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92. 더글라스 무어의 '베이비 도의 발라드'(The Ballad of Baby Doe)

정준극 2016. 11. 24. 21:43

베이비 도의 발라드(The Ballad of Baby Doe)

더글라스 무어의 2막 오페라

미국적 표현에 중점


더글라스 무어


더글라스 스투어트 무어(Douglas Stuart Moore: 1893-1969)의 '베이비 도의 발라드'(The Ballad of Baby Doe)는 오늘날 미국의 오페라극장들에서 공연되는 미국 작곡가에 의한 오페라 중에서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속하는 몇 안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미국 오페라 중에서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들어가는 작품으로는 거슈인의 '포기와 베스', 사뮈엘 바버의 '바네사', 존 코릴리아노의 '베르사이유의 유령', 윌리엄 발콤의 '다리에서 본 광경', 그리고 더글라스 무어의 '베이비 도의 발라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작곡을 한 더글라스 무어는 뉴욕주 출신으로 작곡가이면서 교육자, 작가이다. 그는 극장과 영화를 위한 음악을 다수 작곡했으며 발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들도 다수 남겼다. 그러나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오페라 '악마와 다니엘 웹스터'(The Devil and Daniel Webster: 1938), 그리고 '베이비 도의 발라드'이다. 베이비 도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대본은 메릴랜드 출신의 음악가이며 작가인 존 라투셰(John Latouche: 19)가 썼다. 작가로서 존 라투셰는 레벨레시안 유머(Rabelaisian) 유머로서 이름난 사람이다. 레벨레시안 유머라는 것은 한마디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저속하면서도 난폭한,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유머를 말한다고 할수 있다. 프랑스의 16세기 작가인 프랑수아 레벨레이(Francois Rabelais: 1491-1553)의 작품 스타일을 말한다. '베이비 도의 발라드'는 실존 인물로서 베이디 도라는 애칭의 엘리자베스 타보르와 그의 남편인 호레이스 도, 호레이스 도의 전처인 오거스타 타보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이다. 기혼인 호레이스 도가 베이비 도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부터 호레이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베이비 도. 조안나 몬지아르도


'베이비 도의 발라드'는 여주인공인 베이비 도의 다섯 아리아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Letter Aria(편지의 아리아), Willow Song(버들의 노래), I Knew it Was Wrong(잘못인줄 알았어요), Gold is a Fine Thing(금은 좋은 것이지요), Always Through the Changing(언제나 바뀌는 것이어요)이다. 그리고 호레이스 타보르의 Warm as the Autumn Light()도 자주 들을수 있는 노래이다. 베이비 도의 역할로서 뛰어났던 소프라노로서는 비벌리 실스(Beverly Sills)를 우선 꼽을수 있다. 작곡자인 더글라스 무어도 비벌리 실스를 최적의 베이비 도라고 보았다. 카란 암스트롱(Karan Armstrong), 페이스 에샴(Faith Esham), 엘리자베스 훠트랄(Elizabeth Futral) 등도 뛰어난 베이비 도였다.  


   

베이비 도의 역할로서 뛰어났던 미국의 소프라노들. 왼쪽으로부터 비벌리 실스, 카란 암스트롱, 페이스 에샴, 엘리자베스 훠트랄


초연은 1956년 7월 7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였다. 센트랄 시티 오페라가 주관했다. 초연에서는 베이비 도의 이미지를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돌로레스 윌슨(Dolores Wilson)과 레냐 가브리엘르(Lenya Gabriele)가 교대로 창조했다. 호레이스 타보르의 이미지는 바리톤 월터 카셀(Walter Cassel)이 창조했다. 그리고 오거스타 타보르는 메조소프라노 마사 립튼(Martha Lipton)이 맡아했다. 더글라스 무어는 초연 이후 수정버전을 만들었다. 수정버전은 1958년 뉴욕시티오페라에서 공연되었다. 2막에 도박장면을 추가했고 베이비 도의 아리아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그후에도 계속 수정 작업이 구상되었지만 대본가인 라투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였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엘리자베스 베이비 도(Elizabeth-Baby Doe: Coloratura S)

- 호레이스 타보르(Horace Tabor: Bar)

- 오거스타 타보르(Augusta Tabor: MS)

- 마마 맥코트(Mama McCourt: Contralto)

- 사만다(Samantha: S)

- 실버 달라(Silver Dollar: S)

-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 B-Bar)

- 체스터 아서 대통령(President Chester Arthur: T)

- 교회의 신부(Father Chapelle: T). 로마 가톨릭 신부


  

초연에서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창조한 돌로레스 윌슨(베이비 도), 월터 카셀(호레이스), 마사 립튼(오거스타)


