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87.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정준극 2016. 11. 17. 11:50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 The Damnation of Faust - 천벌받은 파우스트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드라마틱한 전설'(Légende dramatique)


엑토르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의 4막 오페라이다. 베를리오즈는 이 작품을 오페라라기 보다는 Légende dramatique라고 불렀다. '드라마틱한 전설'이라는 의미이다. 베를리오즈는 또한 이 오페라에 '네 파트의 솔로, 일곱 파트의 대합창단, 대규모 어린이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오페라의 제목은 프랑스어로 'La damnation de Faust'이다. 이를 우리는 어찌된 연유인지 '파우스트의 겁벌'이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다. 'damnation'을 '겁벌'이라고 번역한 것인데 사실상 '겁벌'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다. 짐작컨대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오히려 '천벌'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즉, '천벌받은 파우스트'라고 해야 정확한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파우스트의 겁벌'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본 블로그에서도 그렇게 사용토록 한다. '파우스트의 겁벌'은 베를리오즈가 43세 때인 1846년 12월 6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파우스트는 잘 아는 대로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괴테의 극시(劇詩)의 제목이며 또한 그 극시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베를리오즈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서 음악작품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파우스트 박사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천벌을 받아야 하는지 알아보자.


마르게리트와 파우스트


괴테의 '파우스트'는 유럽 문화를 상징하는 신화 중에서 '돈 조반니'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신화로 자리 매김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실은 샤를르 구노의 '파우스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따라서 '파우스트'로부터 영감을 받은 음악 작품들이 다수 창조되어 있다. 특히 오페라가 그러하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1859년에 선을 보였으니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보다 13년이나 뒤에 나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기록상으로 가장 처음 나온 파우스트 오페라는 독일의 루이스 슈포르(Louis Spohr)가 1814년에 완성한 '파우스트'이다. 슈포르의 첫번째 오페라 작품이다. 그후 1831년에는 프랑스의 여류 작곡가인 루이스 베르탱(Louise Bertin)이 오페라 '파우스토'를 작곡했다. 그리고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이 1846년에 나왔으며 1859년에는 샤를르 구노의 '파우스트'가 나왔다. 이어서 1868년에는 이탈리아의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가 '메피스토펠레스'를 완성했고 비교적 근자인 1925년에는 이탈리아의 페루치오 부소니(Ferruccio Busoni)가 '독토르 파우스트'를 작곡했다. 부소니는 토마스 만의 소설 '독토르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삼았지만 기본적으로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근본을 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는 러시아의 알프레드 시닛케(Alfred Schnittke)가 1994년에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Historia von D. Johann Fausten)을 완성한 것이 있다. 이밖에도 프란츠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도 관심을 가져야 할 작품이며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 8번의 파트 2, 슈만의 '괴테의 파우스트의 장면'(Szenen aus Goethes Faust)도 파우스트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작품들이다.


나치를 비유한 ENO의 무대. 2011


베를리오즈가 괴테의 '파우스트'(파트 1)를 처음 읽은 것은 그가 25세 때인 1828년이었다. 독일어 원작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베를리오즈는 훗날 그의 비망록에서 '놀랍도록 뛰어난 이 책은 첫 장을 읽은 때부터 나를 매혹했다'고 말했다. 계속에서 베를리오즈는 '손에서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극장에 가서도 계속 읽었다.'고 덧붙여 말했다.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에 대한 감동을 음악으로 표현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1829년에 '파우스트에서의 여덟 장면'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베를리오즈의 작품번호 1번이다.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지만 요즘에는 테너 솔로로 더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여담이지만 베를리오즈는 리하르트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베를리오즈의 작품번호 1번인 '파우스트에서의 여덟 장면'은 마치 바그너의 악극에서 합창곡이나 솔로를 듣는 것이나 다름없는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아무튼 '파우스트'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은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에서의 여덟 장면'을 바탕으로 이를 더욱 확장하여 규모가 큰 작품을 만들기로 작정했고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파우스트의 겁벌'이다. 대본은 베를리오즈 자신이 주관하였으며 여기에 알미르 강도니에르(Almire Gandonnière)의 대본을 추가하였다.


베를리오즈는 처음에 '파우스트'에 대한 음악작품을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 오라토리오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다가는 아무래도 오페라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4막의 작품을 착수했는데 만들어 놓고는 오페라라고 부르기 보다는 드라마틱한 전설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일종의 경험담과 같은 이야기, 그리고 어찌보면 우주적인 견해를 펼쳐보일수 있는 것이어서 잘만하면 스테이지 작품으로서도 성공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겁벌'이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을 크게 기대하였다. 그러나 한번 무대공연을 보고 나서는 당시의 제작 기술로서는 이 작품을 무대에서 공연하여 드라마틱한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다. '파우스트의 겁벌'이 유명해 진 것은 무대 공연이 아니라 콘서트 형식의 연주에서였다. 실제로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겁벌'을 완성하고 이것을 '콘서트 오페라'(Opéra de Concert)라고 불렀다가 나중에 '드라마틱 전설'(Légende Dramatique)이라고 바꾸어 불렀다.


