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드보르작의 '자코빈'(Jacobin) - 153

정준극 2015. 7. 13. 21:55

자코빈(Jacobin) - Jakobin - The Jakobin

안토닌 드보르작의 3막 오페라...음악교사가 주인공

 

오, 테린카와 지리

 

오페라의 제목이 '자코빈'이니까 혹시 프랑스 혁명과 관련한 자코뱅당의 공포통치에 대한 내용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수 있는데 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민중들의 혁명이니 봉기니 하는 내용은 찾아 볼수 없고 체코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코믹하고 센티멘탈한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드보르작의 '자코빈'은 1888년에 프라하의 국립극장(나로드니 디바들로)에서 첫 공연되었다. 드보르작이 47세의 중후한 연배일 때였다. 체코어 대본은 여류 대본가인 마리 체르빈코바 리그로바(Marie Červinková-Riegrová: 1854-1895)가 썼다. 마리 체르빈코바 리그로바는 드보르작을 위해서 '드미트리'(Dimitrij)의 대본도 썼다. 마리 체르빈코바 리그로바는 스토리의 일부를 알로이스 지라세크(Alois Jirásek: 1851-1930)의 소설인 '공작궁에서'(At the Ducal Court)로부터 가져왔다. 그러나 '공작궁에서'를 인용한 것은 명목상일뿐이며 실은 자기의 아이디어를 십분 반영하였다. 마리 체르빈코바 리그로바는 1894년에 드보르작의 허락을 받아서 대본의 상당부분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드보르작은 1897년에 음악의 여러 부분을 수정했다. 이렇듯 대본과 음악이 수정된 '자코빈'은 1898년에 프라하에서 초연을 가졌다.

 

대본을 쓴 마리 체르빈코바 리그로바

 

드보르작은 오페라 '자코빈'을 다른 어느 오페라보다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음악선생이기 때문이었다. 드보르작은 이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자기의 옛 음악교사였던 안토닌 리만(Antonin Liehmann)을 연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토닌 리만 선생에게는 예쁜 딸이 하나 있었는데 테린카(Terinkna)라는 이름이었다. 드보르작은 테린카를 무척 귀여워 했다고 한다. '자코빈'에도 테린카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교장 선생님이며 합창지휘자인 벤다의 딸로 등장한다. '자코빈'은 체코의 명랑한 농촌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음악들로 넘쳐 있다. 그런가하면 보헤미안적인 멜랑콜리하고 센티멘탈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풍자를 유머스럽게 그린 부분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오늘날까지도 '자코빈'은 체코 오페라 중에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되어 있다. 어떤 음악학자는 '자코빈'이야말로 체코 농민오페라의 대표작이라고 말했다.

 

마을축제의 아침이 밝아왔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하라소프의 빌렘 백작(Count Vilém of Harasov: B)

- 보후스(Bohuš: Bar). 빌렘 백작의 아들. 파리에서 자코뱅당과 연계가 되어 있다고 의심받은 사람.

- 줄리(Julie; S). 보후스의 부인

- 벤다(Benda: T). 교장선생님 겸 합창지휘자

- 테린카(Terinka: S). 벤다의 딸. 지리를 사랑

- 지리(Jiří: T). 사냥터지기. 테린카를 사랑

- 필립(Filip: B). 빌렘 백작의 집사장. 테린카에게 청혼

- 아돌프(Adopf: Bar). 빌렘 백작의 조카. 백작이 상속자로 지정

- 로틴카(Lotinka: Cont.). 성의 열쇠를 담당하는 여인

 

합창연습. 벤다의 지도로 신나게 춤을 추며 노래한다.

 

시기는 1793년이며 장소는 보헤미아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이다.

[1막].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던 보후스가 부인 줄리와 함께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보후스는 백작의 아들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익명으로 나타난다. 보후스의 어머니(백작부인)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인 백작은 집을 떠난 아들과 인연을 끊은채 마치 은둔자처럼 지내고 있다. 한편, 백작의 집사장인 필립은 마을 학교 교장선생님의 예쁜 딸인 테린카에게 마음을 두고 청혼할 생각이다. 테린카는 사냥터지기인 지리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집사장은 마을에 파리에서 어떤 젊은 사람이 부인과 함께 찾아 왔다고 하자 그 부부가 혹시 오래전에 집을 떠난 백작의 아들 보후스와 부인이 아닌지 싶어서 의심한다. 더구나 그 젊은 부부가 파리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백작의 아들도 파리에서 자코뱅당에 합세하였다는 소문을 들은 것을 생각한다. 마을에 갑자기 백작이 나타난다. 모두들 놀란다. 백작은 보후스가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보후수는 더 이상 자기의 아들이 아니라고 확인하고 이어서 조카인 아돌프에게 모든 것을 상속한다고 선언한다. 그 말을 들은 아돌프와 집사장인 필립은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속에 숨어서 백작의 얘기를 듣던 보후스의 줄리는 백작의 너무나 뜻밖의 선언에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재미난 민속 놀이도 곁들인다. 닭도 등장

