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꽃의 계절 5월과 오페라

정준극 2015. 12. 28. 09:50

OPERA POTPOURRI

꽃의 계절 5월....오페라에 담겨 있는 꽃의 노래들

카르멘에서 ‘꽃노래’, 나비부인에서 ‘꽃의 이중창’ 등

 

5월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에서 ‘아름다운 시절 5월에’(Im wunderschönen Monat Mai)이다. ‘아름다운 시절 5월에, 모든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움틀 때에, 내 마음에도 사랑이 싹텄다네, 아름다운 시절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하는 때에,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속에 나의 동경과 소원을 노래하였다네’라는 내용이다.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것이다. 아름다운 시절 5월은 꽃의 계절이다. 작곡가들이 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음악을 작곡한 경우는 많이 있다. 하지만 오페라에 꽃을 주제로 삼은 아리아 또는 듀엣은 별로 많지 않다. 꽃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 또는 꽃에 대한 아리아/듀엣/합창이 나오는 오페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카르멘>에서 돈 호세의 꽃노래

우선 비제의 <카르멘>(Carmen)에서 돈 호세가 부르는 ‘꽃노래’이다. 모든 꽃노래를 대표하는 것과 같은 노래이지만 그렇다고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꽃 한 송이를 들고 그 꽃을 준 카르멘에게 사랑을 호소하지만 카르멘은 별 생각없이 던져 준 꽃 한 송이를 가지고 무얼 그리 야단이냐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돈 호세가 카르멘으로부터 받은 꽃 한 송이를 꺼내 보이면서 부르는 노래가 ‘그대가 나에게 던져준 꽃 한 송이’(La fleur que tu m'avais jetee)이다. 보통 ‘꽃노래’라고 부르는 아리아이다. 돈 호세가 애절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카르멘의 마음은 이미 돈 호세로부터 멀어져 있다. 카르멘이 돈 호세에게 던져준 꽃은 어떤 꽃일까? 분명하게 무슨 꽃이라고 설명은 되어 있지 않지만 아무래도 장미일 것이라는 것이 대체로의 생각이다. 정열의 집시 여인 카르멘과 어울리는 꽃이기 때문이다.

 

돈 호세의 플라시도 도밍고, 카르멘에 미제네스

 

<나비부인>에서 초초상과 스즈키의 ‘꽃의 이중창’

푸치니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에서 ‘꽃의 이중창’은 오페라에 나오는 꽃과 관련된 노래로서 유명한 것이다. 초초상은 남편 핀커튼이 미국으로 떠날 때 곧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을 믿고 어느덧 3년이 넘게 기다린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돌로레)가 벌써 세살이나 되었다. 하지만 핀커튼으로 부터는 편지 한장이 없다. 그래도 초초상은 핀커튼이 돌아와서 자기와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갈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대포 소리가 들리고 저 아래 항구에 미국함선인 에이브라함 링컨 호가 입항하는 모습이 보인다. 초초상은 남편 핀커튼이 드디어 돌아왔다고 확신하고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초초상은 그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핀커튼은 오지 않을 것이니 재혼하라는 소리를 무척이나 들었다. 초초상은 ‘모두들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나 혼자만이 믿지 않았어요. 그를 사랑하는 나만이. 내 사랑, 나의 믿음. 완전한 승리지요. 그가 돌아 왔어요. 그리고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초초상은 핀커튼이 당장이라도 뛰어 오면서 ‘나비야’라고 부를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지라는 생각까지 한다. 초초상은 하녀 스즈키와 함께 마루와 마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벚나무에서 꽃을 따다가 마당에 뿌린다. 초초상은 ‘집안을 모두 꽃으로 장식해야지. 모든 곳을! 밤중에 하늘에 별들이 넘쳐 보이듯이. 봄의 향기가 방마다 넘쳐 나도록 꽃으로 장식해야지’라며 하녀 스즈키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바로 ‘꽃의 이중창’이다.

 

'나비부인'에서 초초상

 

<라크메>에서 라크메와 말리카의 ‘꽃의 이중창’

들리브의 <라크메>(Lakme)에서 '꽃의 이중창'은 오페라에 나오는 듀엣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곡 중의 하나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노래이다. 오페라 <라크메>는 영국이 지배하던 인도에서 일어난 일이다. 라크메는 인도 브라민 고승인 닐라칸타의 아름다운 딸의 이름이다. 닐라칸타는 딸 라크메가 혹시라도 영국 군인들의 눈에 띠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왕래가 드믄 깊은 산속에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다. 어느날, 라크메는 날씨가 하도 더워서 목욕을 하러 하녀 말리카와 함께 보트를 타고 숲 속 깊숙한 곳의 연못을 찾아 나선다. 라크메와 말리카와 함께 보트를 타고 가면서 주위 경치를 살펴보니 녹음이 우거진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옛 사원인듯한 건물의 돔(지붕)에 자스민 꽃이 만발하여 덮여 있는 것을 보고 감동한다. 그러면서 하녀 말리카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바로 ‘꽃의 이중창’이다. ‘보라 말리카, 자스민 꽃이 덮여 있는 지붕을’(Viens, Mallika... Dôme épais le jasmin)이다.

