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페사로의 로시니

페사로의 아들 로시니

정준극 2015. 7. 17. 17:24

페사로의 아들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 2. 29-1868. 11. 13)

아드리아만의 휴양도시

로시니 극장(Teatro Rossini), 그리고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ROF)

 

 

20대의 젊은 시절의 로시니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865년의 로시니

 

아드리아해가 눈 앞에 펼쳐지는 페사로에 가면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로시니 커피잔, 로시니 인형, 로시니 아기옷, 로시니 티셔츠, 로시니 가방, 로시니 기념접시 따위를 살수 있다. 그리고 물론 로시니에 대한 여러 서적들, 로시니 오페라와 성곡들을 담은 CD 도 얼마든지 구할수 있다. 식당에 가면 로시니 레시피에 의해서 만든  요리들을 주문할수 있다. 잘 아는대로 로시니는 뛰어난 미식가였고 아울러 요리사였다. 페사로는 바닷가 도시이다. 날씨가 온화해서 사시사철 휴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여름 휴가를 아드리아해의 비치에서 지내려고 몰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페사로는 휴양지만이 아니다. 위대한 작곡가 로시니의 도시이다. 그래서 1년 내내 로시니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로시니 학자, 로시니 애호가, 그리고 일반 음악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따지고 보면 페사로에는 일반 관광객들보다는 로시니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튼 여름철에 아드리하 해변의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싶던, 또는 로시니 오페라에서 아리아를 듣고 싶던, 페사로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적합한 장소이다.

 

페사로 중심지역인 포폴로광장에 있는 아름다운 분수

 

페사로는 로시니가 태어난 곳이다. 사실 로시니는 페사로에서 어린 시절만 보냈다. 청년이 되어서는 인근의 볼로냐에서 보냈고 작곡가로서 활동할 때에는 나폴리, 베니스, 로마, 밀라노에서 보냈으며 파리에서도 상당기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사로는 로시니 때문에 모든 영광을 독차지하고 있다. 페사로에는 로시니 기념관이 있고 로시니 극장이 있으며 로시니 아카데미아가 있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린다. 페사로는 로시니로 인하여 오페라의 고장이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페사로의 오페라극장에서는 출연자들이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관중들로부터 가차없는 야유와 비난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다른 극장에서는 출연자가 노래를 좀 부르지 못했다고 해도 '부--'하면서 야유를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페사로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있다. 칼라스조차도 페사로에서는 그다지 뜨거운 박수를 받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페사로의 관중들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평론가들이 아닐수 없다.

 

페사로의 비아 조아키노 로시니에 있는 로시니의 생가. 기념명판이 붙어 있다.

 

페사로의 로시니극장(Teatro Rossini)은 로시니오페라페스티발(ROF)의 중심장소이다. 로시니극장의 전신은 1818년에 문을 연 신극장(Teatro Nuovo)이다. 신극장의 전신은 일찍이 1637년에 그자리에 세워진 테아트로 델 솔레(Teatro del Sole)이다. 1818년의 신극장 개관기념으로는 로시니의 '도둑까치'(La gazza ladra)가 공연되었다. 페사로의 '도둑까치'는 로시니 자신이 지휘한 공연이었다. 신극장은 전통적인 말편자 모양으로 박스 객석은 4층으로 되어 있다. 좌석 규모는 아담하게도 850석이다. 신극장이 로시니극장으로 명칭변경 된 것은 1854년이다. 로시니가 62세 때였다. 잘 아는대로 로시니는 '귀욤 텔'(구글리엘모 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돈도 많이 벌어 놓아서 먹고 사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으므로 굳이 더 작곡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페사로가 신극장을 로시니극장이라고 바꾼 때는 로시니가 작곡활동을 하지 않고 놀며 지내던 때였다. 로시니극장은 1930년에 지진으로 파손되었다. 곧 복구공사에 들어가서 재개관을 가진 것은 4년 후인 1934년이었다. 재개관 기념공연은 로시니의 '구글리엘모 텔'(귀욤 텔)이었다. 그러던 중 1966년에 건물의 안전진단을 해보니 벽에 금이 가고 목재들이 부식되어서 상당히 위험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로시니극장은 문을 닫고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보수공사를 마친 것은 14년 후였다. 물론 그동안 2차 대전으로 아무것도 할수 없었기 때문에 공사가 지연된 것은 어쩔수 없는 형편이었다. 재개관은 1980년 4월 6일이었다. 그해에 제1회 로시니오페라페스티발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보수공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다. 지금은 아무런 문제 없이 열심히 오페라를 공연하고 있다.

 

로시니극장의 오디토리움. 박스 객석은 4층으로 되어 있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은 매년 8월에 페사로에서 열린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의 목적은 로시니의 음악적 업적을 진지하게 연구해 보자는 것 이외에도 로시니가 남긴 작품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선택해서 로시니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 예술가들, 관중들의 협동으로 공연하여 세상에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은 간단히 페사로 페스티발이라고도 부른다. 페사로 페스티발은 주로 로시니극장에서 거행된다. 그리고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이후로는 스포츠 경기장이었던 팔라스포트(Palasport)를 1천 5백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개조하여 그곳에서도 로시니 페스티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이후부터는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테아트로 스페리멘탈레(Teatro Sperimentale: 실험극장)를 마련하여 로시니뿐만 아니라 로시니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활동했던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오페라들을 공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루이지 모스카(Luigi Mosca: 1775-1824), 피에트로 제네랄리(Pietro Generali: 1773-1832), 카를로 코치아(Carlo Coccia: 1782-1873) 등의 오페라이다.

 

페사로의 로시니극장

 

로시니 오페라페스티발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868년 11월 13일에 로시니가 파리에서 세상을 떠나자 페사로는 명색이 로시니의 고향이며 로시니극장도 있는 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로시니를 추모하는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아마 그것이 나중에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을 연례행사고 개최하게 된 발판이 아니었나 싶다. 추모음악회에서는 로시니의 성모애상(스타바트 마테르: Stabat Mater)이 연주되었고 이어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Semiramide)와 '오텔로'(Otello)가 공연되었다. 추모음악회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연장은 없었고 그것으로 끝났다. 24년 후인 1892년은 로시니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페사로의 로시니극장은 로시니의 희귀 오페라 중에서 '기회가 도둑을 만든다'(L'occasione fa il ladro)를 공연하였다. 그해에는 다른 나라에서도 로시니의 덜 알려진 오페라들을 찾아서 공연하는 것을 하나의 패션으로 생각하였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이 발족된 것은 1980년이었다. 페사로의 로시니극장과 로마의 유명한 악보 출판사인 리코르디가 협동하여서 로시니의 오페라 중에서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굴하여 공연하는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로시니오페라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 로시니극장 앞 광장의 모습. 페사로의 포폴로 광장

 

로시니는 생전에 39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중에서 사실상 스탠다드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세빌리아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 '호수의 여인'등 극히 한정된 작품뿐이었다. 로시니 애호가들은 그것이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을 연례 행사로 추진하여 주로 로시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들을 공연키로 한 것이다. 1993년 8월에 이탈리아 의회는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 지원 특별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페사로의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은 이탈리아의 국가적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복구하려는 고귀한 노력을 기울이는 행사이므로 정부가 후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은 이탈리아 정부의 베니 쿨투랄리(Beni Culturali: 문화유산) 예산에서 지원되고 있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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