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86. 쥘르 마스네의 '라호르의 왕'(Le roi de Lahore)

정준극 2016. 11. 16. 10:22

라호르의 왕(Le roi de Lahore) - The King of Lahore

쥘르 마스네의 5막 그랜드 오페라


 

쥘르 마스네와 대본을 쓴 루이 가예


'라호르의 왕'(Le roi de Lahore)은 쥘르 마스네의 5막 그랜드 오페라이다. 라호르는 파키스탄에 있는 도시이다. 현재는 편자브 지방의 주도이지만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라호르는 여러 제국들의 중심도시였다. 특히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이슬람 제국인 무굴 제국(Mugahl Empire)의 수도였다. 무굴 제국은 16세기 초반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다스린 이슬람 제국이었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이슬람 제국의 라호르가 아니라 힌두교 나라에 속한 도시였다. 힌두교의 인드라 사원이 무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오페라에서는 시기가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추측건대 10세기-13세기가 아닌가 싶다. 오페라 '라호르의 왕'은 마스네의 세번째 오페라이지만 마스네는 이 작품으로서 비로소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으므로 마스네로서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라호르의 왕'은 1877년 파리 갸르니에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오늘날의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이다. '리호르의 왕'은 당시 유럽인들의 오리엔트에 대한 지극한 호기심으로 대환영을 받았다. 이국적인 무대장치와 의상, 그리고 이국적인 향취의 음악이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의상 디자인은 여러 디자이너들이 맡았는데 그 중에는 유명한 외진 라코스트(Eugene Lacoste)도 포함되어 있다. '라호르의 왕'의 대본은 유명한 루이 가예(Louis Gallet: 1835-1898)가 맡았다. 루이 가예는 마스네를 위해서 '타이스', '르시드', '쟈밀레' 등의 오페라 대본을 제공한바 있다.


'라호르의 왕'이 초연된 파리 갸르니에 극장의 무대와 오디토리엄


'라호르의 왕'은 파리 초연 이래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이탈리아의 토리노, 로마, 볼로냐, 베니스에서 리바이발 되었다. 1879년에는 런던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었고 미국 초연은 1883년 뉴올리언즈에서였다. 그러다가  1924년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될 즈음에는 마스네 스타일의 로맨틱한 오페라가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라호르의 왕'이 특히 그러했다. 그래서 메트로폴리탄에서 겨우 6회 공연을 마친 후에는 더 이상 공연되지 않았다. 근대에 이르러서 '라호르의 왕'이 리바이발 된 것은 파리 초연 1백주년을 기념하여서 1977년에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공연된 것이었다. 이때 프리마 돈나는 조앤 서덜랜드였고 지휘는 리챠드 보닝이었다. 조앤 서덜랜드와 리챠드 보닝 콤비는 밴쿠버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공연했다. 그때의 공연 실황은 음반으로 나와 있다. 그보다 더 최근의 리바이발은 2005년 베니스의 라 페니체 공연이었다. CD와 DVD로 나와 있다. 오늘날 '라호르의 왕'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어서 아쉬운 감이 있다. 주로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영국 첼시오페라그룹(COG)의 무대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파리 초연에서는 시타를 소프라노 조세핀 드 레츠케(Josephine de Reszke)가 맡았고 알림 왕은 테너 마리우스 살로몬(Marius Salomon)이 맡았으며 신디아 장관은 바리톤 장 라살르(Jean Lasalle)가 맡았다. 오페라의 시기는 대략 10세기 경으로 간주하며 장소는 지금의 파키스탄에 속한 라호르이다. 오페라에서는 알림 왕의 하인인 칼레드를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또한 힌두교의 인드라 신은 베이스가 맡는다. 인드라 신은 인도-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주피터, 페룬, 토르, 오딘(보탄)과 같은 격의 신이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뛰어난 아리아는 1막에서 신디아 장관의 아리아인 Promesse de mon avenir(즐거움의 신의 약속: O Casto fior)이다. 악한 행동이 승리하고 욕망이 성취되라는 내용으로 아름다운 시타를 꿈꾸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 시타(Sita: S). 인드라 사원의 아름다운 여사제

