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42. 앙드레 메사저의 '포르투니오'

정준극 2015. 1. 28. 21:38

포르투니오(Fortunio)

앙드레 메사저의 3막 코미디

대화체의 대사가 나오지 않는 오페라

 

그레인지 파크 오페라의 '포르투니오' 무대

 

앙드레 메사저라고 하면 '누구시던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드레 메사저(André Charles Prosper Messager: 1853-1929)는 세기말을 거쳐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오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곡가이다. 그는 뛰어난 지휘자이기도 했다. 바그너 오페라의 전문가였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현대작품의 해석에도 뛰어났다. 앙드레 메사저는 드빗시의 '플레아와 멜리상드'의 세계 초연을 지휘했다. '플레아와 멜리상드'는 드빗시가 앙드레 메사저에게 헌정한 오페라이다. 작곡가로서 앙드레 메사저는 여러 편의 오페라, 발레음악, 오페레타, 뮤지컬 코미디 등을 남겼다. 오페라는 약 30편을 남겼다. 코믹 오페라인 '베로니크"(Véronique ), '나비부인'의 선배라고 할수 있는 '국화부인'(Madame Chrysantheme)은 메사저의 대표적 오페라들이다. 1907년에 완성한 코미디 리리크(comedie lyrique)인 '포르투니오'는 세기말 프랑스의 분위기를 넘치는 위트와 익살을 함께 보여주는 흥미있는 오페라로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은 '포르투니오'는 나이 많은 변호사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인 자클린이 잘난체하고 뽐내기를 좋아하는 클라바로슈 대위와 로맨스를 펼치게 되었는데 그 사실을 남편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위장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포르투니오라는 순진하기가 이를데 없는 청년을 위장용으로 내세우지만 이 포르투니오가 그만 자클린을 좋아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프랑스 코미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간한 인내심과 센스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클린과 클라바로슈 대위

 

메사저는 '포르투니오'를 반쯤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반쯤은 비웃고 풍자하듯 끌고 나갔다. 음악은 오페레타 스타일의 가볍고 경쾌함으로 장식하였는가 하면 오페라처럼 깊이가 있는 면모도 보여 주었다. 여기에 친구인 드빗시를 회상하게 만드는 듯한 오묘한 하모니를 반영했다. 그래서 이 오페라를 지휘했던 토비 버서(Toby Purser)와 같은 지휘자는 '포르투니오'를 보석에 비유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특징이 있다. 대화체의 대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 스타일의 대사를 표현코자 하면 음악이 곁들인 레시타니브를 사용하였다. 대화체의 대사가 없으므로 대신에 아리아가 넘쳐 흐른다. 아무튼 '포르투니오'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재미있는 오페라라는 것이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코멘트이다. '포르투니오'는 1907년 6월 5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되었다. 작곡자인 메사저 자신이 초연의 지휘를 맡았다. 초연에서 주인공인 포르투니오는 테너 페르낭 프란셀(Fernand Francell)이 맡았고 상대역인 자클린은 소프라노 마르게리트 지로 캬레(Marquerite Giraud-Carre)가 맡았다. 메사저는 1915년과 1920년의 리바이발에서도 지휘를 맡았다. '포르투니오'는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 이후 50년 동안 70회의 공연을 가질 정도로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속한 작품이었다.

 

앙드레 영감과 포르투니오와 자클린과 클라바로슈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포르투니오(Fortunio: T) - 변호사 앙드레 사무실의 순박한 직원. 자클린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 자클린(Jacqueline: S) - 변호사 앙드레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

- 랑드리(Landry: Bar) - 변호사 앙드레 사무실의 서기

- 귀욤(Guillaume: B) - 하인

- 마들롱(Madelon: S) - 하인

- 메트르 앙드레(Maitre Andre: Bar) - 마을에서 행세깨나 하고 있는 변호사. 자클린의 나이 많은 남편

- 클라바로슈(Clavaroche: Bar) - 대위. 자클린과 사귀고자 한다.

