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오펜바흐의 '로빈슨 크루소' - 131

정준극 2014. 8. 18. 07:38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é)

자크 오펜바흐의 3막 오페레타

원작은 다니엘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원작자인 다니엘 디포와 오페레타로 만든 자크 오펜바흐

 

영국이 낳은 유명한 소설가인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c 1660-1731)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프랑스의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가 3막의 오페레타로 만들었다. 오펜바흐의 '로빈슨 크루소'는 오페레타이지만 오페라의 장르에서는 오페라 코미크로 분류한다. 대본은 프랑스의 외진 코르몽(Eugene Cormon)과 엑토르 조나탄 크레뮤(Hector-Jonathan Crémieux)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오페레타 '로빈슨 크루소'의 스토리는 원작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코믹한 내용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원작 소설에는 나오지도 않는 여러 내용을 만들어 넣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판토마임으로 만들어서 공연하여 인기글 끌었었다. 두 사람의 대본가들은 오페레타 '로빈슨 크루소'의 대본을 만들면서 원작 소설보다는 오히려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판토마임의 내용을 더 많이 참고로 했다.

 

 

오페레타 '로빈슨 크루소'는 1867년 11월 23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살르 화바르(Salle Favart)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주인공인 로빈슨 크루소는 테너 몽토브리(Montaubry)가 맡았고 그의 원주민 하인인 방드레디(Vendredi: Friday)는 메조소프라노 셀레스탱 갈리 마리(Célestine Galli-Marie: 1870-1905)가 맡았다. 셀레스탱 갈리 마리는 오페레타 '로빈슨 크루소'가 초연된 때로부터 7년 후인 1875년에 초연을 가진 비제의 '카르멘'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서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의 피앙세인 에드위게는 소프라노 마리 치코(Marie Cico)가 맡았다. 마리 치코는 오펜바흐와 인연이 많은 소프라노였다. 마리 치코는 그가 15세 때인 1758년 오펜바흐의 '지옥에 간 오르페'(Orphée aux enfers)가 초연되었을 때 미네르바의 이미지를 창조했고 그밖에도 오펜바흐의 여러 오페레타의 초연에서 역할을 맡았었다. 그런가하면 마리 치코는 그가 29세 때인 1872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파리 초연을 가질 때에 수잔나의 역할을 맡아서 대인기를 차지했었다. 마리 치코는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오페레타 '로빈슨 크루소'는 초연을 가진 이래 대다한 인기를 끌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때 뿐이었고 그후로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으며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초연으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1973년 영국의 캠든(Camden) 페스티발에서였다. 그후 1983년에는 켄트 오페라단이 영국내 순회공연을 가졌고 1994년에는 오페라 델라 루나(Opera della Luna)가 공연했고 2004년에는 일포드 아트 페스티발(Ilford Arts Festival)에서 공연되었다. 미국에서는 1996년에 오하이오 라이트 오페라(Ohio Light Opera)가 공연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é: T) - 귀족집안 청년이지만 모험심이 강한 사람

- 방드레디(Vendredi: Friday: MS) - 로빈슨 크루소가 외딴 섬에서 만난 원주민.

- 에드위게(Edwige: S) - 로빈슨 크루소의 약혼녀

- 수잔느(Suzanne: S) - 크루소 집안의 하녀. 토비의 약혼녀

- 토비(Toby: T) - 크루소 집안의 하인

- 짐 콕스(Jim Cocks: T) - 크루소의 이웃. 나중에 식인종 추장이 됨.

- 윌렴 크루소 경(Sir William Crusoé: B) - 로빈슨의 아버지

- 레이디 드보라 크루소(Lady Deborah Crusoé: MS) - 로빈슨의 어머니

- 윌 애트킨스(Will Atkins: B) - 영국인 선장

이밖에 원주민들, 선원들 등.

