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46. 휴고 봐이스갈의 '더 강한 자'

정준극 2016. 3. 17. 17:49

더 강한 자(The Stronger)

미국의 휴고 봐이스갈의 단막 오페라

 

휴고 봐이스갈. 유태인처럼 생겼다.

 

미국의 작곡가인 휴고 봐이스갈(Hugo Weisgall: 휴고 웨이스갈: 1912-1997)은 원래 오늘날의 체코공화국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모라비아의 이반치체(Ivancice)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반치체는 브르노에서 남서쪽으로 1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마을이다. 당시 모라비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한 지역이었다. 모라비아는 1916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하였다. 휴고 봐이스갈은 체코슬로바키아 국민으로 8세때까지 지내다가 뜻한바 있어서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가 미국으로 이주한지 10여년 후에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하였고 이에 따라 유태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핍박이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휴고 봐이스갈의 윗대들은 대대로 유태교 회당의 칸토였다. 말하자면 회당의 음악책임자였다. 휴고 봐이스갈은 유태인으로서 정말이지 일찍 미국으로 건너와서 핍박을 면할수 있었다. 그는 존스 홉킨스대학교와 피바디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그후 미국의 주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존경을 받았다. 오페라는 무려 12편이나 작곡했다. 그런데 대부분 단막이었다. 오페라의 주제는 종교적인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서 '릴리스'(Lilith), '연옥'(Purgatory), '요르단의 아홉 강'(Nine Rivers from Jordan), '에스더'(Esther) 등이다. 나머지는 세속적인 작품들이다. 휴고 봐이스갈은 유태인이기 때문에 유태인들의 세속음악에 대하여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더 강한 자'의 무대. 에스텔과 리사

 

'더 강한 자'의 대본은 리챠드 헨리 하트(Richard Henry Hart)라는 사람이 썼다. 대본이라고해야 단막의 대본이고 더구나 출연진이 두 사람이며 그 중에서 한 사람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역할이므로 대본을 씀에 있어서 별로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대본은 스웨덴의 저명한 극작가인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 1849-1912)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스트린드베리는 '미스 줄리' 등의 희곡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더 강한 자'의 초연은 일찍이 우리나라에서 북한 인민군에 의한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8월 9일에 코네티커트주 웨스트포트의 화이트 반 극장(White Barn Theater)에서 가졌다. 이 오페라는 이 극장의 창설자인 여배우 겸 미술감독, 제작자인 루실 로텔(Lucille Lortel: 1900-1999)에게 헌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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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시절의 루실 로텔

 

'더 강한 자'는 공연시간이 25분 밖에 되지 않는 듀오드라마이다. 듀오드라마이니까 두 사람만 출연하는 무대라고 할수 있으나 실은 모노로그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만이 노래를 부르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한 사람이면 된다. 에스텔르의 역할이다. 다른 한 사람인 리자는 아무런 대사도 말하지 않는 사일렌트 역할이다. 시기는 어느 해의 크리스마스 이브이며 장소는 어떤 도시의 주점(바)이다. 리사가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듯 혼자 앉아 있다. 잡지를 읽고 있으며 술 한잔을 시켜서 천천이 마시고 있다. 바의 문이 열리더니 에스텔르가 들어선다. 에스텔은 식구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쇼핑하고 잠시 바에서 한잔하면서 쉬려고 들어온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서 처음 만나는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보면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같기도 하다. 에스텔르는 좋게 말해서 얘기를 나누기를 좋아하는 여자이고 나쁘게 말해서 수다장이 여자이다. 에스텔르는 혼자 앉아 있는 리자에게 얘기를 건넨다. 에스텔르는 자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한다. 그렇게 한참이나 얘기를 하던 에스텔르는 리자와 자기 남편이 부적절한 관계인 것을 알아 챈것 같다. 그래서 리자에게 아마도 '난 말야, 당신이 우리 남편 해롤드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 아무도 몰래 자주 만나서 지냈잖아?'라고 말하고 싶은것 같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는다. 과연 누가 더 강한 사람인가? 자기의 하고 싶은 얘기를 떠들어 댄 여인이 더 강한가, 그렇지 않으면 말없이 듣고만 있었던 여인이 더 강한 사람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인은 자기만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과연 그런 사람이 강한 사람인가? 에스텔르는 비록 불성실한 남펴니지만 가정이 있기에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선다. 누가 더 강한 여인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래서 비록 공연은 20여분에 끝났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 몇시간이나 그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를 상상하게 만든다.

 

스트린드베리의 원작에서는 에스텔르를 마담 X로, 리자를 미스 Y로 표기했다. 사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짧은 공연이다. 액션도 거의 없다. 한 여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앉아 있는 역할이다. 다른 여자는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얘기를 한다. 공연이 어떤 사건으로 발전되지도 않는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비록 20여분에 불과한 공연이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면 놀랄만큼 시적인 히미 있는 대사들이다. 삶의 단면을 대단히 강렬하게 조명하는 대사이다. 카프카의 단편처럼 철저하게 비유로 점철되어 있고 대사 하나하나를 여러가지로 해석할수 있는 내용이다.

 

유타 셰익스피어 극단의 연극

 

['더 강한 자'의 주요 노래]

- Why must all his things be this horri color?

- Isn't this a sweet infant?

- You're still broodding about that mix-up?

 

[휴고 웨이스갈의 오페라 리스트]

 

○ '밤'(Night). 1932. 미공연. 오페라. 1막. 대본은 숄렘 아슈(Sholem Asch)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 '릴리스'(Lilith). 1934. 미공연. 오페라. 1막. 대본은 L. 엘만(L. Elman)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 '테너'(The Tenor). 1950. 오페라. 1막. 프랑크 베더킨트(Frank Wederkind)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 '더 강한 자'(The Stronger). 1952. 오페라. 1막. 스웨덴의 스트린드베리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 '작가를 찾기 위한 여섯 인물들'(Six Characters in Search of an Author). 오페라. 3막. 루이지 비란델로(Luigi Pirandello)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1959. 뉴욕 시티 오페라 초연.

○ '연옥'(Purgatory). 1958. 오페라. 1막. 윌리엄 버틀러 이에츠(William Butler Yeats)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1961 워싱턴에서 초연(의회도서관)

○ '아도니스의 정원들'(The Gardens of Adonis). 1959. 1981 수정. 오페라. 3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를 바탕으로 앙드레 오베이가 만든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1992. 네브라스카 오마하의 위더스푼 콘서트 홀 초연.

○ '아달리아'(Athaliah). 1963. 오페라. 2파트. 대본은 장 라시느의 희곡 '아탈리'(1691)를 바타으로 삼음. 1964년 뉴욕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초연.

○ '요르단의 아홉 강'(Nine Rivers from Jordan). 1968. 오페라. 서막과 3막. 대본은 드니스 존스턴(Denis Johnston). 1968년 뉴욕 시티 오페라 초연.

○ '제니'(Jenny). 또는 '1백야'(The Hundred Nights). 1976. 오페라. 1막. 유키오 미시마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음. 1976년 줄리아드의 어메리칸 오페라 센터에서 초연.

○ '결혼해 주실래요?'(Will You Marry Me?). 1989. 오페라. 1막. 알프레도 수트로(Alfred Sutro)의 희곡 '결혼 주선'(A Marriage has been Arranged)을 바탕으로 삼음. 1989년 뉴욕의 오페라 앙상블 초연.

○ '에스더'(Esther). 1993. 오페라. 3막. 구약성서의 에스더 이야기를 챨스 콘데크(Charles Kondek)가 대본으로 만들었다. 1993년 뉴욕 시티 오페라 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