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44. 토마소 트리에타의 '안티고나'

정준극 2016. 1. 27. 09:17

안티고나(Antigona) - Antigone

토마소 트리에타(Tommaso Traetta)의 3막 오페라

 

토마소 트리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안티고네'의 스토리는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수많은 예술작품의 주제가 되어 왔다. 17세기와 18세기에 그리스-로마 신화가 오페라의 주제로서 유행하였을 때에는 당연히 안티고네 스토리가 여러 오페라로 등장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이탈리아 바리 부근의 비톤토 출신인 토마소 트라에타(Tommaso Michele Francesco Saverio Traetta: 1727-1779)의 '안티고나'(Antigona)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안티고네를 안티고나로 표기하기 때문에 오페라의 제목이 안티고나가 되었다. 토마소 트리에타(또는 토마소 트리타)는 생전에 모두 44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Demofoonte, Ippolito ed Aricia, Le serve rivali, Antigona 는 아직도 간간히 공연되는 오페라들이다. 트리타의 '안티고나'는 1772년 11월 11일 제정러시아의 생페터스부르크의 제국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당시에 제정러시아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직수입하거나 또는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들을 초빙하여 오페라를 작곡토록 하고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안티고나'의 대본은 이탈리아의 테너이면서 오페라 대본도 여러 편을 쓴 마르코 콜텔리니(Marco Coltellini: 1724-1777)가 썼다. 원작은 물론 그리스의 소포클레스이다. 트리타의 '안티고나'가 초연된 다음 해인 1773년에 체코의 요제프 미슬리베체크(Josef Myslivecek: 1737-1781)가 작곡한 '안티고나'가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초연되었음은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토마소 트리타의 '안티고나'는 칼 오르프의 '안티고나' 또는 요제프 미슬리베체크의 '안티고나'와 스토리가 약간 다르다.

 

히몬과 안티고나

 

오페라 '안티고나'의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안티고나(Antigona: S), 이스메네(Ismene: S), 크레온테(Creonte: Creon: T), 에모네(Emone: Haenon: Castrato), 아드라스토(Adrasto: Adrastus: T)이다.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의 대체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테베의 왕이 된 외디푸스는 그가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 요카스타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테베로부터 추방당한다. 외디푸스와 요카스타는 네 자녀를 두었다.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니체스,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이다. 외디푸스의 처남이면서 외삼촌인 크레온은 테베의 왕좌를 외디푸스의 두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니체스가 교대로 맡는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서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 크레온은 그렇다면 두 아들이 서로 결투를 하여 승자가 왕위를 차지한다고 공포한다. 그로부터 오페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니체스의 결투로 두 사람이 죽자 백성들이 왕으로 추대된 크레온에게 환호를 보낸다.

 

1막. 에토클레스와 폴리니체스는 결투를 하다가 결국은 서로를 죽인다(오페라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발레 댄서들이 맡는다). 전왕의 충복이었던 아드라스토가 크레온에게 테베의 왕이 되라고 권한다. 크레온은 외디푸스의 장자인 에테오클레스의 장례식을 엄숙하게 치루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폴리니체스는 테베의 왕권을 차지하려는 반역적인 전쟁을 시작했으므로 장례로 치루지 못하도록 한다. 이들의 여동생들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는 두 오빠가 갑자기 죽음을 당하자 정신을 잃는다. 안티고네는 그래도 오빠이므로 크레온의 명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폴리니체스의 시신을 장사지내기로 결심한다. 그러한 언니 안티고네의 결심을 안 이스메네는 크레온의 아들인 히몬(Haemon)에게 그의 아버지를 설득하여서 폴리니체스의 장례만이라도 치루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히몬은 안티고네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2막. 안티고네는 밤중에 폴리니체스의 시신을 화장한다. 히몬이 나타나서 안티고네에게 이렇게 하는 것은 이제 테베의 왕이 된 크레온의 지시를 어기는 것이므로 무슨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잠시후에 아드라스토와 경비병들이 도착한다. 이드라스토는 안티고네가 크레온 왕의 지시를 어긴 것을 알아 챈다. 아드라스토는 마침 그 자리에 있는 히몬이 모든 음모를 꾸며서 그렇게 했다고 보고 히몬을 체포한다. 크레온 왕은 아들 히몬이 왕의 명령을 어기고 반역자를 도왔다고 생각하여 히몬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그때 안티고네가 나타나서 폴리니체스를 화장한 것은 자기가 단독으로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비난하면서 안티고네를 동굴 속의 벽에 묶어 놓으라고 명령한다.

 

폴리니체스의 유분을 들고 있는 안티고나. 베를린 슈타츠오퍼

 

3막. 크레온과 테베의 백성들이 안티고네를 동굴 벾에 묶어 놓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때 아그라스토가 달려와서 히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크레온은 급히 테베의 왕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히몬은 다행히 목숨이 붙어 있다. 히몬은 사랑하는 안티고네가 동굴의 벽에 묶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동굴로 간다. 안티고네와 함께 죽기 위해서이다. 히몬은 바위가 부서져서 날라오는 중에도 간신히 안티고네가 있는 곳에 도달한다. 히몬은 안티고네에게 가져온 단검을 보이며 이것으로 두 사람이 함께 죽으면 굶주려서 서서히 죽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검을 들어 죽으려고 할 때에 갑자기 벽을 부수고 병사들이 나타난다. 크레온이 자기의 행동을 뉘우치고 병사들을 보내서 벽을 부수고 안티고네와 히몬을 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크레온은 안티고네와 히몬에게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오페라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폴리니체스의 화장. 베를린 슈타츠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