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로시니의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 - 118

정준극 2014. 7. 4. 20:37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Adelaide di Borgogna) - Alelaide of Burgundy

또는 이탈리아의 왕 오토네(Ottone, re d'Italia) - Otto, King of Italy

로시니의 2막 오페라, 이탈리아의 왕 오토네는 바지역할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와 오토네 황제

 

이 오페라를 통해서 10세기 경의 이탈리아 정치나 역사에 대하여 굳이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도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아델라이데 왕비에게 두 사람의 구혼자가 있다는 데에 있다. 아름다운 아델라이데 왕비는 보르고냐(부르군디) 출신으로 이탈리아의 왕비가 되었으나 남편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 여인이다. 한사람은 아델베르토이다. 그의 아버지 베렌가리오는 이탈리아의 왕좌를 넘보는 사람이다. 또하나는 이탈리아를 침공한 독일의 오테네 황제이다. 이 오페라가 나올 당시의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의 대부분이 오페라 세리아로서 비극적인 내용이 많은 작품들이었다.


오토네 황제의 군사들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는 로시니의 23번째 오페라이다. 로시니가 25세 때 완성한 작품이다. 로시니는 이미 그때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말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 '오텔로' '탄크레디' '도둑까치' '영국여왕 엘리사베타' '비단 사다리' 등을 완성한 후여서 이제 오페라 작곡가로서 더 할수 없는 완성의 경지에 이른 때에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완숙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리고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에서는 마치 '탄크레디'에서처럼 남자 주인공을 여성이 맡도록 되어 있다. 바지역할이다. 그래서 독일왕인 오토네를 전통적으로 콘트랄토가 맡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백년 전인 1817년 12월 27일에 로마의 테아트로 아르젠티나에서 초연되었을 때에는 오토네를 콘트랄토 엘리사베타 피노티(Elisabetta Pinotti)가 맡아서 오토네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창조하였다. 오늘날에도 그런 전통이 유지되어서 2005년에 취입한 CD를 보면 오토네를 제니퍼 라르모어(Jennifer Larmore)가 불렀고 2011년도 CD를 보면 다니엘라 바르셀로나가 오토네를 불렀다.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의 대본은 조반니 슈미트(Giovanni Schmidt: 1775-1839)가 썼다. 조반니 슈미트는 로시니를 위해서 '영국 여왕 엘리사베타'등의 대본을 쓴바 있다. 이 오페라의 음악중 일부는 로시니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오페라 작곡가인 미켈레 카라파(Michele Carafa: 1787-1872)가 기여했다.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는 1817년 12월 27일 로마의 아르젠티나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오토네의 이미지를 창조한 엘리사베타 피노티, 최근에 오토네를 맡은 제니퍼 라르모어와 다니엘라 바르셀로나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는 솔직히 로시니의 오페라 중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멜로디는 다른 작품에서의 경우에 못지 않게 매력적인 것들이다. 피날레 파트도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또한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박장대소를 보낼 만큼 코믹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마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은 스토리가 당시의 수준으로서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긴장감이 부족하다. 결과가 이렇게 되겠다고 예상하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탄크레디' 또는 '마오메토 2세' 또는 '세미라메데'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델라이데'에는 로시니다운 기분좋은 음악이 넘쳐 있다.


아델라이데. 제시카 프라트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에서 말하는 보르고냐는 프랑스 서북지방의 부르군디(버건디)를 말한다. 부르군디의 왕 로돌포의 딸이 아델라이데이다. 아델라이데는 950년 경에 이탈리아의 왕 로타리오와 결혼하였으나 로타리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었다. 서실상 이탈리아 왕국은 로타리오 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한 이면에는 이탈리아 왕국의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베렌가리오가 왕권을 무시하고 기회만 있으면 자기 자신이 왕이 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타나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타리오 왕이 죽자 베렌가리오는 당장 왕위에 오르고 싶으나 왕비 아델라이데, 그리고 로타리오 왕과 아델라이데 왕비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불만을 표출할 것 같아서 이들의 불만을 완화시킬 방도로서 자기의 아들 아델베르토와 젊은 미망인인 아델라이데를 결혼시키고자 한다. 그러면 왕위를 계승한다는 명분도 서고 또한 아델라이데와 그의 지지자들의 불만도 잠재울수 있다는 생각이다. 베렌가리오가 아델라이데에게 자기 아들 아벨베르토와 결혼하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아델라이데는 단연코 거절한다. 베렌가리오가 그런 아델라이데에게 반역이라는 죄목을 덮어 씌어서 아예 처형코자 하자 아델라이데는 급히 궁전을 빠져 나와 도피한다. 아델라이데는 광야와 숲속을 헤매며 숨을 곳을 찾지만 마땅치가 못해 잘못하면 낭패에 빠질 우려가 생긴다. 마침내 아델라이데는 선왕에게 충성했던 사람들이 있는 카노사 요새에 몸을 의탁한다. 그러자 베렌가리오가 병사들을 이끌고 카노사 요새를 포위하고 아델라이데를 체포코자 한다. 아델라이데는 마지막 수단으로 오토네 황제에게 구원을 청한다. 그러면서 원수들을 물리쳐 준다면 그와 결혼하겠으며 자기가 계승해야 할 이탈리아 왕국의 왕관도 넘겨주겠다고 약속한다. 이것이 이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까지의 대략적인 상황이다.

