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의 세계/특별 오라토리오

마이클 티페트의 '우리 시대의 어린이'(A Child of Our Time)

정준극 2015. 12. 28. 21:37

우리 시대의 어린이(A Child of Our Time)

영국의 마이클 티페트의 3파트 오라토리오

유태인에 대한 홀로코스트 조명

 

마이클 티페트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영국의 마이클 티페트(Michael Tippett: 1905-1998)가 대본을 완성하고 음악을 붙인 오라토리오이다.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티페트가 1941년에 완성했지만 초연을 가지기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3월 19일에 런던의 아델피 극장에서였다. 티페트가 이 오라토리오를 작곡키로 마음을 정한 것은 1938년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떤 유태인 청소년 난민이 독일 외교관을 암살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하여 나치 정부는 유태인에 대한 폭력적인 핍박을 노골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리고 그같은 핍박은 그해 가을 독일과 오스트리아 전역을 강타하였던 크리스탈나하트로서 표면화되었다. 크리스탈나하트(Kristalnacht)는 글자그대로 번역하면 '수정과 같은 밤'이지만 실은 독일인들이 유태인들의 상점과 회당과 주거지역을 파괴하고 방화를 하였으며 수많은 유태인들에게 인간이하의 대우를 했던 날을 말한다. 티페트의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일반적으로 억압 받는 백성들의 경험을 표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없는 이해와 화해로서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텍스트에서 계속 반복해서 나오는 그림자와 빛은 티페트가 이 오라토리오에 대한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몇해 동안 몰두하였던 융정신분석학(Jungian-psychoanalysis)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오라토리오지만 오페라처럼 무대에서 공연될 수도 있다.

 

크리스탈나하트에 파괴된 유태인 상점. 독일인들이 여유있게 지나치고 있다. 마그데부르크.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헨델의 '메시아'가 3부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오라토리오의 구조는 바흐의 수난곡의 형태를 참고로 삼았다. 그러나 이 오라토리오에서 가장 특징있는 것은 미국의 흑인영가들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흑인영가들은 바흐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로 합창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티페트는 흑인영가들을 인용한 것은 이들이 다른 찬송에서는 볼수 없는 억압받는 백성들의 상황을 간절하게 표현한 노래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초연 이래 여러 곳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으며 공연되었다. 그리고 물론 가사는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우리 시대의 어린이'는 여러번 음반으로 취입되었다. 그 중에는 86세의 티페트 자신이 지휘하여 취입한 것도 있다.

 

