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88. 아밀카레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La Gioconda)

정준극 2016. 11. 19. 18:37

라 조콘다(La Gioconda)

아밀카레 폰키엘리의 4막 오페라

빅토르 위고의 '파두아의 폭군 안젤로'(Angelo, Tyran de Padoue)가 원작


 

작곡자 아밀카레 폰키엘리와 대본을 쓴 아리고 보이토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35년에 쓴 운문 희곡 '파두아의 폭군 안젤로'(Angelo, tyran de Padoue)는 그 드라마틱한 내용으로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다. 처음 오페라로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의 벨칸토 작곡가인 사베리오 메르카단테(Saverio Mercadante)였다. 1837년에 발표된 Il giuramento(맹세)였다. 이어 1876년에는 러시아의 세자르 쿠이(Cesar Cui)가 Angelo(안젤로)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이탈리아의 아밀카레 폰키엘리(Amilcare Ponchielli: 1834-1886)가 작곡한 La Gioconda(라 조콘다)였고 그 다음은 1928년에 나온 알프레드 브루노(Alfred Bruneau)의 Angelo, Tyrant of Padua(파두아의 폭군 안젤로)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오페라는 아무래도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일 것이다. '라 조콘다'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이 오페라의 3믹에 나오는 '시간의 춤'(Danza delle ore: Dance of the Hours) 때문일 것이다. 음악은 명랑하지만 음악에 곁들인 내용은 비통하다. ‘시간의 춤’이라는 음악이 끝나는 동시에 불쌍한 라우라의 목숨도 끝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곡은 별도로 콘서트의 레퍼토리로서도 사랑을 받고 있으며 여러 영화와 CF 등의 주제곡으로서도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경우는 1940년도 디즈니 만화영화인 '환타지아'(Fantasia)에 포함된 것이다. 이 음악에 맞추어서 타조, 하마, 악어, 코끼리가 춤을 추는 내용이다. 특히 하마는 발레복인 투투를 입고 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 만화영화었다. 엔조의 환희에 찬 아리아 ‘하늘과 바다’는 그가 옛 애인 라우라를 곤돌라에서 기다리며 부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4막에서 조콘다가 망설이면서 부르는 ‘자살...’이라는 아리아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장면에 나온다. 또 하나의 긴장된 장면의 아리아는 1막에서 사악한 바르나바가 엔조를 만났을 때 부르는 ‘너는 산타피오르의 공자가 아니던가?’이다.   


베니스의 거리


La Gioconda 라는 말의 뜻은 '행복한 여인'(Happy woman) '기분 좋은 여인'(Cheerful wonan) '즐거운 여인'(Merry woman)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어의 gioconda는 giocondo의 여성형으로서 라틴어인 jocundus에서 나온 것이다. 라틴어의 jocundus(또는 jocund)는 '기쁜' '즐거운' '행복한'이라는 뜻이다. 영국에서 '라 조콘다'를 공연했을 때에는 비록 '라 조콘다'라는 이름의 뜻이 '행복한 여인'이지만 오페라의 내용은 비극적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발라드 가수'(The Ballad Singer)라고 번역한 일이 있다. 주인공인 조콘다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던져주는 돈으로 연명하는 여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 이탈리아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여서 '라 조콘다'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라 조콘다'를 영화로 만들었을 때 제목은 The Fighting Prince(싸우는 왕자)였다. 원작과는 거리가 있는 설정이었다. 사족이지만 '라 조콘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그림의 제목이지만 오페라 '라 조콘다'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다 빈치의 그림은 오늘날 '모나 리자'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조콘다와 치에카


