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83. 레오 들리브의 '라크메'(Lakmé)

정준극 2016. 11. 9. 06:01

라크메(Lakmé)

레오 들리브의 3막 오페라. 19세기 후반 유럽의 오리엔트에 대한 동경 여파


레오 들리브


인도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대륙이다.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인도에 대하여 깊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같은 호기심은 19세기에 지리상 발견과 더불어 부쩍 높아졌다. 인도는 그러한 호기심의 대상 중에서도 대표적인 장소였다. 유럽인들은 인도가 금은보화가 풍성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인도를 탐험하여 부를 축적하게 되기를 바랬다. 콜럼버스도 실은 인도에 가서 보물을 찾으려고 항해에 들어갔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1492년에 지금의 산살바도르에 도착했고 그곳이 인도 땅인줄 알고 서인도라고 불렀다. 아무튼 유럽인들의 오리엔트, 그 중에서도 인도에 대한 호기심은 오페라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인도 일대를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는 생각 외로 여러 편이 있다. <라크메>(레오 들리브), <아쇼카의 꿈>(피터 리버슨), <진주잡이>(비제), <라호르의 왕>(마스네), <사비트리>(구스타브 홀스트), 그리고 <그림자 없는 부인>(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레오 들리브(Léo Delibes: 1836-1891)의 3막 오페라인 <라크메>(Lakme)는 무대가 19세기 중반의 인도이다. 인도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다.


라크메(얼라인 쿠탄)와 제랄드(라이언 맥퍼슨). 칼가리 오페라


라크메는 아름다운 인도 처녀의 이름이다. 브라만교의 고승인 닐라칸타의 딸이다. 브라만은 인도 4성 계급의 최상위로서 승려 계급을 말한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고 나서 브라만교를 밀교로 간주하여 금지하였다. 그러므로 브라만의 고승의 딸 라크메와 인도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 장교 제랄드의 사랑은 비극적인 내용을 배태하지 않을수 없다. <라크메>에는 오페라의 여성 듀엣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하는 Vien, Mallika, dome epais, le jasmin(보라, 말리카, 재스민으로 덮인 돔을: Sous le dome épais)이 나온다. 라크메와 하녀 말리카가 부르는 듀엣으로 ‘꽃의 2중창’이라고 부르는 곡이다. 그것보다 더 유명하고 더 아름다운 곡도 있다. 라크메가 시장거리에서 종을 딸랑거리면서 부르는 Ou va la jeune indoue(젊은 인도 여인은 어디로 갔을까?)이다. ‘종의 노래’(L'Air des clochettes)라고 불리는 곡이다. 오페라에 나오는 콜로라투라 아리아 중에서 테크닉이 가장 어려운 아리아의 하나라고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아리아의 정수이다. ‘종의 노래’는 라크메가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서 부르는 노래이다. 라크메의 아버지 닐라칸타는 시장에서 라크메가 노래를 부르면 문제의 영국군 장교가 노래를 듣고 나타날 것이므로 그때 누군지를 확실히 알아 두었다고 복수를 하려고 라크메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기쁜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만은 아니다.


lakme opera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라크메(사라 코번)와 제랄드. 툴사 오페라


발레곡 '실비아'(Sylvia)와 '코펠리아'(Coppelia)로 유명한 프랑스의 레오 들리브는 발레곡 이외에도 25편의 오페라 및 오페레타를 작곡했다. 대표적인 오페라/오페레타로서는 Monsieur de Bonne-etoile(1860), Le serpent a plumes(1864), Jean de Nivelle(1880), Lakmé(1883), Kassya(1893) 등을 꼽을수 있다. 오레파 '라크메'의 대본은 에드몽 공디네(Edmond Gondinet: 1828-1888)와 필립 기예(Philippe Gille: 1831-1901)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극작가 겸 대본가인 에드몽 공디네는 40여편의 극본을 남겼는데 알퐁스 도데와도 함께 일한 적이 있다. 필립 기예는 마스네를 비롯해서 들리브, 오펜바흐를 위해서 오페라/오페레타 대본을 남겼다. 마스네를 위한 대본으로서는 '마농'이 대표적이다. '라크메'의 대본은 프랑스의 테오도르 파비(Théodore Pavie)의 소설인 Les babouches du Brahamane(브라만의 슬리퍼)와 프랑스의 항해가이며 작가인 피에르 로티(Pierre Loti: aka Julien Viaud)의 반자서전적 소설인 Rarahu(라라우) 또는 Le Mariage de Loti(로티의 결혼)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들리브는 '라크메'의 역할을 미국의 소프라노인 마리 반 잔트(Marie van Zandt)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그리하여 1883년 4월 14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라크메'가 초연될 때에 마리 반 잔트가 라크메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상대역은 영국군의 장교 제랄드는 테너 장 알렉산드르 탈라자크(Jean-Alexandre Talazac)가 맡았다. '라크메'는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초연 이후 대단한 인기를 끌어서 1909년까지 5백회의 공연을 기록하였고 1931년까지는 1천회의 공연을 기록하였다.