 

[2막]. 아돌프가 백작의 후계자로서 지정이 되자 이를 축하하는 음악회가 준비된다. 교장선생님 겸 합창단 지휘자인 벤다는 학교에서 학생들 및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축하 음악회에서 연주할 칸타타를 연습하고 있다. 칸타타에서는 테린카와 지리가 솔리스트를 맡았다. 연습이 끝나고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자 테린카는  지리와 함께 마침내 벤다에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힌다. 그러자 벤다는 딸 테린카에게 그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냐고 하면서 당연히 백작의 집사장인 필립이 청혼하러 올 것이므로 그와 결혼하는 것이 앞으로의 신상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벤다와 테린카가 다툼고 있는데 합창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와서는 마을에 악명 높은 자코뱅당원들이 찾아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를 어쩌면 좋으냐고 말한다. 마침 그때 보후스와 줄리가 벤다를 찾아와서 며칠 묵어가고 싶으니 방을 주선해 줄수 있느냐고 묻는다. 마을 사람들은 방을 구하러 온 젊은 부부가 바로 파리에서 온 자코뱅당원이라고 생각해서 두려운 나머지 뿔뿔이 헤어진다. 그러자 보후스와 줄리는 벤다에게 자기들은 파리 사람이 아니라 체코 사람으로서 잠시 방랑생활을 하고 있을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이나라 저나라를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며 지내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사랑하는 지리와 테린카. 축제의 칸타타에서 솔로를 맡았다.

 

그 말을 들은 벤다와 테린카와 지리는 파리에서 왔다는 젊은 부부가 프랑스 사람이 아니고 체코 사람이라는데에 우선 안심을 하고 더구나 젊은 부부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오히려 반가운 마음을 갖는다. 벤다와 테린카는 보후스 부부에게 호감을 가지고 며칠이 아니라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도 좋다고 하며 환영한다. 잠시후 백작의 집사장인 필립이 나타난다. 필립은 테린카에게 정식으로 결혼하자면서 청혼을 한다. 그러나 테린카는 당연히 필립의 청혼을 거절한다. 화가난 필립은 백작에게 말해서 지리를 군대에 가도록 하겠다고 협박한다. 갑자기 아돌프가 나타난다. 아돌프는 파리에서 왔다는 자코뱅당원들이 체포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다. 집사장 필립이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얼버무리려 한다. 그때 한쪽에 있던 보후스가 앞으로 나서며 자기가 실은 백작의 아들이라고 밝힌다. 아돌프가 백작은 아들을 포기한지가 오래라고 하면서 자기가 백작의 상속자라고 내세운다. 보후스가 아돌프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아돌프는 병사들에게 보후스를 당장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보후스는 감옥에 갇힌다.

  

어린이들과 마을사람들의 축제 합창 연습

 

[3막]. 백작의 사냥터를 관리하고 있는 지리는 백작을 만나서 그의 아들 보후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다는 얘기를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아돌프와 집사장 필립이 지리의 의도를 미리 알고 지리마저 체포하여 감옥에 가둔다. 백작성의 열쇠를 모두 맡아 가지고 있는 로팅가는 교장 선생님인 벤다와 보후스의 부인인 줄리가 성안으로 들어와서 백작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자 문을 열어서 두 사람을 성안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로틴카가 백작을 부르러 가자 줄리는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시아버지라서 어색하여 잠시 몸을 숨긴다. 백작을 만난 벤다는 '아니, 아들이 살아서 돌아왔는데 사람이 그러면 되느냐?'면서 노백작과 아들을 화해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하지만 노백작은 아들 보후스가 제멋대로 결혼을 하고 보헤미아를 떠나서 소문에 의하면 파리에서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자코뱅파를 지지했다는 생각을 하고 분을 참지 못한다. 벤다가 어쩔수 없는 노인네라고 생각하며 떠나자 혼자 남은 노백작은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서 사는 것이 이게 무슨 사는 것이냐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 쉰다. 그러면서 혹시나 자기가 아들을 너무 오해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필립의 테린카에 대한 구혼