아밀카레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는 위고의 원작이 나온지 40년 만에 만들어진 오페라이다. 대본은 작곡가로서도 유명한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 1842-1918)가 썼다. 폰키엘리는 생전에 11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오늘날에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으로서는 I Lituani(리투아니아 사람: 1874)와 I Mori di Valenza(발렌사의 죽음: 1914), 그리고 물론 대표작인 '라 조콘다'가 있다. 아리고 보이토는 작곡가로서 괴테의 '파우스트'를 소재로 삼은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작곡했으며 대본가로서는 베르디를 위해 베르디 생애의 마지막 두 걸작인 '오텔로'와 '활슈타프'의 대본을 썼고 그리고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의 대본을 썼다.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는 1876년 4월 8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라 조콘다'는 오페라의 장르로 구분할 때에 이탈리아 그란데 오페라(Grande opera)에 속한다. 프랑스의 그랑 오페라(Grand-Ora)와 같은 성격이다. 초연에서 조콘다의 이미지를 창조한 사람은 소프라노는 맛달레나 마리아니 마시(Maddalena Mariani Masi)였고 엔조(Enzo)의 이미지는 테너 줄리앙 가야르(Julian Gayarre)였다. 그리고 라우라(Laura)는 메조소프라노 마리에타 비안콜리니 로드리게스(Marietta Biancolini Rodriquez)가 맡았다. 라 스칼라에서의 초연은 상당한 환영을 받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당시는 베르디가 1871년에 '아이다'를 끝으로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때여서 사람들은 누가 만들던지 새로운 오페라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라 조콘다'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사족이지만 베르디가 '아이다' 이후 다시 오페라를 어쩔수 없이 만든 것은 1887년이었다. '오텔로'였다. 그러므로 '라 조콘다'는 '아이다'와 '오텔로'사이에 나와서 각광을 받았던 것이다. 폰키엘리는 '라 조콘다'를 초연 이후 여러번에 걸쳐 스코어와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였다.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것은 1876년의 오리지널이 아니라 1880년에 만든 수정 버전이다.


 

초연에서 조콘다의 이미지를 창조한 소프라노 맛달레나 마리아니 마시와 엔조의 이미지를 창조한 테너 줄리앙 가야레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여섯명이다. 각기 다른 음성 파트이다. '라 조콘다'야 말로 각기 다른 음성 파트의 여섯 명이 각각 주역을 맡은 흥미로운 경우이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이다. 시기는 17세기이며 장소는 베니스이다. 어떤 버전에는 19세기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는 조콘다라는 여인에 대한 것이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지내는 발라드 가수이다. 조콘다에게는 엔조라는 애인이 있다. 그런데 엔조는 예전에 라우라라는 여인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라우라는 지금은 베니스를 통치하고 있는 최고회의의 리더격인 알비세의 부인이다. 그러므로 조콘다와 라우라는 라이발 사이이다. 조콘다는 눈먼 어머니인 치에카를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다. 어느날 치에카는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아 죽을 처지에 있게 된다. 그때 지나가던 라우라가 치에카를 죽음에서 구해준다. 조콘다로서는 라우라가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한편 사악한 바르나바는 조콘다를 품에 안기 위해 계속 유혹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한다. 결국 조콘다는 죽음을 택한다는 줄거리이다.


- 조콘다(Gioconda: S). 거리의 가수

- 라우라 아도르노(Laura Adorno: MS). 제노아의 귀부인

- 라 치에카(La Cieca: Contralto). 조콘다의 눈먼 어머니

- 엔조 그리말도(Enzo Grimanldo: T). 제노아의 공자. 달마티아의 선원느로 변장

- 바르나바(Barnaba: Bar). 종교재판소의 밀정

- 알비세 바도에로(Alvise Badoero: B). 라우라의 남편. 최고회의

- 이밖에 추아느(Zuane: B), 이세포(Isepo: T), 가수(A singer: B), 조타수(A pilot: B)가 나온다. 합창단은 노동자들, 세네이터들, 성직자들, 귀족들, 선원들, 어린이들이다.