힌두교 의식 장면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19세기 후반, 인도가 영국의 통치를 받고 있던 때이다. 영국은 인도의 힌두교를 금지하고 대신에 기독교를 믿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힌두교도들은 비밀리에 힌두교 의식을 치루면서 영국에 저항했다. 

 

- 라크메(Lakmé: Col. S). 브라만 사제인 닐라칸타의 아름다운 딸. 제랄드를 사랑한다. 라크메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서 힌두교의 부와 행운과 번성의 여신인 라크쉬미(Lakshmi)라는 명칭에서 나온 말이다. 라크쉬미는 힌두교의 중심 신인 비슈누의 부인이며 비슈누의 힘의 원천(에너지)이다.

- 제랄드(Gérald: T). 인도 주둔 영국군의 장교. 라크메를 사랑한다.

- 닐라칸타(Nilakantha: B). 인도 브라만의 사제. 영국군을 증오한다.

- 프레데릭(Frédéric: Bar). 제랄드의 친구인 영국군 장교

- 말리카(Mallika: MS). 라크메의 몸종

- 하지(Hadji: T). 닐라칸타를 섬기는 노예

- 미스 엘렌(Miss Ellen: S). 제랄드의 약혼녀

- 미스 로우즈(Miss Rose: S). 미스 엘렌의 친구

- 벤츤 부인(Mistress Bentson: MS). 미스 엘렌 집안의 가정부

- 점장이(Fortune Teller: Un Domben: T)

- 중국 상인(A Chinese Merchant: T)

- 쿠라바르(Le Kouravar; Bar)

- 이밖에 영국군 장교들, 부인들, 상인들, 브라만 사제들, 악사들


칼가리 오페라의 라크메


[여기서 잠시 인도의 사성계급에 대하여 설명코자 한다. 인도에는 힌두교의 교리에 의해서 모든 사람을 네 계급으로 나누고 있다. 가장 높은 계급이 브라만으로서 힌두교의 성직자, 학자 등이 이에 속한다. 그 아래 계급은 크샤트리아이다. 무사와 군인 등이 이에 속한다. 세번째 계급은 바이샤이다. 상인이나 연예인 등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 제일 아래 계급은 수드라이다. 노동자와 농민 등이 이에 속한다. 이상의 네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더 아래의 계급이 있다. 파리야르라고 부르는 불가촉천민 계급이다. 너무나 비천하기 때문에 접촉하면 안되는 사람들을 말한다. 힌두교에 의하면 파리야르는 악이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다른 모든 계급으로부터 경멸을 당해도 어쩔수 없는 사람들이다. 라크메의 아버지인 닐라칸타는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이다. 히눋교의 성직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의 성직자이다. 한편, 인도의 사성계급은 카스트(Caste)라고 부른다. 카스트라는 말은 일찍이 대항해 시대에 인도와 항해 무역을 했던 포르투갈 및 스페인 사람들이 인도인들을 높이 간주해서 카스타(casta), 즉 순결하고 순수하다는 의미의 단어로 불렀던 것에서 연유하며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게 되자 casta는 영어식으로 caste가 되었다.