 

무대 밖으로부터 줄리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줄리는 세상 떠난 백작부인이 어린 아들 보후스에게 들려주었다는 노래를 보후스로부터 배워서 알고 있는 중에 마침 백작의 성안에 들어와 있으니 그 노래가 생각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불렀던 것이다. 사랑하던 부인이 부르던 그 노래를 기억한 노백작은 감정이 북바쳐서 누가 그 노래를 부르는지 찾아 본다. 줄리를 만난 노백작은 '그대는 누구이며 그 노래는 누구로부터 배워서 알고 있느냐?'라고 묻는다. 노백작은 그 노래를 자기의 아들로부터 배워서 알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서 '아니, 그렇다면 그대가 바로 보후스를 부추켜서 가출하게 만든 바로 그 여인이란 말인가?'라며 다시금 분노의 감정을 삭이지 못한다. 줄리가 노백작에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보후스가 집을 떠나 있으면서도 얼마나 자기의 아버지인 백작을 걱정하고 보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남편 보후스는 파리에 있으면서 자코뱅파에 속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롱드파를 지지하였다는 얘기도 덧붙여 말해 준다. 줄리는 보후스가 지롱드파를 지지했기 때문에 자코뱅파로부터 비난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지만 구사일생으로 파리를 탈출하여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얘기도 해 준다. 그러면서 노백작에게 보후스가 지금 오해를 받아서 아돌프에 의해 감옥에 갇혀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때 마침 마을에서는 축제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벤다와 지리를 화해시키는 로틴카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축제 때문에 즐거움으로 들떠 있다. 사람들 앞에 나선 노백작은 이제 진짜로 자기의 후계자를 소개하겠다고 선언한다. 그 말을 들은 아돌프는 자기가 분명히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기뻐한다. 그러자 노백작은 아돌프와 집사장 필립에게 오늘은 기쁜 축제일이므로 혹시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있다면 풀어주고자 하니 누가 있느냐고 묻는다. 아돌프와 필립이 마지못해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노백작은 그렇다면 어서 그들을 데려 오라고 명령한다. 보후스와 지리가 불려온다. 집사장 필립은 그제서야 노백작의 마음을 알고 그가 아돌프와 손을 잡고 권세를 잡으려던 생각을 포기한다. 노백작은 아돌프의 음모를 비난한 후 아들 보후스와 며느리 줄리를 얼싸안는다. 그리고 보후스가 상속자라고 선언한다. 보후스는 지리와 테린카의 변함없는 충성심을 크게 치하한다. 노백작은 지리와 테린카의 손을 잡고서 행복하게 살 것을 당부한다. 벤다도 두 사람에게 축복을 준다. 모두들 백작의 공평함을 찬양하고 기뻐하며 미뉴엣과 폴카 춤을 춘다. 역시 보헤미아 사람들에게는 음악과 춤이 제격이다. 백작은 잃었던 아들을 되찾고 며느리까지 생겨서 행복하다.

 

테린카와 마을 사람들의 노래 연습

 

**************

자코뱅파와 지롱드파(좌파와 우파, 좌익과 우익)

 

프랑스 혁명 때에 서민층을 대표하는 그룹으로서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코뱅파라고 불렀다. 파리의 자코뱅 수도원을 본부로 삼아서 모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민층이 아닌 브루조아 사람들을 대표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지롱드파라고 불렀다. 이들은 지롱드라는 지역에 모여서 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지롱드파라고 불렀다. 자코뱅파는 당통, 로베스피에르 등 과격한 인물들이 리드했다. 자코뱅파는 1792-94년에 프랑스를 공포정치로서 지배했다. 국민회의가 열릴 때 과격한 자코뱅파는 회의장의 왼쪽에 앉았고 온건한 지롱드파는 회의장의 오른쪽에 앉았다. 그로부터 서민과 민중을 대변하는 과격한 변화의 자코뱅파는 좌파, 또는 좌익이라고 불렀고 부유층을 대변하는 온건한 변화의 지롱드파는 우파, 또는 우익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