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크리스마스와 오페라 2015. 12

정준극 2015. 12. 8. 10:38

OPERA POTPOURRI

크리스마스와 오페라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이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새로운 감동의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

푸치니의 ‘라 보엠’도 크리스마스이브가 무대

 

크리스마스가 오려면 아직 여러 날이나 남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오페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는 역시 미국의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2007)가 작곡한 단막 오페라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일 것이다. <아말...>은 미국 NBC 방송이 메노티에게 작곡을 요청한 것이다. 1951년 12월 24일 뉴욕시의 록펠러 센터에 있는 NBC 스튜디오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아말...>은 미국에서 TV 방영을 위해 작곡된 최초의 오페라이다. 그러나 이 오페라는 방송을 통해 첫 선을 보이기는 했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 되었다. 게다가 단막의 오페라이고 내용이 알기 쉽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교회, 학교, 마을회관 등 어디서나 공연되는 작품이 되었다. 오페라 <아말...>의 무대는 오늘날의 이락이나 이란쯤으로 보이는 곳이다.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던 때이다. 아말은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년이다. 아말의 어머니는 돈이 없어서 아말의 다리를 고쳐주지 못하여서 항상 마음이 아프다. 어느날 아말의 집에 손님 세 사람이 찾아온다. 하늘에 나타난 커다란 별을 따라가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유대 땅으로 가는 중에 잠잘 곳이 없어서 하룻밤 신세지기 위해 우연히 아말의 집 문을 두드린 것이다. 세손님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될 새로운 왕이 태어났기 때문에 예물을 가지고 경배하러 가는 중이라고 한다. 손님 중의 한 사람인 멜키오르는 황금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아말의 어머니는 순간 저 황금만 있으면 아말의 다리를 고칠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밤중에 몰래 황금을 훔친다. 하지만 하인 한 사람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들키고 만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깨어난다. 멜키오르는 어머니의 사정을 듣고 나서는 황금을 어머니에게 내어주며 ‘아기 왕께서는 아말이 어서 고쳐지기를 더 바랄 것이올시다’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왕께 드릴 선물을 가지려고 했던 것을 너무 부끄럽게 생각해서 받을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말의 다리가 나아서 걸어다닐수 있게 된다. 아말은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서 동방박사들과 함께 태어나신 왕을 경배하러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이 작곡한 <어린 굴뚝 청소부>(The Little Sweep)는 크리스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어린 굴뚝 청소부>는 어린이 오페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주로 공연한다. 미국의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자주 공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 굴뚝 청소부>는 영국의 학교에서 자주 공연한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연극으로서 유명한 스쿠르지가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있지만 오페라는 없는 셈이다. 때문에 기왕에 오페라를 공연키로 한 학교에서는 <어린 굴뚝 청소부>를 공연한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학교에서만 공연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 오페라극장에서도 당연히 공연한다. 가정 형편상 어쩔수 없이 굴뚝 청소부의 밑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는 일곱 살의 어린 샘(Sam)은 어른들이 못 살게 굴어서 정말 고생이 많다. 아이켄씨 저택의 굴뚝을 청소하러 온 날도 그렇다. 어른들은 일을 하지 않고 어린 샘에게만 어려운 일을 시킨다. 이를 보다 못한 그 집의 가정부 미스 바고트가 다른 아이들과 협력하여 어린 샘을 숨겨주고 나중에 못된 어른들이 없는 다른 마을로 탈출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이 오페라는 구원오페라(Rescue Opera)의 장르에 넣기도 한다. 구원오페라는 역경에 처하여 있는 사람을 구하여 낸다는 것이 줄거리인 오페라를 말한다. 예를 들면 루이지 케루비니의 <이틀간의 사건>,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 베토벤의 <휘델리오> 등이 구원오페라의 범주에 들어간다. 불쌍한 어린 아이가 못된 어른들로부터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벤자민 브리튼의 다른 오페라인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도 비슷한 내용이다. 실상 <어린 굴뚝 청소부>는 <오페라를 만듭시다>(Let's Make an Opera!)라는 무대 작품의 두번째 파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첫번째 파트는 연극이다. 아마추어 배우들이 오페라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각본을 만들고, 연습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파트가 이들이 만들고 직접 출연한 <어린 굴뚝 청소부>이다. 이 작품에는 오페라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선입감을 타파하기 위해 청중들이 함께 참여하는 순서도 만들어 넣었다. 인터발 후에 나오도록 한 관중들의 합창이 바로 그것이다. 관중들이 무대 위의 출연자들과 네 번이나 함께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The Sweep's Song(굴뚝 청소부의 노래), Sammy's Bath(새미의 목욕 노래), The Night Song(밤의 노래), Coaching Song(마차를 모는 노래)이다. 청중들의 노래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흥미로운 파트이다.

