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벨리니의 '비안카와 페르난도' - 140

정준극 2014. 12. 20. 21:41

벨리니의 '비안카와 페르난도'(Bianca e Fernando) - Bianca and Fernando

두개의 다른 대본을 사용한 오페라

  

빈센초 벨리니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생전에 11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첫 작품은 그가 23세 때인 1824년에 작곡한 '아델손과 살비니'(Adelson e Salvini)이다. 두번째로 작곡한 오페라가 2년 후인1826년에 작곡한 '비안카와 제르난도'(Bianca e Gernando)이다. '비안카와 제르난도'는 시실리를 배경으로 한 카를로 로티(Carlo Roti)의 희곡 '아그리젠토 공작 샤를르 4세의 무덤에서 비안카와 페르난도'(Bianca e Fernando all tomba di Carlo IV, duca di Agrigento)를 바탕으로 도메니코 질라르도니(Domenico Gilardoni)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나폴리 공국에서는 오페라건 연극이건 주인공의 이름으로 페르난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폴리 공국의 후계자의 이름이 페르난도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왕이 될 사람의 이름을 왕립극장에서의 오페라나 연극에서 그것이 비극이던 코미디이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불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리니는 제목을 '비안카와 제르난도'로 바꾸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년 후인 1828년에 다시 오리지널을 존중하여서 '비안카와 페르난도'로 원위치 시켰다.


벨리니는 '비안카와 제르난도'의 제목만 바꾼 것이 아니라 대본도 상당히 다르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비안카와 제르난도'와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같은 내용의 오페라이지만 대본이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오페라처럼 취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오페라의 1인 2역이며 한지붕 두가족이다. 사실 이러한 경우는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이 같은데 어찌하여 다른 오페라로 간주하느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나중에 새로운 대본으로 작곡한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벨리니가 음악도 어느정도 손질을 했기 때문에 비록 '비안카와 페르난도'가 '비안카와 제르난도'의 수정본이라고 하지만 벨리니의 새로운 오페라로 간주한다. 이 오페라의 1막에서는 테너 아리아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곡이라고 하는 A tanto duol...Ascolta, O padre(커다란 슬픔...들어보세요, 오 아버지)가 나온다. 페르난도의 아리아이다. 고음을 하이 F까지 내야한다. 그래서 이 아리아를 부르다가 고음을 내지 못해서 창피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비안카와 제르난도'는 1826년 5월 30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저 그런 반응을 받았다. 두번째 버전인 '비안카와 페르단도'는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의 대본을 사용한 것이다. 새로운 대본의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1828년 4월 7일 제노아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대성공이었다. 대본을 쓴 펠리체 로마니는 '비안카와 페르난도'가 인연이 되어 그후로 벨리니와 콤비가 되어 여러 오페라의 대본을 썼다. '해적'(Il Pirata: 1827), '라 스트라니에라'(La straniera: 1829), '자이라'(Zaira: 1829),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I Capuleti e i Montecchi: 1830), '몽유병자'(La Sonnambula: 1831), '노르마'(Norma: 1831), '텐다의 베아트리체'(Beatrice di Tenda: 1833)는 모두 펠리체 로마니의 대본으로 완성한 오페라들이다.


'비안카와 페르난도'가 이탈리아에서 리바이발 된 것은 벨리니가 세상을 떠난지 2년 후인 1837년이었다. 로마의 테아트로 발레에서 7월 31일에 리바이발되었다. 타이틀 롤은 레오닐데 프란체스키니 로시(Leonilde Franceschini-Rossi)와 키릴로 안토니니(Cirillo Antonini)가 맡았다. 로시니 스타일을 닮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리니 특유의 오리지널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후 이 오페라는 거의 공연되지 않고 세월이 흘러가는 것만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1978년에 제노아에서 리바이발되었고 1981년에는 런던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었다. 한편, 벨리니가 처음에 만든 '비안카와 제르난도'는 2016년에 빌드바드 로시니 페스티발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음반으로는 1991년에 카타니아의 테아트로 마시모 벨리니에서의 공연실황을 녹음한 것이 있다. 신영옥, 그레고리 쿤데, 푸 하이징 등이 출연한 무대였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비안카(Bianca: S). 카를로 공작의 딸. 필리포를 사랑함. 미망인.

