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43. 마스네의 '파뉘르즈'

정준극 2015. 9. 22. 10:00

파뉘르즈(Panurge)

쥘스 마스네의 유작

 

'파르뉘즈'는 쥘르 마스네의 세 유작 중 하나이다. 마스네가 세상을 떠난지 1년 후인 1913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다른 두 작품은 '클레오파트르'(Cleopatre: 1914)와 '아마디스'(Amadis: 1922)이다. 3막의 '파르뉘즈'는 오페라의 장르로 볼 때에는 Hauite farce musicale 에 속한다. '익살적인 음악극'이란 의미이다. 오페라 '파르뉘즈'의 대본은 프랑스 르네상스 작가인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 483-1553)의 '판타그루엘'(Pantagruel)을 바탕으로 조르즈 슈피츠뮐러(Georges Spitzmuller: 1867-1925)와 모리스 부케이(Maurice Boukay)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파르뉘즈'는 미안한 얘기지만 마스네의 여러 오페라 중에서 아무래도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다. 1913년에 파리의 블르바르 뒤 땅플에 있는 테아트르 들 라 게트(Théâtre de la Gaîté)에서 첫 공연을 가진 이래 거의 리바이발되지 않았다가 80년도 넘은 시기인 1994년에 생에티엔느(St Etienne)에서의 '마스네 페스티발'에서 겨우 리바이발되었을 뿐이다. 이에 대하여 프랑스의 작곡가인 알프레드 브루노(Alfred Bruneau)는 '단적으로 말해서 대본이 마스네의 기질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브루노는 한술 더떠서 '그런 대본으로 마스네에게 작곡을 의뢰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샤브리에라면 몰라도'라고 덧붙였다. 이 말만 들어보면 '파뉘르즈'는 마스네에게 적합한 대본이 아니어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할수 있다.

 

'파르뉘즈'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파누르고스(Panourgos)에서 나온 것으로 '무엇이든지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무엇이든지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아주 재주가 많고 착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질지 모르지만 실은 '무슨 일이든지 말썽을 잘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5부 연작소설인 '가르강투아와 판타그루엘'(Gargantua and Pantagruel:  La vie de Gargantua et de Pantagruel)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파뉘르즈는 5부작 중에서 특히 3부와 4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한다. 교활하고 못되었으며 방탕하지만 비겁하기도 한 인물이다. 1부에서는 그가 여러 나라의 말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코틀랜드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그리고 프랑스어를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은 그저 기본적인 몇마디 대화만 할수 있는 실력이어서 내세울 일이 아니다. 프랑스어에서 파뉘르즈라는 단어는 '무통 드 파뉘르지'(mutton de Panurge)라는 용어에서 볼수 있듯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서 행동했다가 후회하는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어서 파뉘르즈는 장사꾼 댕드노(Dindenault)로부터 양 한마리를 샀는데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자 복수하기 위해 양을 저멀리 내던져 버린다는 것이다.

 