라우라와 조콘다의 만남. 팔레르모


[1막] '사자의 입'(The Lion's Mouth)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사자의 입'은 벽에 붙어 있는 조각으로 거짓말한 사람이 사자의 입에 손을 넣으면 사자가 문다는 전설이 있다. 총독궁의 내정이다. 시기는 사순절 전의 사육제(카니발) 축제기간이다. 19세기 중엽(어떤 버전에는 17세기), 베니스공국에는 실질적인 권세를 장악하고 있는 10인 위원회라는 두려운 조직이 있었다. 이 위원회는 공국의 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비밀리에 조사하여 처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리의 발라드 가수인 바르나바(Barnaba)는 이 조직에서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는 비열한 인간이다. 누가 공국에 대하여 불만을 품고 있는지를 밀고하는 역할이다. 바르나바는 역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 조콘다(Gioconda)를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있다. 조콘다는 눈먼 어머니 치에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베니스의 대운하에서 곤돌라 경주(레가타)가 장관으로 벌어진다. 베니스 카니발 행사의 일환이다. 바르나바는 대운하에서 곤돌라 경주가 열리는 것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면서 조콘다를 어떻게 하면 수중에 넣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바르나바는 조콘다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 몬 후에 살려주는 척하면 조콘다의 사랑을 차지할수 있다고 계산한다. 마침 조콘다가 눈먼 어머니 치에카를 이끌고 거리에 나타난다. 바르나바는 조콘다의 약점을 잡기 위해 조콘다의 어머니인 치에카(Cieca)가 마법을 걸어 우승이 확실하던 곤돌라를 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그 곤돌라가 우승할 것으로 확신하고 환호했던 군중들은 그 소리를 듣자 흥분하여 조콘다의 어머니를 마녀라고 비난하면서 종교재판소의 판결을 받아 화형에 처하라고 소리친다. 조콘다는 곤돌라 경주에 참가했던 뱃사공 엔조 그리말도(Enzo Grimaldo)에게 눈길을 돌려 도움을 청하지만 엔조로서도 흥분한 군중들의 외침에 속수무책으로 있을 뿐이다. 조콘다는 젊은 곤돌라 뱃사공인 엔조를 사랑하고 있다. 


사자의 입이 한쪽에 있는 거리 풍경. 뉴욕시티오페라. 현대적 연출


마침 10인 위원회의 지도자로서 최고의 권력을 지닌 알비세 바도에로(Alvise Badoero)와 그의 부인 라우라 아도르노(Laura Adorno)가 가장무도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 광경을 보게 된다. 라우라는 남편 알비세에게 노파가 종교재판소에 끌려가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 자비를 베풀어서 살려주라고 간청한다. 라우라의 간청으로 조콘다의 어머니는 위기를 모면한다. 조콘다의 어머니는 목숨을 구해준 감사의 표시로 생명과 같이 여기며 지니고 있던 묵주(로자리)를 라우라에게 준다. 치에카의 노래가 Voce di donna 이다. 모두들 교회로 들어가고 바르나바와 엔조만이 남는다.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는 바르나바는 엔조가 뱃사람이 아니라 추방당한 제노아의 귀족으로서 전에 라우라와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알아차린다. 바르나바의 노래가 Enco Grimaldo, Principe di Santafior, che pensi? 이다. 악랄한 바르나바는 조콘다에게 엔조와 라우라의 과거 스토리를 얘기해주면 질투심과 배신감으로 약발이 먹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콘다의 눈먼 어머니를 마녀로 몰려던 바르나바는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새로운 음모를 꾸민다. 바르나바는 엔조에게 ‘아 참 반갑수다. 당신이 라우라를 사랑하는 것, 잘 알고 있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면 괴롭지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밤에 라우라를 당신의 곤돌라로 데려 올수 있소이다’라고 슬며시 엔조의 마음을 떠 본다. 광장에서 라우라를 얼핏 보았던 엔조의 마음속에는 라우라와의 잊을수 없었던 사랑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또한 엔조의 모습을 얼핏 본 라우라도 그리움에 마음이 흔들렸던 차였다. 엔조는 라우라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바르나바가 믿을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라우라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그의 말을 믿는다. 하지만 왜 그런지 두려움을 느낀다. 악랄한 바르나바는 한술 더 뜬다. 이번에는 위원장의 부인 라우라를 모함해서 라우라와 엔조를 한꺼번에 매장시키려는 치졸한 계략을 세운다. 바르나바는 라우라가 엔조라는 옛 애인을 잊지 못하여 그날 밤 두 사람이 곤돌라에서 밀회를 한다는 내용을 적은 투서를 만들어 공중서기인 이세포를 통해서 라우라의 남편인 엘비세위원장에게 보낸다. 바르나바는 제스추어로서 자기의 손을 '사자의 입'에 집어 넣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바르나바의 노래가 O monumento! 이다. 바르나바와 하인의 얘기를 우연히 엿들은 조콘다는 자기를 사랑한다면서 라우라를 잊지 못하는 엔조의 배신을 탄식한다. 그런 조콘다를 어머니 치에카가 위로한다. 저녁기도를 위한 종소리가 들린다.


