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이국적 배경의 오페라 - 극동

정준극 2015. 12. 9. 10:30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아시아 무대의 오페라들

한국 배경의 ‘심청’, 일본 배경의 ‘나비부인’, 중국 배경의 ‘투란도트’ 대표적

 

중세 이후 유럽에서는 지식이 늘어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부터 먼 나라, 즉 이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이국은 유럽 이외의 모든 나라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유럽인들은 특히 동양에 대하여 호기심이 많았다. 중국이 대표적이었다. 14세기 초의 마르코 폴로가 동양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해 주었다. 그런데 사실상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동양, 즉 오리엔탈은 이스탄불 건너편으로부터였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면 그곳부터가 동양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의 터키는 물론, 이스라엘도 당연히 동양으로 간주하였다. 그런가하면 이집트 등 아프리카 북부지역도 오리엔탈로 간주하였다.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오페라에서도 나타났다. 동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극동 3국, 즉 한국,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들로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본다.

 

○ 중국

이국적 배경의 오페라로서는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들이 가장 많다. 동양이라고 하면 우선 중국을 연상하기 때문인 모양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다보니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오페라 작곡가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열심히들 활동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 작곡가들에 의한 현대적 오페라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중국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오페라는 무어라 해도 푸치니의 <투란도트>(Turandot)이다. 푸치니는 베이징을 무대로 삼은 <투란도트>를 작곡했고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나비부인>도 작곡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중국이나 일본을 실제로 방문해서 연구하고 조사한 일은 없다. 그래도 그의 오페라에 동양풍의 음악을 많이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투란도트>에는 중국의 전래 민요인 말리화의 선율이 간간히 나온다.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의 이름이다. ‘투란도트’의 스토리는 잘 알려진 것이므로 생략한다.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항상 ‘투란도’라고 발음했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이다. 그것을 프랑코 알파노가 마지막 미완성 부분을 완성했다. 그런데 중국 시안 출신의 하오 웨이야(Hao Weiya: 1978-)라는 작곡가가 ‘투란도트는 중국이 배경이므로 중국 작곡가가 미완성 부분을 완성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여 푸치니가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부분을 완성했다. 2008년 베이징에서 푸치니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하오 네이야 완성의 <투란도트>가 처음 공연되었다.

 

'투란도트'. 베이징 국가대극원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인 <웃음의 나라>(Das Land des Lächelns)도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헝가리계 오스트리아의 작가 겸 대본가인 빅토르 레옹(1858-1940)의 ‘황금 자켓’(Die gelbe Jacket)이다. 초연은 1929년 베를린에서였다. 오스트리아제국의 수도인 비엔나 주재 중국대사관의 고관인 수총은 리히텐펠스 백작의 딸인 리자를 사랑하게 된다. 실은 수총은 청나라의 황태자이다. 얼마후 수총은 중국의 총리대신으로 임명되어 본국으로 가게 된다. 서로 사랑하게 된 수총과 리자는 결혼하여 베이징에 가서 살게 된다. 황실에서는 수총에게 후사를 위해 청나라 여인들을 추가 부인으로 맞아 들이라고 요구하지만 수총은 오로지 리자만을 사랑한다. 청나라에서는 황태자라면 네명의 부인까지 둘 수 있다. 중국에 온 리자는 모든 것이 낯설어서 고향생각만 한다. 더구나 시어머니인 황후는 아들 수총에게 나라를 위해 청나라 규수를 부인으로 맞아들이라고 종용한다. 마침 그때 평소에 리자를 사모하던 포텐슈타인 백작이 중국을 찾아온다. 수총은 리자의 행복을 위해 리자가 포텐슈타인 백작과 함께 비엔나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한다는 내용이다. 수-총의 아리아 Dein ist mein ganzes Herz(그대는 나의 온 마음)은 매우 아름다운 곡이다.