루앙오페라 무대


베를이오즈는 '파우스트의 겁벌'을 1845년 연주여행을 다니면서 주로 완성했다. 파우스트가 모든 자연에게 자기를 벌하여주고 마르게리트를 구원해 달라고 간청하는 장면에서는 이전에 별도로 만들어 놓았던 아리아인 Nature, immense, impénétrable et fière(자연이여, 광대하고 불가해하며 당당한)를 인용하였다. 대단히 감동적인 노래이다. 또한 그의 라코치 행진곡(Rakoczi March)도 인용하였다. 라코치 행진곡은 1846년에 헝가리의 페스트에서 연주되어 그야말로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1846년 12월 6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초연은 호평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아마 이 작품이 오페라와 칸타타의 중간 정도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관중들은 대체로 냉담하거나 무관심했다. 그래서 겨우 두번 공연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실패는 베를리오즈에게 겅제적인 부담도 주었다. 베를리오즈는 '내 생애에서 이렇게 뜻하지 아니한 참담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얼마나 타격이 컸었는지 알수 있다.'파우스트의 겁벌'은 무대 공연보다는 콘서트로서 더 자주 연주되었다. 그렇다고 무대 공연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893년 몬테 칼로 오페라에서의 공연은 상당한 환영을 받은 것이었다. 파우스트는 당대의 테너 장 드 레츠케(Jean de Reszke)가 맡았고 마르게리트는 소프라노 로우스 캬론(Rose Caron)이 맡은 공연이었다.


마르게리트와 어머니. ENO


메트로폴리탄은 1896년에 콘서트 형식으로 '파우스트의 겁벌'을 처음으로 미국에 소개하였고 무대 공연은 그로부터 10년 후인1906년이었다. 메트로폴리탄은 2008년에도 리바이발하였다. 로버트 르페이지(Robert Lepage)가 제작과 감독을 맡은 것으로서 최첨단 컴퓨테 기술을 충분히 활용한 환상적인 무대였다. 2011년에는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가 공연하였는데 이 공연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파리 국립오페라는 2015년에 새로운 각도에서 제작하였는데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을 파우스트로 간주한 것이었다. 파리의 리바이발은 메피스토펠레가 '마스 원'(Mars one) 프로젝트와 연관시켜 파우스트를 화성으로 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우스트는 형이상학적인 여행을 가는 것으로 해석했다. '마스 원' 프로젝트는 인간을 화성에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말한다. '파우스트의 겁벌' 중에 나오는 관현악곡으로서 '헝가리 행진곡'(Marche Hongroise: 라코치 행진곡), 실피의 발레'(Ballet des sylphes: 공기의 요정의 발레), '도깨비불의 메뉴엣'(Menuet des follets)은 발췌하여서 한데 묶어 '세개의 오케스트라 곡'(Three Orchestral Pieces)으로 별도로 연주되기도 한다. 키미유 생상스의 '동물의사육제'에서 더블베이스로 연주되는 '코끼리'(L'Eléphant)는 '실피의 발레'의 주제 멜로디를 인용한 것이다.


파리 오페라 무대. 브린 터블(메피스토펠레), 스티븐 호킹(도미니크 머시), 마르게리트(조피 코흐), 파우스트(요나스 카우프만)


'라코치 행진곡'으로 알려진 '헝가리 행진곡'은 1막 3장에 나온다. 우리 귀에 익은 이 행진곡의 멜로디는 18세기의 것으로서 여러 변주곡들이 있다. 라코치 행진곡은 헝가리의 비공식 국가(國歌)이기도 하다. '공기의 요정의 발레'는 2막 7장에 나온다. 파우스트가 마르게리트의 환상을 볼때 나온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마르게리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엘베강뚝에서 잠이 빠지도록 만든다. 이때 마치 화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공기의 요정들의 춤이 나온다. 매우 델리케이트한 음악이다. '지옥으로의 기행'(Ride to the Abyss: La Course a l'abime)은 4막 18장에 나오며 거칠고 무모하게 영원한 저주의 장소로 달려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머리를 쭈삣하게 만드는 음악이다. '쥐의 노래'(Song of the Rat)은 2막 6장에 나온다. 파우스트의 제자인 브란더의 노래이다. 죽은 부엌 쥐를 추모해서 부르는 노래이다. 마치 축배의 노래와 같지만 끝 부분이 '아멘, 편히 쉬소서'(Amen, rest in peace)라고 되어 있어서 추모곡인 것을 알수 있다. 2막 6장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의 노래도 대단히 유명하다. '악마의 노래'이다. 사악한 메피스토펠레의 본심을 감춘 유혹적인 멜로디이다.


