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51. 로라 카민스키의 '애스 원'

정준극 2016. 4. 26. 15:13

애스 원(As one)

로라 카민스키의 3파트 오페라

성전환자의 정체성 문제 제기

 

로라 카민스키. 뉴욕 출신의 작곡가, 프로듀서, 교육자

 

오페라라고 하면 사랑, 충성, 배신, 복수, 보답 등이 주제가 되어서 드라마틱한 감동을 전달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별별 이상한 주제를 가지고 오페라라고 만들어서 공연을 하고 실적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찾아 볼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이 아닌 사람들도 오페라의 주인공이 될수 있다. 예를 들면 정신이상자, 동성연애자, 에이즈 환자, 신체불구자, 그리고 성전환자도 이에 속한다. 뉴욕 출신의 작곡가인 로라 카민스키(Laura Kaminsky: 1956-)가 첫 오페라로서 내놓은 '애스 원'(As one)의 경우도 전통적인 오페라의 줄거리는 아니다. 성전환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페라 '애스 원'은 규모가 작아서 실내오페라에 속한다. 출연자는 바리톤 1명과 메조소프라노 1명이다. 오케스트라도 대규모일 필요가 없다. 소수의 앙상블이 음악을 연주한다. 공연시간은 한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그러므로 베르디나 푸치니 스타일의 오페라를 기대했다면 실망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성전환자에 대한 이야기도 분명히 사회적인 이슈가 되므로 그 문제를 비록 오페라를 통해서이지만 과감하게 제기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신념이 아닐수 없다. 성전환자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사회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해 주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스 원'은 '하나가 되어' '일치하여'라는 뜻이다. 오페라 '애스 원'은 2014년 9월 5일 뉴욕의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에서 초연되었다. BAM은 특이한 오페라의 초연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음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에는 '조셉 스탈린의 생애와 시대'라는 이상한 오페라를 세계초연해서 관심을 끈 일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오페라였다. '애스 원'의 초연에서 바리톤은 켈리 마크그라프(Kelly Markgraf)가, 메조소프라노는 사샤 쿠크(Sasha Cooke)가 맡았다. 두 사람은 부부간이다.대본은 마크 캠벨(Mark Campbell)과 킴벌리 리드(Kimberly Reed)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바리톤 켈리 마크그라프와 메조소프라노 사샤 쿠크. 한나 이전과 한나 이후의 역할을 맡았다.

 

'애스 원'은 세 파트의 내레이션에 15개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감정적이고 때로는 유머스러운 노래들로서 주인공인 한나(Hannah)의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경험들을 노래하는 것이다. 무대는 한나가 대학을 다니던 미국 서해안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노르웨이로 막을 내린다. 한나는 노르웨이에서 놀랍게도 그동안 몰랐던 자기 자신을 비로소 알게된다. 파트 1은 '신문배달'(Paper route)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2살 소년인 한나가 자전거를 타고 이른 아침에 한적한 마을을 다니며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소년 한나는 학교 축구팀의 쿼터백이었으며 학생회장을 맡기도 하여 여학생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일도 있다. 그런데 한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여자다운 행동을 하는 자신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소년 한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 등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다. 그래서 '성교육', '그것의 모든 것', '완전한 소년' 등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본다. 한나는 글씨를 쓰는 것도 여자애들 처럼 쓰게 된다. 존 돈(John Donne)의 연애시를 읽고 무언지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낀다. (존 돈은 17세기 영국 성공회의 사제로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서 청소년들의 이성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시들을 많이 썼다.) 그러다가 한나는 '투 노우'(To know)라는 책을 보고 세상에는 자기와 같은 경우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나는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마을 도서관을 찾아가서 관련되는 책들을 찾아본다.

 

Hannah-after 에 브렌다 패터슨, Hannah-before 에 댄 켐슨. 과거와 현재의 공존.

 

파트 2는 한나의 대학시절이다. 한나는 자기가 점점 더 여자다워 지는데 대하여 어찌해야 할지 고민만 한다. 완전히 '두 도시'(Two cities)에서 지내는 것과 같다. 한나는 아무도 몰래 여자 옷을 입고서 여자 행세를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한나는 결론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기로 결심한다. 치료를 받기 시작하자 한나는 잠시 현기증을 일으키며 자기 몸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오고 집에서는 '아들아 잘 있느냐?'는 문안 카드가 오지만 한나는 어쩐지 자꾸만 집으로부터, 식구들로부터 멀어져 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마을 카페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서 시시덕거리는 일이 많아진다. 한나는 정신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는 생각에 방황하다가 성전환자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을 알게 되어 그곳에 관심을 둔다. 한나는 그 집단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자기가 외계인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갖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머리 속에서 맴도는 소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중대 결심을 한다. 여자로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마지막 파트는 노르웨이이다. 웅장한 자연과 그 속에 있는 나약한 인간상, 마치 자신의 반영을 보는 듯하다. 한나는 이제 마음의 평정을 얻어서 행복한 심정이다.

 

Hannah-before와 Hannah-after

 

노래는 다음과 같다. Paper Route/Cursive/Sex ed/Entire of itself/Perfect boy/To know/Two cities/Three words/Close/Home for the holidays/A Christmas story/Dear son/Out of nowhere/I go on to/Norway. 작곡자인 로라 카민스키는 현대 어메리칸 오페라 프로젝트의 상주 작곡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 작곡가이다. '애스 원'은 카민스키의 첫번째 오페라이다. 오페라라고 하지만 실은 듀오 챔버 오페라이다. 카민스키는 여러 상을 받았다. 피아노 협주곡으로 쿠세비츠키상을 받았다. 카민스키의 음악은 굳이 장르로 본다면 포스트 미니말리즘에 속한다고 할수 있다. 공동대본가인 마크 캠벨은 최근 오페라 뉴스가 선정한 미국의 25명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이다. 오페라에 매료되어 앞으로는 오페라 대본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대본을 쓰고 케빈 푸츠()가 음악을 만든 오페라 '사일런트 나이트'는 2012년에 퓰리처 음악상을 받은 작품이다. 공동대본가인 킴벌리 리드는 프로듀서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여성이다. 최근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했고 다른 방송에도 출연하여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다큐멘타리인 '탕자'(PRODIGAL SONS)는 그가 감독하고 제작한 작품으로 그 자신의 성전화 경험을 토대로 삼은 것이다.

 

사샤 쿠크와 켈리 마크그라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은 현악 트리오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