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45. 앙드레 메사저의 '베로니크'

정준극 2016. 2. 12. 09:52

베로니크(Veronique)

앙드레 메사저의 3막 오페라

 

오페라 '베로니크'의 그네 장면. 이 장면의 그림만 보아도 이 오페라/오페레타가 얼마나 로맨틱한 내용인지를 짐작할수 있다.

 

앙드레 메사저의 '베로니크'는 가벼운 터치의 코믹 오페라이다. 혹자는 오페라가 아니라 오페레타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페라가 되었건 오페레타가 되었건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관객들이 보고 즐거워하면 그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앙드레 메사저(Andre Messager: 1853-1929)는 작곡가이면서 뛰어난 오르가니스트 겸 피아니스트였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그는 30여편의 오페라 또는 오페레타를 남겼다. 대표적인 것은 Les p'tites Michu, Monsieur Beaucaire, Les deux pigeons, La Basoche, 그리고 Veronique 등이다. '나비부인'의 사촌쯤 되는 '국화부인'(Madame Chrysantheme)도 메사저의 작품이다. 그런데 30여편이나 되는 오페라/오페레타 중에서 '베로니크'가 가장 오래 인기를 끈 작품이다. '베로니크'는 메사저가 45세의 중년일 때에 선을 보인 작품이다. 대본은 조르즈 뒤발(Georges Duval)과 알베르 반루(Albert Vanloo)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1898년 파리 초연의 포스터

 

1898년 12월에 파리의 테아트르 데 부프 파리지엔느(Theatre des Bouffes Parisiene)에서 처음 공연을 가진 이래 계속적으로 리바이발되어 당시의 사람들로서는 '베로니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초연 이후에 리바이발은 몇 달 후인 이듬해 1월 테아트르 데 폴리스 드라마티크(Theatre des Folies-Dramatiques)에서, 이어 1920년 3월에는 테아트르 들 라 게트 리리크(Theatre de la Gaite-Lyrique)에서 리바이발되었다. 이때에는 메사저가 새로운 왈츠를 하나 추가했다. '베로니크'는 프랑스의 내노라 하는 극장에서는 거의 한번씩 공연되었는데 가장 최근의 공연은 아마 2008년 1월 파리의 테아트르 뒤 샤틀레에(Theatre du Chatelet)서였을 것이다. '베로니크'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초연 이후 1900년에는 비엔나와 쾰른에서 1901년에는 라트비아의 리가와 리스본에서, 1902년에는 베를린과 제네바에서, 1903년에는 런던에서, 1904년에는 밀라노에서, 1907년에는 뷰카레스티에서 공연되었다. 독일에서 공연될 때에는 제목을 '브리기테'(Brigitte)라고 바꾸기도 했다. 프랑스의 루이 베이트(Louis Beydts)의 1931년도 오페레트인 '무아노'(Moineau)는 여러 면에서 '베로니크'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그네의 노래는 '베로니크'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다시피 했다. 

 

런던에서는 처음에 프랑스어 대본으로 공연되었으나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음으로 아폴로 극장에서 공연될 때에는 영어 대본을 사용하였다. 누구나 알아 듣는 영어대본이어서 대인기였다. '베로니크'는 아폴로 극장에서 연속 496회의 공연을 가졌다. 영국에서의 공연이 얼마나 인기였느냐는 것은 런던 칼튼 호텔의 주방장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소울 베로니크'(베로니크 가자미 요리)라는 것을 새로 개발한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에바리스트 코케나르(Evariste Coquenard: Bar). 국방군의 대위 겸 꽃 가꾸는 사람(플로리스트)

- 아가테 코케나르(Agathe Coquenard: S). 에바리스트의 부인

- 플로레스탕(Florestan: Bar). 발랭쿠르 자작(Vicomte de Valaincourt)

- 엘렌(Helene de Solanges: S). 솔랑즈의 엘렌. 부르봉 궁정의 귀부인으로 왕비의 시녀. 베로니크

- 에르메랑스(Ermerance: MS). 샹다주르 백작부인(Countess de Champ d'Azur). 1인 2역으로 에스텔르(Estelle) 역도 맡음.