 

프란츠 레하르의 '웃음의 나라'. 독일 바덴바덴 무대

 

미국의 존 애덤스(1947-)는 <중국에 간 닉슨>(Nixon in China)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1972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닉슨이 공산주의 중국을 방문한 역사적 사실을 풍자한 오페라이다. 마오쩌둥은 위대한 아시아혁명이라는 이상을 완수하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오페라이다. 그러나 닉슨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측의 비밀 목표는 중국 땅에 햄버거 상점들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 오페라는 1987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초연을 가졌다. 1970년대 당시에 이 오페라는 동서냉전의 화해라는 엄청난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서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수없이 공연되었다. 혹자는 미국에서 푸치니, 베르디, 모차르트 다음으로 애덤스의 오페라가 많이 공연되었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중국에 간 닉슨'

 

영국의 중견 여류 작곡가인 주디스 웨이어(1954-)는 <중국 오페라에서의 하룻밤>(A Night at the Chinese Opera)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13세기 원나라 시대에 황제의 미움을 받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노력하는 후손의 이야기를 현대의 케이스에 빗대어서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1914년에 발표한 <나이팅게일>(Le rossignol)은 오페라라기보다는 발레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는 오페라로서 공연되고 있다. 그러나 노래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무대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는 무언극(마임)을 하는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형식이어서 색다르다. 어느 어부가 나이팅게일을 황제에게 바친다. 황제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으면서 기뻐한다. 얼마후 일본 사절단이 황제에게 기계로 만든 나이팅게일을 선사한다. 황제는 기계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생각해서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황제는 매일 기계 나이팅게일의 노래만 듣는다. 그러나 기계 나이팅게일은 고장이 난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된 황제는 병에 걸리고 죽음의 사자가 그를 데리러 온다. 그때 진짜 나이팅게일이 나타나서 노래를 불러 죽음의 사자를 감동시키고 이어 황제의 병을 낫게 해 준다는 내용이다.

 

'중국 오페라에서의 하룻밤'

 

<바 타 클란>(Ba-ta-clan)은 자크 오펜바흐의 첫 성공작 오페레타 또는 시누아즈리 뮤지칼(Chinoiserie musicale)로 단막이다. 어쩐 일인지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중국풍이 대유행이었다. 중국을 마치 상상의 신비한 존재로 간주하여 막연히 동경하고 중국 스타일이라고 하면 무조건 좋아하는 습관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중국적 영향을 받은 유럽의 예술 스타일을 시누아즈리라고 말하며 음악, 특히 오페라 또는 오페레타에 있어서의 그런 영향을 ‘시누아즈리 뮤지컬’이라고 불렀다. 오펜바흐의 <바 타 클란>은 그중 하나이며 엠마누엘 샤브리에의 오페라 부프인 <피슈 톤 캉>(Fisch-Ton-Kan)도 그 중 하나이다. ‘바 타 클란’이라는 용어는 북을 '둥 둥 둥' 치는 소리를 말한다. 영어의 Ra-ta-plan(라 타 플란)과 마찬가지의 표현이다. 병사들이 전진할 때에 북을 둥둥치는 소리이다. 어떤 프랑스 시골 청년이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중국어만 사용하는 섬나라에 도착한다. 섬나라 백성들은 프랑스 청년을 신기하게 여겨서 그들의 왕으로 삼는다. 그로부터 온갖 웃기지도 않는 일들이 벌어진다. 보다 못한 근위대장이 반란을 일으킨다. 근위대장이 이끄는 병사들이 바 타 클란 북소리를 들으면서 왕궁으로 진격해 온다. 결국 왕은 프랑스로 돌아가서 예전처럼 살고 싶어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극장 '바타 클란'은 2015년 11월에 파리에서 IS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관람하다가 희생되었다.

 

'바타 클란'. 비엔나 실내오페라극장

 

미국의 실험오페라 작곡가인 스튜워트 월레이스(1960-)가 작곡한 <접골사의 딸>(The Bonesetter's Daughter)의 배경은 중국이다. 원작은 중국계 미국의 작가인 에이미 탄(譚恩美: 1952-)의 2001년도 동명 소설이다. 오페라 <접골사의 딸>은 2008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초연하였다. 한편, 상하이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고 있는 브라이트 솅(Bright Sheng: 1955-)이 <마담 마오>(Madame Mao)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브라이트 솅은 비록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작곡가로 간주되고 있는 중견이다. <마담 마오>는 2003년에 산타페 오페라가 처음 공연했다. 마담 마오는 마오쩌둥의 네번째 부인인 장칭(江靑: 1914-1991)을 말한다. 장칭은 문화혁명을 통하여 마오쩌둥 사상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모두 숙청하였다. 오페라 <마담 마오>의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장칭이라는 여자의 생애를 드라마틱하게 엮은 것이지만 오페라라는 특성 때문에 장칭의 사랑과 욕망과 절망이 오히려 많은 비중을 차지한 작품이다. 중국은 이 오페라에 대하여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였다. 마오 주석의 모습을 미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골사의 딸' 무대

