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유명 오페라극장 2

브르노 국립극장(National Theater Brno)

정준극 2015. 2. 5. 11:36

브르노 국립극장(Narodni divadlo Brno: National Theater Brno)

마헨극장, 야나체크극장, 레두타극장으로 구성

 

브르노 국립극장의 중심이 되어 있는 마헨극장(Mahen Theater)

 

체코공화국의 브르노는 비엔나로부터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를 가는 것보다 더 가깝다. 브르노는 체코공화국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제2의 도시이다. 브르노는 과거 오스트리아 제국에 속한 모라비아의 도시였다. 오스트리아의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독일어로 브륀(Brünn)이라고 불렀다. 브르노는 모라비아 지방 최대의 도시였고 과거 모라비아 공국 시절에는 수도였다. 브르노는 대학도시여서 문화와 지식 수준이 상당히 높다. 브르노에는 국립극장(Narodni divadlo)이라고 부르는 극장이 세 곳이 있다. 마헨극장(Mahen Theater)은 연극을 주로 공연하지만 요즘엔 오페라도 자주 공연한다.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은 야나체크극장(Janacek Theater)이지만 지금은 발레나 어린이 오페라들을 공연한다. 그리고 레두타극장(Reduta Theater)가 있다. 브르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극장이다. 주로 소규모의 초청 콘서트를 개최한다. 일반적으로 브르노 국립극장이라고 하면 마헨극장을 말한다. 마헨극장은 체코의 저명한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지리 마헨(Jiri Mahen: 1882-1939)의 이름을 따서 붙인 극장이다.

 

야나체크 극장

 

원래 브르노의 국립극장 중에서 오페라를 주로 공연하는 극장은 야나체크 극장이다. 야나체크 극장에서는 오페레타와 발레도 공연했다. 체코어로는 야나츠코보 디바들로(Janackovo divadlo)라고 부른다. 야나체크극장은 모라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레오스 야나체크(Leos Janacek: 1854-1928)를 기념하는 극장이다. 야나체크는 모라비아의 후크발디에서 태어났지만 열살 때에 브르노의 성토마스수도원에 들어와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했고 나중에는 오르간 연주자로 활약했다. 야나체크의 대표작인 '예누파'(Jenofa)는 1904년 브르노에서 초연되었다. 야나체크는 생전에 모두 9편의 오페라를 완성했는데 그중 8편이 브르노에서 초연되었다. 대부분이 마헨극장에서였다. 브르노에서 초연되지 않은 오페라는 '미스터 브루체크의 달과 15세기로의 여행'(The Excursion of Mr Broucek to the Moon and to the 15th Century)이라는 오페라로서 1920년에 프라하에서 초연되었다. 야나체크 극장은 1965년에 오픈한 이래 신작 오페라와 발레 약 20편의 초연을 기록하였다.

 

브르노의 마헨극장에서 초연을 가진 야나체크의 오페라 '예누파'의 한 장면

 

야나체크의 오페라로서 브르노에서 초연을 가진 작품은, '로만스의 시작'(The Beginning of a Romance: 1894), '예누파'(Jenufa: 1904), '카타 카바노바'(Kata Kavanova: 1921), '교활한 암여우'(The Cunning Little Vixen: 1924), '사크라'(Sakra: 1925), '마르로풀로스 사건'(Makropulos Affair: 1926),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작품인 '죽은자의 집에서'(From the House of the Dead: 1930)이다. '운명'(Destiny: Osud)은 야나체크가 1906년에 완성했으나 브르노의 마헨극장과 프라하의 비노흐라디극장(Vinohrady Theater)이 공연을 거절하는 바람에 그대로 두었다가 1958년에 가서야 브르노의 마헨극장에서 겨우 첫 공연이 이루어졌다.  야나체크극장은 브르노 중심지역의 루즈벨토바 거리에 있으며 1960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965년에 완공했다. 야나체크극장을 짓기로 계획한 것은 일찍이 1910년이었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여러 정세가 여의치 않아 거의 반세기가 지난 1957년에 가서야 겨우 계획이 확정되었다. 야나체크 극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특징이 없는 그리스 스타일의 건물같이 보이지만 역사주의, 아르 누보, 큐비즘, 모더니즘, 용도주의, 사회주의적 현실주의 등 여러 양식이 복합된 건물이다. 오늘날 야나체크 극장은 주로 발레와 어린이들을 위한 오페라를 공연하고 있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로메오와 줄리엣'. 브르노 마헨극장에서 세계초연되었다.