- 거트루드(Gertrude: S) - 하녀

- 메트르 쉬브틸(Maitre Subtil: T) - 포르투니오의 삼촌

- 류트낭 드 베르부아(Lieutenant de Verbois: Bar) - 중위

- 류트낭 다쟁쿠르(Lieutenant d'Azincourt: T) - 중위

이밖에 마을 사람들, 서기들, 군인들.

 

순진한 포르투니오를 데리고 앙드레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포르투니오의 삼촌

 

1막. 마을 교회 앞의 광장이다. 사람들이 불레 겍임을 하고 있다. 변호사 앙드레 사무실의 서기인 랑드리가 주인인 앙드레를 위해 건배를 제안한다. 랑드리는 앙드레가 비록 나이는 많지만 훌륭한 변호사이며 젊고 아름다운 자클린을 아내로 데리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찬사를 늘어 놓는다. 역시 변호사인 쉬브틸은 조카 포르투니오가 명망있는 동료 변호사인 앙드레의 사무실에 직원으로 취직하게 되어 인사시키려고 데리고 가고 있다. 포르투니오의 사촌형이 포르투니오에게 '너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년이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여러가지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충고를 해 준다. 하지만 부끄럼을 잘 타고 심심하면 공상이나 하는 포르투니오에게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때 일단의 부대가 마을 광장으로 들어선다. 지휘관은 새로 대위가 된 클라바로슈라는 사람이다. 용감하고 씩씩하며 멋있고 화려한 장교이다. 클라바로슈는 이 마을에서 예쁜 여자를 만나 사귀고 싶은 생각이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의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젊고 아름다운 자클린이 눈에 띤다. 알고보니 나이 많은 변호사 앙드레의 부인이라고 한다. 클라바로슈는 자클린과 앙드레가 말이 부부이지 서로 남남이나 다름없이 생활한다는 것을 짐작한다. 클라바로슈는 자클린을 한번 유혹해 보고자 한다. 클라바로슈는 우선 자클린의 남편인 앙드레와 친한 사이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멋진 군복으로 앙드레의 환심을 산다. 결국 클라바로슈는 앙드레의 초대를 받아서 그의 집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는다. 클라바로슈는 일단 한번 방문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무시로 드나들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한편, 포르투니오도 자클린을 한번 보고나서 그만 그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다. 포르투니오는 단 한번만이라도 자클린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과 데이트를 해 보았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을 주점의 장면. 랑드리가 앙드레를 위해 건베를 제안한다.

 

2막. 다음날 이른 아침. 앙드레가 그의 아내인 자클린을 급히 깨운다. 간밤에 어떤 남자가 자클린의 방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자클린은 남편 앙드레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짐짓 눈물을 흘리며 그럴리가 있느냐고 일단 반박을 하고나서 이윽고 앙드레에게 '무슨 사람이 남편이 되어가지고 도대체 아내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느냐'면서 오히려 비난을 한다. 겸연쩍어진 앙드레는 아무 말도 못하고 슬며시 방을 나간다. 그 틈에 클라바로슈가 방의 한쪽에 있는 옷장에 숨어 있다가 나온다. 두 사람은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른바 '샹들리에 작전'이다. 자기들 두 사람은 뒤에 숨어 있고 누군가 한 사람을 내세워서 그가 자클린과 친한 것처럼 보여 남편의 의심을 받도록 한다는 작전이다. 그렇게 위장용으로 내세운 사람은 실은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어서 도저히 자기의 아내와 그렇고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샹들리에라는 용어는 바로 그렇게 위장용으로 나설 사람을 비유한 것이다. 마침 샹들리에 역할을 할 사람을 하나 생각해 낸다. 바로 남편의 사무실에 새로 직원으로 들어왔다는 포르투니오이다. 자클린은 포르투니오가 길에서 마주쳤을 때 자기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창문을 통해서 자기를 엿보았던 것을 생각하고 그 청년이라면 자기에게 관심이 있을 것이므로 적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침이 되자 자클린은 남편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사무실의 직원들이 자클린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린다. 그 중에는 포르투니오도 들어 있다. 자클린은 포르투니오에게 이제부터는 자기 심부름을 해 달라고 말한다. 포르투니오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포르투니오는 자클린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던지 하겠다고 충심으로 다짐한다. 그 모습을 본 자클린은 은근히 포르투니오에 대하여 일종의 연민의 정을 느낀다. 