오페라 '파뉘르즈'의 등장인물들은 수없이 많다. 등장인물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의 내용이 복잡하다는 얘기이다. 스토리가 복잡하다보면 무슨 내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오페라를 보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느라고 다른데에 정신을 쏟을 이유가 없게 된다. 즉, 음악이 어떠느니, 연기가 어떠느니 하면서 다른 사항들을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등장인물들이 많다 보면 서로들 돋보이고 싶어서 과장된 연기와 대사를 하게 되고 그러면 그것으로도 사람들을 웃기게 만들어서 그나마 효과를 볼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돈 많은 귀족이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별 볼일이 없는 판타그루엘(Pantagruel: T), 오페라의 주인공인 파뉘르즈(Panurge: Bar), 텔레마 신봉자로서 여자 수도승인 리보드(Ribaude, Thelemite), 텔레마 수도원의 원장인 장 데 앙토뮈르 형제(Brother Jean des Entommeurs, abbot of Theleme: Bar), 파뉘르즈의 부인인 콜롱브(Coloimbe: Cont), 랑테르누아 섬나라의 왕비 바게노드(Queen Baguenaude: S), 프랭스 데 소츠인 앙굴르방(Angouleven, prince des sotz: Bar), 여관집(주점 겸) 주인인 알코피브라스(Alcofibras: Bar), 메레 소트인 그랭구아르(Gringoiire 'mere sotte': T), 재판관인 브리도이(Brid'oye: T), 의사인 론딜리비스(Rondilibis: T), 철학자인 트루이요강(Trouilligan: Bar), 시인인 라미나그로비스(Raminagrobis: Bar), 판타그루엘의 시종들인 김나스트(Gymnaste: Bar), 말코르느(Malcorne: Bar), 카르팔랭(Carpalin: Bar), 에피스테몽(Epistemon: Bar) 등이다. 이밖에도 파리의 시민들, 상인들, 텔레마이트들(텔레마 신봉자들), 군인들, 랑테르누아 들이 등장한다. 이름들이 이상해서 누가누구인지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파뉘르즈. 마치 활슈타프와 같은 인상이다.

 

1막. 마을 사람들이 알코피브라스의 여관집 밖에 모여있다. 바쁘고 복잡한 시장바닥이다. 사람들이 마르디 그라스의 날을 맞이해서 재래시장에 모인 것이다. 판타그루엘과 시종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별로 할 일이 없는지 주점에 들어가서 와인이나 마시자고 한다. 파뉘르즈가 나타난다. 불쌍하고 배고프게 보인다. 판타그루엘은 그런 파뉘르즈에게 함께 들어가서 먹고 마시자고 손짓으로 부른다. 파뉘르즈는 판타그루엘에게 감사의 표시로 이탈리아어, 독일어, 그리고 나중에는 프랑스어로 한마디 연설을 한다. 파뉘르즈의 연설 내용인즉 그날 아침에 마누라인 콜롱브을 잃어버렸는데 이 마당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결정할수 없다는 내용이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파뉘르즈에게 슬픔일랑 와인 속에 빠트리라고 부추킨다. 모두들 주점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 콜롱브가 나타난다. 콜롱브는 주점안에서 남편인 파뉘르즈의 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는다. 콜롱브는 남편이랍시는 파뉘르즈가 허구헌날 술에 절어서 살기 때문에 주벽을 견디다 못해서 도망가려고 아침에 기절한 척 했다고 설명한다. 콜롱브는 '저 놈의 영감쟁이 가만 두지 않겠다'면서 큰 목소리로 파뉘르즈를 불러낸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파뉘르즈가 마지 못해서 밖으로 나온다. 콜롱브가 앞으로 나서서 '나요 나!'라고 하지만 파뉘르즈는 '뉘시던가?'라면서 도무지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판타그루엘의 시종들은 '아니, 웬 미친 여편네가 이 난리인가?'라면서 콜롱브를 붙잡아서 꼼짝도 못하게 한다. 그 틈을 타서 파뉘르즈는 와인으로 거나해진 판타그루엘을 얼렁뚱땅 설득해서 함께 급히 텔레마 수도승들이 지내고 있는 수도원으로 도망간다. 설마 마누라가 수도원까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2막. 날이 밝아온다. 텔레마 수도원의 안뜰이다. 텔레마교의 여자 수도승인 리보드가 다른 신도들과 함께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반가워하면서 서로 즐거운 인사를 나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가고 리보드만 남는다. 이때 파뉘르즈가 나타난다. 파뉘르즈는 수도원으로 피난 온것을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처지를 속으로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 파뉘르즈는 관찮게 생긴 리보드를 보자 저 여자의 환심을 사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수작을 붙인다. 잠시후 판타그루엘이 시종들과 함께 나타난다. 수도원장인 장은 판타그루엘과 오랜 친구인듯 반갑게 맞이하면서 수도원의 관습에 대하여 얘기해 준다. 이 수도원에서는 다른 수도원처럼 사순절 금식기간이란 것이 없으며 대신에 남자 수도승들은 주신 바커스에게 기도하고 여자 수도승들은 비너스에게 기도한다는 것이다. 잠시후 콜롱브가 수도원에까지 찾아온다. 남편이 수도원으로 도망간 것을 전해듣고 찾아온 것이다. 콜롱브는 여자 수도승인 리보드를 만난다. 리보드는 콜롱브가 파뉘르즈의 부인인 것을 알고는 파뉘르즈가 자기에게 수작을 부리며 어떻게 해 보려고 접근했었다는 얘기를 해준다. 하인들이 수도원 안뜰에 테이블을 차리고 음식 준비를 한다. 아주 풍성한 음식이다. 판타그루엘은 음식을 먹기전에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고 대신 포도주를 찬양하는 말을 한다. 파뉘르즈는 자기에게 여편네가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리보드와 결혼할 생각을 한다. 파뉘르즈는 철학자인 브리도이, 시인 라미나그로비스, 의사 론디빌리스에게 리보드와 결혼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에 대하여 자문을 구한다. 서로들 이러쿵 저러쿵 결혼의 장단점에 대하여 주장을 펴지만 결론은 없다. 파뉘르즈는 리보드가 다시 나타나자 사람이란 제버릇 개 못 주는 법이라고 하며 더욱 집쩍댄다. 그러나 파뉘르즈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 있는 리보드는 파뉘르즈를 경멸하면서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핀잔을 준다. 콜롱브는 저만치 판타그루엘과 함께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먹으면서 실은 파뉘르즈라는 사람이 남편인데 자기를 피해서 수도승 옷을 입고 이곳에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판타그루엘은 파뉘르자 같은 형편없는 친구가 이런 예쁜 여자를 부인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하여 질투심이 생긴다. 그래서 콜롱브에게 남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말한다. 판타그루엘은 파뉘르즈가 전에 일 데 랑테르네(Il des Lanternes)로 몸을 피해 도망갔었다는 생각을 한다. 콜롱부는 판타그루엘에게 '그 인간이 도망가면 어디까지 가겠는가! 끝까지 쫓아가서 찾아내겠다'고 말하고 떠난다. 파뉘르즈는 판타그루엘과 리보드가 모두 자기에게 불리하게 행동을 하자 화가나서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을 엎어버리는 등 난동을 부린다.