 

'어린 굴뚝 청소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오페라는 <사일런트 나이트>(Silent Night: 고요한 밤)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극작가 겸 영화감독인 크리스티안 캬리옹의 원작 희곡을 2005년도에 프랑스에서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라는 타이틀의 영화로 만들어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미국 피바디음악원의 교수인 케빈 푸츠(Kevin Puts: 1972-)라는 작곡가가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사일렌트 나이트’(고요한 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사일렌트 나이트’는 유네스코가 2011년에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노래이다. 세상에 수많은 노래들이 있지만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노래는 ‘사일렌트 나이트’가 유일하다. ‘사일렌트 나이트’(독일어로는 Stille Nacht, heilige Nacht)는 잘 아는 대로 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의 오베른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성당의 요제프 모르 신부가 가사를 썼고 역시 오베른도르프 학교의 음악교사인 프란츠 사버 그루버가 곡을 붙인 노래이다. 그런데 영화가 되었건 오페라가 되었건 ‘사일렌트 나이트’는 이 노래를 작곡하게 된 배경이나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이 아니다. 1차 대전 중에 서부전선의 어느 지점에서 독일군, 프랑스군, 스코틀랜드군이 서로 대치하면서 전투를 벌이던 중에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이다. 전쟁의 비인간적인 면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의 초연은 2011년 11월 12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에서였다.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세 나라 병사들이 전투를 중지하고 한 자리에 모였다.

 

1차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이다. 장소는 서부전선의 어느 곳이다. 날이면 날마다 총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병사들이 이유도 없이 끊임없이 죽어가는 곳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잠시 총성이 멎은 조용한 스코틀랜드 참호 속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온다. 어떤 병사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해서 백파이프로서 캐럴을 연주한 것이다. 그 노래를 들은 독일, 영국, 프랑스의 병사들이 총을 내려놓고 참호 밖으로 나와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함께 부르며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한다. 마침 이때 베를린에서 오페라 소프라노로 활동하던 안나가 독일 병사로 입대한 사랑하는 니콜라우스를 찾아온다. 안나는 모든 병사들을 위해 ‘사일렌트 나이트’를 부른다.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세 나라 병사들의 지휘관들은 참호에서 나와서 만난다. 이들은 아예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날도 휴전키로 한다. 세 나라의 병사들은 모두 참호에서 나와 노래도 부르고 게임을 하면서 잠시 전쟁의 총격을 잊는다. 그리고 그동안 서로의 총격으로 전사한 병사들의 합동장례식을 치룬다. 모두들 어째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죽이고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한다. 그러나 사령부의 생각은 달랐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휴전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또한 적군들과 여흥의 시간을 가졌다니 말도 안된다면서 지휘관들을 문책한다. 그리고는 어서 총격을 가하여 적군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병사들은 과연 크리스마스의 정신이란 어디 있는가를 생각한다.

 