 

 

[1막] 브리스톨에 있는 크루소 저택이다. 크루소 가문은 귀족이지만 날로 재정이 나빠져서 살기가 힘들다. 일요일 오후 티 타임이다. 로빈슨은 평소 마음이 통하는 하인 토비에게 두 사람이 함께 떠날 남미행 배표를 사 놓았다고 은밀히 말한다. 그 얘기를 토비의 약혼녀인 수잔느가 몰래 엿 듣는다. 수잔느가 토비에게 자기를 두고 몰래 남미로 여행을 간다니 말이 되느냐면서 짐짓 눈물로서 호소한다. 토비는 로빈슨과 함께 남미로 가려는 계획을 취소한다. 로빈슨은 혼자서 떠나기로 결정한다. 남미로 가서 새로운 행운을 붙잡아 보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모두 사랑하는 에드위게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이다.

 

 

[2막] 그로부터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남미로 가던 로빈슨은 해적에게 붙잡혔다가 간신히 도망쳐서 오리노코(Orinoco) 하구에 있는 어떤 외딴 섬에서 지내고 있다. 로빈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사람은 방드레디(프라이데이)가 유일하다. 이 섬의 한 쪽에는 식인종들이 살고 있는데 마침 방드레디가 식인종들의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로빈슨이 구출해 낸바 있다. 그후로 방드레디는 로빈슨의 충실한 하인으로서 함께 지내고 있다. 방드데디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로빈슨이 그를 구출해 낸 날이 금요일(방드레디)이기 때문에 별다른 이름이 없어서 그렇게 붙인 것이다. 로빈슨은 고향인 브리스톨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약혼녀 에드위게를 꿈에서나 그리면서 지낸다. 로빈슨은 방드레디에게 에드위게가 보고 싶다는 것을 설명하지만 방드레디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를 못한다.

 

한편, 에드위게는 수잔느와 토비와 함께 로빈슨을 찾으러 나선다. 이들이 탄 배는 해적들의 습격을 받아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뗏목에 실려 표류하다가 우연히 이 외딴에 도착한다. 하지만 로빈슨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한다. 토비와 수잔느는 식인종들에게 붙잡혀서 이들의 추장 앞으로 끌려간다. 그런데 추장이란 사람이 다름 아니라 전에 브리스톨에 살던 짐 콕스라는 사람이다. 짐 콕스는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도망갔는데 결국 이 외딴섬까지 와서 억지로 추장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짐 콕스는 붙잡혀 온 사람들을 즉시 살려 줄 생각은 하지 않고 그들에게 '오늘 저녁 식인종들의 식사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해가 저물 무렵, 식인종인 원주민들이 에드위게를 끌고 온다. 그러다가 에드위게가 햐얀 피부에 예쁘게 생긴 것을 알고 백인 여신이라고 믿는다. 방드레디가 숨어서 이런 모습을 모두 지켜본다. 방드레디는 에드위게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진다. 식인종들이 붙잡아 온 사람들을 요리하기 위해 장작불을 지핀다. 마침 로빈슨의 피스톨을 가지고 있던 방드레디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총을 한방 쏜다. 총 소리에 식인종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며 도망간다. 방드레디는 에드위게, 수잔느, 토비, 그리고 억지로 추장 노릇을 하고 있는 짐 콕스까지 구출해서 로빈슨이 있는 곳으로 데려온다. 로빈슨은 이미 잠들어 있어서 누가 온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3막] 다음날, 로빈슨은 에드위게가 잠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며 동시에 기뻐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방드레디의 주인이 다름 아닌 로빈슨인 것을 알고 역시 크게 놀라며 동시에 기뻐한다. 부근에 정찰을 나갔던 방드레디는 해적들이 배에서 모두 내려 해안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춤을 추다가 모두 피곤해서 자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므로 해적들이 빼앗은 영국 배에는 해적들은 아무도 없고 대신 영국 선원들만 묶여 있다는 것이다. 로빈슨을 비롯한 영국 사람들은 지금이야말로 배를 차지해서 영국으로 돌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해안에 있는 해적들 중에는 깨어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을 속일 필요가 있다. 로빈슨이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며 해적들에게 다가가서 섬의 저 쪽 산속에 보물이 있다고 속여서 해적들이 모두 보물을 찾으러 떠나게 만든다. 로빈슨이 가르쳐준 장소는 식인종들의 마을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적들은 모두 식인종에게 붙잡힌다. 로빈슨은 해적들의 총이나 대포를 모두 장악하고 만에 하나라도 해적들이 도망쳐 나오면 총과 대포를 쏠 준비를 한다. 식인종에게 붙잡힌 해적들은 로빈슨에게 제발 살려 구출해 달라고 애원한다. 로빈슨은 해적들에게 순순히 복종한다고 약속하면 구출해 주겠다고 말한다. 해적들이 절대 복종하겠다고 약속하자 로빈슨이 총과 대포를 쏘아서 식인종들을 모두 도망가게 만들고 해적들을 구출한다. 로빈슨은 해적들에게 어서 배에 올라타서 항해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다. 해적들은 모두 순순히 로빈스의 지시에 따른다. 로빈슨과 에드위게는 선상에서 영국 선장 애트킨스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다. 모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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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로빈슨 크루소는 진짜 인물인가?