 

'라크메'에서 라크메와 말리크

 

<파르지팔>에서 꽃처녀들의 합창

바그너의 <파르지팔>(Parsifal)에서 꽃처녀들이 부르는 노래가 ‘오라 오라 사랑스런 소년이여’(Komm, komm, holder Knabe)이다. <파르지팔>의 2막 2장 클링소르의 마법의 성에 있는 꽃밭에는 아름다운 꽃처녀들이 있다. 대본에는 여섯명으로 되어 있지만 실은 더 많을수도 있다. 꽃처녀들은 순진한 청년 파르지팔이 나타나자 그를 유혹하기 위해 서로 다투기까지 한다. 그러나 파르지팔은 너무나 순진하여서 꽃처녀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꽃처녀들은 파르지팔을 포기하여 떠나면서 그를 바보라고 부른다. 내용이야 그렇더라도 음악만은 바그너의 신비함이 넘쳐 있는 장면이다.

 

꽃처녀들에 둘러싸인 파르지팔

 

<마르타>에서 ‘한 떨기 장미꽃’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우의 <마르타>(Martha)에는 ‘한 떨기 장미꽃’이라는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 독일의 플로토우는 오페라 작곡에 있어서 프랑스 스타일의 우아함과 아기자기함을 도입하였다. 플로토우가 프랑스의 쥘르 앙리 베르노이 드 생 조르즈의 단편소설 ‘리치몬드 시장’(Der Markt zu Richmond)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가 <마르타>이다. 오페라 <마르타>는 1847년 비엔나의 캐른트너토르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710년 영국이 무대이다. 앤느 여왕의 수석시녀인 해리에트는 궁정생활이 지루하여서 하녀 낸시와 함께 신분을 속이고 새로운 생활을 경험해 보기 위해 리치몬드 시장에 나가서 남의 집 하녀로 들어간다. 해리에트는 이름을 마르타라고 바꾼다. 두 여인은 시골 청년들을 주인으로 만나 그 집에 가서 일을 하지만 어설프기가 이를데 없다. 하지만 마르타(해리에트)와 시골 청년인 라이오넬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2막에서 마르타가 부르는 아리아가 ‘한 떨기 장미꽃’이다. 원래는 아일랜드 민요이다. 노래의 원래 제목은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The Last Rose of Summer)이다. 당시에는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 잘 알려진 민요를 넣는 것이 유행이었다. 아일랜드 민요 ‘한떨기 장미 꽃’은 오페라 <마르타>를 통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마르타'에서 '한떨기 장미꽃'을 부르는 해리에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베리스모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에서 부활주일의 아침에 마을사람들이 부르는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는 시실리의 봄날을 노래한다. 시실리에서 오렌지 꽃은 부활절을 전후해서 활짝 피는 모양이다. 부활주일의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부활주일 미사를 위해 성당으로 가면서 흥겹게 부르는 합창을 들어보면, 오렌지꽃 향기가 바람에 날려서 온 누리에 가득하여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들의 사랑도 피어난다고 노래합니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합창곡입니다. 정말로 오렌지 꽃향기가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입니다.

 

부활절 아침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장미의 기사>에서 은장미를 전달할 때의 조피와 옥타비안의 이중창

리하르트 슈트라우의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에서 장미의 기사인 옥타비안이 결혼식 전날에 신부인 조피에게 은장미를 전달하는 장면에서 조피와 옥타비안이 부르는 노래가 아름답다. 장미의 기사는 결혼식 전날에 신랑 측에서 신부에게 일종의 폐백으로 보내는 은장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2막에서 드디어 장미의 기사가 신부인 조피에게 은장미를 전달하러 온다. 조피는 유모인 마리안느와 함께 장미의 기사를 맞이한다. 화려한 은빛 의상을 입은 옥타비안이 은장미를 들고 호위병들과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등장하여 조피에게 대단히 예의 바르게 전달한다. 그러나 조피를 처음 본 옥타비안, 옥타비안을 처음 본 조피는 서로가 서로에게 끌려서 어느덧 사랑의 마음이 솟아난다. 두 사람의 각각 자기의 처지도 잊은채 사랑의 심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다. ‘제가 이 영예로운 임무를 맡았습니다’(Mir ist die Ehre widerfahren...)이다. 꽃잎이 시냇물에 실려 흘러 내려가듯, 밤하늘에서 별들이 미끄러지듯, 구름이 바람에 실려 둥실 떠다니는 듯한 노래이다. 조피의 하이 소프라노가 아름답다.