러시아는 나름대로 훌륭한 크리스마스 오페라들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차이코브스키의 <슬리퍼>(Cherevichki),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눈 아가씨>(Snegurochka)와 <크리스마스이브>(Noch' pered Rozhdestvom)가 있다. 차이코브스키의 <슬리퍼>는 원래 제목이 ‘왕비의 신발’(체레비츠키)이지만 영어로는 간단히 <슬리퍼>라고 부른다. <슬리퍼>는 ‘작은 신발’(The Little Shoes) 또는 ‘왕비의 슬리퍼’(The Tsaritsa's Slippers)라는 제목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Les caprices d'Oxane(옥사느의 변덕)이라는 타이틀로 알려져 있다. 옥사느는 주인공 아가씨의 이름이다. <슬리퍼>는 차이코브스키가 1876년에 작곡한 오페라 <대장장이 바쿨라>의 새로운 버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리퍼>가 되었던지 또는 <왕비의 신발>이 되었던지 이 오페라가 한번도 공연된 일이 없어서 제목을 무엇이라고 붙여야 하는지, 내용은 무엇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의례 공연되는 오페라이다. 원래 제목인 체레비츠키는 ‘짜리짜의 부츠’라고 번역하면 그럴듯할 것 같다. 짜리짜는 제정러시아의 황제인 짜르의 부인을 말한다. 이 오페라의 영어 제목은 <슬리퍼>이지만 러시아 여인들이 즐겨 신는 것은 부츠이고 보면 <부츠>라고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왕비의 슬리퍼>는 기본적으로 코믹 오페라이지만 코믹하면서도 환상적이기 때문에 코믹-환타지 오페라라고 부른다. 대본은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 야콥 폴론스키(Yakob Polonsky: 1819-1898)가 맡았다. 러시아의 문호 니콜라이 고골이 쓴 ‘디칸카 인근 농장에서의 저녁’이라는 문집 중에서 ‘크리스마스이브’ 편의 스토리를 기본으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이 비록 <슬리퍼>이지만 내용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이브>와 같다. <슬리퍼>는 1887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다. 주인공은 코사크의 딸인 아름다운 오크사나(Oksana)와 그를 사랑하는 대장장이 바쿨라(Vakula)이다. 다른 사람들은 두 젊은 남녀의 해피엔딩을 위한 들러리들이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도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소설집인 ‘디칸카 부근 농장에서의 저녁’에 수록된 ‘크리스마스이브’라는 단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디칸카는 우크라이나 중부의 작은 마을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고골은 우크라이나 각지의 민화를 바탕으로 단편들을 썼다. 고골의 단편소설인 ‘크리스마스이브’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러시아에서 적어도 세 편 이상의 오페라로 작곡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차이코브스키의 <대장장이 바쿨라>(Vakula the Smith)이다. 차이코브스키는 나중에 이 오페라의 제목을 <슬리퍼>로 바꾸었다. 그러므로 차이코브스키의 <슬리퍼>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이브>는 같은 내용이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누구나 잘 아는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캐롤 들과 민속노래 들이 나오기 때문에 친밀감을 주며 아울러 진실로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림스카-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이브>는 1895년 12월 10일, 크리스마스 기분이 한창 피어오르고 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왕비의 슬리퍼' 무대

 

영국의 리챠드 셰파드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3부작 오페라를 작곡했다. <선한 벤체슬라스 임금님>(Good King Wenceslas), <성 니콜라스>(St Nikolas), <목자의 연극>(The Shepherd's Play)이다. 크리스마스 캐롤로도 유명한 <선한 벤체슬라스 임금님>는 10세기 보헤미아의 왕으로서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즉 성스테판 축일에 종자 한 사람과 함께 궁전을 나가서 가난한 농부들에게 자선을 베푼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무섭게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벤체슬라스 왕을 따라가고 있는 시종 소년은 온 몸이 훈훈하여져서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1853년에 영국의 찬송가 작곡가인 존 메이슨 닐이라는 사람이 벤체슬라스 왕에 대한 전설을 노래 가사로 만들어서 13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요에 곡을 붙였다. 그것이 오늘날 크리스마스 캐롤로 널리 알려진 ‘선한 왕 벤첼라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캐롤을 ‘마리아는 아기를’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 개신교 찬송가(129장)에 수록하였다. ‘마리아는 아기를 구유에 뉘고/이 세상에 나신 주 강보 속에 싸여/천한 곳에 나신 주 우리 구주시라/자비하신 주께서 영광 중에 오셨네’라는 가사이다.

 

오페라의 내용 중에 크리스마스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는 푸치니의 <라 보엠>이 단연 먼저 생각난다. 파리의 라틴구역에 있는 어떤 아파트의 다락방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들 4명이 같은 아파트의 다락방에 살고 있는 미미라는 아가씨와 함께 번화한 거리에 있는 카페 모뮈에 가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축하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보헤미안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네 명의 친구들은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음악가 쇼나르, 철학자 콜리네이다. 이들은 비록 가난하여서 추운 겨울에 난로도 지피지 못하고 지내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를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에 로돌포가 새로 친구로 삼은 미미가 함께 한다. 그리고 카페 모뮈에서 식사를 할 때에 예전에 화가 마르첼로가 사귀었던 의상실 아가씨인 뮤제타가 합석한다. 거리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온갖 행상들이 물건을 사라고 소리치며 다닌다. 여기에 병사들이 행진하여 들어와서 합류한다. 기분 좋고 유쾌한 크리스마스이브이다.