 

오토네와 아델라이데

 

[1막] 마침내 베렌가리오의 병사들이 카노사 요새를 함락하고 요새 안을 유린한다. 베렌가리오의 병사들이 승전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을 때 요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탈리아 왕국과 아델라이데 왕비의 비운을 애통해 한다. 베렌가리오의 아들인 아델베르토는 아델라이데를 만나서 자기와 제발 결혼해 달라고 설득한다.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도 계속 누릴수 있다고 말한다. 아델라이데는 아직도 상복을 입고 세상 떠난 남편을 애도하고 있다. 그때 보초를 보고 있던 병사가 베렌가리오에게 오토네가 병사들을 이끌고 가까이 진격해 오고 있다고 전한다. 베렌가리오는 자기의 병사들로서는 오토네의 병사들과 싸우는 것이 중과부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베렌가리오는 우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오토네에게 거짓으로 평화조약을 맺기로 결정한다. 무대는 바뀌어 오토네의 진영이다. 병사들이 막사를 세우면서 이탈리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오토네는 로타리오의 미망인인 아델라이데를 무슨 수가 있더라도 구출하겠다고 맹세한다. 그때 베렌가리오의 특사로서 아델베르토가 오토네의 진영을 찾아온다. 아델베르토는 오토네에게 평화를  제안한다. 그러면서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데 아델라이데는 야망에 넘친 여자이며 문제만 일으키는 여자이므로 믿을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얘기해 준다.

 

'보르고냐의 아델라이데' 무대

 

오토네는 베렌가리오가 평화를 제안하자 받아 들이기로 하고 카노사 요새를 방문한다. 베렌가리오는 오토네는 짐짓 진심인듯 환영한다. 오토네는 전에 아델리아데가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우선 아델라이데를 만나고자 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델라이데가 나타난다. 아델라이데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하지 않고 오토네 황제에게 자기를 도와주어 정의가 이루어지도록 해 달라고 간청한다. 오토네가 아델라이데에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오토네는 아델라이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여 모든 사람들 앞에서 아델라이데를 신부로 맞아들이겠다고 선언한다. 오토네와 아델라이데가 떠나자 아델라이데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아델베르토는 오토네를 당장이라도 처치해 버리겠다고 다짐한다. 그러자 아버지인 베렌가리오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만류한다. 그러면서 자기를 지원하는 병사들이 곧 도착할 것이므로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오토네를 공격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편, 아델라이데는 이제 더 이상 상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델라이데는 앞으로 있을 결혼식을 생각하며 기쁨에 넘쳐 있다.

 

아델베르토가 아델라이데에게 접근하고 있다.

 

오토네가 아델라이데를 찾아와서 다시한번 아델라이데의 마음을 확인코자 한다. 오토네는 아델라이데가 감사의 표시로 결혼을 승낙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서 자기와의 결혼을 약속했다고 믿고자 한다. 아델라이데는 오토네에게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코자 한다고 강조한다. 두 사람은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며 서로 충실할 것을 약속한다. 장소는 바뀌어 교회 내부이다. 오토네와 아델라이데의 결혼식이 진행된다. 백성들이 축하의 노래를 부르며 기뻐한다. 베렌가리오와 아델베르토는 지원병들이 도착하자 본색을 들어내어 오토네 황제의 병사들을 습격한다. 결혼식의 축하 분위기는 당장 전투와 혼란의 분위기로 바뀐다. 베렌가리오의 부하들이 아델라이데를 납치하여 어디론가 데려간다. 오토네와 그의 병사들은 베렌가리오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지만 역부족이어서 우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멀리 도주한다.

