트로닥션과 합창: Déjà dans la plaine
  • 2. 다니엘의 아리아: Elle est à moi! C'est ma compagne
  • 3. 베틀리의 쿠플레: Dans ce modeste et simple asile
  • 4. 막스의 아리아: Arrêtons-nous ici!
  • 5. 앙상블과 합창(막스, 베틀리, 합창단): Par cet étroit sentier
  • 6. 쿠플레와 합창(막스와 병사들): Dans le service de l'Autriche
  • 6-1.  앙상블(베틀리, 막스, 마을 사람들): Malgré moi je frissonne
  • 7. 듀엣(베틀리와 다니엘): Prêt à quitter ceux que l'on aime
  • 8. 듀엣(막스와 다니엘): Il faut me céder ta maitresse
  • 9. 로망스(다니엘과 베틀리): Adieu vous que j'ai tant chérie
  • 10. 트리오와 피날레(다니엘, 막스, 베틀리, 합창단): Soutiens mon b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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