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초연의 오페라극장

베니스의 라 페니체(La Fenice)극장

정준극 2015. 6. 30. 21:55

베니스의 라 페니체(La Fenice)극장

Teatro La Fenice, Venedig

 

베니스의 유서 깊은 라 페니체 극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의 오페라 극장은 라 페니체 극장(Teatro La Fenice)이다. 라 페니체는 불사조(영어로는 피닉스)라는 뜻이다. 불사조는 잿더미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서 하늘 높이 날아 오른다는 전설 속의 새이다. 현재의 라 페니체 극장은 세번이나 대화재를 경험하였으면서도 결코 문을 닫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하기를 반복하였다. 과연 불사조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극장이다. 베니스에 일반인을 위한 오페라 극장이 처음 생긴 것은 1730년대라고 한다. 당시에 그 극장의 이름은 산 베네데토(San Benedetto)극장이었다. 그러다가 1774년에 큰 불이 나서 거의 전소되었다. 1774년이라고하면 미국이 독립한 해이다. 베니스 시당국과 유지들은 오페라 극장 하나 없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 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1790년부터 시작하여 1792년에 새로운 극장을 마련했다. 베니스 사람들은 이 새로운 극장의 이름을 라 페니체라고 불렀다.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지만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에서였다. 1792년의 오프닝에서는 조반니 파이시엘로()의 '아그리젠토의 경기'(I giuochi d'Agrigento)가 공연되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1836년에 또 다시 큰 불이 났다. 다행히 큰 불은 아니었다. 1년 만에 복구하여 이듬해인 1837년 12월 26일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라 페니체 극장은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베르디 등 기라성과 같은 벨칸토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림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라 페니체의 오디토리움

 

그런데 1996년에 또 다시 큰 불이 났다. 전기시설을 시공하던 회사의 직원들이 기간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게 되자 벌금을 물게 될 것을 걱정하여서 방화를 했던 것이다. 2001년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하여 2004년에 마침내 공사를 마무리하여 재개관했고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라 페니체가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에 로시니의 두 작품을 초연하고서부터라고 할수 있다. '탄크레디'(1813)와 '세미라미데'(1823)가 라 페니체에서 초연을 가졌다. 라 페니체는 베르디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베르디의 '에르나니'가 1844년의 베니스 카니발 기간 중에 라 페니체에서 초연되었고 이어 그후 13년 동안 아틸라,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가 모두 라 페니체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라 페니체가 국제적은 명성을 더하게 된 데에는 1930년부터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의 기여가 컸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제현대음악페스티발을 함께 개최하였다. 그리하여 스트라빈스키, 브리튼, 베리오, 노노, 부소티 등이 라 페니체를 위해 오페라를 작곡하였고 이로써 라 페니체의 명성을 더욱 높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라 페니체의 오디토리움. 1837년. 당시에는 1층에 좌석들이 없었다. 서서 구경해야 했다.

 

라 페니체에서 초연된 주요 오페라들은 다음과 같다.

 

○ 로도이스카(La Lodoiska). 1796년. 시몬 마이르(Simon Mayr). 대본은 프란체스코 고넬라 데 페라리(Fraancesco Gonella de Ferrari). 17세기 폴란드가 무대이다. 케루비니도 1791년에 오페라 '로도이스카'를 작곡했다.

○ 글리 오라치와 쿠리아치(Gli Orazi e i Curiazi). 1796년. 도메니코 치마로사(Domenico Cimarosa). 대본은 피에르 코르네이유(Pierre Corneille)의 비극 '오라스'(Horace)를 바탕으로 안토니오 시메오네 소그라피(Antonio Simeone Sografi)가 작성했다.

○ 에베소 탈환(I riti d'Efeso). 1803년. 주세페 화리넬리(Giuseppe Farinelli). 대본은 게타노 로시(Gaenato Rossi). 초연에서는 필리포 베레티(Filippo Beretti)의 '아타마로와 오베이데'(Atamaro e Obeide)와 더블 빌로 공연되었다.

○ 칼리로에(Calliroe). 1808년. 주세페 화리넬리(Giuseppe Farinelli). 대본은 게타노 로시. 단막이어서 초연에서는 우르바노 가르치아(Urbano Garzia)의 발레인 '레노세 백작'(Il conte Lenosse 또는 Il calunniatore punito)과 더블 빌 공연되었다.

○ 탄크레디(Tancredi). 1813년. 조아키노 로시니. 대본은 게타노 로시(Gaetano Rossi). 로시는 로시니를 위해서 10년전에 '세미라디데'의 대본을 쓴바 있다. 서곡은 Le pietra del paragone(시금석)에서 인용하였다. 시기는 1005년, 도시국가인 시라큐스가 무대이다.

○ 시기스몬도(Sigismondo). 1814년. 조아키노 로시니. 대분은 주세페 마리아 포파(Giuseppe Maria Foppa). 라 페니체의 초연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로시니는 나중에 '시기스몬도'의 음악을 '영국 여왕 엘리사베타'(Elisabetta, regina d'Inghilterra), 아디나(Adina),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에 다시 사용했다.

 

로시니의 '시기스몬도'.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발

 

○ 세미라미데(/Semiramide). 1823년. 조아키노 로시니. 대본은 볼테르의 비극 '세미라미스'(Semiramis)를 바탕으로 게타노 로시(Gaetano Rossi)가 썼다. 기원전 2천년 경 바벨론제국 니노 왕의 미망인인 세미라미데에 대한 이야기이다. 로시니의 이탈리아 오페라 시리즈 마지막 작품.