첼시오페라그룹의 무대. 스티븐 호킹과 정령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무대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1846년 파리 초연에서 메조소프라노 오르탕스 뒤플로 메야르(Hortense Dufflot-Maillard)가 마르게리트의 이미지를 창조하였고 테너 귀스타브 이폴리트 로저(Gustave-Hyppolyte Roger)가 파우스트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메피스토렐레는 바리톤 레오나르 에르만 레옹(Léonard Hermann-Léon)이었다. 무대는 독일의 라이프치히 일대이며 시기는 16세기이다.


- 마르게리트(Marguerite: MS). 젊은 처녀

- 파우스트(Faust: T). 노학자

- 메피스토펠레(Méphistofélès: Bar 또는 B). 신사로 가장한 악마

- 브란더(Brander: B). 학생

- 이밖에 농부들, 땅의 요정과 공기의 요정, 군인들과 학생들, 사탄의 부하인 악마들과 저주받은 사람들, 천상의 정령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노학자인 파우스트는 고독한 사람이다. 그리고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파우스트는 독약을 마시고 죽을 생각도 한다. 그러한 때에 메피스토펠레가 나타난다.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이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만일 자기를 따라다니며 학자로서의 생활을 모두 잊는다면 쾌락과 행복과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제안한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젊은 처녀인 마르게리트를 파우스트에게 소개한다. 파우스트와 마르게리트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정당하지 못한 것이고 더구나 마르게리트의 어머니가 크게 분노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한다. 얼마후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의 주선으로 마르게리트가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본다. 마르게리트는 자기의 어머니에게 독약을 수면제라고 속여서 먹도록 했던 것이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만일 파우스트가 그의 영혼을 자기에게 팔고 자기의 하인이 된다고 약속하면 마르게리트가 석방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를 불쌍하게 여겨서 메피스토펠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자 파우스트는 피가 강물처럼 흐르며 해골들이 춤을 추고 호수는 불바다가 된 지옥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편, 한때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타락의 길을 걸었던 마르게리트는 순수한 영혼으로서 하늘나라에서 환영을 받는다. 


명예와 영광을 위해 사는 일반사람들. 파리 오페라


[1막] 헝가리의 평원이다. 노학자인 파우스트는 시골의 풍경을 바라보며 심오한 고독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러다가 파루스트는 자연의 이치를 어떻게 하면 새롭게 할수 있을지를 곰곰히 생각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지만 청춘을 새롭게 시작할수 있다면 그동안 마음대로 하지 못해서 미련을 가지고 있던 일들을 할수 있다는 한없는 욕망을 생각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하여도 생각한다. 파우스트의 아리아가 Le vieil a fait place au printemps이다. 마침 저 멀리서 농부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춤도 추고 있을 것이다. 파우스트는 이와 같은 농부들의 단순한 행복이야 말로 자기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멀리서 병사들이 행진하는 소리가 들린다. 헝가리 행진곡(라코치 행진곡)이다. 파우스트는 어째서 병사들은 영광과 명예에 대하여 저렇게도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병사들이 스티븐 호킹을 마을로 안내하고 있다. 첼시오페라그룹


[2막] 파우스트는 지금까지 많은 지식을 쌓았지만 따지고 보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심히 절망한다. 파우스트는 늙은 몸이지만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서재로 돌아간다. 책을 읽고 사색을 하여서 지혜를 탐구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파우스트에게는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한다. 파우스트는 마침내 모든 것이 부질 없고 허무하다고 생각해서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파우스트의 아리아가 San regret, j'ai quitte les viantes campagnes 이다. 그러한 때에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부활절 찬송이 들린다. Chant de la fete de Paques 이다. 그 소리들은 파우스트에게 그가 아직도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런 날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심히 아쉬워 한다. 메피스토펠레가 나타난다. 중년 신사의 모습이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인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함께 멀리 여 행을 떠나자고 권유한다. 그리고 젊음과 지식은 물론이고 무엇이든지 소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의 제안을 수락한다.


