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알비노니의 '오로라의 탄생' - 125

정준극 2014. 7. 18. 09:33

오로라의 탄생(Il Nasciemento dell'Aurora) - The Birth of Aurora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 토마소 알비노니의 세레나타

마리아 테레지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

 

토마소 알비노니

 

알비노니라고 하면 '아다지오 G 단조'가 생각난다. 그러나 그가 실은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바로크 작곡가인 토마소 알비노니(Tommaso Albinoni: 1671-1751)는 생전에 81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대부분 그리스 또는 로마 신화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들이다. 오페라라고 하지만 당시의 스타일에 따르면 세레나타(Serenata: Serenate)가 대부분이다. 세레나타는 18세기에 유행하였던 오페라의 한 장르로서 주로 아카디아적인 전원을 배경으로 삼은 내용이다. 때문에 간혹 야외에서 공연되는 경우도 있다. 세레나타는 피날레에 축하무드로 끝나며 특히 현존하는 인물(주로 군주와 왕족)에 대한 찬사로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다. 말하자면 국왕이나 영주의 위대한 업적, 또는 그들의 만수무강을 찬양하는 것이 관례이다. 세레나타는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에 대체로 듣기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풍성하지만 그 타령이 그 타령인듯 한 한가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알비노니의 '오로라의 탄생'(Il Nasciemento dell'Aurora)은 음악이 화려하고 찬란하다. 어찌보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세레나타 중에서도 무엇인가 축하할 내용이  있는 세레나타를 페스타 세레나타(Festa serenata)라고 부르는데 이 작품도 그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화려하고 찬란한듯 하다. 이같은 '오로라의 탄생'이 요즘 비엔나를 비롯해서 베니스, 로마 등지에서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치 바로크 오페라의 부활을 예견해 주는 듯한 관심이다.

 

'오로라의 탄생'. 플로라와 다프네. 잉글리쉬 투어링 오페라 무대.

 

알비노니가 베니스에서 활동할 당시에 베니스는 공국으로서 합스부르크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었다. 당시 합스부르크의 신성로마제국은 막강한 샤를르 6세가 황제였다. 샤를르 6세는 브룬스비크의 공주인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Elisabeth Christine: 1691-1750)와 결혼하였다. 베니스 공국에 주재하던 신성로마제국의 대사는 새로 황비가 된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알비노니에게 오페라 한편을 작곡해 줄것을 부탁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오로라의 탄생'이다. '오로라의 탄생'은 알비노니가 1708년에 완성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다른 기록에 따르면 베니스 주재 신성로마제국의 대사가 1711년 이후에 의뢰한 것으로 되어 있다. 1708년이면 샤를르 6세와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공주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결혼식을 올린 해이다. 또 어떤 기록에 의하면 1717년에 의뢰했다고 되어 있다. 1717년은 샤를르 6세와 결혼한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가 결혼지 거의 10년이 지난 해로서 그동안 자녀가 없어서 노심초사하다가 첫 자녀인 마리아 테레지아를 생산한 해이다. 그러므로 일각에서는 이 오페라가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황비의 생일을 축하하기보다는 오히려 마리아 테레지아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족이지만, 샤를르 6세 황제와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황비는 아들은 없고 딸만 셋을 두었다. 큰 딸이 마리아 테레지아로서 나중에 신성로마제국의 여제로서, 오스트리아 대공녀로서 막강한 활동을 했던 사람이고 둘째 딸이 마리아 안나로서 나중에 로레인 가문의 샤를르 알렉산더 공자와 결혼했으며 셋째 딸은 마리아 아말리아인데 불행하게도 여섯 살 때에 세상을 떠났다.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황비의 아버지는 브룬스비크의 공작이었다.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에 대한 사항은 본 블로그의 <합스부르크>편에서 '마리아 테레지아와 마리 앙뚜아네트'의 첫번째 설명문인 '마리아 테레지아는 누구인가?'에 설명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랍니다.]

 

꽃의 여신 플로라와 강의 신 페네우스(페네오)

 

이 오페라의 대본을 누가 썼는지는 오늘날 까지도 모른다. 아마 베니스의 어떤 시인이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무대는 그리스의 테살리아에 있는 템페(Tempe) 계곡이다. 한쪽으로는 페네오 강이 흐르고 있다.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아폴로 신에게 헌정된 곳이다. 아폴로(카운터테너)와 강의 신인 페네오(Peneo: T), 숲의 님프인 다프네(Dafne: S), 바람의 신인 제피르(Zephyr: 소프라니스타), 꽃의 여신 플로라(Flora: MS)가 새벽의 여신인 오로라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오페라의 마지막에 가서는 오로라 여신이 엘리자베트 크리스티네 황비와 같은 존재로서 설명된다. 그레서 파스토랄레 세레나타인 '오로라의 탄생'은 Viva l'Aurora, Elisa viva!(오로라 만세, 엘리자 만세)라는 찬양으로 끝을 맺는다. 엘리자는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엘리자베트의 애칭이다. 바로크의 오페라에서 역사적인 인물들, 보통 귀족이나 왕족을 신화의 세계로 끌어 올리는 것은 요즘으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신격화는 사실 오늘날 우리의 가장 수순하고 가장 뛰어난 요소를 예술작품에 반영하고 있는 것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파스토랄 세레나타에서 사랑은 모든 세상적인 사소한 사항들을 자유스럽게 만들고 초월하게 만든다. 신화적인 내용의 찬양의 노래는 가장 숭고한 사랑의 노래이기도 하다. 이 오페라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언급했지만 아마 생각컨대 아직 마리아 테레지아가 태어나지는 않았고 다만 후계자의 탄생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새로운 후계자는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알비노니의 '오로라의 탄생' 음반 커버

 

[알비노니의 대표적인 오페라]

 

○ Zenobia(체노비아: 1694) ○ Il prodigio dell'innocenza(순수기적: 1695) ○ Zenone(체노네: 1696) ○ Tigrane(티그라네: 1697) ○ Primislao(프리미슬라오: 1697) ○ L'ingratitudine castigata(배은망덕: 1698)

○ Il Radamisto(1698) ○ Diomede punito da Alcide(1700) ○ L'inganno innocente(1702) ○ L'arte in gara con l'arte(1702) ○ La Griselda(1703) ○ La fede tra gl'inganni(1707) ○ Elio Seiano(1707) ○ Astarto(1708) ○ Pimpinone(핌피노네: 1708) ○ Tradimento tradito(1708) ○ Il Nascimento dell'Aurora(오로라의 탄생: 1708) ○ Engelberta(1709) ○ Ciro(1709) ○ Il tiranno eroe(1710) ○ Il Giustino(주스티노: 1711) ○ Alarico(1712) ○ Amor di figlio non conosciuto(1715) ○ Il vinto trionfante del vincitore(1717) ○ Eumene(1717) ○ Cleomene(클레오메네: 1718) ○ I veri amici(진정한 친구: 1712) ○ Gli eccessi della gelosia(1722) ○ Ermengarda(1723) ○ Eumene(1723) ○ Laodice(1724) ○ Antigono(안티고노: 1724) ○ Scipione nelle Spagne(1724) ○ Didone abbandonata(1725) ○ Alcina delusa(1725) ○ Lucio Vero(1725) ○ Il trionfo d'Armida(1726) ○ L'incostanza schernita(1727) ○ Le due rivali in amore(1728) ○ Il concilio dei planeti(1729) ○ Elenia(1730) ○ Li stratagemmi amorosi(1730) ○ Il piu fedel tra gli amanti(1731) ○ Ardelinda(1732) ○ Candalide(1734) ○ Artamene(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