조콘다와 치에카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엔조. 살레르모


제2막. '묵주'(The Rosary)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마음이 혼란해진 엔조가 하늘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달래보지만 불안하고 설레는 마음은 꺼질줄 모른다. 엔조는 바르나바의 말을 반신반의 하면서도 만일 라우라가 나타나면 라우라와 멀리 도망칠 생각까지 해본다. 과연, 어부로 변장한 바르나바가 라우라와 함께 엔조의 곤돌라가 있는 곳으로 온다. 바르나바의 노래가 바르카롤레이다. Pescator, affonda l'esca 이다. 바르나바가 자리를 뜨자 엔조가 나타난다. 엔조는 하늘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높이 찬양한다. 엔조의 노래가 Cielo e mar! 이다. 라우라는 성모에게 보호해 달라고 기도한다. 라우라의 노래가 Stella del marinar! 이다. 라우라와 엔조는 제노아에서의 옛 일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는다. 이때에 기다렸다는 듯 갑자기 조콘다가 나타난다. 조콘다는 라우라에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부인으로서 부러울 것이 없을 터인데 어찌하여 자기가 사랑하는 엔조를 가로채려 하느냐?’면서 두 사람을 싸잡아서 격렬하게 비난한다. 조콘다의 노래가 L'amo come il fulgor 이다. 라우라가 아무 변명도 하지 못하자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조콘다는 흥분한 나머지 칼을 들어 라우라를 찌르려 한다. 바로 그 순간 조콘다는 라우라의 손목에서 자기 어머니의 묵주를 발견한다. 조콘다는 라우라가 자기 어머니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조콘다는 라우라를 도와주어야 했다. 조콘다는 라우라에게 지금 남편인 위원장이 투서를 받고 나서 격분하여서 달려오고 있다고 말해주며 라우라를 일단 집으로 돌아가도록 얼른 보낸다. 엔조는 잡혀서 위원장과 종교재판관에게 굴복하느니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라우라와 치에카, 그리고 조콘다. 뒤에는 알비세


제3막. '황금의 집'(House of Gold: Ca' d'Oro)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알비세 궁이다. 엘비세 위원장은 라우라의 부정을 확신한다. 위원장은 자기의 명예를 위해 라우라를 죽일 결심을 한다. 알비세의 노래가 Si, morir ella de!이다. 라우라가 집에 돌아오자 위원장은 라우라에게 멀리서 들리는 합창 소리가 끝나기 전에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라고 강요한 후 자리를 뜬다. 이 때 조콘다가 라우라를 구하기 위해 몰래 숨어 들어와 라우라에게 잠시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먹도록 한다. 그날 밤은 마침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무도회장에서 엘비세위원장은 손님들에게 ‘시간의 춤’을 추도록 권유한다. 위원장은 ‘시간의 춤’이 끝날 때 쯤이면 라우라가 이미 죽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죽음의 불길한 종소리가 무도회장에 울려 퍼질 때 가면을 쓰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던 엔조가 가면을 벗어 던지면서 ‘알비세위원장의 부인 라우라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다만 엘비세의 위신 때문에 강요에 의해 독을 마시고 죽게 되었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비탄한다. 엔조의 노래가 Gia ti veggo 이다. 손님들은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한다. 엘비세 위원장은 라우라의 옛 애인인 엔조가 제발로 나타난 것을 보고 곧바로 엔조를 체포하여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다음날 사형에 처하겠다고 발표한다. 이 사실을 안 조콘다는 오로지 엔조를 살릴 희망으로 바르나바에게 자기 몸을 바치겠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엔조를 살려 달라고 제안한다. 한편, 위원장은 파티의 클라이막스에 싸늘하게 죽어 있는 라우라를 데려오도록 하여 손님들에게 보이며 누구든지 자기의 명예를 훼손하면 이같이 된다는 것을 은연중 보여준다. 하지만 알다시피 라우라는 약을 먹고 잠시동안 죽어있는 상태이다. 엔조는 라우라의 죽음을 보자 너무나 격분하여 엘비세위원장을 칼로 찔러 죽이려 하지만 호위병들에게 저지당한다. 한편, 사악한 바르나바는 조콘다를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콘다의 늙은 어머니를 체포하여 조콘다를 완전히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거래 조건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조콘다의 어머니가 심하게 반항하며 저주를 퍼붓는 바람에 그만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여 조콘다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인다. 