시장 장면


[1막] 브라만 사원의 대제사장인 닐라칸타는 영국 점령군이 인도인들이 힌두교 의식을 거행하는 것을 금지하자 분노한다. 닐라칸타는 비밀리에 힌두교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신도들과 함께 산속의 비밀장소로 간다(A l'heure accoutumee: 여느때와 같은 그 시간에). 닐라칸타는 딸 라크메를 집에만 있으라고 당부한다(Lakme, c'est toi qui nous protege: 라크메, 우리를 지켜주는 사람은 바로 너다). 혹시나 외출했다가 영국군의 눈에 띠면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라크메는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연못 물에 목욕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몸종인 말리카와 함께 몰래 강으로 나가서 목욕을 할 생각이다(라크메와 말리카의 듀엣: Blanche Dourga: 두르가 신이여). 라크메는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지만 말리카는 그렇지 않다. 말리카는 라크메가 여신의 화신이라고 보도 자기들을 지켜 준다고 믿고 있다. 두 사람은 강가를 거닐다가 옛 사원의 천정 돔에 자스민 꽃이 만발한 것을 보자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탄한다. 어떤 연출에는 두 사람이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쩻든 라크메와 말리카가 부르는 듀엣이 유명한 '꽃의 이중창'(Viens, Malika, les lianes en fleurs...Dome epais, le jasmin)이다. 라크메는 강에 들어가서 더위를 식히려고 몸에 걸쳤던 목걸이 등 보석장신구들을 벗어서 벤치에 놓는다. 그리고 말리카와 함께 강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힌다. 그때 영 epais, le jasmin)국군 장교인 제랄드와 그의 약혼녀인 미스 엘렌, 미스 엘렌의 친구인 미스 로우즈, 제랄드의 친구로서 역시 영국군 장교인 프레데릭, 그리고 미스 엘렌의 가정부와 함께 라크메가 목욕을 하고 있는 강가 부근으로 피크닉을 나온다. 미스 엘렌과 미스 로우즈는 벤치에서 뜻밖에 아름다운 보석장신구들을 발견한다(제랄드의 아리아: Miss Rose, Miss Ellen: 미스 로우즈, 미스 엘렌). 두 여자는 보석장신구의 모습이 아름다원서 함께 온 장교들에게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제랄드가 자청해서 나서서 벤치에 놓여 있는 보석 장신구들의 그림을 그린다. 제랄드가 그림을 그리면서 이 장신구를 걸고 있는 여자는 분명히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Quand une femme est si jollie: 여인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때에). 제랄드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계속 산속으로 들어간다(제랄드의 아리아: Prendre le dessin d'un bijou: 보석장신구를 그려 놓아야지).


피크닉에 온 영국인들


잠시후 라크메가 목욕을 마치고 말리카와 함께 보석장신구를 놓아 두었던 벤치로 돌아온다. 보석 장신구들을 스케치하던 제랄드는 당황해서 급히 숨고 두 여인의 동태를 살핀다. 아무것도 모르느 라크메는 말리카를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좀 더 있다가 집으로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라크메는 숲 속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제랄드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라크메는 자기도 모르게 겁이 나서 '도와 주세요'라고 소리친다. 부근에 있던 사람들이 몇명이 달려온다. 하지만 라크메 자신도 아버지 닐라칸타의 지시를 무시하고 강가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안되므로 도와주러 온 사람들을 아무일도 없었다면서 돌려보낸다. 라크메와 제랄드가 비로소 얼굴을 맞대고 만난다. 두 사람의 노래가 D'ou viens-tu? Que veux-tu?(어디서 왔습니까? 무얼 원하세요?)이다. 라크메와 제랄드는 마치 전생에 인연이나 있었듯이 사로에게 이끌려 사랑하는 마음에 빠진다. 라크메는 이 잘 생긴 영국군 장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궁금해 한다. 그러다가 자기가 잘못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제랄드에게 어서 이곳에서 떠나라고 말하면서 자기를 만났다는 얘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제랄드는 라크메의 아름다움에 사로 잡혀서 당장 떠나지를 못한다. 결국 라크메와 제랄드는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헤어진다. 그리고 라크메는 집으로 돌아간다. 얼마후 힌두교의 비밀 집회를 인도했던 닐라칸타가 의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닐라칸타는 사람들로부터 영국군 장교가 이 지역에 들어왔다가 갔고 더구나 라크메를 만난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서 크게 분노한다. 닐라칸타는 힌두교의 성지가 영국군의 발길에 더럽혀 졌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라크메의 명예를 위해 영국군 장교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비밀 사원 장면