 

마헨극장(체코어로 Mahenovo divadlo)은 1882년에 주로 독일어 연극이나 오페라를 공연키 위해 세운 극장이다. 그래서 Deutsches Stadttheater(독일어 시립극장)이라고 불렀다. 마헨극장이 자랑할 사항이 하나 있다. 세계에 있는 공공건물 중에서 전기를 가장 먼저 설치한 건물이다. 따라서 세계의 극장 중에서도 전기시설을 가장 먼저 도입한 극장이다. 그런데 마헨극장의 전기시설은 더구나 토마스 에디슨의 자문을 받아서 설치했다.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에디슨은 전기 설치 공사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헨극장이 오픈한지 25년 후에 찾아갔었다. 마헨극장은 오늘날에도 브르노의 랜드마크로 되어 있다. 네오 르네상스, 네오 바로크, 네오 클래시컬 건축 양식이 복합된 건물이다. 건축공부하려면 브르노의 마헨극장을 찬찬이 살펴보아도 유익할 것이다.

 

마헨극장의 계단 및 천정 장식

 

브르노에는 레두타(Reduta)라는 이름의 시립극장이 하나 있었다. 1870년에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되었다. 시의회는 어서 속히 새로운 극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시장이던 구스타브 빈터홀러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상했다. 빈터홀러 시장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왕에 새로운 극장을 지으려면 종전의 레두타 극장보다도 더 크고 더 좋은 극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소는 오늘날의 말리노브스키 광장인 오브스트플라츠(Obstplatz)로 결정되었다. 설계건축은 비엔나의 유명한 건축회사인 펠너와 헬머(Fellner & Helmer)가 맡았다. 비엔나의 슈타트테아터(시립극장)을 비롯해서 유럽의 곳곳에 많은 극장을 지었던 극장전문 건축회사였다. 다만, 시기가 시기니만치 모던한 설비의 건물을 짓기로 했다. 공사는 1881년에 시작되었다. 공사는 스무스하게 진척되어 16개월 만인 1882년 11월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공사도중에 실내설계를 몇 번이나 바꾸어야 했다. 유럽의 다른 극장들에서 화재가 나는 바람에 화재대책을 최대한으로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브르노에서 새로운 극장의 공사가 진행되는 중인 1881년 3월에는 프랑스 니스의 왕립극장에서 불이 나서 무려 200명이나 숨을 거두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1881년 8월에는 프라하의 국립극장에서 불이 나서 구리로 만든 돔과 오디토리움과 무대가 크게 파손되었다. 그해에 비엔나의 링테아터에서 불이 나서 이번에는 무려 384명이나 되는 귀중한 인명이 화마에 희생되었다. 브르노의 새로운 극장을 짓는 사람들로서는 화재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예를 들어서 비상출구를 별도로 만들었고 추가로 사이드 계단도 만들었다. 그러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스등을 모두 전기등으로 교체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극장 근처에 발전소를 하나 새로 지어야 했다. 뉴욕에서 화력 발전기를 도입했다. 아무튼 체코공화국은 마헨극장을 국가기술기념물로 선정하였다.

 

1882년 11월 14일의 오프닝에는 베토벤의 '헌당식 서곡'(Consecration of the House: Die Weihe des Hauses)이 연주되었다. 이어서 이 극장의 감독으로 임명된 독일의 아돌프 프란켈(Adolf Franckel)이 쓴 U pani Bruny 라는 연극이 공연되었다. 그리고 괴테의 '에그몬트'가 공연되었다. 1차 대전이 끝나고 브르노가 신생 체코슬로바크에 소속이 되자 국립극장도 '성벽극장'(Divadlo na Hradbach)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후 이 극장의 첫 연극자문관으로 체코의 유명한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지리 마헨이 임명되었고 1965년부터는 '성벽극장'이라는 명칭 대신에 '마헨극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마헨극장은 1965년에 야나체크 극장이 오픈하기 전까지 연극보다는 오페라를 중점 공연했다. 앞에서도 설명한바와 같이 야나체크의 오페라 다섯 편이 이곳에서 세계 초연되었고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로메오와 줄리엣'도 이곳에서 세계 초연되었다.

 

브르노 구시가지에 있는 레두타 극장, 전에는 타베르나 극장이라고 불렀다.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연주했다.

 

브르노의 또 하나 극장은 구시가지에 있는 레두타극장(체코어로 Divadlo Reduta)이다. 구시가지의 첼니트르(Zelny'trh)라는 곳에 있는데 첼니트르는 채소시장이라는 뜻이다. 중세로부터 채소, 특히 배추를 팔던 시장이었다. 레두타극장이 있는 장소에는 중세로부터 '여관극장'(Divadlo Taverna)라는 극장이 있었다. 말이 여관극장이지 사실상 아랫층에는 주점이 있는 조그마한 연주회장이었다. '여관극장'이라는 명칭이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1767년에 당시 11살이던 모차르트가 누나 난네를과 함께 이곳에서 연주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무튼 디바들로 타베르나 또는 레두타극장은 중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타베르나 극장과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