○ 이집트의 십자군(Il crociato in Egitto). 1824년. 자코모 마이에르베르. 대본은 게타노 로시. 주인공 아르만도는 당대의 카스트라토 조반니 바티스타 벨루티(Giovanni Battista Belutti)가 맡았다. 벨루티를 위해 작곡된 마지막 오페라이며 마이에르베르로서는 이탈리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 스페인의 여왕 카리에타(Carieta, regina di Spagna: 또는 La morte di Don Alfonso, re di Portogallo). 1826년. 사베리오 메르카단테. 대본은 파올로 폴라(Paolo Pola). 포르투갈과 스페인간의 전쟁이 있었던 때의 톨레도가 무대이다.

○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I Capuleti e i Montecchi: The Caapulets and the Montagues). 1830년. 빈첸조 벨리니. 대본은 펠리체 로마니. 벨리니의 이 오페라는 니콜라 바카이()의 오페라 '줄리에타와 로메오'를 재구성한 것이며 또한 루이지 스체볼라(Luigi Scevola)의 1818년도 희곡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희곡들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 텐다의 베아트리체(Beatrice di Tenda). 1833년. 빈첸조 벨리니. 대본은 펠리체 로마니가 카를로 테달디 포레스(Carlo Tedaldi Fores)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15세기 밀라노가 무대이다. 벨리니는 당대의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를 위해 이 오페라를 작곡했다.

 

주디타 파스타

 

○ 보르고냐의 카를로(Carlo di Borgogna). 1835년. 조반니 파치니(Giovanni Pacini). 대본은 게타노 로시. 스위스의 디존이 무대. 15세기 부르군디의 공작 샤를르(Charles the Bold)의 이야기

○ 벨리사리오(Belisario). 1836년. 게타노 도니체티. 대본은 살바도레 카마라노(Salvadore Cammarano)가 에두아르트 폰 셴크(Edouard von Schenk)의 희곡 '벨리사리우스'(Belisarius)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벨리사리우스는 6세경 비잔틴 제국의 장군이다.

○ 루덴츠의 마리아(Maria di Rudenz). 1838년. 게타노 도니체티. 대본은 살바도레 카마라노. 매튜 그레고리 루이스(Matthew Gregory Lewis)의 '수도승'(The Monk), 아니스 부르도아(Anicet-Bourgeois)의 '피묻은 수녀'(La donne sanglante)를 바탕으로 삼았다. 15세기초 스위스가 무대.

○ 에르나니(Ernani). 1844년. 주세페 베르디.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Hernani)를 바탕으로 삼았다. 초연에서부터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하여 1853년 일 트로바토레가 나오기까지 베르디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16세기 아라곤과 독일의 아헨, 스페인의 사라고사가 무대이다.

○ 아틸라(Attila). 1846년. 주세페 베르디. 대본은 테미스토클레 솔레라가 독일의 시인 겸 극작가인 차카리아스 베르너(Zacharias Werner)의 1809년도 희곡인 '훈족의 왕 아틸라'(Attila, König der Hunnen)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무대는 5세기 중엽, 로마 인근의 폐허가 된 아퀼레이아이다.

 

베르디의 '아틸라' 무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2012년

 

○ 리골레토(Rigoletto). 1851년. 주세페 베르디.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빅토르 위고의 '일락의 왕'(Le roi s'amuse)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베르디는 원래 제목을 '저주'(La maledizione)라고 붙였었다.

○ 난봉꾼의 행로(The Rake's Progress). 1951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대본은 W.H. 오든과 체스터 칼만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윌리엄 호가스의 18세기 여덟장으로 구성된 '난봉꾼의 행로'(A Rake's Progress)를 참고로 삼았다.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1853년. 주세페 베르디.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알렉산드르 뒤마 휘스의 1852년 소설인 '카멜리아꽃을 단 여인'(La dame aux Camelias)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 중의 하나이다.

○ 시몬 보카네그라(Simonn Boccanegra). 1857년. 주세페 베르디.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베르디는 1881년에 유명한 의회 회의장 장면을 추가하는 등 라 스칼라에서의 새로운 공연을 위한 수정본을 만들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시몬 보카네그라'는 1881년의 라 스칼라 버전이다.

○ 라 보엠(La Bohéme). 1897년. 루제로 레온카발로. 대본도 레온카발로가 썼다. 원작은 프랑스 앙리 뮈르제(Henri Murger)의 '보헤미안들의 생활 장면'(Scénes de la vie de bohéme)이다. 레온카발로는 그 전해인 1896년에 푸치니가 '라 보엠'을 만들어서 토리노의 레지오극장에서 공연하자 자기의 '라 보엠'을 '미미 팽송'()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었다.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1837년 크리스마스로부터 1년 후인 1838년 라틴 쿼터의 크리스마스가 무대이다.

○ 턴 오브 더 스크류(The Turn of the Screw). 1954년. 벤자민 브리튼. 대본은 브리튼의 오랜 친구인 마이패니 파이퍼(Myfanwy). 20세기 영국 실내오페라의 대표적 작품.

○ 불관용의 해 1960년(Intolleranza 1960). 1961년. 루이지 노노(Luigi Nono). 대본도 노노가 썼다. 노노의 첫 오페라. 인간의 존엄성이 억압받고 있는데 대한 항의 작품이다. 장인인 아놀드 쇤버그에게 헌정한 작품.

 

루이지 노노의 '불관용의 해 1960'. 테아트로 라 페니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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