- 알림(Alim: T). 라호르의 왕. 시타를 사랑함

- 신디아(Scindia: Bar). 라호르의 장관. 시타를 사랑함

- 티무르(Timour: B). 인드라 사원의 고승

- 칼레드(Kaled: MS). 알림 왕의 하인

- 인드라(Indra: B). 힌두교 신

- 이밖에 병사들, 백성들, 남녀 사제들, 천상의 존재들, 발레 멤버로서 압사라들(힌두교의 구름과 물의 여신), 님프들


인드라 사원에서 여사제들의 춤


[1막] 라호르의 백성들이 고승 티무르의 인도에 따라 마무드가 이끄는 무슬림 군대의 침공으로부터 구원해 달라고 인드라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 왕의 신하로서 장관인 신디아가 사원에 도착해서 여사제 중의 하나인 시타를 신에게 일생을 헌신하겠다는 서약에서 풀어주라고 요구한다. 티무르는 오직 왕만이 그런 요구를 할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신디아 장관은 어떤 남자가 사원 안에서 시타와 은밀히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므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사제의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티무르와 신디아는 우선 시타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신디아 장관은 시타와 단 둘이 만나게 되자 시타의 결혼을 위해 시타를 사원에서 데리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시타는 일평생을 사원에서 처녀로 지내야 하는 처지를 한탄하고 있던 차에 신디아 장관이 자기의 결혼을 위해 더 이상 사제로서 봉사하지 않게 해 주겠다고 말하자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시타는 결혼의 상대자가 신디아 장관 자신이라는 얘기를 듣자 함께 있기도 싫으니 어서 나가라고 말한다. 사실 시타는 번뇌 중에 있다. 그것은 또한 가책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여사제로서 어떤 미지의 남자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인지 모르는 그 남자는 시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금까지 손한번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디아 장관은 시타가 자기를 배척하자 사실은 전부터 시타를 사랑해 왔다고 고백하면서 제발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시타는 미지의 사랑하는 그 남자를 생각하여서 신디아 장관의 청혼을 거절한다. 신디아 장관은 감히 자기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는 시타에 대하여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신디아 장관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시타가 여사제로서 외간 남자와 밀회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므로 죽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 비밀 통로를 통해서 알림 왕이 사원에 들어온다. 알림 왕은 신하인 신디아 장관이 사랑하는 시타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 앞에 나서서 시타를 은밀히 만나는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자기라고 밝히며 시타를 보호한다. 시타와 신디아와 티무르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알림 왕의 얘기에 크게 놀란다. 티무르는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여사제와 밀회하는 죄를 저질렀으므로 죄를 씻기 위해서는 침공해 오는 무슬림 군대와 맞서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알림 왕과 시타


[2막] 알림 왕의 진영이다. 병사들이 한가롭게 체스를 두고 있다. 사랑하는 알림 왕을 따라서 전선에까지 온 시타가 적장과의 결투를 위해 나간 알림 왕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초조히 기다린다. 얼마후에 왕과 함께 전투에 나갔던 병사들이 패배하여서 진영으로 돌아온다. 이들은 놀랍게도 알림 왕이 큰 부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다고 전한다. 신디아 장관은 왕이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자 이 기회를 이용해서 권력을 잡으려고 생각한다. 잠시후에 부상 당한 알림 왕이 병사들의 들것에 실려 도착한다. 알림 왕은 아무런 기운도 없이 창백한 모습이다. 알림 왕은 나머지 병사들을 소집해서 적군의 침공에 대비코자 한다. 그러나 병사들은 신디아 장관의 부추김으로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알림 왕은 사랑하는 시타의 팔에 안겨서 숨을 거둔다.