그가 몇년이나 살았다는 무인도는 정말 있는 섬인가?

 

다니엘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는 알렉산더 셀커크(Alexander Selkirk)라는 사람의 실화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알렉산더 셀커크는 1676년 스코틀랜드의 로어 라르고(Lower Largo)라는 마을에서 가난한 구두장이의 아들로 태어나서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의 가나 해역에서 세상을 떠난 탐험가 기질의 뱃사람이다. 알렉산더 셀커크는 카리비아해에서 스페인 상선들을 습격하여 재물을 약탈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던 영국 해적의 일원이었다. 그런 해적들을 부캐니어(Buccaneer)라고 불렀다. 부캐니어들은 해적이라는 오명을 조금이라고 씻기 위해서 영국에 충성을 보였으며 특히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한 몫을 했고 아울러 영국의 새로운 식민지 탐색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영국에서 식민지 개척에 앞장 선 인물이라고 하면 월터 랄레이 경(Sir Walter Raleigh)과 호주를 영국 땅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있지만 또 한 사람 중요한 인물을 내세우라고 한다면 윌리엄 댐피어(William Dampier)이다. 윌리엄 댐피어는 주로 남태평양의 섬들을 탐색하여서 영국 땅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 섰던 사람이다. 오늘날의 피지 등등이 영국 식민지였던 것은 오로지 댐피어의 공로라고 말 할수 있다. 윌리엄 댐피어는 남태평양 뿐만 아니라 남미의 여러 지역들도 탐색하였는데 그때 알렉산더 셀커크도 댐피어 선장과 함께 남미 탐색에 열을 올렸었다.

 

로빈슨 크루소 아일랜드에 있는 알레한드로 셀키르크의 기념상. 염소가죽 옷을 입고서 저 먼 바다를 바라보며 구원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셀커크가 1704년에 댐피어 선장과 함께 남미의 칠레에서 가까운 남태평양 일대를 탐색하다가 오늘날의 후안 페르난데즈 열도(Juan Fernandez Islands)에서 뜻하지 아니하게 좌초하여 배에 탔던 선원들은 모두 생사를 모르게 실종되었는데 셀커크는 무슨 하늘이 도움이 있었는지 어떤 무인도에 밀려와서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셀커크는 그 무인도에서 5년 동안 지내다가 1709년에 지나가던 영국 상선에 구조되어 영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후 12년을 더 살면서 이번에는 영국 해군에 종사하던 중 아프리카의 가나 인근 해상에서 황열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고 바다에 장사를 지냈다. 셀커크가 5년 동안 혼자 지낸 섬은 후안 페르난데즈 열도에서 두번째로 큰 섬으로 당시에는 마스 아 티에라(Mas a Tierra: '육지에 더 가까운'이라는 뜻)라고 불렀으나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아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넘쳐서 이 섬을 관광하러 많이 찾아오자 이 섬의 소유자인 칠레 정부는 1966년에 마스 아 티에라 섬의 명칭을 '로빈슨 크루소 아일랜드'라고 바꾸었다. 그리고 칠레에서는 알렉산더 셀커크를 알레한드로 셀키르크라고 부르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 섬은 칠레의 산 안토니오에서 약 670km 떨어진 남태평양에 있으며 후안 페르난데즈 열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무인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상당히 살고 있다. 아무튼 그 알렉산더 셀커크를 다니엘 디포가 '로빈슨 크루소'의 모델로 삼았다는 것이다.