 

브라이트 솅과 함께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탄 던(Tan Dun: 1957-)이 있다. 탄 던은 영화음악도 여러 편을 작곡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시상식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탄 던은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들을 현대적인 감각에서 작곡하였다. 대표적인 것은 <마르코 폴로>(Marco Polo: 1966), <시황티>(始皇帝: The First Emperor: 2006), <차: 영혼의 거울>(Tea: The Mirror of Soul: 2002), <무단팅>(牡丹亭: The Peony Pavilion: 1998) 등이다. 모두 국제적으로 크게 인정을 받은 오페라들이다. 1988년 비엔나 페스티발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또 하나 중국의 유명한 작곡가인 관 시아(Guan Xia: 1957-)가 작곡한 오페라가 있다. <뮬란>(木蘭)이다. <뮬란>은 2008년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에서 공연을 가져 큰 찬사를 받았다. 이밖에 오페라는 아니지만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발레 작품으로서 독일의 베르너 에그크(Werner Egk: 1901-1983)가 작곡한 <중국의 나이팅게일>이 있다.

 

'시황제'. 플라시도 도밍고와 엘리자베스 훠탈. 뉴욕 메트로폴리탄

 

○ 일본

19세기에 유럽에서는 동양의 나라 중에서도 특히 일본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한 현상은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가 유럽에 소개되면서부터 더욱 활발해졌다. 영국에서는 이같은 추세를 앵글로-저패니스(Anglo-Japanese)라고 불렀으며 프랑스에서는 자포니슴(Japonism)이라고 불렀다. 카미유 생 상스의 단막 오페라인 <노란 공주>(La princesse jaune)는 그러한 자포니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다만, 무대가 프랑스가 아니라 네덜란드라는 것이 다르지만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

 

오페라와 일본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생각하게 된다. 1904년 밀라노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몇년전에 미국오페라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는 바로 <나비부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오페라이다. <나비부인>은 1890년대에 일본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실화를 미국인 선교사의 부인이 소설로 쓰고 그것을 연극으로 만든 것을 푸치니가 런던에서 보고 감동을 받아 오페라로 작곡했다고 한다. 한편,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사촌쯤 되는 <국화부인>이라는 오페라도 있다. 프랑스의 앙드레 메사저라는 작곡가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나비부인>과 무대가 같은 나가사키이지만 남자 주인공은 미해군 장교가 아니라 프랑스 해군장교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두 오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비부인>에서는 초초상이 아들 돌로레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사라지기로 결심하여 자결하지만 <국화부인>에서는 국화부인이 임시 남편인 프랑스 장교와 당연히 헤어질 것으로 생각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임시 남편을 구해야겠다는 독백으로 막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아무튼 두 오페라는 개화기의 일본의 풍물들을 보여줄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롭지만 동양 여인을 마치 서양인의 잠시 노리개처럼 설정해 놓은 것은 불쾌한 일이기도 하다.

 

'나비부인'. 초초상과 핀커튼의 결혼식 장면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로서 마스카니의 <이리스>(Iris)를 빼놓을 수 없다. <나비부인>보다 6년전인 1898년에 로마에서 초연된 오페라이다. 마스카니가 일본을 무대로 한 <이리스>를 작곡한 것도 생각해보면 당시 유럽에서 풍미하던 동양호기심의 일환이라고 볼수 있다. 아름다운 이리스를 못된 건달인 오사카가 자기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 납치한다. 오사카는 이리스의 가난한 아버지에게 마치 이리스가 좋아서 가출한 것처럼 둘러댄다. 이리스의 아버지인 치에코는 딸의 무분별한 처신에 저주를 퍼붓는다. 한편, 오사카는 이리스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너무나 순진한 여자인 것을 알고는 그만 실망해서 이리스를 거리에 내보내 노래를 부르게 하여 돈이나 벌자고 생각한다. 거리에 나선 이리스는 우연히 아버지를 보고 반가워서 달려가지만 아버지는 창피함과 분노로서 오히려 이리스를 저주한다. 절망한 이리스는 결국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한다는 내용이다.