티페트의 작품들을 이해하려면 그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클 티페트는 1905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자유사상가인 아버지는 변호사 겸 기업가였고 어머니는 작가이면서 여성참정권 운동가였다. 티페트는 링컨셔어에 있는 스탬포드학교를 다녔다. 이때부터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의 음악수업은 일반적이기 때문에 개인레슨을 받으며 진도를 높여야 했다. 티페트의 레슨 선생은 프란시스 틴클러라는 사람이었다. 링컨셔어 일대에서는 알아주는 음악선생이었다. 그로부터 레슨을 받은 사람 중에는 나중에 유명한 지휘자가 된 말콤 사젠트(Malcolm Sargent)도 있다. 그후 티페트는 RCA 즉 왕립음악원(Royal College of Music)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다. 1930년대는 경제공화의 시기였다. 티페트는 이 시기에 좌익 사상에 젖어 있었다. 그는 특히 사회적 현상인 실직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때 그는 실직 음악인들로 구성된 사우스 런던 오케스트라를 설립하여 무대가 되는 것이면 어느 곳이든지 찾아다니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회를 가졌다. 그는 1935년에 잠시나마 영국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자라기 보다는 트로츠키주의자였다. 그는 영국 공산당이 스탈린주의로 물들어 가는 것을 극히 혐오했다. 그래서 얼마후 영국 공산당을 떠났다. 그후 그는 평화주의자, 반전론자로서 활동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때 쯤해서 그의 건강상태는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대단히 좋지 않았다. 평생을 동지로 생각했던 화가 윌프레드 프랭크스(Wilfred Franks)와의 결별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티페트는 융정신분석학자인 존 레아아드를 만나고 나서 그로부터 꿈의 자기 해석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그로부터 티페트는 평생을 융정신분석에 몰두하며 지냈다. 그리고 물론 그 이후 나온 그의 작품들은 융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티페트는 오페라의 소재를 구하다가 우선 1916년 더블린에서의 부활절 봉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 사건은 벤자민 브리튼이  몬타규 슬레이터(Montagu Slater)의 연극인 '이스터 1916'(Easter 1916)을 바탕으로 이미 극음악을 작곡한 것을 알게 되어 결국은 그만 두었다. 티페트는 독일을 여러번 여행하면서 독일의 문학과 문화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독일이 유태인을 핍박한 것에 대하여는 점점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던 중 1938년에 파리에서 17세의 유태인 난민 소년인 헤르스켈 그린츠판(Herschel Grynszpa)이 독일 외교관인 에른스트 폼 라트(Ernst vom Rath)를 암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그해 11월 독일과 오스트리아 주요 도시에서 크리스탈나하트가 벌이지도록 불을 붙인 것이었다. 11월의 며칠 동안 유태인 회당이 불에 탔으며 유태인 주거지와 상점들이 공격을 받아 파손되었고 수천명의 유태인이 체포되었다. 심지아 어떤 유태인들은 독일인들이 돌을 던지거나 몽둥이로 때리는 바람에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티페트에게 근본적으로 충격을 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티페트로 하여금 대규모의 드라마틱 작품을 만들도록 영감을 준 것이었다. 티페트는 자기의 새로운 작품이 오페라가 아니라 오라토리오가 되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티페트는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작가인 외된 폰 호프바트(Ödön von Horvath: 1901-1938)의 반항적 소설인 '우리 시대의 아이'(Ein Kind unserer Zeit)를 바탕으로 삼기로 했다. 3파트로 구성키로 했다. 1파트(예언과 준비)는 우리 시대의 억압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삼았다. 2파트(대사 및 에픽)는 한 청년이 정의를 구하는 방법으로서 폭력을 사용하는 내용과 그 이후에 나타나는 혼란을 설명했다. 3파트(화해와 형이상학)는 어떻게 하면 치유할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었다. 즉, 이 사회에 도덕이란 것이 남아 있다면 발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어린이'가 우선 초연된 스탬포드 학교

 

티페트는 텍스트에서 특정 명칭들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파리는 '대도시'(The Great City)로, 그린츠판은 '소년'(Boy)으로, 소프라노는 '소년의 어머니'로, 독일 외교관인 라트는 '관리'(Official)로 표현했다. 티페트는 합창을 위해서 미국의 흑인 영가 중에서 다섯 곡을 선정했다. Steal Away(스틸 어웨이), Nobody Knows the Trouble I See, Lord(주여, 아무도 나의 괴로움을 알지 못합니다), Go down, Moses(가라, 모세여), O, By and By(오 바이 앤 바이), Deep River(깊은 강)이다. 각 파트 별로 나오는 음악은 다음과 같다.

 

[파트 1]

1. 합창. '세상은 어두워지고'(The world turns on its dark side)

2. 논쟁(알토 솔로): '인간이 하늘을 판단했다'(Man has measured the heavens.)

3. 합창과 알토 솔로: '사악함이 선함인가?'(Is evil hen good?)

4. 해설(베이스 솔로): 나라마다 버림받은 자들이 있도다'(Now in each nation there were some cast out)

5. 억압받은자의 합창: '죄악의 도시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When shall the usurer's city cease?)

6. 테너 솔로: '빵을 살 돈 조차 없도다'(I have no money for my bread)

7. 소프라노 솔로: '어떻게 나의 남자를 소중히 여길수 있겠는가?'(How can I cherish my man?)

