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탄 던의 '무단팅' - 126

정준극 2014. 7. 19. 14:18

무단팅(Mudanting: The Peony Pavilion) - 모란정(牡丹亭)

탄 던(Tan Dun)의 2011년도 오페라

중국 명조 탕현조(탕 시안추)의 장편희곡의 오페라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탄 던

 

중국에서 '무단팅'(모란정)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유명한 중국 오페라의 제목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춘향전'을 모른다면 말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보통 중국 오페라라고 하면 경극(京劇)을 생각하는데 그건 중국 오페라의 한 장르이며 '무단팅'의 경우에는 쿤추(崑曲)오페라에 속한다. 쿤추 오페라는 쿤주(崑劇)라고도 하는데 이는 쟝수성(강소성: 江蘇省) 수초우(소주: 蘇州)의 쿤샨(곤산: 昆山)으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이다. 쿤추는 명조 초부터 널리 알려지게 된 공연예술이다. 쿤추가 되었건 쿤주가 되었건 중국 오페라인 '무단팅'(牡丹亭)은 명조(明朝)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 알려진 러브 스토리로서 두 젊은 남녀의 애틋하고도 기이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무단팅'은 명조의 탕 시안추(湯顯祖: 1550-1616)라는 당대의 작가가 쓴 소설이다. 탕시안추는 '무단팅'을 비롯해서 '4대 꿈'이라고 부르는 소설들을 썼고 그것들은 모두 중국 전통 오페라로 각색되어 대단한 사랑을 받아 왔다. 탕시안추의 작품들은 '난케지'(南柯記), '한단지'(한鄲記), '지샤오지'(紫숙記) 등이다.

 

오리지널 '무단팅'은 총 55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하 쿤추 오페라이다. 그래서 마음 먹고 전체를 공연하려면 무려 20시간이나 걸린다. 그래도 사람들은 극장에 먹을 것과 이부자리를 가져와서 잠시 눈을 붙이면서도 계속 공연을 지켜 보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 오페라이다. 이 중국 오페라의 엣센스만을 간추려서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탄 던(Tan Dun: 譚 盾: 1957-)이라는 중국계 작곡가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오페라로 만들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중국식 오페라와 서구식 오페라를 혼합한 형식으로 만들었다. 탄 던의 오페라 '무단팅'은 단막이지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파트는 중국 오페라를 그대로 무대에 옮겨 놓은 것 같고 두번째 파트는 중국와 서구 음악형태를 혼합한 것으로 악기의 편성도 혼합한 것이다. 오페라 '무단팅'은 1998년 5월 2일 비엔나 페스티발에서 세계초연되었다. 오페라 연출가로 유명한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가 무대감독을 맡은 제작이었다. 피터 셀라스라고 하면 오페라의 아방 갸르드적인 무대연출로서 명성이 높은 사람이다. 작곡가인 탄던은 중국 후난성 출신으로 뉴욕에 정착한 이래 지금까지 현대 오페라인 '마르코 폴로'(Marco Polo: 1995), '무단팅'(1998), '차: 영혼의 거울'(Tea: A Mirror of Soul: 2002), '시황제'(The First Emperor: 2006), '무단팅'(수정본: 2010)을 작곡했다. 탄던은 영화음악 작곡가로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영화음악은 주윤발, 장자이(장쯔이), 양자경(미셀 여) 등이 주연한 '와호장룡'(臥虎藏龍: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이연걸(제트 리: 李連杰), 장만옥(매기 청: 張蔓玉), 장자이(장쯔이: 張子怡) 등이 출연한 '영웅'(Hero) 등이다.

 

전통적인 '무단팅'(모란정) 공연의 한 장면

 

'무단팅'은 첫 선을 보이자 상당한 반응을 불러 모았다. 우선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융합이라는 데서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쿤추 오페라가 선보였는가 하면 서구적인 아방 갸르드 음악이 무대를 장식하였다. 대본도 중국어 그대로의 대본으로 구성되었는가 하면 영어 대본도 마련되었다. 출연진은 중국 전통의 고전오페라 가수 겸 배우들이 등장하였고 서구의 성악을 전공한 성악가들도 등장하였다. 여주인공인 두 리냥은 소프라노가 맡았고 상대역인 류 멩베이는 테너가 맡았다. 하지만 중국 전통 오페라가 선보일 때에는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여자가 맡았다. 합창단은 바리톤으로만 구성되었다. 악기의 편성에 있어서도 동서양의 융합을 볼수 있다. 특히 전통 악기들은 어떤 특정 인물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편성했다. 예를 들어 저승판관은 엘렉트로닉 미디 혼, 순과 디지(Dizi: 笛子: 피리)이다. 저승의 관원은 태평소가 맡도록 했고 꽃의 정령은 비파가, 태양은 여러 타악기가 맡도록 했다. 타악기로는 중국 오페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심발, 각종 북, 각종 종 등이다.