 

'장미의 기사'에서 조피에서 은장미를 전달하는 옥타비안

 

<라 트라비아타>와 카멜리아 꽃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산더 뒤마 휘스의 ‘카멜리아 꽃을 단 여인’(La Dame aux Camélias)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카멜리아라는 단어는 원래 네덜랜드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동백나무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라 트라비아타>를 ‘춘희’(椿姬)라고 번역했다. 동백꽃 아가씨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문의 椿은 참죽나무를 말하는 글자라고 하니 원래의 카멜리아와는 다른 느낌이다. 베르디는 ‘카멜리아 꽃을 단 여인’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않고 나름대로 <라 트라비아타>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라 트라비아타>라는 이탈리아어는 ‘타락한 여인’ 또는 ‘방종한 여인’이라는 뜻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인 비올레타 발레리는 파티를 참석할 때에 어떤 때는 빨간 카멜리아 꽃을, 또 어떤 때는 하얀 카멜리아 꽃을 가슴에 달아서 뭇 남자들에게 자기의 상태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카멜리아 꽃을 단 여인’이라는 소설제목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페라에서는 카멜리아 꽃을 주제로 삼은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비올레타의 아리아인 ‘언제나 자유스럽게’(Sempre libera)가 카멜리아 꽃을 달고 나오는 비올레타의 심정을 대신 전해주고 있다고 본다.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장면

 

인도의 전래 민화를 바탕으로 삼은 <꽃피는 나무>

<중공에 간 닉슨>등 화제의 오페라를 작곡한바 있는 미국의 존 애덤스(1947-)는 인도에서 2천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화인 ‘꽃피는 나무’(A Flowering Tree)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비엔나가 2006년에 비엔나에서 열린 ‘모차르트 2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존 애덤스에게 새로운 오페라의 작곡을 의뢰하여서 완성된 오페라이다. 옛날 인도 남부의 카르나카타 왕국에 쿠무다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홀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쿠무다는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만일 내가 아름다운 하얀 꽃이 피는 나무가 된다면 그 꽃을 팔아서 어머니에게 드릴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쿠무다는 명상 중에 자기에게 꽃나무로 변할 수 있는 마법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쿠무다는 자기로부터 브라만(신성)을 발견한다. 쿠무다는 기도를 하여 꽃나무로 변한다. 꽃나무에는 세상에서 볼수 없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난다. 그러면 동생이 꽃을 따서 시장에 나가서 비싼 값을 받고 판다. 나중에 꽃이 피는 나무는 다시 쿠무다로 변한다. 그런 쿠무다를 왕자가 우연히 보고 너무나 아름답고 감격적이어서 청혼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꽃피는 나무'의 오프닝 장면

 

존 애덤스의 <꽃피는 나무>는 어느 면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흡사한 점이 있다. 두 오페라가 모두 전래의 민속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것도 그렇고 두 젊은이가 사랑의 힘을 발견하기까지 시련을 겪고 의식을 거쳐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런가하면 어찌보면 <꽃피는 나무>는 바그너의 <로엔그린>과 도 비슷한 점이 있다. 엘자가 로엔그린에게 이름을 알고 싶다고 간절하게 요청하는 장면이 마치 <꽃피는 나무>에서 왕자가 쿠무다에게 꽃나무로 변신해 보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다.

 

이밖에도 아일랜드의 윌리엄 발프(William Balfe: 1808-1926)가 작곡한 오페라 <카스티유의 장미>(The Rose of Castille), 미국의 칼라일 플로이드(Carlisle Floyd: 1926-)가 작곡한 <꽃과 매>(Flower and Hawk), 영국의 프레데릭 들리우스(Frederick Delius: 1862-1934)의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A Village Romeo and Juliet)도 간접적으로나마 꽃과 관련된 오페라들이다. ‘카스티유의 장미’는 스페인 레온왕국의 엘비라 공주의 별명이다. 엘비라 공주는 카스티유의 세바스티안 왕자와 결혼키로 되어 있다. 그래서 카스티유에서는 엘비라 공주를 장차 카스티유의 왕비가 될 것이므로 ‘카스티유의 장미’라고 불렀다. ‘꽃과 매’는 프랑스 루이 7세의 왕비로서 나중에는 영국의 헨리 2세의 왕비가 되는 엘레아노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엘레아노르는 왕비의 문장에 꽃과 매를 그려 넣었기 때문에 ‘꽃과 매’라고 하면 엘레아노르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어 있다.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려서부터 장래를 약속한 살리와 브렐리가 부모들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 세상에서나마 함께 있겠다는 내용이다. 살리와 브렐리는 죽음을 결심하고 나서 아름다운 낙원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파라다이스 정원으로 걸어가기’(The Walk to the Paradise Garden)이다. 아름다운 듀엣이다.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