[1막] 콜로라도주의 광산촌인 레드빌(Leadville)은 호레이스 타보르가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호레이스는 마을을 위해 새로 오페라 극장을 세우고 개관하게 된다. 호레이스는 사람들에게 이제 우리 마을도 오페라 극장이 생겨서 문화생활을 할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한다. 호레이스의 노래가 It's a Bang Up Job 이다. 호레이스는 기분이 유난히 좋았던지 옆에 있는 부인 오거스타를 손으로 툭툭 치면서 마치 술집 여자에게 장난을 거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 오거스타는 기분이 상했지만 여러 사람들 앞이라서 참는다. 곧이어 오페라가 공연된다. 휴게시간이 되어 호레이스와 오거스타도 밖으로 나온다. 오거스타는 호레이스를 한쪽으로 끌고 와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앞에서 자기를 툭툭 치며 마치 술집의 여자들을 대하는 것처럼 농담을 한 것은 창피스런 일이라고 비난한다. 오거스타는 이제 나이도 들을 만큼 들었는데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덧붙여 말한다. 그러자 호레이스는 화가 난듯 '당신이 오페라 극장의 건설을 위해 모금한 액수보다 술집의 창녀들과 웨이트레스들이 모금한 금액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나 아시오?'라면서 그렇지도 못한데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으냐면서 마치 오거스타에게 보복이나 하듯이 말한다. 두 사람의 말다툼이 더 확대되기 전에 옆에 있던 어떤 여자가 두 사람에게 그가 예약한 호텔을 찾아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면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호레이스는 단번에 그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호텔을 찾아가는 길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는 오페라가 다시 시작되자 오거스타와 함께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오거스타의 간청


오페라가 끝나고 호레이스와 오거스타는 집으로 돌아온다. 두 사람은 거의 얘기를 나누지 않고 있다. 오거스타는 피곤하니 잠이나 자야겠다고 하면서 자기의 침실로 들어간다. 호레이스는 시가를 한 대 피워물고 현관으로 나가서 밤하늘을 바라본다. 마침 어떤 여자 두 사람이 호레이스의 집 앞을 지나면서 오페라 극장에서 호레이스에게 호텔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던 그 여자에 대한 얘기를 한다. 호레이스가 호기심이 나서 귀를 기울여 가만히 들어본다. 그리고 그 여자의 이름이 베이비 도라는 것, 그리고 그 여자의 남편이 센트랄 시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레이스의 집은 호텔에서 엎드리면 코가 닿을 거리에 있다. 그런데 잠시후에 호텔 창문을 통해 그 여인이 모습을 보이더니 Willow Song(버들의 노래)라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들린다. 베이비 도의 노래가 끝나자 호레이스가 박수를 보낸다. 베이비 도는 박수 소리에 깜짝 놀란다. 자기의 노래를 듣고 있었던 청중이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듯한 모습이다. 호레이스는 베이비 도의 노래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Warm as the Autumn Light(가을 빛처럼 따듯한) 이다. 오거스타가 침실에서 호레이스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들었던 모양이다. 잠 좀 자야 겠으니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소리친다. 호레이스는 노래를 중단하고 집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오거스타와 베이비 도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다. 오거스타가 모처럼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 오거스타는 호레이스의 서재 한쪽 구석에 못보던 상자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순간 오거스타는 호레이스가 자기에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입가에 웃음을 띤다. 오거스타가 상자를 열어보니 여자용 장갑이 들어 있고 편지도 한장 들어 있다. 오거스타가 편지를 펼쳐보니 놀랍게도 베이비 도라는 여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오거스타의 심정은 찢어질것 같다. 오거스타는 베이비 도라는 여자가 이 마을에 온 이래 그 여자와 남편 호레이스를 두고 떠도는 소문들이 있었지만 관심도 두지 않았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그런 소문들이 사실인 것을 알게 된다. 얼마후 호레이스가 집에 돌아오자 오거스타는 분을 참지 못하고 호레이스에게 다진다. 두 사람의 다툼은 점점 심해진다. 마침내 호레이스가 오거스타에게 마음을 상하게 할 뜻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일단 두 사람의 갈등은 마무리된다. 한편 아직도 호텔에 머물고 있는 베이비 도는 이제는 마을을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베이비 도는 호텔 직원에게 덴버로 떠나는 기차가 언제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호레이스와 베이비 도가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호텔의 다른 직원이 호레이스에게 달려가서 베이비 도가 마을을 떠나려고 결심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베이비 도는 짐을 꾸리다가 잠시 펜을 들어서 자기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베이비 도는 편지에서 호레이스라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얘기를 쓴다. 잠시후 이번에는 오거스타가 베이비 도를 찾아와서 제발 어서 마을에서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을에서 베이비 도와 남편 호레이스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이다. 베이비 도는 오거스타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거스타의 요구대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호레이스와의 사랑이 순수하다고 생각하므로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잘못하고 있지나 않느냐는 죄책감이 도사리고 있기는 하다. 오거스타가 베이비 도와의 얘기를 마치고 방을 나서고 나자 잠시후에 호레이스가 들어선다. 호레이스가 나타나자 베이비 도의 마음은 갑자기 변한다. 베이비 도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기로 한다. 호레이스로서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센트랄 시티 오페라. 오거스타, 호레이스, 베이비 도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난다. 이제 호레이스는 오거스타를 떠나서 베이비 도와 함께 살고 있다. 오거스타는 레드빌의 집에 있기가 싫어서 덴버에 있는 친구들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지낸다. 오거스타는 호레이스가 자기와 이혼할 결심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분노에 넘친 오거스타는 복수를 다짐한다. 호레스이스의 삶을 파탄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로부터 몇 달이 또 지난다. 호레이스와 베이비 도는 워싱턴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두 사람은 이제 아주 부자이다. 호레이스의 은광이 잘 되고 있고 베이비 도도 이혼으로 상당한 재산을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베이비 도의 친정 어머니는 딸이 그런 부자와 결혼하게 되어 만족이다. 두 사람은 워싱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파티를 개최한다. 파티에 참석했던 다른 부인네들은 두 사람이 가정이 있으면서 결혼하는 것이기 때문에 속으로는 비웃고 경멸한다. 하지만 부인네들의 쑥덕공론 대화는 호레이스와 베이비 도가 파티에 나타나자 잠잠해 진다. 두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호레이스는 사람들이 정부의 화폐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동참한다. 사람들은 은본위제도 보다는 금본위제도를 선호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다면 호레이스에게는 타격이다. 왜냐하면 호레이스는 은광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호레이스는 당장 정부의 화폐제도가 바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아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베이비 도는 Gold is a Fine Thing 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호레이스는 파티 장소에서 베이비 도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로 주어서 베이비 도는 물론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사용하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라는 것이다. 베이비 도의 어머니는 로마 가톨릭 신부에게 두 사람이 각각 과거에 결혼했었지만 이혼을 했기 때문에 새로 결혼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로마 가톨릭 신부는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무엇이라고 언급할 처지는 아니어서 입을 다문다. 베이비 도의 어머니와 로마 가톨릭 신부가 나누는 얘기를 몇몇 수다스런 부인네들이 엿듣는다. 파티 장은 삽시간에 두 사람의 과거 결혼문제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들이 나돈다. 그때 파티장에 미국 대통령인 체스터 아서가 도착한다. 대통령은 두 사람을 위해 축배를 제안한다. 그 통에 두 사람에 대한 가십은 더 이상 나돌지 않게 된다.