[2막] 닐라칸타는 힌두교의 성스러운 지역을 침입했던 영국군 장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했다. 라크메에게 물어 보았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듣는다. 닐라칸타는 라크메를 데리고 번잡한 시장으로 간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므로 혹시 영국군 장교도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시장에서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이국적인 춤이 펼쳐진다. 페르시아 춤도 있고 중국 춤도 나온다. 이 장면은 연출에 따라 달라진다. 닐라칸타는 라크메에게 시장 한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그러면 영국군 장교가 라크메를 알아보고 더 일찍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라크메가 시장에서 부르는 노래가 유명한 '종의 노래'(The Bell Song: Ou va la jeune Hindoue: 젊은 인도여인은 어디에 있나?)이다. 라크메는 제랄드가 자기의 노래를 듣더라도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닐라칸타를 비롯한 인도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온전하지 못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라크메가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자 멀리서 그 노래에 이끌린 제랄드가 라크메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라크메는 제랄드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때 닐리칸타가 나타나서 단검으로 제랄드를 찌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제랄드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았다. 시장에 있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사태에 놀래서 소동을 벌이고 있을 때에 닐라칸타의 하인인 하지가 재빨리 제랄드를 등에 업고 숲속으로 도망친다. 숲속에는 하지만이 아는 비밀 장소가 있어서 그곳에 숨겨 놓으면 아무도 모른다. 라크메가 제랄드를 정성스럽게 간호하는 바람에 제랄드는 얼마 후에 완전히 회복된다.


시애틀 오페라


[3막] 숲속에 있는 오두막집이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라크메와 제랄드가 함께 있다. 라크메의 노래가 Sous le ciel tout étoilé(별이 가득찬 하늘 아래에서)이다. 멀리서 사람들이 노래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제랄드는 부대에도 들어가지 않아서 탈영병과 같은 입장이다. 제랄드는 혹시 사람들이 자기를 찾으러 오는 것이나 아닌지해서 두려워한다. 라크메가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라크메는 젊은 연인들이 이 근처에 있는 마법의 샘에서 물을 떠 마시려고 오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라크메는 마법의 샘의 물을 마시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제랄드를 깊이 사랑하는 라크메는 자기가 물 한 컵을 떠오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제랄드는 라크메가 자리를 비우게 되지 불안한 심정이다. 제랄드의 노래가 Lakmé! Lakmé! Ah! Viens dans la foret profonde(라크메, 라크메, 아, 숲속 깊은 곳으로 와요)이다. 하지만 제랄드는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조국인 영국에 대한 의무를 생각해야 하고 약혼자인 미스 엘렌을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은 라크메를 사랑하고 있으니 어찌해야 할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라크메는 제랄드의 그런 번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랄드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마법의 샘의 물을 뜨러 간다. 라크메가 떠나자 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랄드의 친구인 프레데릭이 나타난다. 제랄드를 찾아서 헤매다가 겨우 이곳을 알아 냈다는 것이다. 프레데릭은 제랄드에게 영국군 장교로서의 의무를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어서 떠나자고 다그친다. 그때 라크메가 마법의 샘에서 물을 떠서 가지고 들어온다. 라크메가 제랄드에게 어서 샘울을 마시라고 말하지만 제랄드는 주저하면서 마시지 않는다. 그제서야 라크메는 제랄드의 태도가 변한 것을 눈치챈다. 라크메는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불명예를 생각한다. 라크메는 그토록 사랑했던 제랄드가 자기를 버린다고 생각하자 죽어서 모든 것을 잊기로 생각한다. 라크메는 독이 있는 다투라(흰독말풀)의 잎을 따서 입에 넣는다. 라크메는 제랄드에게 자기는 이제 독잎을 먹었으므로 죽게 된다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들은 제랄드는 자기의 우둔했음을 후회하고 라크메와 함게 마법의 샘울을 마신다. 죽어서라도 영원히 함께 하자는 생각에서이다. 닐리칸타가 숲속의 오두막집을 찾아내어 들어설 때에 라크메는 죽어가고 있다. 라크메는 아버지 닐라칸타에게 제랄드와 함께 마법의 샘물을 마셨다고 고백한다. 라크메는 그렇게 말한 후에 이내 숨을 거둔다. 피날레는 닐라칸타, 제랄드, 라크메의 트리오이다. C'est lui! C'est lui!(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다.)이다.


