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48. 니콜라스 렌스의 '포탄 쇼크'

정준극 2016. 4. 19. 20:47

포탄 쇼크(Shell Shock) - 폭탄성 쇼크, 전투 신경증

벨기에의 중견 작곡가 니콜라스 렌스(Nicholas Lens)의 오페라

1차 대전 1백주년 기념

 

니콜라스 렌스

 

참호 속에서 무차별한 전투로 인하여 지속적인 공포에 시달렸던 병사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거의 대부분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말할수 없는 충격 속에서 지내야 했다. 병사들은 포탄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속에서 미약한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혔었다. 언제 포탄이 떨어져서 한 순간에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되었었다. 옆에 있던 전우가 누군지도 모르는 적군이 쏜 총알을 맞아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폭탄이 떨어져서 손발이 잘려 나가고 내장이 쏟아져 나오며 가슴에서 피가 용솟음치듯이 터져 나오는 전우들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렇듯 전쟁 중에 끊임없이 포성과 참혹한 사상에 시달려야 했던 병사들은 정신적으로 트라우마 현상을 나타내보이며 히스테리가 발작되어 갔다. 어떤 병사는 걷잡을 수 없이 울면서 비명을 질러 댔다. 그들은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말이 없어졌고, 나중에는 아무리 심한 자극이라고 해도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기억을 잃었으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폭력적인 죽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에 받게 되는 정서적 스트레스는 비단 전쟁에 참가했던 병사들 뿐만 아니라 전쟁에 노출되었던 포로들, 전쟁고아들, 미망인들, 간호원들,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히스테리아와 비슷한 신경질적 증후군을 일으키게 했다. 이같은 현상을 영어로는 셀 쇼크(Shell Shock), 즉 전투 신경증 또는 포탄 쇼크라고 불렀다. 벨기에의 중견 작곡가인 니콜라스 렌스(Nicholas Lens: 1957-)는 셀 쇼크를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포탄 쇼크'는 1차 대전 발발 1백주년을 기념하여 2014년에 브뤼셀의 라 모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초연된 날짜는 10월 24일이었다. 평화를 위한 유엔이 창설된 날짜이다.

 

전투로 인한 부상병이 받아야 하는 말할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

 

니콜라스 렌스는 이 오페라를 위해 12곡의 노래를 작곡했다. '포탄 쇼크'는 여늬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가사는 호주의 락 그룹인 배드 시드(Bad Seeds)의 리드 싱거이며 작사가인 니크 케이브(Nick Cave)가 만들었다. '포탄 쇼크'는 라 모네에서 초연을 가진 이후 8회의 추가 공연이 있었다. 전쟁 오페라라고 해서 대전투가 벌어지거나 또는 전쟁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은 아니다. 대신에, 전쟁이 개인들에게 던져주는 정신적 충격에 초점을 두었다. 열두곡의 노래는 전쟁이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는 열두명의 인물들이 각각 부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포탄 쇼크'는 사방이 어두운 중에 시작된다. 이어서 사람들이 절규하듯 외치는 소리의 합창이 나온다. 그리고 막이 천천히 올라간다. 침침한 조명 아래에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무덤들이 모습을 보인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현대무용이 잠시나마 무대를 장식한다. 무용이 진행되는 동안에 어떤 장면에서는 전쟁영웅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마치 전쟁이란 영웅들이 수행하는 것이며 허약한 일반인들과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듯하다.

 

영국군 병사가 프랑스군 병사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있다.

 

음악은 대체로 멜로디적인 것이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장면들을 색칠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서 가벼운 목관 악기는 전쟁고아의 탄식을 표현하고 있다. 죽음의 천사들이 부르는 노래는 초현실주의적이다. 하이 피치의 음성으로 '나는 죽음의 천사이다. 나는 숨을 거두어 갈수 있다'라고 소리치는 것은 현실이 아닌 초현실의 세계이다. 탈영병의 노래는 '빨래를 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수치심으로 울고 계셨네. 우리 아버지는 내가 머리에 총알을 맞고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실 겁니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탈영병의 심정을 나타낸 노래이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가장 충격적인 노래는 생존자들의 외침일 것이다. 전쟁이 끝나서 가족들에게 돌아온 생존자들은 전쟁에 대한 무섭고 두려운 회상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그래서 '내 아내는 내가 죽었으며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1차 대전 중에 벨기네는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이 벌인 참혹한 전투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1차 대전으로 인하여 양측에서 약 6천5백만명의 사람들이 전쟁터로 내몰렸다. 그중에서 약 9백만명이 전사했고 약 2천만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고한 민간인 약 7백만명이 죽임을 당하였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참사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오페라 '포탄 쇼크'는 전쟁으로 인한 모든 참상과 피해를 표현코자 노력했다.

 

죽음의 천사들의 춤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주요 출연자는 6명이며 모두 1인 2역, 또는 1인 3역을 맡는다.

- 어머니/죽음의 천사/부인(MS)

- 징집되어 온 병사/생존자(B/Bar)

- 무명용사/일반 병사/탈영병(T)

- 실종자 /일반 병사/탈영병(Counter T)

- 간호원/죽음의 천사(Coloratura S)

- 전쟁고아/소년병/어린이(Boy soprano)

- 이밖에 주민들, 군중들, 병사들, 탈영병들이 합창단원으로 나온다.

 

서로들 살려고 아우성치는 일반병사들

 

노래구성은 다음과 같다.

- 징집된 병사의 노래(Colonial soldier)

- 일반 병사의 노래(Solider)

- 간호원의 노래(Nurse)

- 탈영병의 노래(Deserter)

- 생존자의 노래(Survivor)

- 죽음의 천사의 노래(Angel of Death)

- 전사자들의 노래(The Killed)

- 실종자들의 노래(The Missing)

- 무명용사의 노래(Unknown Soldier)

- 어머니의 노래(Mother)

- 전쟁고아의 노래(Abandoned Orphan)

 

죽음이 널려 있는 중에 간호원의 할 일은 없다

전사자 가운데에 일어선 생존자들

전쟁고아와 죽음의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