 

마스카니의 '이리스' 무대. 테아트로 마시모

 

독일의 한스 베르너 헨체는 <배반의 바다>(Das verratnen Meer)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원작은 유키오 미시마의 소설 고고노 에이코(午後の 曳航: The Afternoon Shiptowing: 바다와 함께 불명예스럽게 된 뱃사람을 의미함)이다. 1990년에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에서 초연되었다. <배반의 바다>의 무대는 요코하마이다. 무대는 개항 이후의 요코하마이다.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미망인 후사코는 열세살짜리 아들 노보루와 함께 살고 있다. 노보루는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드는 항해사를 영웅으로 생각한다. 2등 항해사인 류지는 사랑하는 후사코를 위해 이제 그만 선원생활을 하고 정착해서 사업에나 열중할 생각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된 노보루는 류지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른 못된 친구들과 합세하여 류지를 으슥한 곳으로 유인한 후 죽인다. 길버트-설리반 콤비의 사보이 오페라(영국스타일의 오페레타 겸 뮤지컬) 중에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미카도>도 일본이 배경이다. 미카도라는 말은 일본의 왕을 말한다. <미카도>(御門)는 1885년 런던의 사보이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미카도의 아들, 즉 왕자인 난키푸는 티티푸 마을의 아름다운 아가씨인 염염을 사랑한다. 그러나 미카도는 난키푸 왕자를 나이 많은 카티샤와 결혼시킬 생각이다. 한편, 염염은 마을의 사형집행인인 코코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난키푸와 염염이 맺어진다는 코믹한 스토리이다.

 

'미카도'의 무대. 뉴욕 길버트 앤 설리반 플레이어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하 장편소설이다. 일본사람들은 겐지 모노가타리가 11세기에 써진 것이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영국의 조프리 초서가 쓴 ‘캔터베리 이야기’는 고작 1400년에 완성되었을 뿐이므로 그런 말도 나올 법하다. 겐지 모노가타리는 일본 고전문학의 금자탑이다. 1999년에 작곡가 미키 미노루(1930-)가 겐지 모노가타리의 스토리를 현대 오페라로 완성하였다. 다만, 6권 전편이 아니라 앞부분의 3편만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오페라 <겐지 모노가타리>는 2000년에 미국 세인트루이스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2001년에는 도쿄의 유라쿠쪼에 있는 니쎄이(日生)극장에서 일본 초연이 이루어졌다.

 

'겐지 모노가타리' 세인트 루이스 초연. 2000

 

○ 한국

한국을 소재로 한 오페라로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은 현재로서는 윤이상(1917-1995)의 <심청>(Sim Tjong: 沈淸)이 대표적이다. 부제는 ‘천사들과 장님’(The Angels and the Blind)이다. 국내적으로는 여러 창작오페라들이 있으나 대본을 영어나 이탈리아어, 또는 프랑스어로 만든 작품은 희귀하다. 윤이상의 <심청>은 대본이 독일어로 되어 있다.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뮌헨올림픽을 기념하여 1972년 8월 1일 뮌헨 슈타츠오퍼에서 초연되었다. 그런데 오페라 <심청>의 스토리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는 ‘심청전’의 스토리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심청이는 원래 천상의 선녀였는데 무슨 사연이 있어서 세상의 심봉사 집에 태어난다. 심청이가 태어난 직후에 어머니 이씨(李氏)는 앞 못보는 남편을 뒤로 한채 세상을 떠난다. 이웃에 살고 있는 뺑덕어멈은 심봉사의 가련함을 불쌍히 여겨서 갓난아기 심청을 돌보아 주기로 약속한다. 이상이 서막에 해당한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 깊은 바다에 빠진 심청은 용왕의 호의로 연꽃 속에 실려서 세상에 나온다. 심청은 황제를 만나게 되고 황제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서 심청에게 황후가 되어 줄것을 간청한다. 심청은 황제에게 결혼식에 심봉사를 초청해 달라고 부탁한다. 심봉사는 다른 소경들과 함께 황제와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대궐로 들어간다. 심봉사는 황제에게 자기는 본래 양반집 자손인 심학규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딸 심청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 얘기를 들은 심청은 그 봉사가 아버지인 것을 확신하고 자기의 아름다운 머리장식에서 연꽃 장식을 뽑아 신비로운 동작으로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다. 황제와 심청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리는 중에 막이 내린다. 우리나라 오페라 작곡가들에 의한 오페라들이 국제적인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