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디바와 디보

오페라의 성악가의 음역

정준극 2015. 8. 1. 10:12

오페라의 성악가의 음역

 

페사로의 로시니극장

                                    

오페라의 세계에서 보컬 아티스트의 음성은 고음에서부터 저음까지 통상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이다. 여성과 어린이들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이며 거의 모든 남성은 당연히 테너, 바리톤, 베이스이다. 거의 모든 남성이라고 말한 것은 남성이 소프라노나 알토를 맡아 하는 특별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테너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오페라 성악가를 7개 음역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오페라 성악가들의 음역을 간단히 넷으로 구분한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이다. 이 경우에 알토, 콘트랄토는 메조소프라노에 포함되며 바리톤과 베이스는 구별이 없다. 재미난 것은 바리톤-베이스라고 부르지 않고 베이스-바리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구분하는 것을 독일어로 파흐(Fach)라고 한다. 칸막이를 한 방, 또는 여러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 비둘기집이라는 뜻이다. 이런 칸막이 방에서는 사정이 허락하면 이방에서 저방으로 쉽게 옮겨 다닐수 있다. 다시 말하여 사정에 따라 메조소프라노이지만 소프라노를 할 수 있고 테너이지만 바리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러한 구분도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다. 사람들의 관심은 혹시 메조소프라노가 주역이 되고 싶어서 ‘나는 소프라노올시다’라고 주장하고서 나온 것이나 아닌지, 또는 테너가 ‘솔직히 말해 힘이 들어서’ 어쩔수 없이 바리톤으로 위치를 바꾸지나 않았는지에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오페라 애호가들로서는 Fach에 의한 구분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오페라 성악가들의 목소리를 음역에 따라 여섯가지로 구분했지만 음색에 따라 더 구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오페라 성악가들의 목소리는 리릭(Lyric)과 드라마틱(Dramatic)으로 구분한다. 리릭은 감미롭고 부드러워서 드라마틱보다 듣기에 편하다. 반면, 드라마틱은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뚫고 나갈 정도로 강력하여서 격정을 느낄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테너에 대하여 ‘감미로운 음성의 드라마틱한 테너’라고 한다든지 어떤 소프라노에 대하여 ‘강력한 톤의 리릭 소프라노’라고 표현한다면 미안하지만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리릭이라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드라마틱한 감정을 지닐 필요가 있고 아무리 드라마틱이라고 해도 리릭한 감정을 가질 필요도 있으므로 누구는 리릭 소프라노이며 누구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라고 정확하게 단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리릭, 또는 드라마틱이냐는 것은 음색에 따라 상당히 좌우된다. 이러한 음색을 팀버(Timber)라고 부른다.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 엘리사베트 왕비 역을 맡은 미렐라 프레니.
                                    

오페라 작곡가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두가지 음색을 최대한 염두에두고 작곡을 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약하거나 격정적인 인물을 위해서는 드라마틱한 음성에 맞는 노래를 작곡한다. 리릭한 표현은 마음씨 착하고 가련한 역할을 위해 아껴둔다. 그렇다고 작곡가들이 악보에 이 아리아는 드라마틱 테너가 해야 한다든지 또는 리릭 소프라노가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적어 놓지는 않는다. 오케스트라를 압도해야할 정도의 아리아라면 당연히 드라마틱한 성악가가 맡을 수밖에 없고 순진하고 가련한 역할은 리릭 소프라노가 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 보엠'에서 로돌포(롤란도 빌라존)와 미미(안나 네트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