- 페르난도(Fernando: T). 카를로 공작의 아들.

- 아그리젠토 공작 카를로(Carlo, Duke d'Agrigento: B). 비안카와 페르난도의 아버지

- 필리포(Filippo: B 또는 Bar). 아그리젠토 공국의 귀족. 비안카를 사랑함.

- 클레멘테(Clemente: B)

- 비스카르도(Viscardo: MS)

- 우제로(Uggero: T)

- 엘로이사(Eloisa: MS)


'비안카와 페르난도' 음반 커버

 

'비안카와 페르난도'의 줄거리는 다른 오페라들과 비슷하게 전형적인 복잡한 인간관계로 얼룩진 것이다. 사랑과 배신, 원수와 복수, 사악함과 순진함이 공존하고 있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진부하기까지 한 이같은 내용이지만 여기에 벨리니가 천부적인 아름다운 음악을 입혔으니 불후의 명작으로 추앙받지 않을수 없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제목에 남녀의 이름이 나오면(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뜻하지만 '비안카와 페르디난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페르난도와 비안카는 남매간이다. 아그리젠토 공국을 통치하는 카를로 공작의 자녀들이다. 아그리젠토는 오늘날 시실리에 있었던 공국이다. 비안카는 얼마전 남편을 잃고 혼자 몸이 되었다. 비안카는 오래전부터 아그리젠토 공국의 귀족인 필립포를 사랑하였으나 공국의 정책에 따라 다른 사람과 결혼하였다가 미망인이 된 여인이다. 그런데 필립포는 실은 권력에 눈이 어두운 야심가이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부하들을 이끌고 카를로 공작의 궁전에 난입하여 카를로 공작을 체포하여 지하의 감옥에 가두고는 카를로 공작이 실종되었다고 발표한다. 필립포는 카를로 공작의 뒤를 이어 아그리젠토 공국의 군주가 될 페르난도를 제거하기 위해 그를  멀리 추방한다. 그리고는 비안카를 안심시키기 위해 페르난도가 영국에 가서 지내고 있다고 거짓으로 말해 준다. 필립포의 배신과 반역을 알지 못하는 비안카는 사랑하는 필립포와의 결혼을 추진하고 싶은 생각으로 있다. 필립포로서도 카를로 공작의 딸인 비안카와 결혼하여 정통성을 지닌 공국의 군주로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오페라는 페르난도가 추종자들과 함께 추방지에서부터 아그리젠토로 귀환하는 것으로  막이 오른다. 페르난도는 메신저(전령)로 변장하여 필립포에게 페르난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오는 것처럼 꾸민다. 페르난도는 군가와 같은 힘찬 노래를 부르면서 앞으로 수행해야 하는 복수에 대하여 다짐을 한다. 공작궁에 도착한 페르난도는 누이동생인 비안카가 원수인 필립포와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자 우선 비안카부터 만나기로 한다. 전령을 만난 비안카는 영국에 있다는 페르난도가 돌아왔다고는 생각치도 못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의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비안카는 전령에게 어찌하여 페르난도는 돌아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전령(페르난도)은 비안카에게 '그는 누이동생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페르난도는 비안카에게 아버지 카를로 공작을 몰아냈으며 자기를 멀리 추방한 필립포와 결혼한다는 것은 씻을수 없는 범죄인 것을 경고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말을 들은 비안카는 놀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워 한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르는 중에 막이 내린다.

 

비안카와 페르난도의 초연에서 비안카의 이미지를 창조한 소프라노 아델라이데 토시(Adelaide Tosi)

 