결혼식을 올리고서. 1984년. 센트랄 시티 오페라


[2막] 호레이스와 베이비 도는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며 걱정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운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오거스타는 과거에 호레이스에게 정부의 화폐제도가 금본위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누차 경고를 했지만 호레이스는 듣지 않았다. 호레이스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재정적으로 크게 후원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선거에서 실패했다. 호레이스는 당으로부터 단 1달러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호레이스는 버려진 처지였다. 이제 가지고 있던 재산을 선거운동에 쏟아 부었던 호레이스는 거의 파산지경에 이른다. 호레이스는 몇년전에 그가 재정지원하여서 지은 오페라 극장 앞에 서 있다. 오페라 극장은 그의 소유였으나 얼마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아서 이제는 호레이스의 것이 아니다. 호레이스는 무대 위에 있는 의자에 홀로 앉아서 지난 날을 환상 속에서 보고있다. 갈채를 듣는듯 하다. 오거스타가 나타나서 호레이스에게 호소하더니 이내 비웃고 조롱한다. 두 딸들의 환상이 보인다. 딸 하나는 호레이스와 인연을 끊고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다. 또 다른 딸은 창녀의 생활을 하고 있다. 호레이스는 너무나 절망하여서 자기도 모르게 바닥으로 쓰러진다. 마침 그때 베이비 도가 극장 안으로 들어와서 호레이스가 무대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도와주러 달려간다. 베이비 도를 본 호레이스는 아직도 자기가 환상 속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베이비 도는 호레이스에게 자기가 옆에 있는 것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확신시켜준다. 그제서야 호레이스는 베이비 도의 말을 진짜로 받아 들인다. 호레이스는 이제 죽음이 가까운 것을 알고 베이비 도에게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말을 한 후에 호레이스는 베이비 도의 팔에 간겨 그대로 숨을 거둔다. 마지막 장면은 그로부터 30년 후의 모습이다. 매칠레스 광산(Matchless Mine)이다. 베이비 도가 Always Through the Changing 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중에 막이 내린다.


호레이스의 선거운동