 

베렌가리오가 오토네와의 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2막] 카노사 요새의 큰 홀이다. 베렌가리오의 병사들이 오토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노래를 부른다. 아델베르토는 다시한번 아델라이데에게 왕국의 왕관을 나누어 쓰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아델라이데는 전처럼 아델베르토의 말을 경멸한다. 그러는데 전령이 뛰어들어와서 전투가 다시 벌어졌지만 베렌가리오의 병사들이 오토네의 병사들에게 크게 패배하였다고 전한다. 오토네는 베렌가리오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둔다. 오토네는 아델베르토에게 사자를 보내어 잡혀 있는 베렌가리오와 아델라이데를 교환하자고 제안한다. 아델베르토는 사랑과 충성의 사이에서 번민한다. 베렌가리오의 부인인 유리스가 아들 아델베르토에게 잘못하다가는 베렌가리오가 반역죄로서 처형을 당할지 모르므로 어서 그 제안을 받아 들이라고 요청한다. 유리스는 아델베르토가 아델라이데에 대하여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고 가신 이롤도의 도움을 받아 아델라이데를 몰래 도망시킬 계획을 꾸민다.

 

아델라이데가 베렌가리오의 진영에서 탈출코자 하나 병사들에게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오토네 황제의 진영이다. 아델베르토가 오토네 황제를 찾아 온다. 결국 아델베르토는 아델라이데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베렌가리오는 기껏 아델라이데와 교환이 되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명예스럽지 못한 교환은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다가 앞으로의 큰 야망을 위해서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ㄱ각한다. 베렌가리오는 오토네에게 만일 자기를 왕국의 계승자로 인정해 준다면 아델라이데를 아들과 결혼시키지 않고 그저 공주로서 받들며 지내겠다고 말한다. 오토네는 이탈리아 왕국의 안정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지만 베렌가리오에게 통치를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델라이데에게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고 하니 그것도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서 베렌가리오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런데 그때 베렌가리오의 부인 유리디스의 도움으로 성에서 무사히 탈출한 아델라이데가 오토네를 찾아온다. 오토네는 더 이상 베렌가리오와 아델라이데를 교환해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게다가 아델라이데는 오토네에게 베렌가리오와 아델베르토의 사악한 음모를 밝힌다. 오토네는 베렌가리오와 아델베르토가 나중에 자기에게 복수할 것을 염려하여 그들을 다시 감옥에 가두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아델라이데는 자기를 탈출하도록 도와준 유리디스에게 자기가 오토네 황제를 만나서 베렌가리오가 석방되도록 간청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있어서 오토네에게 베렌가리오를 석방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오토네가 먼저 베렌가리오와 아델라이데의 교환을 제안했던 것을 상기시킨다.

 

오토네와 아델라이데.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발. 2011

 

베렌가리오와 아델베르토가 석방되어 오토네의 진영을 떠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는 항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버리고 휘하 병사들을 동원하여 무장을 시키고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오토네와 싸우기로 한다. 장면은 바뀌어 오토네의 막사이다. 아델라이데가 베렌가리오와의 마지막 결전을 위해 떠나는 오토네를 마지못해 배웅한다. 아델라이데는 가지고 있던 베일을 사랑의 징표로서 오토네에게 준다. 아델라이데는 하늘이 오토네를 지켜줄것을 간절히 기도한다. 아델라이데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중에 전령이 뛰어 들어와서 적군이 모두 패전했다고 전한다. 마지막 장면은 승전한 오토네와 병사들이 카노사 요새로 개선하여 돌아오는 장면이다. 병거를 타고 당당하게 입장하는 오토네의 뒤에는 쇠사슬에 묶인 베렌가리오와 아델베르토가 따라온다. 백성들은 기쁨에 넘쳐 환호하며 꽃과 월계수 가지를 오토네의 앞 길에 던진다.

 

피날레 장면. 개선하는 오토네를 아델라이데가 반갑게 마중한다. 베렌가리오와 아델베르토는 포로로서 쇠사슬에 묶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