오페라 코미크의 무대.


지금까지 여러 음반이 나왔고 많은 소프라노들이 라크메의 역할로서 이름을 떨쳤다. 첫 음반은 1940년으로 릴리 폰스(Lily Pons)가 타이틀 롤을 맡은 것이었다. 닐라칸타는 러시아의 에치오 핀자(Ezio Pinza)였다. 1952년에는 마도 로뱅(Mado Robin)이 라크메를 맡아 취입한 음반이 나왔다. 이어 1967년에는 조앤 서덜랜드가 라크메를 맡았고 1970년에는 마디 메스플레(Mady Mesplé)가 라크메를 맡았다. 1998년에는 나탈리 드사이(Natalie Dessay)가 라크메를, 호세 반 담이 닐라칸다를 맡은 음반이 나왔었고 근자인 2012년에는 엠마 매튜스(Emma Matthews)가 라크메를 맡은 음반이 나왔다.,


라크메의 엠마 매튜스. 영국에서 태어난 호주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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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메'의 바탕이 된 '로티의 결혼'(Le Mariage de Lo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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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겸 해군장교인 피에르 로티(Pierre Loti)가 1880년에 쓴 '로티의 결혼'이라는 자서전적 소설은 '라크메'의 기반이 된 작품이다. '라라우'(Rarahu) 또는 '타이티'(Tahiti)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로티의 결혼'은 피에르 로티의 두번째 소설이지만 피에르 로티는 이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으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다. 내용은 로티가 태평양의 타이티에서 원주민 여인인 로라우와 로맨틱한 관계를 맺으며 지낸 얘기이다. 로티라는 아름은 타이티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줄리앙 비오(Julien Viaud)이다. 피에르의 형인 귀스타브는 프랑스 해군장교로서 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여러 섬들을 항해한 일이 있다. 귀스타브는 폴리네시아에서의 흥미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프랑스로 돌아왔다. 귀스타브의 이야기 중에는 이국적인 타이티 여인과의 사랑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에르는 어릴 때 들었던 형 귀스타브의 이야기를 잊지 못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언젠가 태평양의 폴리네시아로 가서 아름다운 원주민 아가씨와 마음껏 사랑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얼마후 피에르는 결국 프랑스 해군에 입대하였고 그가 22세 되던 1872년에 꿈에도 그리던 타이티의 파피트(Papeete) 마을에 두달 동안 주둔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피에르는 타이티에서 원주민들로부터 로티라는 타이티식 이름을 선사받았다. 그로부터 피에르 비오가 아니라 피에르 로티로 행세하게 되었다. 로티는 해군 함정에서 지내야 했지만 마을로 내려가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을 배웠고 그들의 옷을 입었으며 그들의 관습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그들의 여자들을 사랑했다. 이제 로티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매일매일의 일기를 꼬박꼬박 기록했다. 타이티 마을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마침 로타의 상관인 함장은 역사와 민속학, 또는 인종학 방면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로티가 함정을 떠나서 원주민 마을에 들어가서 지내도 오히려 프랑스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서 상관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 해군은 영국의 해군과는 달리 장교나 수병들이 외국에 나가서 주둔 할 때에 원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일반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영국 해군은 장교나 수병들이 원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었다.



'로티의 결혼'은 로티가 타이티에서 로라우라는 원주민 아가씨와 사랑하게 되어 결혼식까지 올리지만 나중에는 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내용은 로티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넌 픽션이지만 그래도 소설처럼 흥미를 준다. 등장인물들은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다만 여주인공인 라라우만이 가공인물이다. 그리고 로티 자신도 소설에서는 영국식으로 해리 그랜트(Harry Grant)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해리 그랜트는 타이티에 정박한 해군함정의 장교이다. '로티의 결혼'은 1880년에 '라라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가 나중에 '로티의 결혼'으로 바꾸어 재출판되었다. 소설이 나오자 마자 사람들의 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심 내지 호기심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르 피가로지도 '로티의 결혼'에 대하여 '오랫만에 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에밀 졸라 등에 의한 사실주의 문학이 지배적이었으나 의외로 로티의  로맨틱한 소설에도 많은 관심을 주었다. 아마도 당시 열강들의 식민정책과 맞물려서 흥미를 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