8. 흑인 영가(합창과 솔로): '스틸 어웨이'(Steal away)

 

[파트 2]

9. 합창: '한겨울에 별이 솟아나네'(A star rises in midwinter)

10. 해설(베이스 솔로): '시대가 오도다'(And a time came)

11. 더블 코러스(가해자와 피해자): '어웨이 위드 뎀'(Away with them!)

12. 해설(베이스 솔로): '그들은 도망갈수 있을데까지'(Where they could, they fled)

13. 합창(독선자들): '우리의 제국에 그들을 둘수 없다'(We cannot have them in our Empire)

14. 해설(베이스 솔로): '그리고 소년의 어머니가 쓰기를'(And the boy's mother wrote)

15. 독창곡(어머니: 소프라노 솔로; 숙부와 숙모(베이스와 알토); 소년(테너): '오 나의 아들아!'(On my son!)

16. 흑인영가(합창과 솔로): '아무도 나의 괴로움을 알지 못하네'(Nobody knows the trouble I see)

17. 듀엣(베이스와 알토): '소년은 절망에 빠지고'(The boy becomes desperate)

18. 해설(베이스 솔로): '그들의 무서운 복수'(They took a terrible vengeance)

19. 합창: 테너: '그들의 집들을 불태워라'(Burn down their houses!)

20. 해설(베이스 솔로): '이토록 부끄러운 일'(Men were ashamed)

21. 분노의 흑인영가(합창과 베이스 솔로): '가라 모세여'(Go down, Moses)

22. 감옥에서 소년의 노래(테너 솔로): '모든 꿈이 산산조각이 되어'(My dreams are all shattered)

23. 소프라노 솔로(어머니): '아들아,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단 말이냐?'(What have I done to you, my son?)

24. 알토 솔로: '아둠의 세력이 솟아나네'(The dark forces rise)

25. 흑인영가(합창과 소프라노 솔로): '오 바이 앤 바이'(O by and by)

 

[파트 3]

26. 합창: '차가움이 깊어지고'(The cold deepens)

27. 알토 솔로: '인간의 영혼'(The soul of man)

28. 베이스 솔로와 합창: '지혜의 말씀'(The words of wisdom)

29. 일반 앙상블(합창과 솔로): '그림자와 빛을 알았었는데'(I would know my shadow and my light)

20. 흑인영가(합창과 솔로): 깊은 강(Deep River)

 

티페트는 1941년에 '우리 시대의 어린이'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 오페라의 평화주의적인 메시지는 당시 2차 대전이라는 세계 정세로 보아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티페트는 1942년에 국가로부터 비전투요원으로 배치받았다. 티페트는 아무리 비전투요원이라고 해도 자기의 평화주의 생각에 배치된다고 해서 정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했다. 그 결과 정부는 티페트를 공군의 전투부대 또는 육상부대로 전보되는 것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말했다. 티페트는 당연이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리하여 티페트는 명령불복종으로 3개월의 군사형무소에 구금되어야 했다. 그러나 모범수로 2개월만에 석방되었다. 티페트는 1943년 8월 석방된 이후부터 '우리 시대의 어린이'의 초연을 위해 준비했다. 그리하여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3월 19일에 런던의 아델피 극장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1962년 5월에는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공연이 이루어졌다. 이스라엘 공연은 이스라엘의 일각에서 '예수'라는 단어가 가사에 나오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지체되었다. 이스라엘 공연에는 헤르스켈 그린츠판의 아버지도 참석했다. 뉴욕 공연은 티페트 사후인 1999년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거행되었다.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는 2005년 1월에 티페트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여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은 또한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 시대의 어린' 음반 표지. 앙드레 프레빈 지휘. 표지의 소년이 파리에서 독일 외교관을 암살한 헤르스켈 그린츠판.

 

Ö ö ü 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