시간의 춤


제4막. '오르파노 운하'(The Orfano Canal)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주데카 섬의 어떤 폐허이다. 조콘다가 거리의 친구들을 동원하여 잠들어 있는 라우라를 조콘다의 낡은 집으로 비밀리에 데려온다. 조콘다는 앞날의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절망과 배신만이 자기를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한다. 그 때 엔조가 뛰어 들어와 조콘다가 라우라의 시신을 훔쳐간데 대하여 격하게 화를 내며 조콘다를 죽이려고까지 한다. 마침 라우라가 깨어난다. 라우라와 엔조는 서로가 다 무사한데 대하여 기쁨으로 눈물을 흘린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엔조와 라우라는 조콘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한후 함께 떠난다. 이제 조콘다는 바르나바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조콘다는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바르나바를 찾아간다. 조콘다는 ‘네 놈이 내 몸을 원한다지! 못된 놈! 자, 가져라!’라면서 바르바나에게 침을 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정에 불타있는 바르나바가 조콘다에게 다가 서려하자 조콘다는 칼을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어떤 대본에는 독약을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음). 조콘다의 마지막 노래가 Suicidio! 이다. 당황한 바르나바는 자기가 조콘다의 늙은 어머니를 붙잡아 죽인 사실을 자백하며 용서해 달라고 말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조콘다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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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조콘다'의 음반이 처음 나온 것은 1931년이다. 라 스칼라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연주했고 조콘다 역은 자니나 아랑기 롬바르디(Giannina Arangi-Lombardi)가 맡은 것이었다. 1952년에 나온 음반은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가 조콘다를 부른 것이었다. 토리노 방송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1957년에는 진카 밀라노프(Zinka Milanov)가 조콘다를 불렀고 주세페 디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가 엔조를 불렀다. 같은 해에 아니타 체르케티(Anita Cerchetti)와 마리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의 음반이 나왔다. 1959년에는 다시 마리아 칼라스가 조콘다를 맡았고 엔조는 피에르 미란다 페라로(Pier Miranda Ferrarro)가 엔조를 맡아 취입한 음반이 나왔다. 1967년에는 마리아 칼라스와 라이발이라고 하는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가 조콘다를 맡은 음반이 나왔다. 엔조는 카를로 베르곤치(Carlo Bergonzi)였다. 1980년에는 스페인의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e)와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음반이 나왔다. 1986년에는 헝가리 출신의 에바 마튼(Eva Marton)과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람베르티(Giorgio Laberti), 사뮈엘 레이미(Samuel Ramey)가 주인공들을 맡은 음반이 나왔다. 2001년에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비올레타 우르마나(Violeta Urmana)와 스페인의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취입한 음반이 나왔다. 2005년에는 소프라노 안드레아 그루버(Andrea Gruber), 테너 마르코 베르티(Marco Berti)의 음반이 베로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나왔다. DVD로 나온 것은 이밖에도 1979년에 레나타 스코토(Renata Scotto: 에미 상을 받았음), 루치아노 파바로티, 페루치오 푸를라네토(알비세) 등이 나온 TV 영화가 있다. 1988년, 우리나라에서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있늘 리세우대극장과 협동하여 역시 TV 영화를 제작한 것이 있다. 그레이스 범브리(조콘다), 피오렌사 코소토(라우라), 비오리카 코르테스(치에카), 에르마노 마우로(엔조), 이보 빈코(알비세), 마테오 마누게라(바르나바)가 출연한 것이다. 2005년에는 베로나 공연실황을 비디오로 담은 것이 나왔다. 안드레아 그루버(조콘다), 마르코 베르티(엔조) 등이 나온 것이다.


1986년도 공연을 DVD로 만든 것. 에바 마튼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역을 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