 

3막. 콜롱브는 여자 수도승처럼 옷을 입고 마치 바커스의 예언을 전하는 무녀인 시빌처럼 행동한다. 콜롱브는 란테르누이의 여왕에게 자기가 얼마나 남편을 잊지 못하고 보고싶은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파뉘르즈를 찾기 위해 그런 변명을 늘어 놓은 것이다. 파뉘르즈가 등장한다. 여왕은 파뉘르즈를 반갑게 맞이하고 먼길을 왔으니까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바커스  신의 예언에 대하여 의논하자고 말한다. 콜롱브는 시빌(Sibyl)의 역할을 맡기로 하여 준비한다. 파뉘르즈는 양 한마리를 제물로 바치겠다고 말한다. 양을 사려면 값을 치루라고 하자 '그렇다면 안사면 될 것아니냐?' 면서 양을 집어서 바다로 던진다. 목자들과 마을 사람들이 양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 든다. 이제 시빌(실은 콜롱브)가 나타나서 파뉘르즈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파뉘르즈가 부인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자 시빌은 '술은 적게 마시고 부인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을 중단하면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해 준다. 파뉘르즈가 아무렴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한다. 수도원장인 장과 판타그루엘과 시종들인 보트를 타고 섬에 도착한다. 그제서야 변장한 옷을 벗어 던진 콜롱브는 남편과 합세하여 포도주를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여왕은 파뉘르즈에게 바커스 신과 약속한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모두 컵을 높이 치켜 들고 즐거워 할 때에 커튼이 내려진다.

 

'파뉘르즈'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