 

칠레 영토인 로빈슨 크루소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산 후안 바우티스타 항구마을

 

그런가하면 다니엘 디포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난 아랍인 박식가인 빈 투파일(ibn Tufail: c 1105-1185)의 소설 '독학 철학자'(The Self-Taught Philosopher)에서도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빈 투파일은 작가이면서 철학가, 정치인, 의사, 신학자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인물이다. 그의 작품인 '독학 철학자'의 원래 제목은 Havy ibn Yaqdhan(하비 빈 야크단)인데 이것을 유럽에서는 '살아라, 깨어남의 아들이여'(Alive, Son of Awake)로 번역했고 라틴어로는 Philosophu Autodidactus 라고 했는데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독학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 제목으로 또 다른 것이 있다. The Improvement of Human Reason: Exhibited in the Life of Hai Ebn Yokdahn(인간 이성의 개선: 요크단의 아들 하이의 삶에서 보여준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복잡한 제목의 소설이지만 내용은 간단해서 하비(또는 하이)라는 사람이 배를 타고 어디를 가다가 배가 파선하는 바람에 식인종들만이 살고 있는 외딴 섬에 표류해 와서 5년이나 지내면서 생존하기 위해 온갖 경험을 다 겪는다는 내용이다. 바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아니 할수 없다.

 