- 베누아(Aunt Benoit: MS). 베로니크의 숙모

- 드니(Denise: S). 베로니크의 조카. 세라팽의 피앙세

- 무슈 루스토(Monsieur Loustot: T). 메를레트 남작(Baron de Merlettes)

- 세라팽(Seraphin: T). 엘렌과 에르메랑스의 신랑

- 옥타브(Octave). 플로레스탕의 친구

- 펠리시앙(Felicien). 역시 플로레스타의 친구

이밖에 셀레스트(Celeste: S), 소피(Sophie: S), 엘루아스(Heloise: S), 이르마(Irma: S), 엘리사(Elisa: S), 조(Zoe: S), 그리고 국방군 병사들, 웨이터들, 꽃 가꾸는 사람들 등이 출연한다.

 

벅스턴 오페라 페스티발에서

         

1막. 시기는 1840년경 루이 필립이 통치하던 때이다. Temple de Flore(꽃의 계절)라는 간판이 걸린 파리의 꽃가게가 무대이다. 젊은 귀족은 플로레스탕 자작은 천방지축이지만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생활태도 때문에 빚만 늘어나 있다. 그런 플로레스탕을 삼촌이 그나마 뒤에서 돌보아 주고 있다. 그러나 돌보아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삼촌은 플로레스탕에서 어떤 돈 많은 아가씨와 결혼을 해서 정착을 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개인 파산을 선고하고 감옥소에 들어가서 앉았던지 마음대로 선택하라고 말한다. 플로레스탕은 결혼을 선택키로 한다. 하지만 갑자기 애인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천상 할수 없이 중매에 의지할수 밖에 없다. 마침 후보자가 나타났다.솔랑즈의 엘렌이다. 엘렌은 부르봉 궁정의 귀부인이다. 부유한 상속녀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궁정무도회로 주선된다. 그런데 플로레스탕은 꽃가게의 주인인 에바리스트 코케나르의 부인인 아가테와 그렇고 그런 사이를 유지했었다. 에바리스트 코케나르는 곧 국방군의 대위로 임명될 것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에바리스트는 장교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칼을 다루는 일은 형편이 없다. 에바리스트는 궁정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리면서 초조해서 꽃가게의 아가씨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즐기고 있다.

 

플로레스탕과 맞선을 보고 이어 결혼까지 해야할 엘렌은 숙모인 에르메랑스 백작부인과 함게 파리에 도착한다. 엘렌과 플로레스탕은 서로 만나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은 마침 '꽃의 계절'이라는 꽃가게에 들려서 코사지를 사고자 한다. 그날 밤 조카 엘렌의 약혼을 축하하는 무도회를 갖기로 했는데 그때 옷에 달 생각으로 코사지를 사고자 한 것이다. 엘렌은 중매에 의한 맞선과 결혼에 대하여 마음 내켜하지 않는다. 그런데 엘렌과 에르메랑스 백작부인의 시종인 세라팽은 하녀인 드니스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이다. 마침 세라팽은 그날 밤에 드니스와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한편, 플로레스탕은 친구들인 루스토 남작과 함께 꽃가게에 나타난다. 루스토 남작은 플로레스탕이 슬며시 어디론가 사라질것 같아서 감시하는 임무이다. 플로레스탕은 꽃가게의 아가씨들과 시시덕거리면서 기분이 좋아있다. 엘렌과 에르메랑스는 플로레스탕의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는다. 플로레스탕은 꽃가게 주인의 부인인 아가테와 이제는 관계를 그만 끊어야 겠다는 얘기를 한다. 엘렌은 플로레스탕의 얘기를 듣다보니 바로 그가 자기와 결혼할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플로레스탕은 그동안 아가테와 즐거웠는데 이제 어쩔수 없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신부감이 시골아가씨여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그 얘기를 엿들은 엘렌은 속으로 플로레스탕에 대하여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플로레스탕이 잘 생긴 것을 보고 마음이 쏠리기는 한다.