필립포는 전령이 설마 페르난도인줄을 모르고 그에게 감옥에 갇혀 있는 카를로 공작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카를로의 죽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전령(페르난도)으로 하여금 카를로에게 페르난도는 죽었으며 비안카는 필립포와 결혼할 것이라는 말을 전하라고 지시한다. 장면은 바뀌어 비안카의 침실이다. 비안카는 필립포를 오래전부터 사모하여 왔지만 과연 그와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두고 번민을 한다. 비안카의 아리아인 Sorgi, o padre(일어서세요 오 아버지)는 이때에 부르는 것이다. 비안카는 비록 필립포를 사랑하여서 결혼할 생각이지만 아직 오빠 페르난도의 생사를 확인할수 없는 입장이므로 아그리젠토의 왕관을 필립포에게 넘겨 줄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잠시후 아직도 변장한 모습의 페르난도가 나타난다. 페르난도는 비안카에게 자기가 페르난도라는 사실을 비로소 밝힌다. 그러면서 어찌하여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는 자를 사랑할수 있느냐면서 비난한다. 오빠 페르난도가 살아 있으며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 있다는 얘기를 비로소 들은 비안카는 너무 놀래서 정신을 잃고 쓰러질 지경이다. 페르난도와 비안카는 감옥으로 아버지인 카를로 공작을 만나러 간다.

 

감옥에서 흩어졌던 가족이 드디어 기쁨과 감격으로 다시 만난다. 잠시후 페르난도의 용감한 부하들이 역신 필립포와 그의 부하들을 왕궁에서 몰아낸다. 필립포는 도망가면서 비안카의 어린 아들을 인질로서 잡아간다. 비안카가 필립포를 찾아가서 아들을 돌려 달라고 눈물로서 간청한다. 비안카의 아리아가 아름답다. 필립포는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잠시 망설인다. 그때 페르난도의 부하가 재빨리 비안카의 아들을 필립포의 손에서부터 구출한다. 필립포는 체포되어 감옥으로 끌려간다. 카를로 공작은 다시 아그리젠토 공국의 군주로서 백성들의 환영을 받는다. 이 오페라는 말할 나위도 없이 벨리니의 주옥과 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멜로디가 넘쳐 흐르는 작품이다. 벨리니의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쁨을 주는 그 이상이다. 그러나 오늘날 '비안카와 페르난도'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오늘날의 아그리젠토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에서 테너의 노래 경연에 나오는 음악이 '비안카와 페르난도'에 나오는 아 탄토 두올(A tanto duol: 커다란 슬픔)이다. 고음을 자주 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부르기 어려운 곡이다. 영화에서는 테너 제롬 프루에트가 노래를 불렀다. 중간에 합창도 나오는데 연주시간은 약 6분 30초이다.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는 Le maitre de musique(음악선생)가 원제목이다. 음악선생의 역할로는 베이스 바리톤 호세 반 담이 나온다.


주요 아리아, 듀엣, 트리오, 합창은 다음과 같다.

[1막]

- Questa e mia reggia(Fernando)

- A tanto duol(Fernando)

- Ascolta, o padre, i gemiti(Fernando)

- Uggero sol, non altri(Fernando)

- Ah no, si lieta sorte(Filippo)

- Da che tragge suoi di(Filippo)

- O contento desiato(Filippo)

- E' quegli il mio signor(Viscardo)

- Di Fernando son le cifre(Filippo)

- Taci, e serba occulto il foglio(Filippo)

- Viva Bianca! Viva ognor!(합창)

- Miei fidi amici(Bianca)

- Contenta appien quest'anima(Bianca)

- Mira, o Bianca(Filippo)

- Ciel! Chi veggio!(Fernando)

- Ah! Che l'alma invade(Fernando, Clemente)

- Qual da folgore colpita(Filippo)

[2막]

- Che vuoi tu dirmi?(Fernando)

- Alor che notte avanza(Filippo)

- Bramatlo momento(Filippo)

- Ove son? Che intesi(Bianca)

- Sorgi, o padre(Bianca)

- Da te chiamato, or dianzi(Eloisa)

- No! mia suora piu non sei(Fernando)

- Ah! Donna misera!(Bianca)

- Tutti siam?(합창)

- Eccomi alfin, guerrieri(Fernando)

- All'udir dei padre afflitto(Fernando)

- Degna suora di FErnando(합창)

- Odo il tuo pianto, o padre(Fernando)

- Sognai cader traflitto(Carlo)

- Da gelido sudore(Carlo)

- Ecco la tomba(Fernando)

- Cadra quell'empio cor(Fernando, Bianca, Carlo)

- Ciel!(Bianca)

- Deh! Non ferir(Bianca)

- Decidi tosto(Filippo)

- Crudele, ai tuoi piedi(Bianca)

- Alla gioia ed al paicer(Bian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