아우어바흐스 켈러에서 '벼룩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메피스토펠레. 메트로폴리탄 무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는 라이프치히에 있는 아우어바흐 켈러(Auerbachs Keller)에 도착한다. 켈러라는 말은 주점이라는 뜻이다. 아우어바흐스 켈러는 오늘날에도 실제로 라이프치히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점이다. 브란더라는 학생이 '쥐의 노래'를 부른다. 부엌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던 쥐가 독약을 잘못 먹고 그런 생활을 끝낸다는 내용이다. 노래가 끝나자 주점에 있던 손님들이 '아멘, 편히 쉬소서'라며 풍자적으로 화답한다. '쥐의 노래'에 이어 메피스토펠레가 '벼룩의 노래'(Un puce gentille)를 부른다. 벼룩 한 마리가 왕궁사람들에게 병균을 옮기기 위해 다른 벼룩들을 불러 온다는 내용이다. 파우스트는 저속한 노래들과 주점의 분위기에 기분이 상해서 메피스토펠레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한다. 장소는 바뀌어 엘베 강뚝에 펼쳐진 초원이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마르게리트라는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을 환상을 통해서 보여준다. 파우스트는 아름답고 청순하게 보이는 마르게르트를 사랑하게 된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를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어한다. 마침 한 무리의 병사들과 학생들이 마을로 들어간다. 파우스트도 이들과 함께 마르게리트가 살고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스 켈러 앞에 세워져 있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기념상. 주소는 그림마이셰 2-4번지의 매들러 파사지에 있다.


[3막]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는 마르게리트의 방으로 숨어 들어간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에게서 평소에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있던 순수하고 순진한 여인상을 찾고자 한다. 파우스트의 아리아가 Merci, doux crepuschule! 이다. 잠시후 마르게리트가 방으로 들어온다. 마르게리트는 머리를 빗으면서 툴래 돵에 대한 발라드를 부른다. Autrefois, un roi de Thulé 이다. 옛날 툴레의 왕이 세상 떠난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 못하여 번민 중에 살았다는 내용이다. 메피스토펠레는 짖궂은 정령들을 불러 모아서 창문 밖에서 풍자적인 세레나데를 부르도록 한다. 순진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순진한 마르게리트를 속여서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정령들의 세레나데가 Esprit des flammes inconstantes 이다. 정령들이 사라지마 마침내 파우스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르게리트는 파우스트가 마르게리트를 꿈 꾼 것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트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파우스트를 반갑게 맞이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다짐을 한다. 두 사람의 노래가 Ange adore, dont la celeste image 이다. 그때 메피스토펠레가 뛰어 들어오면서 마르게리트의 순결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수한 마르게리트가 밤중에 방에서 미지의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마르게리트의 명예가 손상될 것이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벌써 이웃 사람들 중에는 어떤 남자가 마르게리트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인다. 메피스토펠레는 이웃 사람이 다른 방에 있는 마르게리트의 어머니에게 어서 마르게리트의 방으로 가보라고 말랬다는 소식도 전한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와 급한대로 작별을 고하고 도망치듯 나간다. 메피스토펠레가 파우스트의 뒤를 따른다.


파우스트와 마르게리트의 만남. 파리 오페라


[4막]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를 유혹해서 임신을 시키고 아무래도 처녀를 농락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 같아서 마르게리트를 몰라라하고 버린다. 하지만 마르게리트는 파우스트를 사랑해서 언젠가는 자기에게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다. 홀로 버려진 마르게리트가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며 탄식하는 노래가 D'amour, l'ardente flamme 이다. 마르게리트는 멀리서 학생들과 병사들의 소리를 듣는다. 마르게리트는 파우스트와 처음 만났던 그날 밤에도 학생들과 병사들의 소리가 들렸던 것을 회상한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파우스트가 찾아오지 않는 것이 다르다. 한편, 파우스트는 위대하고 광대한 자연에게 세상에 대한 피곤함을 치유해 달라고 간청한다. 파우스트의 노래가 유명한 Nature immemse, impénétrable et fière 이다. 메피스토펠레가 나타나서 파우스트에게 마르게리트가 감옥에 갇혀 있다고 전한다. 마르게리트는 어머니에게 실수로 너무 많은 수면제를 주어서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르게리트는 살인죄로 다음날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그 말을 들은 파우스트가 극도로 불안해 한다. 메피스토펠레가 그런 파우스트를 위로하면서 마르게리트를 살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만일 파우스트가 자기의 영혼을 메피스토펠레에게 양보한다면 마르게리트를 살릴수 있다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오직 마르게리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메피스토펠레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파우스트는 검은 말을 타고 메피스토펠레가 달리는 대로 따라간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와 함께 마르게리트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갑자기 악마들의 환영을 보자 겁을 먹기 시작한다. 게다가 주변 환경도 점점 두렵고 괴이하게 보인다. 파우스트는 결국 메피스토펠레가 자기를 지옥으로 데려온 것을 알게 된다. 악마들과 저주받은 정령들이 지옥의 이상한 말로 메피스토펠레와 파우스트를 환영한다. 파우스트가 지옥에 도달한 후에 소란스러웠던 지옥은 잠잠해 진다. 그와 동시에 파우스트는 말할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마르게리트는 구원받아서 하늘의 영접을 받는다.


피날레 장면. 메트로폴리탄. 사다리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마르게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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