 

산책하는 앙드레와 자클린

 

3막. 하인인 귀욤이 포르투니오에게 어제 밤에도 어떤 남자가 자클린 마님의 방 창문을 통해서 숨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포르투니오는 자클린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던지 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생각하고 자클린이 누구와 밀회를 하던 말던 자클린을 보호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포르투니오는 이제로부터 자기가 자클린의 보호자라는 상상을 하며 흡족해 한다. 그런 포르투니오에 대하여 다른 하인들이 조소를 보내며 심지어 멍청이라며 야유까지 보내지만 포르투니오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포르투니오는 거칠고 황당한 현실보다는 꿈의 세계를 더 좋아한다. 클라바로슈는 그런 샹들이에가 제 위치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더 노골적으로 앙드레를 의식하지 않고 자클린과 놀아날 생각을 한다. 그날 저녁 앙드레의 저택에서 앙드레, 자클린, 클라바로슈, 포르투니오의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가 끝날 때 쯤해서 포르투니오가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마음의 문을 열고 부르는 노래이다. 자클린이 그 노래를 듣고 무척이나 감동한다. 잠시후 자클린과 포르투니오만 남아 있게 되자 드디어 자클린은 포르투니오를 포옹하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도 잠시뿐, 얼마후 자클린이 클라바로슈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들은 포르투니오는 자기가 단순히 샹들리에 역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클린과 포르투니오. 사랑의 감정이 싹트다

 

4막. 앙드레는 아무래도 자클린이 어느 놈팡이와 놀아나고 있다는 감을 잡고 누군지 잡아서 혼을 내주려고 함정을 놓을 생각을 한다. 클라바로슈가 앙드레의 그런 생각을 알고 이제야 말로 샹들리에를 이용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클라바로슈는 포르투니오가 의심받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일부러 자클린이 쓴 것처럼 만든 편지를 사람을 통해서 포르투니오에게 보낸다. 자클린의 방에서 저녁에 만나자는 내용이다. 클라바로슈는 만일 이 편지를 앙드레가 읽게 된다면 당연히 포르투니오를 의심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실을 미리 알게 된 자클린은 포르투니오를 보호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하녀 마들롱을 급히 포르투니오에게 보내어 자기가 보냈다고 생각되는 편지를 받더라도 무시하라고 전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는다. 편지를 받은 포르투니오는 사자의 소굴로 걸어 들어간다. 자클린은 자기 방으로 찾아온 포르투니오를 보고 실은 사랑할 뿐만 아니라 존경한다고 고백한다. 이제 포르투니오는 그렇게도 갈망하던 자클린의 사랑을 얻은 것이다. 그때 자클린의 방에 누가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은 앙드레가 급히 자클린의 방으로 들어선다. 이어 클라바로슈도 일이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청하지도 않았는데 자클린의 방으로 찾아온다. 사람들이 오는 소리를 들은 자클린은 포르투니오를 급히 그릇장 뒤에 숨도록 한다. 전에는 클라바로슈가 찾아왔다가 누가 들어오는 기색이 있으면 클라바로슈를 옷장 안에 숨겼지만 이번에는 다른 장소에 숨긴 것이다. 질투심을 가지고 있던 남편 앙드레는 옷장안을 샅샅이 찾아 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자클린에게 공연히 의심했다고 하면서 잘못을 사과한다. 클라바로슈 대위도 옷장 안에 아무도 없자 엄청 무안해 한다. 자클린은 화가 난듯 앙드레와 클라바로슈를 방에서 나가라고 쫓아낸다. 자클린은 클라바로슈에게 촛불 한자루를 주면서 어두운 복도를 가는데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순진함이 승리를 거두었다.

 

클라바로슈 대위와 자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