 

'라 보엠'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카페 모뮈 앞 광장

 

이밖에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의 오페라 <긴 크리스마스 딘너>The Long Christmas Dinner)도 크리스마스와 연관되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로서 메노티의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이 있다면 독일에는 힌데미트의 <긴 크리스마스 딘너>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 오페라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오페라 <긴 크리스마스 딘너>(Das Lange Weihnachtsmahl)는 미국의 극작가인 손튼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동명희곡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와일더의 협조하여 대본을 쓴 단막의 비극적 오페라이다. 90년 동안 대를 이어 이어져 온 바야드(Bayard)가의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만찬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 내려가는 동안,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고 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발전된 모습도 보여주는 등 역사 속의 인간이 아닌 실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 오페라는 대단히 함축된 내용과 대사로 구성되어 있지만 따듯한 유머가 있으며 출연자 각자의 성격적 특성을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어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긴 크리스마스 딘너'

 

이탈리아의 일데브란도 피체티(Ildebrando Pizzetti: 1880-1968)의 <대성당에서의 살인>(Assassinio nelle cattedrale)에서는 주인공 토마스 베켓이 1170년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대성당에서 설교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20세기 음악사에 있어서 일데브란도 피체티라는 이름은 그의 위대한 작품성에 비하여 이상하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오토리노 레스피기와 다를 바가 없다. 레스피기도 그의 작품이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나중에 재인식되었던 작곡가이다. 일데브란도 피체티는 지안 프란체스코 말리피에로(Gian Francesco Malipiero), 알프레도 카셀라(Alfredo Casella)와 함께 이른바 '80년대 세대'(La generazione dell'Ottanta: Generation of the 1880s)라고 불렸다. 이들은 그 이전의 몇 십년동안 이탈리아 음악이 로시니, 도니체티, 베르디 등에 의한 오페라 일변도였던 것에서 탈피하여 비오페라적인 이탈리아의 전통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했던 집단이다. 이 그룹의 리더가 바로 일데브란도 피체티였다. 그런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체티의 이름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1958년 3월 1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된 <대성당의 살인>이었다.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1170년 캔터베리대성당에서 대주교인 토마스 베켓(Thomas Becket: 1118-1170)을 암살한 내용을 그린 것이다. 토마스 베켓은 ‘캔터베리의 성토마스’(St Thomas of Cantebury) 또는 ‘런던의 토마스’(Thomas of London)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신망을 받고 있던 교회의 지도자였다. 그러나 왕의 미움을 받아서 암살당하였다.

 

허만과 플로이드과 합작한 오페라 <우털링 하이츠>(Wutherling Heights)도 크리스마스의 장면이 나오는 오페라이다. 우털링 하이츠는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1818-1848)의 유일한 소설이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두 편의 오페라가 작곡되었다. 하나는 뉴욕 출신의 버나드 헤르만(Bernard Herrmann: 1911-1941)이 작곡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칼라일 플로이드(Carlisle Floyd: 1926-)가 작곡한 것이다. 두 오페라의 타이틀은 당연히 모두 <우털링 하이츠>이다. 버나드 헤르만은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더 유명하다. 오손 웰스의 영화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의 음악을 작곡하였고 그 후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인 ‘사이코’(Psycho: 1960)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 등 8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바 있다. 감리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칼라일 플로이드는 <수산나>(Susannah: 1955), <조나탄 웨이드의 수난>(The Passion of Jonathan Wase: 1962),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 1970), <꽃과 매>(Flower and Hawk: 1972), <콜드 새시 트리>(Cold Sassy Tree: 2000) 등의 오페라를 작곡한 미국의 중견 오페라작곡가이다.

 

오페라는 플래쉬백 스타일로서 과거와 현재가 반복하여 등장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프롤로그는 세가지 기본적인 모티프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비극적인 캐시의 영혼이 한숨을 쉬는 모티프이다. 목관악기들이 연주한다. 두번째는 우털링 하이츠 자체를 소개하는 모티프이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들이 연주한다. 세번째는 역시 캐시에 대한 모티프이다. 클라리넷이 연주한다. 프롤로그의 음악과 에필로그의 음악은 같다. 프롤로그는 캐서린 언셔가 죽은지 20년이 지난 때의 일이다. 캐서린이 망령으로서 다시 나타난다. 우털링 하이츠는 영국 북부 요크셔 지방의 시골에 있는 저택의 이름이다. 주인공인 히스클리프는 부모를 잃고 어릴 때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었으나 마침 우털링 하이츠의 주인인 언셔씨가 런던에 왔다가 측은하게 여겨서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운다. 히스클리프는 어릴 때부터 오누이처럼 함께 지낸 언셔씨의 딸 캐서린을 사랑하지만 캐서린은 에드가 린턴이라는 사람과 결혼한다. 이야기는 캐서린을 잊지 못하는 히스클리프의 고뇌와 번민에 대한 것이다.

 

'우털링 하이츠'. 미네소타 오페라. 캐서린에 사라 자크비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