시타 역의 조앤 서덜랜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1977년 '라호르의 왕' 초연 1백주년 기념공연


[3막] 낙원에 올라간 알림 왕은 인드라 신의 앞에 선다. 낙원의 천사들이 알림을 춤을 추며 환영한다. 알림은 시타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인드라 신이 알림의 간청을 들어주어서 세상으로 환생해서 태어나도록 한다. 그러나 왕의 신분으로가 아니라 평민으로 태어나도록 한다. 그리고 알림의 생에는 시타와 연결되어 있어서 만일 시타가 죽게 되면 알림도 죽는다는 것이다.


[4막] 라호르의 왕궁이다. 시타가 알림의 죽음을 애통해 하면서 신디아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알림이 이승으로 환생하여 태어나서 다시 왕궁에 서게 된 것을 크게 기뻐한다. 마침 신디아 장관이 시타를 보기 위해 시타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알림이 신디아 장관을 막아서며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신디아 장관을 막아서는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가 죽은 알림 왕과 똑같은 것을 보고 무척 혼돈스러워한다. 신디아가 새로운 알림에게 누군데 앞길을 막느냐고 묻자 알림은 시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신디아는 '저 사람은 알림이 아니다'라면서 병사들에게 알림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고승 티무르는 알림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난 것은 인드라 신의 뜻인 것을 깨닫고서 중간에 나서서 환생한 알림을 죽이지 못하도록 한다. 티무르는 환생한 알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를 데리고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환생한 알림은 사원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가마에 타고 왕궁으로 들어가는 시타를 만나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영국 첼시오페라그룹 무대


[5막] 시타는 신디아 장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왕궁에서 겨우 도피하여 인드라 사원의 성소에 도달한다. 시타는 단검을 빼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한다. 그러다가 사제들의 저녁 기도소리를 듣자 단검으로 자기를 찌르려던 것을 잠시 멈춘다. 그때 알림이 생전에 다니던 비밀통로를 통해서 인드라 성소에 들어온다. 알림과 시타가 감격적으로 해후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추격해 오는 신디아의 병사들을 피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그러한 때에 신디아가 병사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시타는 신디아의 병사들에게 잡힌다. 시타는 신디아에게 능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로 해서 단검으로 자기를 찌른다. 저쪽에 있던 알림도 시타가 단검을 찌를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 알림도 시타와 함께 숨을 거둔다. 그때 갑자기 낙원의 모습이 펼쳐진다. 시타와 알림은 낙원에 이르른다. 신디아는 자기의 악행을 크게 부끄러워하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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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바라타(Mahabhar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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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의 왕'의 이야기는 인도의 2대 고대서사시 중의 하나인 마라바라타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마하바라타가 라마야나, 바가바탕과 함께 인도의 3대 고대 서사시로 보았다. 마하바라타라는 말은 위대한 바라타 왕조라는 의미이다. 바라타 왕조는 전설상의 제국으로 바라타라는 인물이 창설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마하바라타는 바라타 왕조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지만 넓게 보아서는 위대한 인도의 역사를 담은 것이다. 인도를 바라타바르사(Bharatavarsa)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바라타의 나라'라는 뜻이다. 또한 오늘날 인도공화국의 공식명칭이 '바라트'(Bharat)인 것도 바라타제국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인도에는 고대로부터 뛰어난 문학작품이 많이 있는 중에 마하바라타는 라마야나(Ramayana)와 함께 고대 인도에서 산스크리트어로 된 위대한 서사시이다. 마하바라타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서사시이다. 마하바라타는 인도인들에게 종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마하바라타의 제6권에서 바가바드 기타()는 기본적으로 힌두교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하바라타는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이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보다 열배나 더 길다. 모두 20만 이상의 시구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로 보면 토탈 1백 80만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인도의 또 다른 서사시인 라마야나보다 4배나 더 길다. 어떤 역사학자는 마하바라타를 세계문명에 있어서 성서만큼 중요한 작품으로 보았다. 어떤 학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들보다 중요하다고 보았고 또 어떤 학자는 코란이나 그리스의 드라마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