그런가하면 영국의 헨리 피트맨(Henry Pitman)이라는 사람이 로빈슨 크루소의 모델이라는 주장도 있다. 작가인 팀 세베린(Tim Severin)은 2002년에 내 놓은 '로빈슨 크루소 찾기'(Seeking Robinson Crusoe)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 팀 세베린은 몽마우스 공작(Duke of Monmouth)의 주치의(외과)로서 카리비아해에서 배를 타고 가는 중에 배가 파선되어 어떤 무인도에 겨우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몇년을 살다가 구조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세베린은 중앙 아메리카 사람으로서 배를 타고 가다가 좌초가 되어 어떤 외딴 섬에서 살게 된 미스키토(Miskito)라는 사람이 아마도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서 프라이데이(방드레디)의 모델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도 주장했다. 한편, '로빈슨 크루소'의 후편도 있다. 다니엘 디포가 쓴 것이다. 하나는 The Farther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1719)이며 다른 하나는 Serious Reflrections during the Life and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With his Vision of the Angelick World(1720)이다. 그리고 1726년에 나온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도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로빈슨 크루소' 책에 들어 있는 삽화.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크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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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스 크루소 원작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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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소는 1651년 8월에 영국 헐(Hull)에 있는 퀸스 도크(Queen's Dock)에서 배를 타고 먼 나라로 떠난다. (크루소라는 이름은 아마도 독일 이름인 크로이츠내르(Kreutznaer)가 영국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크루소의 부모는 아들이 법학을 공부하기를 바랬지만 크루소는 오로지 배를 타고 먼 나라를 찾아가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크루소가 탄 배는 영국을 떠난지 얼마 안되어서 큰 폭풍을 만나 파선하였다. 크루소는 정말로 구사일생으로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바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크루소는 결국 다시 먼 나라로 떠나는 배를 탔다. 이번에도 불행이 앞을 가로 막았다. 악명 높은 살레(Sale) 해적에게 배가 나포되었던 것이다. 포로가 된 크루소는 어떤 무어 인에게 팔려가서 노예가 된다. 살레는 북 아프리카의 모로코 해안에 있는 도시로서 이 곳 해안을 떠 돌아 다니면서 해적질을 하는 무리들을 살레 해적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지내기를 2년, 마침내 크루소는 보트를 하나 마련해서 수리(Xury)라는 이름의 소년 한명과 함께 보트를 타고 살레로부터 도망한다. 크루소와 수리는 아프리카 서해안의 먼 바다에 표류하다가 포르투갈 선박에 의해 구조된다. 포르투갈 선박은 브라질로 항해하던 길이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브라질에 도착한 크루소는 선장의 도움을 받아 농장 하나를 산다. 그러나 크루소에게는 정착이란 단어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몇 년후, 크루소는 아프리카로부터 노예들을 데려오는 사업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브라질에서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가서 사람들을 노예로 사오는 일이다. 크루소가 탄 배는 1659년 9월 30일 육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오리노코(Orinoco) 강 어구에서 어이 없게도 난파된다. 크루소의 배가 난판된 지점은 베네주엘라 해역이다. 크루소는 헤엄을 쳐서 겨우 어떤 섬에 도착한다. 바로 그날은 크루소의 26번째 생일이었다. 크루소가 구사일생으로 도착한 섬은 오늘날 카리브 해의 토바고 섬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토바고 섬은 베네주엘라의 오리토코 강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그런 추측이 가능했다. 만일 그 섬이 토바고 섬이라고 할 것 같으면 토바고에서 트리니다드가 눈 앞에 보일 것인데 소설에서도 크루소가 도착한 섬에서 저 멀리 커다란 섬이 보이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크루소는 해양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위치를 측정하는 실력 쯤은 가지고 있었다. 측정해 본 결과 위도는 9도이며 북쪽으로 22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카리브 해에 있는 군도들을 말한다. 크루소는 섬에서 펜귄과 물개를 본다. 그런데 소설에는 그렇게 되어 있지만 북반구에서 펜귄과 물개가 함께 살고 있는 섬은 없다. 있다면 갈라파고스 제도뿐이었다. 크루소가 그 섬에 겨우 도착했을 때 그와 함께 온 동물들이 있었다. 선장의 개 한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였다. 크루소는 절망에 빠진다. 그래서 나중에 그 섬의 이름을 '절망의 섬'이라고 부른다. 크루소는 해안에 밀려온 난파선에서 무기들과 공구들, 그리고 다른 물건들을 꺼내어 육지로 가져다 놓는다. 크루소는 주변을 살피다가 동굴 하나를 발견하고 그 동굴에 거처를 정한다. 그리고 동굴 앞에는 야생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나뭇가지와 돌들로 담장을 만들어 놓는다. 크루소는 날짜가 지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십자가 형태의 칼렌다도 만든다. 세로로는 날짜를 기록하고 가로로는 달을 기록하는 것이다. 크루소는 사냥을 해서 들짐승이나 들새를 잡아서 식량으로 삼는다. 그리고 동굴 앞의 공터에는 밭을 만들어서 보리와 쌀을 심는다. 포도를 말려 건포도를 만들고 도자기 만드는 법을 익혀서 필요한 그룻들도 만든다. 그리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염소 두 마리가 나타나자 잡아서 기르기 시작하여 우유도 공급 받는다. 염소는 고맙게도 새끼를 낳아 준다. 나중에 늙은 염소가 죽자 크루소는 그 가죽으로 옷을 해 입는다. 크루소는 작은 앵무새 한마리도 마치 양자처럼 입양하여 기른다. 그는 난파선에서 가져온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성경을 믿는 신실한 교인이 된다. 크루소는 지금까지 자기를 무사히 보호해 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몇 년이 지난다. 어느날 크루소는 섬의 다른 쪽에 갔다가 원주민 식인종들을 발견한다. 식인종들은 다른 섬에 사는 모양인데 간혹 배를 타고 와서 그들이 잡은 포로들을 죽여 식사를 하곤 한다. 크루소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데 대하여 끔찍한 혐오감을 갖는다. 그래서 식인종들을 총으로 죽이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비록 식인종이지만 자기에게 사람을 죽일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식인종들은 자기들이 무슨 죄를 저지르는지 모르고 그런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크루소는 곧 죽어야 하는 원주민 포로들을 살려서 자기의 하인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때에 어떤 원주민 포로 한 명이 식인종들이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도망친다. 크루소는 그 원주민이 무사히 도망칠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날부터 함께 지낸다. 크루소는 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그 원주민을 만난 날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얼마 후에는 마침내 기독교인으로 만든다. 얼마후 어느날 저녁에는 원주민 식인종들이 커다란 파티를 연다. 식인종들이 전보다 더 많이 몰려와서 원주민 포로들을 죽여 잔치를 베풀고자 한다. 크루소와 프라이데이는 힘을 합쳐 포로들을 구출한다. 그 중에는 프라이데이의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고 어떤 스페인 사람 하나도 포함되어 있다. 그 스페인 사람은 크루소에게 스페인 배가 파선되는 바람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거의 모두 원주민의 포로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 준다.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와 그 스페인 사람이 다시 큰 섬으로 가서 포로로 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출해서 모두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계획이 세워진다. 그래서 모두 힘을 합쳐 배를 만든다.