 

대강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기는 남송(南宋) 말기이다. 장소는 난안이라는 지방이다. 이 지방의 성장인 두바오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방년 16세의 아리따운 낭자이다. 두 리냥(杜 麗娘)이다. 어느 봄날, 두리냥의 몸종이 두리냥에게 날씨나 하도 화창하고 봄 기운이 만연하니 방에만 앉아 있지 말고 동산으로 산책을 나가자고 권유하자 두리냥은 못이기는체 몸종과 함께 근처 동산으로 봄나들이에 나선다. 두리냥은 동산의 모란이 만발한 모란정에서 봄기운에  취하여 그만 잠이 든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제목이 '무단팅'(모란정)이다. 두리냥은 꿈 속에서 어떤 젊고 잘생긴 선비 한 사람을 만난다. 나중에 알게되는 이름이지만 그는 류멩메이(柳 夢梅)이다. 물론 두리냥과 류몽메이는 생전에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이이다. 류몽메이는 아리따운 두리냥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윽고 류몽메이가 두리냥에게 인사를 하고 봄날의 화창함과 두리냥의 아름다움을 봄날의 꽃에 비하여 얘기하자 두리냥은 어느덧 류몽메이에게 마음이 끌려 마침내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랑의 기쁨을 속삭이고 있는 때에 나무에 붙어 있던 꽃닢들이 두리냥의 얼굴에 떨어지는 바람에 두리냥은 잠에서 깨어난다. 두리냥은 류몽메이를 만났던 일이 한낱 봄날의 꿈인 것을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잊으려 했지만 류몽메이의 그 준수한 모습과 그 상냥한 말씨를 잊을 수가 없다. 두리냥의 류몽메이에 대한 생각은 집착으로 변한다. 그리하여 두리냥은 마침내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깊은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두리냥과 류몽메이. 발레

 

저승세계의 판관은 저승에 온 두리냥을 재판하면서 두리냥과 류몽메이의 결합은 이미 운명으로 맺어지게 된 것이므로 두리냥은 이승에 나가 류몽메이와 맺어져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다. 두리냥은 류몽메이의 꿈에 나타난다. 꿈에서 두리냥은 류몽메이에게 자기는 얼마전에 죽어서 저승에 간 사람인데 저승의 판관(아마 염라대왕을 말하는 듯)이 자기를 다시 이승에 보내기로 결정하였으니 제발 자기의 무덤을 찾아서 자기를 파내어 이 세상에서 다시 살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류몽메이는 깜짝 놀라서 꿈에서 깬다. 류몽메이는 도대체 꿈에 나타난 그 낭자가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 한다. 류몽메이는 자기도 모르게 발길이 동산의 모란정으로 향한다. 두리냥이 봄날에 잠들었다가 꽃닢이 떨어지는 바람에 잠에서 깼던 바로 그 모란정이다. 류몽메이는 모란정의 모습이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와 너무나 같아서 놀란다. 류몽메이는 꿈에서 보았던 낭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골돌히 생각하다가 마침내 그 낭자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나 무덤에 묻힌 두 바오얀 성주의 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류몽메이는 두리냥의 무덤을 찾아가서 두리냥의 시신을 꺼낸다. 그러자 관 속에 누워있던 두리냥이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듯 숨을 쉬며 깨어난다. 류몽메이는 두리냥을 어느 조용한 집으로 데려가서 쉬도록 하고 급히 두 바오얀 성장을 찾아가서 두리냥이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탄던의 오페라에서는 류몽메이가 우연히 모란정을 산책하는 중에 두리냥의 초상화를 발견하게 되고 그로부터 두리냥을 사랑하게 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두리냥은 이 세상에 있을 때에도 류몽메이에게 일편단심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죽어서도 일편단심이어서 초상화에서 살나 나와 혼백이 떠돌아 다니면서 꿈 속의 류몽메이를 따라 다닌다. 마침내 류몽메이는 두리냥이 살아 있는 사람으로 돌아오는 일을 도와준다. 그리하여 두리냥은 류몽메이의 부인이 된다는 내용으로 각색되었다.]

 

성장은 죽었던 딸이 살아 돌아왔다고 하니까 너무나 놀라고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점잖은 도령이 와서 고하는 얘기이므로 반신반의하며 관속들을 이끌고 급히 모란정의 두리냥의 무덤으로 달려간다. 갔더니 과연 무덤이 파헤쳐 있는데 관속의 시신은 찾아볼수가 없다. 성장은 이것은 분명히 류몽메이가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해서 류몽메이를 묘지훼손과 사기죄로 체포하여 옥에 가둔다. 이야기의 결말은 대체적인 중국 스토리가 그렇듯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옥에 갇힌 류몽메이는 갖은 고문을 다 당하지만 사실이 사실인만큼 자기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평소에 류몽메이를 잘 알고 지내던 옥사장이 류몽메이를 불쌍하게 여겨서 몰래 탈옥하게 만든다. 얼마후 류몽메이는 황제가 주관하는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한다. 황제는 류몽메이의 사정을 듣고나서 그에게 붙어 있던 죄목들을 모두 사면한다. 류몽메이는 난안성으로 금의환향히여 마침내 두리냥을 만나 백년해로를 하게 된다.

 

세상에 다시 돌아와 선녀들의 환대를 받고 있는 두리냥

 

쿤추 오페라인 '무단팅'은 2001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다. 구전예술의 걸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무단팅'은 영화로도 여러번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01년 홍콩에서 제작된 '요우유안 징멩'(遊園驚夢)이다. 미야자와 리에(宮澤理惠)와 조이 웡(Joey Wong: 王祖賢)이 출연한 영화이다. 영어 제목은 Peony Pavilion이라고 했다. 대만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제목을 '워 더 메일리 유 아이초우'(我的美麗與哀愁)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