에르메랑스 백작부인과 플로레스탕

 

플로레스탕은 총각시대의 마지막을 자축하기 위해서 꽃가게의 점원들을 모두 파티에 초대한다. 엘렌과 에르메랑스는 꽃가게의 점원으로 가장하여 플로레스탕의 파티에 참석키로 한다. 엘렌은 베로니크라는 이름으로, 에르메랑스는 에스텔르라는 이름으로 참석키로 한다. 한편 코케나르는 마침내 궁정으로부터 국방군 장교에 임명한다는 통보를 받고 너무 기뻐서 베로니크와 에스텔르를 꽃가게의 보조점원으로 채용한다. 베로니크는 플로레스탕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다. 플로레스탕과 베로니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본 아가테는 질투심으로 공연히 심술이 난다. 게다가 남편인 에바리스트도 새로 채용한 여점원에 대하여 이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자 아가테의 질투심은 더욱 커진다.

 

꽃가게에서

 

2막. 그날 저녁 로멩비유(Romainville)에 있는 투르네 브라이드 레스토랑이다. 세라팽과 드니스가 소박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코케나르씨는 엘렌의 숙모인 에르메랑스에게 관심이 있어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그런가하면 플로레스탕의 감시인인 루스토는 아가테에게 관심을 쏟는다. 플로레스탕은 베로니크가 사실은 자기와 결혼할 엘렌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만 베로니크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자 베로니크는 마치 수줍은 척 하면서 플로레스탕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 그러면서 은근히 플로레스탕을 조롱한다. 물론 베로니크로서도 플로레스탕이 그다지 밉지는 않다. 플로레스탕과 베로니크는 망아지도 함께 타고 그네놀이도 하면서 잠시 즐거운 시가늘 갖는다. 이윽고 플로레스탕은 베로니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그날 밤의 무도회에는 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플로레스탕은 기다리고 있던 마차를 빈차로 돌려 보낸다. 세라팽은 이제 베로니크와 에스텔이 누구인지를 알고서 깜짝 놀란다. 베로니크와 에스텔은 세라팽에게 무조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명령한다. 이제 엘렌과 에르메랑스는 이만치서 속이는 일을 그만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자기들 하인의 마차를 급히 빌려타고 파리로 향한다. 하여튼 플로레스탕과의 약혼을 발표하는 무도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로니크는 플로레스탕에게 편지를 써서 하인으로 하여금 전하도록 한다. 편지에는 급한 일이 있어서 파리로 가야해서 떠나니 영서해 달라는 것이며 인연이 닿으면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플로레스탕은 알지도 못하는 엘렌이라는 여자와 결혼할 바에는 감옥에 가는 것이 더 낫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루스토가 플로레스탕을 체포한다.

 

3막. 튈러리 궁전에 있는 어떤 살롱이다. 에르메랑스는 코케나르가 자기에게 청혼한 사실을 상기하며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엘렌은 플로레스탕을 무도회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만나게 되면 실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힐 셈이다. 이제는 정식으로 대위가 된 코케나르와 그의 부인 아가테가 궁정 무도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 두 사람은 어찌된 영문인지 알지 못한다. 코케나르와 아가테는 무도회장에서 베로니크와 에스텔을 만난다. 그제서여 이들의 정체가 누구인지 알고 놀란다. 아가테는 엘렌에게 플로레스탕이 베로니크, 즉 엘렌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비관하여 감옥에 가기로 했다는 얘기를 해준다. 엘렌은 즉시 플로레스탕의 빚을 갚아주어서 감옥으로부터 나오게 만든다. 플로레스탕이 무도회에 도착하자 아가테가 플로레스탕을 놀리면서 베로니크가 실은 엘렌이라고 말해준다. 플로레스탕과 엘렌이 화해하였음은 물론이다.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을 약속한다.

 

베로니크(엘렌)과 에스텔(에르메랑스). 영화 '베로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