 

포로로 잡혀 있는 스페인 사람들이 구출되어서 돌아오기 전에 바다에 영국 배가 한 척 나타난다. 배는 폭도들이 점거했고 선장을 무인도에 버리기 위해 크루소가 있는 섬까지 온 것이다. 선장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되던 곳에서 크루소를 만나 크게 기뻐한다. 크루소와 선장은 힘을 합쳐서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을 몰아내고 선장에게 충성스런 선원들만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세운다. 크루소와 선장의 계획은 성공해서 선장은 아주 질이 나쁜 반란 선원만 몇 명을 무인도에 남겨 놓고 배를 몰아 크루소와  함게 영국으로 향한다. 크루소는 배를 타고 떠나기 전에 무인도에 남아 있어야 하는 반란자들에게 자기가 어떻게 이 무인도에서 살아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조금 있으면 또 다른 스페인 포로들이 구출되어서 돌아올테니 함께 잘 지내보라고 당부한다. 크루소는 1686년 12월 19일에 그동안 살았던 무인도를 떠난다. 계산에 의하면 베네주엘라 해안에서 조난을 당한지로부터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크루소는 가족들이 자기가 오래 전에 죽었다고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크루소를 위해 유산을 한푼도 남겨 주지 않았다. 크루소에게는 브라질에 있는 농장이 재산이었다. 크루소는 브라질 농장의 재산권을 주장하기 위해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간다. 다행히 법적 절차가 잘 진행되어 크루소는 상당한 부자가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크루소는 브라질에 있는 재산을 팔아서 영국으로 가져온다. 모든 일이 크루소가 직접 브라질에 가지 않고도 잘 처리된다. 크루소는 다시는 배를 타고 먼 항해를 하고 싶지 않다. 대신 프라이데이와 함께 육지로 다니면서 모험을 계속한다. 가장 대단했던 모험은 그가 프라이데이와 함께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굶주린 늑대 떼를 만나 죽을 뻔 했던 일이었다.

 

오페라에서는 크루소의 피앙세인 에드위게가 무인도를 찾아와 크루소와 만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원작에는 그런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